탄허 스님
옛 성인이 평하기를 유교는 유식근(儒植根)으로 나무뿌리를 심는 것이고 도교는 나무뿌리를 북돋는 것이다. 도배근(道培根)이다. 불교는 나무뿌리를 뽑아 버리는 것이다. 석발근(釋拔根)이다.
순서는 나무뿌리는 심은 뒤 북돋는 것입니다. 만일 뿌리는 뽑아 버린다 할 것 같으면 심는 것과 북돋는 것이 끊어져 버린 것입니다. 그러니까 이 우주만유의 핵심이 우주만유를 만들어낸 그 놈은 우주만유가 아닙니다. 만일 우주만유가 우주만유를 만들어 냈다고 하면 그것은 거짓말입니다. 이 우주만유를 만들어 낸 그 놈은 우주만유가 아니라 우리 마음입니다.
마음은 고금으로 아무리 찾아보았자 형단(形團: 모양과 덩어리)을 찾아 볼 수가 없습니다. 형단(形團)을 볼 수 없다면 공간과 시간이 모두 끊어져 버린 것입니다. 그렇기 때문에 이 공간과 시간, 이 우주를 만들어 낸 그 핵심이 우리 마음입니다. 우주만유의 핵심 자리를 보지 못하고 밤낮 지엽(枝葉)으로 흘러나가기 때문에 이 세상이 이렇게 복잡하고 시끄럽습니다.
그 자리에 앉아서 볼 것 같으면 시간과 공간이 없는데 거기에 지옥과 천당을 찾겠습니까? 천당과 지옥이 없는 데 거기서 고통이나 즐거움을 찾겠습니까?
출처 : 탄허 스님 입적 전 법문영상/BTN 불교 방송