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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조계종 표준 우리말 금강경(金剛經) (확고한 지혜의 완성에 이르는 길)
1. 법회(法會)의 인연(因緣)
이와 같이 나는 들었습니다.
어느 때 부처님께서 거룩한 비구 천이백오십 명과 함께 사위국 기수급고독원에 계셨습니다.
그때 세존께서는 공양 때가 되어 가사를 입고 발우를 들고 걸식하고자 사위대성에 들어가셨습니다.
성 안에서 차례로 걸식하신 후 본래의 처소로 돌아와 공양을 드신 뒤 가사(袈裟)와 발우(鉢盂)를 거두고 발을 씻으신 다음 자리를 펴고 앉으셨습니다.
2. 수보리가 법(法)을 물음
그때 대중 가운데 있던 수보리 장로가 자리에서 일어나 오른쪽 어깨를 드러내고 오른 무릎을 땅에 대며 합장하고 공손히 부처님께 여쭈었습니다.
“경이롭습니다, 세존이시여!
여래(如來)께서는 보살들을 잘 보호해 주시며 보살들을 잘 격려해 주십니다.
세존이시여! 가장 높고 바른 깨달음을 얻고자 하는 선남자 선여인이 어떻게 살아야 하며 어떻게 그 마음을 다스려야 합니까?”
부처님께서 말씀하셨습니다.
“훌륭하고 훌륭하다. 수보리여! 그대의 말과 같이 여래(如來)는 보살들을 잘 보호해 주며 보살들을 잘 격려해 준다.
그대는 자세히 들어라. 그대에게 설하리라.
가장 높고 바른 깨달음을 얻고자 하는 선남자 선여인은 이와 같이 살아야 하며 이와 같이 그 마음을 다스려야 한다.”
“예, 세존(世尊)이시여!”라고 하며 수보리는 즐거이 듣고자 하였습니다.
3. 대승(大乘)의 근본 뜻
부처님께서 수보리에게 말씀하셨습니다.
“모든 보살마하살은 다음과 같이 그 마음을 다스려야 한다.
‘알에서 태어난 것이나, 태에서 태어난 것이나, 습기에서 태어난 것이나, 변화하여 태어난 것이나, 형상이 있는 것이나, 형상이 없는 것이나, 생각이 있는 것이나, 생각이 없는 것이나, 생각이 있는 것도 아니고 없는 것도 아닌 온갖 중생들을 내가 모두 완전한 열반(涅槃)에 들게 하리라.
이와 같이 헤아릴 수 없이 많은 중생을 열반에 들게 하였으나, 실제로는 완전한 열반을 얻은 중생이 아무도 없다.’
왜냐하면 수보리여! 보살에게 자아가 있다는 관념(我相), 개아가 있다는 관념(人相), 중생이 있다는 관념(衆生相), 영혼이 있다는 관념(壽者相)이 있다면 보살이 아니기 때문이다.”
4. 집착 없는 보시(布施)
“또한 수보리여! 보살은 어떤 대상에도 집착 없이 보시해야 한다. 말하자면 형색에 집착 없이 보시해야 하며 소리, 냄새, 맛, 감촉, 마음의 대상에도 집착 없이 보시해야 한다.
수보리여! 보살은 이와 같이 보시하되 어떤 대상에 대한 관념에도 집착하지 않아야 한다. 왜냐하면 보살이 대상에 대한 관념에 집착 없이 보시한다면 그 복덕(福德)은 헤아릴 수 없기 때문이다.
수보리여! 그대 생각은 어떠한가? 동쪽 허공을 헤아릴수 있겠는가?”
“없습니다, 세존이시여!”
“수보리여! 남서북방, 사이사이, 아래 위 허공을 헤아릴 수 있겠는가?”
“없습니다, 세존이시여!”
“수보리여! 보살이 대상에 대한 관념(觀念)에 집착하지 않고 보시하는 복덕(福德)도 이와 같이 헤아릴 수 없다. 수보리여! 보살은 반드시 가르친 대로 살아야 한다.”
5. 여래의 참 모습
“수보리여! 그대 생각은 어떠한가? 신체적 특징을 가지고 여래라고 볼 수 있는가?”
“없습니다, 세존이시여! 신체적 특징을 가지고 여래라고 볼 수는 없습니다. 왜냐하면 여래께서 말씀하신 신체적 특징은 바로 신체적 특징이 아니기 때문입니다.”
부처님께서 수보리에게 말씀하셨습니다.
“신체적 특징들은 모두 헛된 것이니 신체적 특징이 신체적 특징 아님을 본다면 바로 여래를 보리라.”[제 4구게 중 제1구게 ]
<무릇 형상이 있는 것은 모두가 다 허망하다.만약 모든 형상을 형상이 아닌 것으로 보면[상이 영원하지 않는 이치를 알면]곧 여래(如來)를 보게 되리라>
6. 깊은 믿음
수보리가 부처님께 여쭈었습니다.
“세존이시여! 이와 같은 말씀을 듣고 진실한 믿음을 내는 중생들이 있겠습니까?”
부처님께서 수보리에게 말씀하셨습니다.
“그런 말 하지 말라. 여래가 열반(涅槃)에 든 오백년 뒤에도 계(戒)를 지니고 복덕을 닦는 이는 이러한 말에 신심(信心)을 낼 수 있고 이것을 진실한 말로 여길 것이다.
이 사람은 한 부처님이나 두 부처님, 서너 다섯 부처님께 선근(善根)을 심었을 뿐만 아니라 이미 한량없는 부처님 처소에서 여러 가지 선근(善根)을 심었으므로 이 말씀을 듣고 잠깐이라도 청정한 믿음을 내는 자임을 알아야 한다.
수보리여! 여래는 이러한 중생들이 이와 같이 한량없는 복덕 얻음을 다 알고 다 본다. 왜냐하면 이러한 중생들은 다시는 자아가 있다는 관념, 개아가 있다는 관념, 중생이 있다는 관념, 영혼이 있다는 관념이 없고, 법이라는 관념이 없으며 법이 아니라는 관념도 없기 때문이다.
왜냐하면 이러한 중생들이 마음에 관념을 가지면 자아(我相)․개아(人相)․중생(衆生相)․영혼에 집착하는 것(壽者相)이고 법이라는 관념을 가지면 자아․개아․중생․영혼에 집착하는 것이기 때문이다.
왜냐하면 법이 아니라는 관념을 가져도 자아․개아․중생․영혼에 집착하는 것이기 때문이다. 그러므로 법에 집착해도 안 되고 법 아닌 것에 집착해서도 안 된다.
그러기에 여래는 늘 설했다. 너희 비구들이여! 나의 설법은 뗏목과 같은 줄 알아라. 법도 버려야 하거늘 하물며 법 아닌 것이랴!”
7. 깨침과 설법(說法)이 없음
“수보리여! 그대 생각은 어떠한가? 여래가 가장 높고 바른 깨달음을 얻었는가? 여래가 설한 법이 있는가?”
수보리가 대답하였습니다.
“제가 부처님께서 말씀하신 뜻을 이해하기로는 가장 높고 바른 깨달음이라 할 만한 정해진 법이 없고, 또한 여래께서 설한 단정적인 법도 없습니다.
왜냐하면 여래께서 설한 법은 모두 얻을 수도 없고 설할 수도 없으며, 법도 아니고 법아님도 아니기 때문입니다. 그것은 모든 성현들이 다 무위법(無爲法) 속에서 차이가 있는 까닭입니다.”
8. 부처와 깨달음의 어머니, 금강경
“수보리여! 그대 생각은 어떠한가? 어떤 사람이 삼천대천세계(三千大天世界)에 칠보(七寶)를 가득 채워 보시한다면 이 사람의 복덕이 진정 많겠는가?”
수보리가 대답하였습니다.
“매우 많습니다, 세존이시여! 왜냐하면 이 복덕은 바로 복덕의 본질이 아닌 까닭에 여래께서는 복덕이 많다고 하셨기 때문입니다.”
“다시 어떤 사람이 이 경의 사구게(四句偈)만이라도 받고 지니고 다른 사람을 위해 설해 준다고 하자. 그러면 이 복이 저 복보다 더 뛰어나다.
왜냐하면 수보리여! 모든 부처님과 모든 부처님의 가장 높고 바른 깨달음의 법은 다 이 경에서 나왔기 때문이다. 수보리여! 부처의 가르침이라고 말하는 것은 부처의 가르침이 아니다.”
9. 관념과 그 관념의 부정
“수보리여! 그대 생각은 어떠한가? 수다원(須陀洹)이 ‘나는 수다원과를 얻었다.’고 생각하겠는가?”
수보리가 대답하였습니다.
“아닙니다, 세존이시여! 왜냐하면 수다원은 ‘성자의 흐름에 든 자’라고 불리지만 들어간 곳이 없으니 형색, 소리, 냄새, 맛, 감촉, 마음의 대상에 들어가지 않는 것을 수다원이라 하기 때문입니다.”
“수보리여! 그대 생각은 어떠한가? 사다함(斯多含)이 ‘나는 사다함과를 얻었다.’고 생각하겠는가?”
수보리가 대답하였습니다.
“아닙니다, 세존이시여! 왜냐하면 사다함은 ‘한 번만 돌아올 자’라고 불리지만 실로 돌아옴이 없는 것을 사다함이라 하기 때문입니다.”
“수보리여! 그대 생각은 어떠한가? 아나함(阿那含)이 ‘나는 아나함과를 얻었다.’고 생각하겠는가?”
수보리가 대답하였습니다.
“아닙니다, 세존이시여! 왜냐하면 아나함은 ‘되돌아오지 않는 자’라고 불리지만 실로 되돌아오지 않음이 없는 것을 아나함이라 하기 때문입니다.”
“수보리여! 그대 생각은 어떠한가? 아라한(阿羅漢)이 ‘나는 아라한의 경지를 얻었다.’고 생각하겠는가?”
수보리가 대답하였습니다.
“아닙니다, 세존이시여! 왜냐하면 실제 아라한이라 할 만한 법이 없기 때문입니다. 세존이시여! 아라한이 ‘나는 아라한의 경지를 얻었다.’고 생각한다면 자아․개아․중생․영혼에 집착하는 것입니다.
세존이시여! 부처님께서 저를 다툼 없는 삼매(三昧)를 얻은 사람 가운데 제일이고 욕망을 여읜 제일가는 아라한이라고 말씀하셨습니다. 저는 ‘나는 욕망을 여읜 아라한이다.’라고 생각하지 않습니다.
세존이시여! 제가 ‘나는 아라한의 경지를 얻었다.’고 생각한다면 세존께서는 ‘수보리는 적정행(寂靜行)을 즐기는 사람이다. 수보리는 실로 적정행을 한 것이 없으므로 수보리는 적정행을 즐긴다고 말한다.’라고 설하지 않으셨을 것입니다.”
10. 불국토(佛國土)의 장엄(莊嚴)
부처님께서 수보리에게 말씀하셨습니다.
“그대 생각은 어떠한가? 여래가 옛적에 연등부처님 처소에서 법을 얻은 것이 있는가?”
“없습니다, 세존이시여! 여래께서 연등부처님 처소에서 실제로 법을 얻은 것이 없습니다.”
“수보리여! 그대 생각은 어떠한가? 보살이 불국토(佛國土)를 아름답게 꾸미는가?”
“아닙니다, 세존이시여! 왜냐하면 불국토를 아름답게 꾸민다는 것은 아름답게 꾸미는 것이 아니므로 아름답게 꾸민다고 말하기 때문입니다.”
“그러므로 수보리여! 모든 보살마하살은 이와 같이 깨끗한 마음을 내어야 한다.
형색에 집착하지 않고 마음을 내어야 하고 소리, 냄새, 맛, 감촉, 마음의 대상에도 집착하지 않고 마음을 내어야 한다. 마땅히 집착 없이 그 마음을 내어야 한다.[ 제 4구게 중 제2구게 ]
<응당 색[물질]에 머물러서 마음을 내지 말며, 응당 성,향,미,촉,법에 머물러서 마음을 내지 말 것이요,응당 머무는 바 없는 그 마음을 낼지니라.>
수보리여! 어떤 사람의 몸이 산들의 왕 수미산(須彌山)만큼 크다면 그대 생각은 어떠한가? 그 몸이 크다고 하겠는가?”
수보리가 대답하였습니다.
“매우 큽니다, 세존(世尊)이시여! 왜냐하면 부처님께서는 몸 아님을 설하셨으므로 큰 몸이라 말씀하셨기 때문입니다.”
11. 무위법(無爲法)의 뛰어난 복덕
“수보리여! 항하의 모래 수만큼 항하가 있다면 그대 생각은 어떠한가? 이 모든 항하(恒河)의 모래 수는 진정 많다고 하겠는가?”
수보리가 대답하였습니다.
“매우 많습니다, 세존이시여! 항하들만 해도 헤아릴 수 없이 많은데 하물며 그것의 모래이겠습니까?”
“수보리여! 내가 지금 진실한 말로 그대에게 말한다. 선남자 선여인이 그 항하 모래 수만큼의 삼천대천세계에 칠보를 가득 채워 보시한다면 그 복덕이 많겠는가?”
수보리가 대답하였습니다.
“매우 많습니다, 세존이시여!”
부처님께서 수보리에게 말씀하셨습니다.
“선남자 선여인이 이 경의 사구게(四句偈)만이라도 받고 지니고 다른 사람을 위해 설해 준다면 이 복이 저 복보다 더 뛰어나다.”
12. 올바른 가르침의 존중(尊重)
“또한 수보리여! 이 경의 사구게만이라도 설해지는 곳곳마다 어디든지 모든 세상의 천신․인간․아수라가 마땅히 공양할 부처님의 탑묘(塔廟)임을 알아야 한다. 하물며 이 경 전체를 받고 지니고 읽고 외우는 사람이랴!
수보리여! 이 사람은 가장 높고 가장 경이로운 법을 성취할 것임을 알아야 한다. 이와 같이 경전이 있는 곳은 부처님과 존경받는 제자들이 계시는 곳이다.”
13. 이 경을 수지(受持)하는 방법
그때 수보리가 부처님께 여쭈었습니다.
“세존이시여! 이 경을 무엇이라 불러야 하며 저희들이 어떻게 받들어 지녀야 합니까?”
부처님께서 수보리에게 말씀하셨습니다.
“이 경의 이름은 ‘금강반야바라밀(金剛般若波羅密)’이니, 이 제목으로 너희들은 받들어 지녀야 한다.
그것은 수보리여! 여래는 반야바라밀을 반야바라밀이 아니라 설하였으므로 반야바라밀이라 말한 까닭이다.
수보리여! 그대 생각은 어떠한가?
여래가 설한 법이 있는가?” 수보리가 부처님께 말씀드렸습니다.
“세존이시여! 여래께서는 설하신 법이 없습니다.”
“수보리여! 그대 생각은 어떠한가? 삼천대천세계(三千大天世界)를 이루고 있는 티끌이 많다고 하겠는가?”
수보리가 대답하였습니다.
“매우 많습니다, 세존이시여!”
“수보리여! 여래는 티끌들을 티끌이 아니라고 설하였으므로 티끌이라 말한다. 여래는 세계를 세계가 아니라고 설하였으므로 세계라고 말한다.
수보리여! 그대 생각은 어떠한가? 서른두 가지 신체적 특징을 가지고 여래라고 볼 수 있는가?”
“없습니다, 세존이시여! 서른두 가지 신체적 특징을 가지고 여래라고 볼 수는 없습니다. 왜냐하면 여래께서는 서른두 가지 신체적 특징은 신체적 특징이 아니라고 설하셨으므로 서른두 가지 신체적 특징이라고 말씀하셨기 때문입니다.”
“수보리여! 어떤 선남자(善男子) 선여인(善女人)이 항하의 모래 수만큼 목숨을 보시한다고 하자. 또 어떤 사람이 이 경의 사구게(四句偈)만이라도 받고 지니고 다른 사람을 위해 설해 준다고 하자. 그러면 이 복이 저 복보다 더욱 많으리라.”
14. 관념(觀念)을 떠난 열반(涅槃)
그때 수보리가 이 경 설하심을 듣고 뜻을 깊이 이해하여 감격의 눈물을 흘리며 부처님께 말씀드렸습니다.
“경이롭습니다, 세존이시여! 제가 지금까지 얻은 혜안(慧眼)으로는 부처님께서 이같이 깊이 있는 경전 설하심을 들은 적이 없습니다.
세존이시여! 만일 어떤 사람이 이 경을 듣고 믿음이 청정해지면 바로 궁극적 지혜가 일어날 것이니, 이 사람은 가장 경이로운 공덕을 성취할 것임을 알아야 합니다.
세존이시여! 이 궁극적 지혜라는 것은 궁극적 지혜가 아닌 까닭에 여래께서는 궁극적 지혜라고 말씀하셨습니다.
세존이시여! 제가 지금 이 같은 경전을 듣고서 믿고 이해하고 받고 지니기는 어렵지 않습니다. 그러나 미래 오백년 뒤에도 어떤 중생이 이 경전을 듣고 믿고 이해하고 받고 지닌다면 이 사람은 가장 경이로울 것입니다.
왜냐하면 이 사람은 자아가 있다는 관념, 개아가 있다는 관념, 중생이 있다는 관념, 영혼이 있다는 관념이 없기 때문입니다.
그것은 자아가 있다는 관념은 관념이 아니며, 개아가 있다는 관념, 중생이 있다는 관념, 영혼이 있다는 관념은 관념이 아닌 까닭입니다.
왜냐하면 모든 관념을 떠난 이를 부처님이라 말하기 때문입니다.”
부처님께서 수보리에게 말씀하셨습니다.
“그렇다, 그렇다. 만일 어떤 사람이 이 경을 듣고 놀라지도 않고 무서워하지도 않고 두려워하지도 않는다면 이 사람은 매우 경이로운 줄 알아야 한다.
왜냐하면 수보리여! 여래는 최고의 바라밀(波羅密)을 최고의 바라밀이 아니라고 설하였으므로 최고의 바라밀이라 말하기 때문이다.
수보리여! 인욕(忍辱)바라밀을 여래는 인욕바라밀이 아니라고 설하였다.
왜냐하면 수보리여! 내가 옛적에 가리왕에게 온 몸을 마디마디 잘렸을 때, 나는 자아가 있다는 관념, 개아가 있다는 관념, 중생이 있다는 관념, 영혼이 있다는 관념이 없었기 때문이다.
왜냐하면 내가 옛날 마디마디 사지가 잘렸을 때, 자아가 있다는 관념, 개아가 있다는 관념, 중생이 있다는 관념, 영혼이 있다는 관념이 있었다면 성내고 원망하는 마음이 생겼을 것이기 때문이다.
수보리여! 여래는 과거 오백 생 동안 인욕(忍辱)수행자였는데 그때 자아가 있다는 관념이 없었고, 개아가 있다는 관념이 없었고, 중생이 있다는 관념이 없었고, 영혼이 있다는 관념이 없었다.
그러므로 수보리여! 보살은 모든 관념을 떠나 가장 높고 바른 깨달음의 마음을 내어야 한다.
형색에 집착 없이 마음을 내어야 하며 소리, 냄새, 맛, 감촉, 마음의 대상에도 집착 없이 마음을 내어야 한다. 마땅히 집착 없이 마음을 내어야 한다. 마음에 집착이 있다면 그것은 올바른 삶이 아니다. 그러므로 보살은 형색에 집착 없는 마음으로 보시(布施)해야 한다고 여래는 설하였다.
수보리여! 보살은 모든 중생을 이롭게 하기 위해 이와 같이 보시해야 한다. 여래는 모든 중생이란 관념은 중생이란 관념이 아니라고 설하고, 또 모든 중생도 중생이 아니라고 설한다.
수보리여! 여래는 바른 말을 하는 이고(眞語者), 참된 말을 하는 이며(實語者), 이치에 맞는 말을 하는 이고(如語者), 속임 없이 말하는 이며(不誑語者), 사실대로 말하는 이다.
수보리여! 여래가 얻은 법에는 진실도 없고 거짓도 없다.
수보리여! 보살이 대상에 집착하는 마음으로 보시하는 것은 마치 사람이 어둠 속에 들어가면 아무것도 볼 수 없는 것과 같고, 보살이 대상에 집착하지 않는 마음으로 보시하는 것은 마치 눈 있는 사람에게 햇빛이 밝게 비치면 갖가지 모양을 볼 수 있는 것과 같다.
수보리여! 미래에 선남자 선여인이 이 경전을 받고 지니고 읽고 외운다면 여래는 부처의 지혜로 이 사람들이 모두 한량없는 공덕(功德)을 성취하게 될 것임을 다 알고 다 본다.”
15. 경을 수지(受持)하는 공덕
“수보리여! 선남자 선여인이 아침나절에 항하의 모래 수만큼 몸을 보시하고, 점심나절에 항하의 모래 수만큼 몸을 보시하며, 저녁나절에 항하의 모래 수만큼 몸을 보시하여, 이와 같이 한량없는 시간동안 몸을 보시한다고 하자.
또 어떤 사람이 이 경의 말씀을 듣고 비방하지 않고 믿는다고 하자. 그러면 이 복은 저 복보다 더 뛰어나다. 하물며 이 경전을 베껴 쓰고 받고 지니고 읽고 외우고 다른 이를 위해 설명해 줌이랴!
수보리여! 간단하게 말하면 이 경에는 생각할 수도 없고 헤아릴 수도 없는 한없는 공덕이 있다. 여래는 대승(大乘)에 나아가는 이를 위해 설하며 최상승(最上乘)에 나아가는 이를 위해 설한다.
어떤 사람이 이 경을 받고 지니고 읽고 외워 널리 다른 사람을 위해 설해 준다면 여래는 이 사람들이 헤아릴 수 없고 말할 수 없으며 한없고 생각할 수 없는 공덕을 성취할 것임을 다 알고 다 본다.
이와 같은 사람들은 여래의 가장 높고 바른 깨달음을 감당하게 될 것이다.
왜냐하면 수보리여! 소승법(小乘法)을 좋아하는 자가 자아가 있다는 견해, 개아가 있다는 견해, 중생이 있다는 견해, 영혼이 있다는 견해에 집착한다면 이 경을 듣고 받고 읽고 외우며 다른 사람을 위해 설명해 주지 못하기 때문이다.
수보리여! 이 경전이 있는 곳은 어디든지 모든 세상의 천신․인간․아수라들에게 공양(供養)을 받을 것이다. 이곳은 바로 탑(塔)이 되리니 모두가 공경(恭敬)하고 예배(禮拜)하고 돌면서 그곳에 여러 가지 꽃과 향을 뿌릴 것임을 알아야 한다.”
16. 업장(業障)을 맑히는 공덕
“또한 수보리여! 이 경을 받고 지니고 읽고 외우는 선남자 선여인이 남에게 천대(賤待)와 멸시(蔑視)를 당한다면 이 사람이 전생(前生)에 지은 죄업(罪業)으로는 악도(惡道)에 떨어져야 마땅하겠지만, 금생(今生)에 다른 사람의 천대와 멸시를 받았기 때문에 전생의 죄업이 소멸되고 반드시 가장 높고 바른 깨달음을 얻게 될 것이다.
수보리여! 나는 연등부처님을 만나기 전 과거 한량없는 아승기겁 동안 팔백 사천 만억 나유타의 여러 부처님을 만나 모두 공양하고 받들어 섬기며 그냥 지나친 적이 없었음을 기억한다.
만일 어떤 사람이 정법(正法)이 쇠퇴할 때 이 경을 잘 받고 지니고 읽고 외워서 얻은 공덕에 비하면, 내가 여러 부처님께 공양한 공덕은 백(百)에 하나에도 미치지 못하고 천(千)에 하나 만(萬)에 하나 억(億)에 하나에도 미치지 못하며 더 나아가서 어떤 셈이나 비유로도 미치지 못한다.
수보리여! 선남자 선여인이 정법이 쇠퇴할 때 이 경을 받고 지니고 읽고 외워서 얻는 공덕을 내가 자세히 말한다면, 아마도 이 말을 듣는 이는 마음이 어지러워서 의심하고 믿지 않을 것이다.
수보리여! 이 경은 뜻이 불가사의하며 그 과보(果報)도 불가사의(不可思議)함을 알아야 한다.”
17. 궁극의 가르침, 무아(無我)
그때 수보리가 부처님께 여쭈었습니다.
“세존이시여! 가장 높고 바른 깨달음을 얻고자 하는 선남자 선여인은 어떻게 살아야 하며 어떻게 그 마음을 다스려야 합니까?”
부처님께서 수보리에게 말씀하셨습니다.
“가장 높고 바른 깨달음을 얻고자 하는 선남자 선여인은 이러한 마음을 일으켜야 한다.
‘나는 일체 중생을 열반에 들게 하리라. 일체 중생을 열반에 들게 하였지만 실제로는 아무도 열반을 얻은 중생이 없다.’
왜냐하면 수보리여! 보살에게 자아가 있다는 관념, 개아가 있다는 관념, 중생이 있다는 관념, 영혼이 있다는 관념이 있다면 보살이 아니기 때문이다. 그것은 수보리여! 가장 높고 바른 깨달음에 나아가는 자라 할 법이 실제로 없는 까닭이다.
수보리여! 그대 생각은 어떠한가? 여래가 연등부처님 처소에서 얻은 가장 높고 바른 깨달음이라 할 법이 있었는가?”
“아닙니다, 세존이시여! 제가 부처님께서 말씀하신 뜻을 이해하기로는 부처님께서 연등부처님 처소에서 얻으신 가장 높고 바른 깨달음이라 할 법이 없습니다.”
부처님께서 말씀하셨습니다.
“그렇다, 그렇다. 수보리여!
여래가 가장 높고 바른 깨달음을 얻은 법이 실제로 없다.
수보리여! 여래가 가장 높고 바른 깨달음을 얻은 법이 있었다면 연등부처님께서 내게 ‘그대는 내세에 석가모니라는 이름의 부처가 될 것이다.’라고 수기(授記)하지 않았을 것이다.
가장 높고 바른 깨달음을 얻은 법이 실제로 없었으므로 연등부처님께서 내게 ‘그대는 내세에는 반드시 석가모니라는 이름의 부처가 될 것이다.’라고 수기하셨던 것이다.
왜냐하면 여래는 모든 존재의 진실한 모습을 의미하기 때문이다.
어떤 사람이 여래가 가장 높고 바른 깨달음을 얻었다고 말한다면,
수보리여! 여래가 가장 높고 바른 깨달음을 얻은 법이 실제로 없다.
수보리여! 여래가 얻은 가장 높고 바른 깨달음에는 진실도 없고 거짓도 없다. 그러므로 여래는 ‘일체법이 모두 불법이다.’라고 설한다.
수보리여! 일체법(一切法)이라 말한 것은 일체법이 아닌 까닭에 일체법이라 말한다.
수보리여! 예컨대 사람의 몸이 매우 큰 것과 같다.”
수보리가 말하였습니다.
“세존이시여! 여래께서 사람의 몸이 매우 크다는 것은 큰 몸이 아니라고 설하셨으므로 큰 몸이라 말씀하셨습니다.”
“수보리여! 보살도 역시 그러하다. ‘나는 반드시 한량없는 중생을 제도하리라.’ 말한다면 보살이라 할 수 없다.
왜냐하면 수보리여! 보살이라 할 만한 법이 실제로 없기 때문이다. 그러므로 여래는 모든 법에 자아도 없고, 개아도 없고, 중생도 없고, 영혼도 없다고 설한 것이다.
수보리여! 보살이 ‘나는 반드시 불국토를 장엄(莊嚴)하리라.’ 말한다면 이는 보살이라 할 수 없다.
왜냐하면 여래는 불국토를 장엄한다는 것은 장엄하는 것이 아니라고 설하였으므로 장엄한다고 말하기 때문이다.
수보리여! 보살이 무아(無我)의 법에 통달한다면 여래는 이런 이를 진정한 보살이라 부른다.”
18. 분별없이 관찰함
“수보리여! 그대 생각은 어떠한가? 여래에게 육안(肉眼)이 있는가?”
“그렇습니다, 세존이시여! 여래에게는 육안이 있습니다.”
“수보리여! 그대 생각은 어떠한가? 여래에게 천안(天眼)이 있는가?”
“그렇습니다, 세존이시여! 여래에게는 천안이 있습니다.”
“수보리여! 그대 생각은 어떠한가? 여래에게 혜안(慧眼)이 있는가?”
“그렇습니다, 세존이시여! 여래에게는 혜안이 있습니다.”
“수보리여! 그대 생각은 어떠한가? 여래에게 법안(法眼)이 있는가?”
“그렇습니다, 세존이시여! 여래에게는 법안이 있습니다.”
“수보리여! 그대 생각은 어떠한가? 여래에게 불안(佛眼)이 있는가?”
“그렇습니다, 세존이시여! 여래에게는 불안이 있습니다.”
“수보리여! 그대 생각은 어떠한가? 여래는 항하의 모래에 대해서 설하였는가?”
“그렇습니다, 세존이시여! 여래는 이 모래에 대해 설하셨습니다.”
“수보리여! 그대 생각은 어떠한가? 한 항하의 모래와 같이 이런 모래만큼의 항하가 있고, 이 여러 항하의 모래 수만큼 부처님 세계가 그만큼 있다면 진정 많다고 하겠는가?”
“매우 많습니다, 세존이시여!”
부처님께서 수보리에게 말씀하셨습니다.
“그 국토에 있는 중생의 여러 가지 마음을 여래는 다 안다.
왜냐하면 여래는 여러 가지 마음이 모두 다 마음이 아니라 설하였으므로 마음이라 말하기 때문이다. 그것은 수보리여! 과거의 마음도 얻을 수 없고 현재의 마음도 얻을 수 없고 미래의 마음도 얻을 수 없는 까닭이다.”
19. 복덕(福德) 아닌 복덕
“수보리여! 그대 생각은 어떠한가? 어떤 사람이 삼천대천세계에 칠보를 가득 채워 보시한다면 이 사람이 이러한 인연으로 많은 복덕을 얻겠는가?”
“그렇습니다, 세존이시여! 그 사람이 이러한 인연(因緣)으로 매우 많은 복덕을 얻을 것입니다.”
“수보리여! 복덕이 실로 있는 것이라면 여래는 많은 복덕을 얻는다고 말하지 않았을 것이다. 복덕이 없기 때문에 여래는 많은 복덕을 얻는다고 말한 것이다.”
20. 모습과 특성의 초월(超越)
“수보리여! 그대 생각은 어떠한가? 신체적 특징을 원만하게 갖추었다고 여래라고 볼 수 있겠는가?”
“아닙니다, 세존이시여! 신체적 특징을 원만하게 갖추었다고 여래라고 볼 수는 없습니다.
왜냐하면 여래께서는 원만(圓滿)한 신체를 갖춘다는 것은 원만한 신체를 갖춘 것이 아니라고 설하셨으므로 원만한 신체를 갖춘 것이라고 말씀하셨기 때문입니다.”
“수보리여! 그대 생각은 어떠한가? 신체적 특징을 갖추었다고 여래라고 볼 수 있겠는가?”
“아닙니다, 세존이시여! 신체적 특징을 갖추었다고 여래라고 볼 수는 없습니다.
왜냐하면 여래께서는 신체적 특징을 갖춘다는 것이 신체적 특징을 갖춘 것이 아니라고 설하셨으므로 신체적 특징을 갖춘 것이라고 말씀하셨기 때문입니다.”
21. 설법 아닌 설법(說法)
“수보리여! 그대는 여래가 ‘나는 설한 법이 있다.’는 생각을 한다고 말하지 말라. 이런 생각을 하지 말라.
왜냐하면 ‘여래께서 설하신 법이 있다.’고 말한다면, 이 사람은 여래를 비방(誹謗)하는 것이니, 내가 설한 것을 이해하지 못했기 때문이다.
수보리여! 설법이라는 것은 설할 만한 법이 없는 것이므로 설법이라고 말한다.”
그때 수보리 장로(長老)가 부처님께 여쭈었습니다.
“세존이시여! 미래에 이 법 설하심을 듣고 신심을 낼 중생이 조금이라도 있겠습니까?”
부처님께서 말씀하셨습니다.
“수보리여! 저들은 중생이 아니요 중생이 아닌 것도 아니다.
왜냐하면 수보리여! 중생 중생이라 하는 것은 여래가 중생이 아니라고 설하였으므로 중생이라 말하기 때문이다.”
22. 얻을 것이 없는 법(法)
수보리가 부처님께 여쭈었습니다.
“세존이시여! 부처님께서 가장 높고 바른 깨달음을 얻은 것은 법이 없는 것입니까?”
부처님께서 말씀하셨습니다.
“그렇다, 그렇다. 수보리여! 내가 가장 높고 바른 깨달음에서 조그마한 법조차도 얻을 만한 것이 없었으므로 가장 높고 바른 깨달음이라 말한다.”
23. 관념을 떠난 선행(善行)
“또한 수보리여! 이 법은 평등하여 높고 낮은 것이 없으니, 이것을 가장 높고 바른 깨달음이라 말한다.
자아도 없고, 개아도 없고, 중생도 없고, 영혼도 없이 온갖 선법을 닦음으로써 가장 높고 바른 깨달음을 얻게 된다.
수보리여! 선법(善法)이라는 것은 선법이 아니라고 여래는 설하였으므로 선법이라 말한다.”
24. 경전 수지(受持)가 최고의 복덕
“수보리여! 삼천대천세계에 있는 산들의 왕 수미산(須彌山)만큼의 칠보 무더기를 가지고 보시하는 사람이 있다고 하자.
또 이 반야바라밀경의 사구게(四句偈)만이라도 받고 지니고 읽고 외워 다른 사람을 위해 설해 주는 사람이 있다고 하자.
그러면 앞의 복덕은 뒤의 복덕에 비해 백에 하나에도 미치지 못하고 천에 하나 만에 하나 억에 하나에도 미치지 못하며 더 나아가서 어떤 셈이나 비유로도 미치지 못한다.”
25. 분별없는 교화(敎化)
“수보리여! 그대 생각은 어떠한가? 그대들은 여래가 ‘나는 중생을 제도하리라.’는 생각을 한다고 말하지 말라. 수보리여! 이런 생각을 하지 말라.
왜냐하면 여래가 제도한 중생이 실제로 없기 때문이다. 만일 여래가 제도한 중생이 있다면, 여래에게도 자아․개아․중생․영혼이 있다는 집착이 있는 것이다.
수보리여! 자아가 있다는 집착은 자아가 있다는 집착이 아니라고 여래는 설하였다. 그렇지만 범부(凡夫)들이 자아가 있다고 집착한다.
수보리여! 범부라는 것도 여래는 범부가 아니라고 설하였다.”
26. 신체적 특징을 떠난 여래(如來)
“수보리여! 그대 생각은 어떠한가? 서른두 가지 신체적 특징으로 여래라고 볼 수 있는가?”
수보리가 대답하였습니다.
“그렇습니다, 그렇습니다. 서른두 가지 신체적 특징으로도 여래라고 볼 수 있습니다.”
부처님께서 말씀하셨습니다.
“수보리여! 서른두 가지 신체적 특징으로도 여래라고 볼 수 있다면 전륜성왕(轉輪聖王)도 여래겠구나!”
수보리가 부처님께 말씀드렸습니다.
“세존이시여! 제가 부처님께서 말씀하신 뜻을 이해하기로는, 서른두 가지 신체적 특징을 가지고는 여래를 볼 수 없습니다.”
그때 세존께서 게송(偈頌)으로 말씀하셨습니다.
“형색으로 나를 보거나
음성으로 나를 찾으면
삿된 길 걸을 뿐
여래 볼 수 없으리.”[ 제 4구게 중 제3구게 ]
<만약 형상으로 나를 보거나 음성으로 나를 구하면 이 사람은 사도를 행함이니 결코 여래를 보지 못하리라.>
27. 단절(斷絶)과 소멸(消滅)의 초월
“수보리여! 그대가 ‘여래는 신체적 특징을 원만하게 갖추지 않았기 때문에 가장 높고 바른 깨달음을 얻은 것이다.’라고 생각한다면,
수보리여! ‘여래는 신체적 특징을 원만하게 갖추지 않았기 때문에 가장 높고 바른 깨달음을 얻은 것이다.’라고 생각하지 말라.
수보리여! 그대가 ‘가장 높고 바른 깨달음의 마음을 낸 자는 모든 법이 단절되고 소멸되어 버림을 주장한다.’고 생각한다면, 이런 생각을 하지 말라.
왜냐하면 가장 높고 바른 깨달음의 마음을 낸 자는 법에 대하여 단절되고 소멸된다는 관념을 말하지 않기 때문이다.”
28. 탐착(貪着) 없는 복덕(福德)
“수보리여! 보살이 항하의 모래 수만큼 세계에 칠보를 가득 채워 보시한다고 하자. 또 어떤 사람이 모든 법이 무아(無我)임을 알아 인욕(忍辱)을 성취한다고 하자.
그러면 이 보살의 공덕은 앞의 보살이 얻은 공덕보다 더 뛰어나다.
수보리여! 모든 보살들은 복덕을 누리지 않기 때문이다.”
수보리가 부처님께 여쭈었습니다.
“세존이시여! 어찌하여 보살이 복덕을 누리지 않습니까?”
“수보리여! 보살은 지은 복덕에 탐욕(貪慾)을 내거나 집착(執着)하지 않아야 하기 때문에 복덕을 누리지 않는다고 설한 것이다.”
29. 오고 감이 없는 여래
“수보리여! 어떤 사람이 ‘여래는 오기도 하고 가기도 하며 앉기도 하고 눕기도 한다.’고 말한다면, 그 사람은 내가 설한 뜻을 이해하지 못한 것이다.
왜냐하면 여래란 오는 것도 없고 가는 것도 없으므로 여래라고 말하기 때문이다.”
30. 부분과 전체의 참모습
“수보리여! 선남자 선여인이 삼천대천세계를 부수어 가는 티끌을 만든다면, 그대 생각은 어떠한가? 이 티끌들이 진정 많겠는가?”
“매우 많습니다, 세존이시여! 왜냐하면 티끌들이 실제로 있는 것이라면 여래께서는 티끌들이라고 말씀하지 않으셨을 것이기 때문입니다. 그것은 여래께서 티끌들은 티끌들이 아니라고 설하셨으므로 티끌들이라고 말씀하신 까닭입니다.
세존이시여! 여래께서 말씀하신 삼천대천세계는 세계가 아니므로 세계라 말씀하십니다.
왜냐하면 세계가 실제로 있는 것이라면 한 덩어리로 뭉쳐진 것이겠지만, 여래께서 한 덩어리로 뭉쳐진 것은 한 덩어리로 뭉쳐진 것이 아니라고 설하셨으므로 한 덩어리로 뭉쳐진 것이라 말씀하셨기 때문입니다.”
“수보리여! 한 덩어리로 뭉쳐진 것은 말할 수가 없는 것인데 범부들이 그것을 탐내고 집착할 따름이다.”
31. 내지 않아야 할 관념
“수보리여! 어떤 사람이 여래가 ‘자아가 있다는 견해, 개아가 있다는 견해, 중생이 있다는 견해, 영혼이 있다는 견해를 설했다.’고 말한다면, 수보리여! 그대 생각은 어떠한가? 이 사람이 내가 설한 뜻을 알았다 하겠는가?”
“아닙니다, 세존이시여! 그 사람은 여래께서 설한 뜻을 알지 못한 것입니다.
왜냐하면 세존께서는 자아가 있다는 견해, 개아가 있다는 견해, 중생이 있다는 견해, 영혼이 있다는 견해가 자아가 있다는 견해, 개아가 있다는 견해, 중생이 있다는 견해, 영혼이 있다는 견해가 아니라고 설하셨으므로 자아가 있다는 견해, 개아가 있다는 견해, 중생이 있다는 견해, 영혼이 있다는 견해라고 말씀하셨기 때문입니다.”
“수보리여! 가장 높고 바른 깨달음을 얻고자 하는 이는 일체법에 대하여 이와 같이 알고, 이와 같이 보며, 이와 같이 믿고 이해하여 법이라는 관념을 내지 않아야 한다.
수보리여! 법이라는 관념은 법이라는 관념이 아니라고 여래는 설하였으므로 법이라는 관념이라 말한다.”
32. 관념을 떠난 교화(敎化)
“수보리여! 어떤 사람이 한량없는 아승기 세계에 칠보를 가득 채워 보시한다고 하자. 또 보살의 마음을 낸 어떤 선남자 선여인이 이 경을 지니되 사구게만이라도 받고 지니고 읽고 외워 다른 사람을 위해 연설해 준다고 하자.
그러면 이 복이 저 복보다 더 뛰어나다. 어떻게 남을 위해 설명해 줄 것인가? 설명해 준다는 관념에 집착하지 말고 흔들림 없이 설명해야 한다.
왜냐하면
일체 모든 유위법 (모든 현상/현상계)은
꿈․허깨비․물거품․그림자
이슬․번개 같으니
이렇게 관찰할지라.”[ 제 4구게 중 제4구게 ]
<일체의 함이 있는법 (현상계의 모든 생멸법)은 꿈, 환상, 물거품, 그림자와 같고,이슬과 번개와도 같은 것이니, 응당 이와 같이 관(觀)할지니라.[세상의 모든 현상과 법칙은 인연으로 나고 없어짐을 이름] >
부처님께서 이 경을 다 설하시고 나니, 수보리 장로와 비구․비구니․우바새․우바이와 모든 세상의 천신․인간․아수라들이 부처님의 말씀을 듣고 매우 기뻐하며 믿고 받들어 행하였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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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글 금강경//한글 금강마하반야바라밀경(金剛摩訶般若波羅蜜經)
제 1장. 법회를 이룬 연유(이 경을 설하는 인연)
『이와 같이 내(아난다)가 들었다.
붓다께서 사위국 기수급고독원에 계실 때였다.
그 곳에는 위대한 일천이백오십인 비구(대아라한) 스님들도 함께 계셨다.』
『세존께서 공양할실 때에 이르러, 가사를 입고 발우를 들고 걸식을 하러 사위대성에 들어가셨다.
그 성중에서 집집마다 차례대로 걸식을 하신 후, 다시 기수급도독원으로 돌아와 공양을 마치시고, 옷과 발우를 제자리에 놓고 발을 씻은 뒤, 자리를 펴고 앉으셨다.』
2. 수보리가 가르침을 청하다
그때 장로 수보리가 대중 가운데 있다가 바로 자리에서 일어나 웃옷을 한편으로 걸쳐 오른쪽 어깨를 드러내고 오른쪽 무릎을 땅에 대고 손을 모아 공경하는 자세로 붓다의 말씀에 따라 아뢰기를
존귀하신 세존이시여!
여래께서는 모든 보살을 잘 보호하고 염려해 주시며, 모든 보살에게 잘 맡기고 당부하십니다.
세존이시여! 선남자 선여인이
『위 없는 바르고 완전한 깨달음(아뇩다라삼먁삼보리)』의 마음을 냈으면, 어떻게 살아야 하고, 어떻게 그 마음을 다스려야 합니까?"
붓다께서 말씀하셨다. "좋고도 좋구나!
수보리야, 네가 말한 대로 여래는 모든 보살을 잘 보호하고 염두에 두며, 모든 보살에게 (불법, 깨달음을)잘 맡기고 당부해 주느니라.
너는 이제 잘 들어라.
너를 위해 설하겠노라.
선남자 선여인이 『위 없는 바르고 완전한 깨달음(아뇩다라삼먁삼보리)』의 마음을 냈으면 마땅히 이렇게 살아야 하고 이렇게 그 마음을 다스려야 하느니라."
잘 알겠습니다. 세존이시여. 바라옵건대 기꺼이 듣고자 하나이다.”
3. 대승의 바른 진리
『붓다께서 수보리에게 말씀하시기를, “모든 보살마하살은 마땅히 다음과 같이 그 마음을 다스려야 한다.”』
『존재하는 모든 종류의 중생들은 '알에서 깨어난 것이나 어미 뱃속에서 태어난 것이나, 습한 데서 생긴 것이나, 변화하여 생긴 것이나,
'물질적 형상(色)'이 있는 것이나 '물질적 형상(色)'이 없는 것이나,
생각이 있는 것이나 생각이 없는 것이나,
생각이 있는 것도 아니고 생각이 없는 것도 아닌 것 등
이것들을 내가 다 '남김 없는 온전한 열반(涅槃-완성된 깨달음의 세계)'에 들게 하여 '멸도(滅度)'에 이르게 하리라.
그러나 이렇게 헤아릴 수 없고 셀 수 없고 끝없는 중생을 '멸도(滅度)' 했으나 정말로 '멸도(滅度)'한 중생은 아무도 없느니라.
왜냐하면, 수보리야!
만약, 보살이 나라는 생각, 남이라는 생각, 중생이라는 생각, 오래 산다는 생각을 하게 되면 보살이 아니기 때문이니라."
4. 그윽한 수행은 집착(얽매임.머무름)이 없다
그리고 수보리야!
보살은 모든 대상에 대한 얽매임(집착.머무름) 없이 보시해야 한다.
이른바 '물질적 형상(色)'에 얽매이지 않고 보시한다 함은 소리·향기·맛·촉감·진리에 얽매이지 않고 보시하는 것이다.
수보리야, 보살은 마땅히 이와 같이 보시 한다는 생각에 얽매이지 않아야 한다.[보시하되, 보시한다는 생각을 하지 말라는 뜻이다. 즉 아무도 모르게 보시하고 생색내지 말라는 뜻이다]
왜냐하면, 보살이 보시를 한다는 생각에 얽매이지 않으면, 그 복덕을 헤아릴 수 없기 때문이다.
수보리야! 어떻게 생각하느냐?
동쪽 허공을 헤아릴 수 있지 않겠느냐? "
"헤아릴 수 없습니다, 세존이시여."
"수보리야! 남쪽·서쪽·북쪽 허공과 서북·서남·동북·동남 허공과 상·하 허공을 헤아릴 수 있겠느냐?"
"헤아릴 수 없습니다, 세존이시여."
"수보리야! 보살이 보시 한다는 생각에 얽매이지 않는 복덕도 이와 같아서 헤아릴 수 없느니라."
"수보리야! 보살은 반드시 가르친 대로 살아야 하느니라."
5. 이치에 맞게 실상을 봄
수보리야! 어떻게 생각하느냐?
'몸의 형상'으로 여래를 볼 수 있겠느냐?
없습니다. 세존이시여,
'몸의 형상'으로 여래를 볼 수 없사옵니다.
왜냐하면, 여래께서 말씀하신 '몸의 형상'은 곧 '몸의 형상'이 아니기 때문이옵니다.
붓다께서 수보리에게 말씀하셨다.
무릇 형상이 있는 것은 모두 실재하지 않는 환상이니 만약 모든 형상이 형상이 아닌 것을 알게 되면, 곧 여래를 보리라.
6. 바른 믿음은 존귀하다
수보리가 붓다의 말씀에 따라 아뢰기를 "세존이시여! 많은 중생들이 이런 붓다의 말씀이나 글귀를 듣고서 진실로 믿음을 내겠나이까?
붓다께서 수보리에게 말씀하시되 그런 말 하지마라.
여래가 이 세상을 떠난 뒤 5백세가 지나가도 계를 지키고 복을 닦는 사람이 있어 이런 글귀에 잘 믿는 마음이 생겨 이를 진실하게 여기게 될 것이다.
마땅히 알아야 한다.
이사람은 한 부처, 두 부처, 세 부처, 네 부처, 다섯 부처에만 선근(좋은 과보를 받을 근원이 되는 청정한 행위)을 심은 것이 아니라, 한량없는 천만 부처님 자리에 온갖 선근을 심었기 때문에 이 글귀를 들을 뿐만 아니라, 일념으로 깨끗한 믿음을 낸 사람이니라는 것을......
수보리야! 여래는 다 알고 다 보고 계신다.
이 모든 중생들이 한량없는 복덕을 받을 것이라는 것을......
왜냐하면, 이 모든 중생들은 다시 <나라는 생각>, <남이라는 생각>, <중생이라는 생각>, <오래 산다는 생각>을 갖지 않고, 《법(진리)이라는 생각》도 없고, 《법(진리)이 아니라는 생각》도 없기 때문이다.
왜냐하면, 이 모든 중생들이 만약 마음에 생각을 갖게 되면, 곧 <나다>, <남이다>, <중생이다>, <오래 산다>는 생각에 집착(얽매임.머무름)하게 될 것이며, 만약 법(진리)에 대한 생각을 갖더라도 곧 <나다>, <남이다>, <중생이다>, <오래 산다>는 생각에 집착(얽매임.머무름)하게 되기 때문이다.
왜냐하면, 만약 법(진리)이 아니라는 생각을 갖더라도 곧 <나다>, <남이다>, <중생이다>, <오래 산다>는 생각에 집착(얽매임.머무름)하게 되기 때문이다.
그러므로 마땅히 법(진리)에 집착해서도 안 되고 법(진리)이 아닌 것에도 집착해서는 않되느니라.
이러한 까닭으로 여래가 항상 말하기를 너희 비구들은 나의 설법을 '뗏목으로 비유함'과 같음을 알라고 하였느니라.
오히려 법(진리)도 응당 버려야 하거늘 하물며 법(진리)이 아닌 것에 있어서랴......’
☞뗏목의 비유~~~석가모니불의 교법을 뗏목에 비유하는 말. 뗏목을 타고 강을 건너면 뗏목을 버려야 한다. 만약 강을 건너 육지에 이르러서까지 뗏목을 가지고 가려면 오히려 방해가 될 뿐이다. 마찬가지로 부처님의 교법도 열반의 피안에 도달하기까지 필요한 뗏목과 같은 것이다. 해탈을 얻고 난 후에는 불법도 버려야 하는 것이다. 그때에도 불법을 버리지 못하면 이는 법박이 되는 것이다. ‘고기를 잡고 나면 통발을 버리고, 토끼를 잡고 나면 덫을 버린다(得魚忘筌 得兎忘蹄)’는 말은 뗏목의 비유와 같은 것이다. 강을 건너가고 나면 분명히 뗏목을 버려야 하지만, 뗏목을 타지 않고 강을 건너가려고 하는 것도 매우 위험한 것이다. 그러므로 수행인은 반드시 뗏목을 타고 강을 건너가듯이, 먼저 철저한 수행을 통해서 깨달음을 얻어야 하는 것이다.) |
7. 얻은 것도 없고 말한 것도 없다.
수보리야! 어떻게 생각하느냐?
여래께서 과연 『위 없는 바르고 완전한 깨달음(아뇩다라삼먁삼보리)』을 얻으셨느냐?
여래께서 설법하신 것이 있느냐?
수보리가 말했다.
“제가 붓다의 말씀하신 뜻을 이해하기로는, 『위 없는 바르고 완전한 깨달음(아뇩다라삼먁삼보리)』라 이름 할 만한 정해진 법(진리)이 없으며, 또한 여래께서 말씀하신 정해진 법(진리)도 없습니다.
왜냐하면, 여래께서 설법하신 것은 모두 인식할 수도 없고, 설명할 수도 없으며, 법(진리)도 아니고, 법(진리)이 아닌 것도 아니기 때문이옵니다.
왜 그런가 하면, 모든 성현들은 다 "함이 없는 법"에 의해서 (범인들과는)차별(위대함)이 있기 때문입니다.
8. 모든 것은 법(진리)에 의해서 나타남
수보리야! 어떻게 생각하느냐?
만약 어떤 사람이 삼천대천세계에 가득찬 칠보로써 보시한다면
그 사람이 얻을 복덕이 과연 많다 하지 않겠느냐?
수보리가 대답했다.
"매우 많사옵니다.세존이시여.
왜냐하면, (여래께서 말씀하시는) 이 복덕은 곧 복덕의 본성을 지니지 않기 때문이옵니다.
그래서 여래께서 복덕이 많다고 말씀하신 것입니다.“
『만약 다른 사람이 이 경을 배우고 수행할 뿐만 아니라, 이 경 가운데 사구게만이라도 남에게 설명해 준다면, 그 복덕은 저것(칠보로 보시한 복덕)보다 더 수승(殊勝~세상에 희유하리만큼 아주 뛰어남.) 할 것이니라.
왜냐하면, 수보리야! 모든 부처님들의 『위 없는 바르고 완전한 깨달음(아뇩다라삼먁삼보리)』의 법(진리)이 다 이 경에서 나왔기 때문이니라.
수보리야! 이른바 불법이라는 것도 곧 불법이 아니니라."
9. 하나의 상에 대해서도 상이 없어야 함(하나의 모습뿐 다른 모습은 없다)
수보리야! 어떻게 생각하느냐?
수다원이 ‘나는 '수다원과[성문사과(聲聞四果)의 첫번째 경지]'를 얻었노라.’고 생각 하느냐?"
수보리가 대답하였다. "아니옵니다. 세존이시여!
왜냐하면, '수다원'이라는 이름은 ‘聖人類(성인류) 경지에 이름(=聖人의 지위에 처음으로 들어감)’ 인데, '물질적 형상(色)', 소리, 냄새, 맛, 촉감, 진리(法)에도 물들지 않는 그런 경지에 이른 적이 없고 그 이름을 수다원이라 할 뿐이기 때문이옵니다.
수보리야! 어떻게 생각하느냐?
사다함이 '나는 '사다함과[성문사과(聲聞四果)의 두 번째 경지.]를 얻었노라'고 생각하느냐?
수보리가 대답하였다. "아니옵니다. 세존이시여!
왜냐하면, 사다함이란 이름은 ‘한번 왔다 갔다 함.’을 일컬음인데, 실제로는 '왔다 갔다' 함은 없고, 그 이름을 '사다함'이라 할 뿐이기 때문이옵니다.
수보리야! 어떻게 생각하느냐?
아나함이 '나는 '아나함과[성문사과(聲聞四果)의 세 번째 경지]를 얻었노라'고 생각하느냐?
수보리가 대답하였다. 아니옵니다. 세존이시여!
왜냐하면, 아나함이란 이름은 ‘오지 않는다.’뜻인데 실제로 '오지 않음'이 없으므로 그 이름을 '아나함'이라 할 뿐이기 때문입니다.
수보리야! 어떻게 생각하느냐?
아라한이 "나는 '아라한도(환생이 없는 경지. 최고의 깨달음을 얻은 경지')'를 얻었노라"고 생각하느냐?
수보리가 대답하였다. 아니옵니다 .
세존이시여! 왜냐하면, 실제로 '아라한'이라고 할 만한 법(진리)은 없기 때문이옵니다.
세존이시여, 만약 아라한이 '나는 아라한의 도를 얻었노라'고 생각을 한다면, 이는 곧 나라는 생각(我相)·남이라는 생각(人相)·중생이라는 생각(衆生相)·오래산다는 생각(壽者相)에 집착(얽매임.머무름)하는 것이옵니다.
세존이시여!
붓다께서는 내가 "번뇌 없는 삼매 "를 얻은 사람[산스크리트 araṇā-vihārin(번뇌 없이 머무는 자)의 번역이다.]들 가운데 으뜸이라 하셨는데, 이는 탐욕을 떠난 제일의 아라한이라는 뜻입니다.
그러나 세존이시여 저는 탐욕을 떠난 아라한이라고 생각하지 않습니다.
세존이시여 제가 만약 '나는 아라한의 경지에 이르렀다'라는 생각을 했다면 세존께서는 ‘수보리는 아란나행(조용한 곳에서 용맹정진 수행하는 것)을 즐기는 자’라고 하지 않으셨을 것입니다.
정말로 수보리가 아란행을 한 바가 없기 때문에 수보리야말로 아란나행을 즐기는 자’라고 하신 것입니다.”
10. 정토를 장엄하게 함
붓다께서 수보리에게 말씀하셨다. 어떻게 생각하느냐?
여래께서 옛적에 연등부처님 처소에 계실 때, 법(진리)을 얻은 것이 있었느냐?"
세존이시여 여래께서는 연등부처님 처소에 계실 때에 법(진리)에 대해 실제로 얻으신 것이 없습니다.
수보리야! 어떻게 생각하느냐?
보살이 불국토를 장엄(불국토를 아름답게 함) 하였느냐?
"아니옵니다. 세존이시여!
왜냐하면, 불국토를 장엄한다는 것은 곧 장엄하는 것이 아니며, 그 이름을 장엄이라 할 뿐이기 때문이옵니다.[ 이를 장엄이라 이름 할 뿐이기 때문입니다]
그러므로 수보리야 모든 보살마하살은 마땅히 이와 같이 맑고 깨끗한 마음을 내어야 하느니라.
'물질적 형상(色)'에 집착(얽매임.머무름)하여 마음을 내지 말 것이며, 소리·냄새·맛·촉감·법 등에 집착(얽매임.머무름)하여서도 마음을 내지 말 것이니라.
마땅히 아무 것에도 집착(얽매임.머무름)하지 않고 그 마음을 낼 것이니라.
수보리야!
비유하건대, 여기 어떤 사람이 있어, 그 사람의 몸이 수미산왕만 하다면
어떻게 생각하느냐?
그 몸집이 크다 하겠느냐?"
수보리가 대답하였다.
"매우 큽니다 세존이시여.
왜냐하면, 붓다께서 말씀하신 것은 몸이 아니고, 그 이름을 큰 몸이라 할 뿐이기 때문이옵니다.
11. 함 없는 복덕(생멸(生滅) 변화(變化)가 없는 참된 것)이 제일 낫다
"수보리야!
갠지스강에 있는 모래알의 수만큼 그 모래알 수만큼의 갠지스강들이 또 있다면, 어떻게 생각하느냐?
이 모든 갠지강에 있는 모래알이 참으로 많겠느냐?
수보리가 말했다. 매우 많습니다. 세존이시여!
그 모든 갠지스강들만 해도 수없이 많거늘 하물며 더군다나 그 모래알 수이겠습니까?[모래알이야 더 말할 나위 있겠습니까?]"
수보리야!
내 이제 진실한 말로 너에게 이르노니, 만약 선남자·선여인이 칠보로 갠지스강의 모래수 만큼 많은 삼천대천세계를 가득 채워 보시한다면 받을 복이 많겠느냐?
수보리가 대답하기를
"매우 많습니다. 세존이시여 "
붓다께서 수보리에게 말씀하시길 "만약 선남자·선여인이 이 경 뿐만 아니라, 이 경 가운데 사구게만이라도 배우고 수행하며 남을 위해 설명해 준다면, 그 복덕이 앞서 말한 칠보의 복덕보다 더 수승(殊勝) 할 것이니라.
12. 존중해야 할 바른 가르침
"그리고 수보리야! 따라서 이경뿐만 아니라 사구게만이라도 설한다면, 응당 그곳이 모든 세상의 하늘과 인간과 아수라가 다 부처님의 탑과 묘와 같이 공양 하리라는 것을 알라.
하물며 어떤 사람이 이 경 전체를 배우고 수행하며 읽고 외우고 함에 있어서랴......
수보리야! 마땅히 알라
이 사람은 최상이며 제일가는 존귀한 법(진리)을 성취하리라는 것을......
그리고 이 경전이 있는 곳은 곧 부처님과 존중 받는 제자가 있는 곳이 된다는 것을."
13. 진리(法)대로 배우고 수행해야 함
그때 수보리가 붓다의 말씀에 따라 아뢰기를
“세존이시여 이 경전의 이름을 무엇이라 하오며 우리들이 어떻게 받들고 지녀야 하옵니까.”
붓다께서 수보리에게 말씀하셨다.
“이 경의 이름은 ①금강반야바라밀경이니 너희들은 반드시 이 이름의 글자 그대로 받들고 수행해야 하느니라.
왜 그런가 하면, 수보리야!
내가 말한 『지혜로 피안에 도달하는 것(지혜로 열반의 완성-반야바라밀)』은 곧 『지혜로 피안에 도달하는 것(지혜로 열반의 완성-반야바라밀)』이 아니고 그 이름을 『지혜로 피안에 도달하는 것(지혜로 열반의 완성-반야바라밀)』이라 할 뿐이니라.
수보리야! 어떻게 생각하느냐?
여래가 설법한 바가 있느냐?
수보리가 붓다의 말씀에 따라 아뢰기를
세존이시여! 여래께서는 말씀하신 바가 없으십니다.
수보리야! 어떻게 생각하느냐.
삼천대천세계에 먼지의 수가(작은 번뇌들이) 많이 있느냐?.
수보리가 말하기를 엄청나게 많습니다. 세존이시여!
수보리야!
여래께서는 모든 먼지를 '먼지가 아니라, 그 이름을 먼지라 할 뿐이니라'라고 말씀하셨느니라.
여래께서 말씀하시는 세계도 세계가 아니고, 그 이름을 세계라 할 뿐이니라.
수보리야! 어떻게 생각하느냐?
서른 두 가지 모습으로써 여래라고 볼 수 있겠는가?
아니옵니다. 세존이시여!
서른 두 가지 모습으로써는 여래라고 볼 수 없사옵니다.
왜냐하면, 여래께서 말씀하신 서른 두 가지 모습은 곧 모습이 아니고, 그 이름을 '서른 두 가지 모습'이라 할 뿐이기 때문이옵니다.
수보리야!
만약에 어떤 선남자·선여인이 저 갠지스강의 모래알만큼 많은 몸과 목숨으로써 보시하더라도, 다른 어떤 사람이
이 경 뿐만 아니라, 이 경 가운데 사구게만이라도 배우고 수행하며, 남을 위해 설명해 준다면 그 복덕이 훨씬 많으니라.
14. 허상을 여의고 적멸(열반-)함
이때 수보리가 이 경을 말씀하시는 것을 듣고,그 깊은 뜻을 이해하고, 눈물을 흘리며 슬피 울며 붓다의 말씀에 따라 아뢰기를
존귀하신 세존이시여!
붓다께서 이처럼 뜻이 깊고도 깊은 경전을 말씀하셨는데, 제가 예전에 지혜의 눈이 생긴 이래 이러한 경은 이제껏 들어본 적이 없습니다.
세존이시여 만약 다음에 또 어떤 사람이 이 경을 듣고, 믿는 마음이 맑고 깨끗하면 곧 '참되다는 생각[實相]'이 생길 것이니, 마땅히 그 사람은 제일 존귀한 공덕을 성취할 것임을 알 것입니다.
세존이시여!
이 '참되다는 생각'은 곧 '생각'이 아니니 그러므로 여래께서 '이름이 '참되다는 생각'일 뿐이니라'라고 말씀하셨습니다.
세존이시여!
제가 이제 이와 같은 경전을 듣고 믿고 깨달아 배우고 수행함은 어렵지 않으나, 만약 미래의 오백세 뒤에도 그 어떤 중생이 이 경을 듣고, 믿고 깨달아 배우고 수행하면 그는 아마도 세상에서 가장 존귀하게 될 것입니다.
왜냐하면, 이 사람은 나라는 생각도 없고, 남이라는 생각도 없으며, 중생이라는 생각도 없고 오래산다는 생각도 없기 때문입니다.
왜 그런가 하면, 나라는 생각은 곧 생각이 아니고, 나라는 생각, 중생이라는 생각, 오래산다는 생각도 곧 생각이 아니기 때문입니다.
왜냐하면, 모든 생각을 여의면 곧 부처라 일컫기 때문입니다."
붓다께서 수보리에게 말씀하셨다.
옳다 그러하다.
만약 또 어떤 사람이 이 경을 듣고 놀라지도 않고 겁내지도 않고 두려워하지도 않는다면, 응당 매우 존귀한 사람임을 알아야 한다.
왜냐하면, 수보리야!
여래가 말씀하신 제일의 '바라밀[피안에 도달하는 것(열반의 완성)]'이란 곧 '제일의 바라밀'이 아니고 그 이름을 '제일의 바라밀'이라 할 뿐이기 때문이니라.
수보리야!
인욕바라밀(욕됨을 참아 피안에 도달함=인욕의 완성)도 여래께서 말씀하시길 '인욕바라밀'이 아니며, '그 이름을 '인욕바라밀'이라 할 뿐이니라.
왜냐하면, 수보리야!
내가 옛날 가리왕에게 몸을 베이고 잘리고 할 때에 그 때 나는 나라는 생각도 없었고, 남이라는 생각도 없었으며, 중생이라는 생각도 없었고, 오래산다는 생각도 없었느니라.
왜냐하면, 내가 옛날 온몸의 마디마디와 사지를 찢길 때, 만약 나라는 생각, 남이라는 생각, 중생이라는 생각, 오래산다는 생각이 있었다면, 반드시 성내고 원통한 마음을 일으켰을 것이기 때문이다.
수보리야!
또 기억해보니 여래가 과거에 오백 생(生)동안 '인욕을 설하는 성자'로 있었던 과거를 기억해 보니, 그 세상에서도 나라는 생각이 없었고, 남이라는 생각도 없었고, 중생이라는 생각도 없었고 오래 산다는 생각도 없었느니라.
그러므로 수보리야!
보살은 반드시 모든 생각을 떠나 『위 없는 바르고 완전한 깨달음(아뇩다라삼먁삼보리)』의 마음을 냈으면 반드시 '물질적 형상'에 집착(얽매임.머무름)하지 않고 마음을 내야하고 반드시 성·향·미·촉·법에 집착(얽매임.머무름)하지 않고, 마음을 내어야 하며, 반드시 어디에도 집착(얽매임.머무름)하지 않고 마음을 내어야 하느니라.
만약에 마음에 집착(얽매임.머무름)함이 있다면, 그것은 곧 집착(얽매임.머무름)함이 아니니라.
이런 까닭으로 붓다께서는 "보살의 마음은 반드시 '물질적 형상'에 집착(얽매임.머무름)하지 않고 보시를 해야 하느니라."라고말씀하셨느니라.
수보리야!
보살은 마땅히 일체 중생에게 이익을 위하여 반드시 이런 보시를 해야 하느니라.
여래가 말씀하신 모든 생각도 곧 생각이 아니며 또 말씀하시기를 모든 중생도 곧 중생이 아니니라.
수보리야 여래는 진리만을 말하고 사실만을 말하며. 있는 대로 말하고 거짓말을 하지 않으며. 사실과 다른 말을 하지 않느니라.
수보리야
여래가 얻은 이 법(진리.경지)은 참도 없고 거짓도 없느니라.
수보리야! 만약에 보살이, 대상(법)에 집착(얽매임.머무름)하는 마음으로 보시를 하면, 마치 어두운 곳에 들어간 사람이 아무 것도 볼 수 없는 것과 같고,
만약에 보살이 대상(법)에 집착(얽매임.머무름)하는 마음 없이 보시하면 마치 눈 밝은 사람이 밝은 햇빛 아래서 온갖 '물질적 형상(色)'을 보는 것과 같으니라.
수보리야 다음 세상에서
어떤 선남자와 선여인이 있어 능히 이 경을 배우고 수행하며, 읽고 외우면 곧 여래는 부처님의 지혜로써 이들에 대하여 다 알고, 다 보나니 이들 모두는 한량없고 끝없는 공덕을 성취할 것이니라.
15. 경을 수행하는 공덕
“수보리야!
만약 어떤 선남자·선여인이,
아침에 갠지스강의 모래알 수만큼 몸을 다하여 보시하고,
낮에 다시 갠지스강의 모래알 수만큼 몸을 다하여 보시하고, 저녁 때,
또 갠지스강의 모래알 수만큼 몸을 다하여 보시하여
이런 식으로 헤아릴 수 없는 백천만억 겁의 세월동안 몸을 다해 보시한다 하더라도, 다른 어떤 사람이 이 경전을 듣고 거스르지 않는 마음으로 믿는다면, 그 복덕이 저것(앞서 말한 몸 보시)보다 더 수승(殊勝) 할 것이니라.
하물며 이 경을 옮겨 쓰고, 배우고 수행하며, 읽고 외우며, 다른 사람을 위해 설명함에 있어서랴......
수보리야! 요컨대,
이 경에는 생각할 수도 없고, 헤아릴 수도 없는 끝없는 공덕이 있나니, 여래께서는 '가장 앞선 가르침(乘=불법)'을 일으킨 사람을 위하여 이 경을 말씀하셨으며, '가장 뛰어난 가르침(乘=불법)'일으킨 사람을 위해 이 경을 말씀하셨느니라.
만약 어떤 사람이 능히 이 경을 배우고 수행하며, 읽고 외우며, 널리 다른 사람을 위해 설명해 준다면 여래는 그 사람을 다 아시고 다 보시기 때문에, 이루 헤아릴 수 없고, 이루 말할 수 없고, 끝없는 불가사의한 공덕을 성취할 수 있을 것이며, 이러한 사람은 곧 여래의 『위 없는 바르고 완전한 깨달음(아뇩다라삼먁삼보리)』을 얻게 될 것이니라(감당하게 될 것이니라).
왜냐하면, 수보리야!
만약 소승법을 좋아하는 사람들은(자신만의 수행만 고려할 뿐 타인을 제도하겠다는 서원이 없어) 나라는 생각, 남이라는 생각, 중생이라는 생각, 오래 산다는 생각에 집착하여 이 경을 듣고, 배우며, 읽고, 외워서 남에게 설명해 주지도 못하느니라.
수보리야!
이 경이 있는 곳은 어디든지 모든 세상의 천신, 인간, 아수라에게 마땅히 공양 받을 것이니라.
마땅히 알아라. 그곳은 곧 (부처를 모신)탑이 되어 모두가 마땅히 공경하며 예배하고 주위를 돌면서 온갖 꽃과 향을 그곳에 뿌리게 될 것이니라.”
16. 업장(악업에 의한 장애)을 맑게 할 수 있다
“그리고 수보리야!
선남자․선여인이 이 경을 배우고 수행하며, 읽고 외우는데도 만약 남에게 경멸과 천대를 당한다면, 이 사람이 전생에 지은 죄업으로 악도에 떨어져야 마땅하겠지만, 금생에 다른 사람들로부터 경멸 천대를 받는 것으로 전생의 죄업은 바로 소멸되고, 마땅히 『위 없는 바르고 완전한 깨달음(아뇩다라삼먁삼보리)』를 얻게 될지니라.
수보리야!
내가 지난날의 헤아릴 수 없는 아주 오랫동안['阿僧祇劫(아승기겁)' ]의 과거를 생각해 보면, 연등부처님을 만나기 전에도 8만 4천만 억 나유타의 여러 부처님을 다 만나 뵙고, 모두 공양하고, 받들어 섬기며, 한 분도 그냥 지나쳐 버린 적이 없었느니라.
만일 어떤 사람이 훗날 말세에 이 경을 배우고 수행하며, 읽고 외워서 얻는 공덕은 내가 모든 부처님에게 공양한 공덕으로는 백분의 일에도 미치지 못할 것이며, 천만억분의 일 내지 어떤 숫자적 비유로도 쉽게 미치지 못하리라.
수보리야!
선남자․선여인이 훗날 말세에 이 경을 배우고 수행하며, 읽고 외워서 얻을 공덕을 내가 자세히 말한다면, 아마도 이 말을 듣는 이는 마음이 미친듯이 어지러워지고 여우처럼 의심하여 안 믿을 것이다.
수보리야!
이 경은 그 뜻이 불가사의할 뿐 아니라, (受持讀誦)인과응보(因果應報)도 또한 불가사의하다는 것을 마땅히 알아야 한다.
17. 마침내는 나라는 모습(생각)이 없다(궁극의 가르침, 무아)
그때 수보리가 붓다의 말씀에 따라 아뢰기를 “세존이시여!
선남자․ 선여인들이 『위 없는 바르고 완전한 깨달음(아뇩다라삼먁삼보리)』의 마음을 내려면, 어떻게 살아야 하고, 어떻게 그 마음을 다스려야 합니까?”
붓다께서 수보리에게 말씀하시었다.
“선남자․선여인들이 『위 없는 바르고 완전한 깨달음(아뇩다라삼먁삼보리)』의 마음을 내려면, 마땅히 이런 마음을 일으켜야 한다.
‘내가 모든 중생을 멸도에 들게 하리라' 하고 모든 중생을 다 멸도에 들게 했어도, 실은 멸도에 이른 중생은 하나도 없느니라.’
왜냐하면, 수보리야!
만약에 보살이 <나라는 생각>, <남이라는 생각>, <중생이라는 생각>, <오래 산다는 생각>이 있다면 곧 보살이 아니기 때문이니라.
수보리야! 왜 그런가 하면, 사실 『위 없는 바르고 완전한 깨달음(아뇩다라삼먁삼보리)』의 마음(믿음)을 내는 법은 없기 때문이니라.
수보리야! 어떻게 생각하느냐? 여래께서 연등부처님 처소에서 『위 없는 바르고 완전한 깨달음(아뇩다라삼먁삼보리)』을 얻은 법(진리)이 있었는가?
아닙니다. 세존이시여 !
제가 부처님께서 말씀하신 뜻을 이해하기로는 붓다께서 연등부처님 처소에서 『위 없는 바르고 완전한 깨달음(아뇩다라삼먁삼보리)』을 얻으신 법(진리)은 없사옵니다.
붓다께서 말씀하시었다.
“옳다. 그러하니라,
수보리야!
사실, 여래가 『위 없는 바르고 완전한 깨달음(아뇩다라삼먁삼보리)』을 얻은 법(진리)은 없느니라.
수보리야!
만약, 여래가 『위 없는 바르고 완전한 깨달음(아뇩다라삼먁삼보리)』을 얻은 법(진리)이 있었다면, 연등부처님께서는 나에게 ‘그대는 장차 오는 세상에 반드시 석가모니라 불리는 부처가 될 것이다.라고 수기(受記-부처가 제자에게 미래에 성불할 것이라는 예언) 하지 않으셨을 것이지만, 실제로 『위 없는 바르고 완전한 깨달음(아뇩다라삼먁삼보리)』을 얻은 법(진리)이 없기 때문에 연등부처님께서 나에게 수기를 하시며, 이 말씀을 하셨다.
‘그대는 내세에 반드시 부처가 되어 석가모니라 불릴 것이다.
왜냐하면, 여래란? 곧 '모든 현상이 한결 같음(모든 존재의 진실한 모습)'을 의미하기 때문이니라.
만약 어떤 사람이 ‘여래가 『위없는 바르고 완전한 깨달음(아뇩다라삼먁삼보리)』을 얻었다’고 한다면,
수보리야!
실제로 붓다가 『위없는 바르고 완전한 깨달음(아뇩다라삼먁삼보리)』을 얻은 법은 없느니라.
수보리야!
여래께서 얻으신 『위 없는 바르고 완전한 깨달음(아뇩다라삼먁삼보리)』 에는 진실도 거짓도 없느니라.
그러므로 여래는 ‘모든 법(현상)이 다 불법이다'라고 말하는 것이다.
수보리야!
소위 말하는 '모든 법'이라고 하는 것도 곧 '모든 법'이 아닌 까닭에 이름을 '모든 법'이라 할 뿐이니라.
수보리야,
비유하자면 사람의 몸집이 크다는 것과 같으니라.”
수보리가 아뢰었다.
“세존이시여, 여래께서 사람의 몸집이 큰 사람이라고 하신 것은 곧 '몸집이 큰 것'이 아니라 그 이름을 '몸집이 큰 것'이라 할 뿐이옵니다.”
“수보리야,
보살도 역시 이와 같으니라.
만약에 ‘내가 반드시 무수한 중생을 멸도에 이르게 하리라’하고 말한다면, 곧 보살이라 불릴 수 없느니라.
왜냐하면, 수보리야!
보살이라고 할 만한 법이 사실 없기 때문이다.
그러므로 붓다께서는 모든 법은 나라는 생각도 없고, 남이라는 생각도 없으며 중생이라는 생각도 없고 오래산다는 생각도 없다고 말씀하셨느니라.
수보리야, 만약 보살이 ‘내가 반드시 불국토를 장엄하겠다’고 말한다면, 보살이라할 수 없느니라.
왜냐하면, 여래가 말씀하신 불국토의 장엄은 곧 장엄이 아니라 다만 그 이름을 장엄이라 할 뿐이니라.
수보리야!
만약에 보살이 '무아법[모든 것에 고정 불변하는 실체가 없다고 하는 진리/모든 존재가 연기(緣起)에 의한 것일 뿐 실체가 없다고 하는 진리]'에 통달했다면, 여래는 ‘이를 진실한 보살’이라 하느니라.
18. 모든 중생과 함께 보아야 함
수보리야! 어떻게 생각하느냐?
여래에게 육안이 있느냐.”
“그렇습니다. 세존이시여. 여래에게 육안이 있사옵니다.”
수보리야! 어떻게 생각하느냐?
“여래에게 천안이 있느냐?”
“그렇습니다 세존이시여. 여래에게 천안이 있사옵니다.”
수보리야! 어떻게 생각하느냐?
여래에게 혜안이 있느냐?”
“그렇습니다 세존이시여. 여래에게 혜안이 있사옵니다.”
수보리야! 어떻게 생각하느냐?
“여래에게 법안이 있느냐?”
“그렇습니다 세존이시여. 여래에게는 법안이 있사옵니다.”
수보리야! 어떻게 생각하느냐?
그렇다면 여래에게 불안(佛眼)이 있다고 생각하느냐?”
“그렇습니다 세존이시여. 여래에게는 불안(佛眼)이 있사옵니다.”
수보리야! 어떻게 생각하느냐?
“갠지스강에 있는 모래에 대해서 붓다께서 모래라고 말씀하신 적이 있느냐?”
“그렇습니다 세존이시여. 여래께서 모래라고 말씀한 적이 있사옵니다.”
수보리야! 어떻게 생각하느냐?
만약 하나의 갠지스강 가운데 있는 그 모래수 만큼의 갠지스강이 있고 이 모든 갠지스강에 있는 모래 수만큼 이같은 불세계가 있다면, 정녕 많다 하겠느냐?”
“대단히 많사옵니다. 세존이시여.”
붓다께서 수보리에게 말씀하셨다.
“그렇게 많은 국토에 있는 중생들의 갖가지 마음을 여래는 다 알고 있느니라.
왜냐하면, 여래가 말씀하신 모든 마음은 다 마음이 아니요. 그 이름을 마음이라 할 뿐이기 때문이니라.
왜 그런가 하면, 수보리야!
과거의 마음도 얻을 수 없으며
현재의 마음도 얻을 수 없으며
미래의 마음도 얻을 수 없기 때문이니라.”
19. 법계를 두루 교화해야 함
수보리야! 어떻게 생각하느냐?
“만약 어떤 사람이 삼천대천세계에 칠보를 가득 채워 보시한다면 이 사람은 이 인연으로 받을 복이 많지 않겠느냐?”
“그렇습니다. 세존이시여!
이 사람은 이 인연으로 아주 많은 복을 받을 것이옵니다.”
“수보리야
만약에 복덕이라는 것이 실제로 있다면 여래께서는 ‘받을 복덕이 많다고 말하지 않았을 것이니라.
그러한 복덕은 없기 때문에 여래께서 받을 복덕이 많다고 말하였느니라.”
20. 물질도 떠나고 모습도 떠남
수보리야! 어떻게 생각하느냐?
'신체(色身)를 잘(원만하게) 갖추었다'고 붓다라고 볼 수 있겠느냐?
“아니옵니다 세존이시여!
'신체(色身)를 잘(원만하게) 갖추었다'고 여래라고 볼 수 없사옵니다.
왜냐하면, 여래께서 말씀하신 신체(色身)를 잘(원만하게) 갖춘다는 것은 곧 신체(色身)를 잘(원만하게) 갖춘 것이 아니고 그 이름을 '신체(色身)를 잘(원만하게) 갖춘 것'이라고 할 뿐이기 때문이옵니다.”
수보리야! 어떻게 생각하느냐?
“ '모든 형상(여래가 갖추고 있다는 32상)을 잘 갖추고 있다'고 여래라고 볼 수 있겠느냐?”
“아니옵니다 세존이시여!
'모든 형상을 잘 갖추고 있다'고 여래라고 볼 수 없사옵니다.
왜냐하면, ‘모든 형상을 잘 갖추고 있다’는 여래의 말씀은 곧 '잘 갖추고 있다'는 것이 아니고, 그 이름을 '모든 형상을 잘 갖추고 있다'라고 할 뿐이기 때문이옵니다.
21. 말하는 바를 말로 하지 않아야 함
“수보리야!
너는 여래가 ‘내가 설법한 바가 있다.'는 생각을 한다'고 하지 말아라.
그런 생각도 하지 말아야 할 까닭이 무엇이냐면, 만약 어떤 사람이 ‘여래가 설법한 바가 있다’고 한다면 그것은 곧 붓다를 비방하는 것이니 이는 내가 말한 바를 잘 이해하지 못했기 때문이니라.
수보리야! 설법이란, 말할만한 법이 없다는 것으로, 그 이름을 설법이라 할 뿐이니라.
그때 혜명 수보리가 붓다의 말씀에 따라 아뢰기를 “세존이시여 많은 중생들이 다음 세상에 있어서 말씀하신 이 법(진리)을 듣고 믿는 마음이 생기겠습니까?”
붓다께서 대답하시었다. 수보리야!
그들은 중생도 아니고 중생이 아님도 아니니라.
왜냐하면, 수보리야!
중생 중생이라 하는 것도 여래께서 말씀하시길 중생이 아니라 그 이름을 중생이라 할 뿐이니라.”
22. 얻을 수 있는 진리는 없는 것임
수보리가 붓다의 말씀에 따라 아뢰기를
“세존이시여!
붓다께서 『위 없는 바르고 완전한 깨달음(아뇩다라삼먁삼보리)』를 얻으셨다는 것은 얻으신 것이 없다는 것입니까?”
붓다께서 대답하시었다.
“그러하다, 그러하다. 수보리야
내가 『위 없는 바르고 완전한 깨달음(아뇩다라삼먁삼보리)』뿐만 아니라, 작은 법 하나도 얻은 것이 없고, 그 이름을 『위 없는 바르고 완전한 깨달음(아뇩다라삼먁삼보리)』이라 할 뿐이니라.
23. 맑은 마음으로 선을 행해야 함
“그리고 수보리야, 이 법은 평등하여 높고 낮음이 없기에, 이름하여 『위 없는 바르고 완전한 깨달음(아뇩다라삼먁삼보리)』이라 하나니 여기에는 자아도 없고, 인간도 없고, 중생도 없고, 목숨도 없느니라.
온갖 '좋은 법'을 닦으면, 곧 『위 없는 바르고 완전한 깨달음(아뇩다라삼먁삼보리)』를 얻을 것이니라.
수보리야!
이른바 '좋은 법'이라 하는 것도 여래께서 말씀하시되, 곧 '좋은 법'이 아니고, 그 이름을 '좋은 법'이라 할 뿐이니라.”
24. 복을 지혜에 견줄 수 없음
“수보리야
만일 삼천대천세계 가운데 있는 모든 수미산왕과 같은 칠보의 더미를 어떤 사람이 가져다 모두 보시하더라도 만약 다른 사람이 이 반야바라밀경 뿐만 아니라, 이 경 가운데 네 구절만이라도 배우고 수행하며, 읽고 외우고 남을 위해 설명해 준다면 앞서 말한 복덕은 백분, 백천만억분의 일에도 미치지 못할 뿐만 아니라, 나아가 어떠한 숫자의 비유로도 미치지 못할 것이니라.”
25. 교화해도 교화한 흔적이 없게 함
수보리야! 어떻게 생각하느냐? .
너희는 여래가‘내가 마땅히 중생을 제도했다’는 생각을 한다고 여기지지 말라.
수보리야, 그런 생각도 하지 말아라.
왜냐하면, 실제로 여래가 제도한 중생이 없기 때문이니라.
만약에 여래가 제도한 중생이 있다고 한다면 여래에게 곧, 자아, 인간, 중생, 목숨이 있다는 것이니라.
수보리야!
자아가 있다는 여래의 말은 곧 자아가 있다는 말이 아닌데, 다만 범부들이 자아가 있다고 하느니라.
수보리야!
범부라는 것도 여래께서 말씀하시길 곧 범부가 아니고 그 이름을 범부라 할 뿐이니라.”
26. 법신은 결코 모습이 아님
수보리야! 어떻게 생각하느냐? .
“가히 32상으로 여래를 볼 수 있겠느냐?”
수보리가 말했다. “그러합니다.
32상으로 여래를 볼 수 있습니다.
붓다께서 다시 말씀하시었다. “수보리야
만약 32상으로 여래를 본다면 전륜성왕도 곧 여래라 할 것이다”
수보리가 붓다의 말씀에 따라 아뢰기를 “세존이시여, 제가 부처님께서 말씀하신 뜻을 이해하기로는 32상으로는 여래를 볼 수 없다고 알고 있습니다.”
그러자 이때 세존께서 게송으로 말씀하시었다.
“만약 '물질적 형상(色)'을 통해 나를 보거나
음성을 통해 나를 찾는다면
이 사람은 그릇된 길을 가는 것이니
여래를 능히 보지 못하리라.”
27. 끊음도 없고 멸함도 없어야 함
“수보리야!
네가 만약 ‘여래가 형상을 잘 갖추었기 때문에 『위 없는 바르고 완전한 깨달음(아뇩다라삼먁삼보리)』을 얻었다’ 고 생각한다면,
수보리야, 그런 생각하지 마라.
‘여래는 형상을 잘 갖추고 있기 때문에 『위 없는 바르고 완전한 깨달음(아뇩다라삼먁삼보리)』을 얻은 것이 아니니라’.
수보리야!
네가 만약, 『위 없는 바르고 완전한 깨달음(아뇩다라삼먁삼보리)』의 마음을 낸 자는 모든 현상이 끊어져 없어짐을 말했다고 생각한다면, 그런 생각하지 마라.
왜냐하면, 『위 없는 바르고 완전한 깨달음(아뇩다라삼먁삼보리)』의 마음을 낸 자는 법에 대해 형상을 끊어 없애는 것으로 설하지 않았기 때문이니라.
28. 복덕을 돌려받지도 탐하지도 않아야 함
“수보리야!
만약에 어떤 보살이 갠지스강에 가득한 모래알만큼 많은 세계에 칠보를 가득 채워, 보시하더라도 다른 어떤 사람이 모든 현상에는 불변하는 실체가 없다는 것을 깨달아 "온갖 욕됨을 참고 '피안에 이름[도피안(到彼岸)]'=인욕바라밀"을 성취한다면 이 보살이 전 보살보다 얻은 공덕이 더 수승(殊勝) 할 것이니라.
왜냐하면, 수보리야! 모든 보살들은 복덕을 누리지 않기 때문이니라.”
수보리가 다시 붓다의 말씀에 따라 아뢰기를
“세존이시여 어찌하여 보살들은 복덕을 누리지 않습니까?”
“수보리야!
보살은 지은 복덕에 탐내거나 집착하지 않기 때문에 복덕을 누리지 않는다고 말하는 것이니라.”
29. 여래의 몸가짐은 평안해야 함
“수보리야! 만약 어떤 사람이 말하기를 ‘여래가 오는 것 같기도 하고, 가는 것 같기도 하며, 앉아 있는 것 같기도 하고, 누워 있는 것 같기도 하다고 한다면 이 사람은 내 말 뜻을 이해하지 못한 것이니라.
왜냐하면, 여래란?
어디서 온 바도 없으며, 또한 어디로 가는 바도 없으므로여래라 일컫는 것이니라.”
30. 하나로 이치에 합치 되어야 함
‘수보리야!
만약 선남자․선여인이 삼천대천세계를 부수어 작은 티끌로 만든다면 어떻게 생각하느냐?
그 작은 티끌들이 정녕 많겠느냐?”
수보리가 대답하기를 “매우 많습니다. 세존이시여!
왜냐하면, 만약 그 작은 티끌들이 실제로 있다면 붓다께서는 그것을 작은 티끌들이라고 말씀하시지 않으셨을 것이기 때문이옵니다.
왜그런가 하면, 붓다께서 말씀하신 작은 티끌들은 곧 티끌들이 아니고그 이름을 티끌들이라 할 뿐이옵니다.
세존이시여! 여래께서 말씀하신 삼천대천세계도 곧, 세계가 아니고 그 이름을 세계라고 할 뿐이옵니다.
왜냐하면, 세계가 정말 있는 것이라면 이는 곧 '(微塵들이)하나로 합쳐진 모습'일텐데, 여래가 말씀하신 '하나로 합쳐진 모습'은 곧 '하나로 합쳐진 모습'이 아니라 다만 그 이름을 '하나로 합쳐진 모습'이라 할 뿐이옵니다.”
“수보리야! '하나로 합쳐진 모습'이란 말로는 할 수 없는 것인데 다만 범부들이 그것( '하나로 합쳐진 모습')을 탐내고 집착하느니라.”
31. 알음알이를 드러내지 말아야 함
“수보리야!
만약 어떤 사람이 붓다께서, 『자아라는 견해, 인간이라는 견해, 중생이라는 견해, 목숨이라는 견해』를 말씀하셨다고 한다면, 수보리야! 어떻게 생각하느냐?
이 사람은 내 말 뜻을 이해했느냐?”
“아닙니다. 세존이시여!
그 사람은 여래께서 말씀하신 뜻을 이해하지 못했사옵니다.
왜냐하면, 세존께서 말씀하신 『자아라는 견해, 인간이라는 견해, 중생이라는 견해, 목숨이라는 견해』는 곧 『자아라는 견해, 인간이라는 견해, 중생이라는 견해, 목숨이라는 견해』가 아니라 그 이름을 『자아라는 견해, 인간이라는 견해, 중생이라는 견해, 목숨이라는 견해』라 할 뿐이기 때문이옵니다.”
“수보리야!
『위 없는 바르고 완전한 깨달음(아뇩다라삼먁삼보리)』의 마음을 낸 사람은 모든 법에 대해서 마땅히 이와 같이 알고 이렇게 보고, 이렇게 믿고, 깨닫되 '법이라는 생각(관념)'을 내지 말아야 하느니라.
수보리야!
여기서 말하는 '법이라는 생각'이란 것은 여래가 말한 '법이라는 생각'이 아니며, 그 이름을 '법이라는 생각'이라 할 뿐이니라.”
32. 조건 따라 나타난 것은 결코 참이 아님
“수보리야!
만약 어떤 사람이 무량 아승지 세계에 가득한 칠보로 보시하더라도, 만약에 선남자와 선여인이 보살심(깨달음의 마음)을 내어 이 경을 수행(修行~부처의 가르침을 실천하고 불도를 닦는 데 힘씀.)할 뿐만이 아니라, 이 경 가운데 사구게만이라도 배우고 수행하며, 읽고 외우고 남에게 설명해 준다면, 그 복이 저 복덕(칠보로 보시한 복덕)보다 더 수승(殊勝) 할 것이니라.
남들을 위해 어떻게 가르쳐 줄 것인가 하는 생각(관념)에 집착하지 말고[가르쳐 주되, 가르쳐 준다는 생각을 갖지 말라는 뜻이다.], 한결같아 흔들리지 않아야 하느니라.”
왜냐하면, “모든 유위법(모든 현상/현상계)은 꿈.허깨비.물거품.그림자와 같고 이슬 같고 또한 번갯불 같은 것이니 마땅히 이와 같이 볼지니라.”
붓다께서 이 경을 다 말씀하시자 장로 수보리를 비롯하여 모든 비구.비구니 우바새·우바이 그리고 온 세상의 천신.인간.아수라들이 붓다의 말씀을 듣고 모두 크게 기뻐하고 즐거워하며 이를 받들어 믿고 행하였느니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