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臨終遺書 (임종유서, 유고집)
「畧曰汝父早失父母幼時雖知讀書無賢師友依歸中年奔走科場至于今未得一名汝之所當鑑也萬一長成汝十歲之後卽以讀書爲業以求古人用心處戮力耕樵以奉慈母入以事親出以事長朝耕夜讀以得其樂則天地閒何物可易於斯乎古人曰志於道德者功名不足以累其心志於功名者富貴不足以累其心志於富貴而己者無所不所不至富貴亦非聖人之所惡也苟不以其道而專意於斯則必至於無所不至此古人敎人立心第一地頭也辛之愼之讀書必以論語小學爲主而次及他書然徒習章句則不可也讀書欲爲身謀而其心則不信聖賢之言而侮之者擧世滔滔若不擇賢而相親則何能不受燮於惡俗乎問學則務勝於人處己則常屈於人安得不爲善士乎汝有知之後若追慕亡親莫念臨死之言幸甚汝無兄弟庶子雖賤亦同氣愛而敎之出處與偕」
〈해설〉네가 성장하지 않았는데 애비가 갑작이 중병을 얻어 날로 중해가니 네가 잘 자라기를 어찌 바라겠는가. 두렵구나, 비록 성장을 하더라도 어찌 사람이 될 수 있겠느냐…
그러니 네가 잘 자랄까 근심스러우며 또 잘 성장하더라도 한 가지 일이라도 할 수 있을까 심히 걱정스럽다.
그리하여 글로써 내 뜻을 남기려하니 어찌 가히 불쌍하지 아니한가. 네 아비는 조실부모하여 어릴 적에 비록 독서할 줄 알았으나 한 이름을 얻지 못하였다. 너희는 마땅히 이를 거울로 삼아야 할 것이다.
네가 장성하여 10세가 되면 곧 독서를 업을 삼고 선인의 마음 쓰는 바를 구할 것이며, 힘을 다하여 농사짓고, 나무하여 어머니를 받들고, 집안에서는 어버이를 섬기고, 밖에서는 어른을 섬기며, 낮에는 밭 갈고, 밤에는 글 읽으면 그 낙은 천지간에 무엇과 바꿀 수 있을 것인가.
선인이 말하기를 도덕에 뜻을 둔자는 공명이 부족하니 그것에 마음을 더 하고, 공명에 뜻을 둔자는 부귀가 부족하니 그것에 마음을 더 하고, 부귀에 뜻을 둔다면 이르지 못할 바가 없다. 부귀 또한 성인도 싫어하지 아니하였다.
진실로 그 도에 전념하면 반드시 이에 이르지 못할 바 없을 것이니 옛 사람의 사람 가르침과 마음 세우는 것을 제일로 삼았음에 정성 또 정성을 다하여라.
독서는 반드시 논어와 소학을 위주로 하고 다음에 다른 책을 읽어야 하니 내용을 익히는 것에 게을리 하면 안 된다.
책을 깨우쳐 입신함을 마음속에 꾀하려면 성현의 말씀을 좇아 그 말을 모욕되게 하지 않는 자는 세상에 도도하고, 성현의 말씀을 좇지 않고 서로 어울린다면 나쁜 풍속을 고치는 것은 얻을 수 있을 것이다.
학문은 남보다 많이 아는 것에 힘을 쓰고, 처신함에는 다른 사람에게 굽힐 줄 안 다면 어찌 어진 선비가 되지 않겠느냐.
네가 이런 것을 안 후에는 죽은 부모를 추모함을 잊지 말아라.
임종에 글을 남길 수 있어 다행스럽구나.
너는 형제가 없으니 첩에게 난 자식이 비록 천하다 하나 또한 너의 동기이니 사랑하고 가르쳐서 나감을 함께 하여라.
(144-035일차 연재에서 계속)
첫댓글 (144-034일차 연재)
(장흥위씨 천년세고선집, 圓山 위정철 저)
34일차에서도 '반계공(정명) 유작'이 지난번에 이어 밴드에 게재되며, 2일차로 마무리 됩니다.
▲ 임종을 암두고 (아들이 어려서 ..) 아버지가 말대신 글로서 자식에게 당부를 한 '유서'가 구구절절 사람의 심금을 울립니다.
※ 주1) 읽는 이의 편의를 위하여 게재자가 일부 제목에 음을 달고 단락을 나누었습니다.
※ 주2) 144-035일차에는 "문화공(산보) 유서"와 "월산거사(징) 유작"이 게재됩니다.
[본문내용- 선조님들의 유시 등 계속]/ 무곡
반계공(정명) 할아버지께서 '자녀가 평생에 걸쳐 닦고 연마해야 할 수신, 제가와 공명을 떨치는 것은 물론 형제애와 효도등에 대하여 인간적이면서도 간절하고 심금을 울리는 유언을 남기셨습니다.'/ 무곡
제반사정을 살펴볼때, 반계공(정명) 할아버지께서 반계(磻溪)라는 호를 먼저 사용한 것으로 보이는데, 약간 뒤에 태어난 실학자 유형원(전북 부안 출신)이라는 분도 '반계'라는 호를 사용했군요. 할아버지의 '반계'라는 호가 참으로 친근하고 좋은것 같습니다./ 무곡
"어진 선비는 다른 사람에게 굽힐 줄 아는 處身"이란 반계공의 戒가 가슴에 다가옵니다./ 벽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