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개방형 자율학교
고교평준화체제의 획일적인 고등학교 모습과 학교 선택권이 없는 고교진학에대한 학생과 학부모의 불만은 외고나 과학고인 특수목적고등학교 입학에 관심을갖게 되는 결정적인 원인이 되었다. 특히 서울의 경우는 외고와 과학고를 포함하여 특목고가 18개가 있는데, 이와 같이 몇 개 안되는 특목고에 합격하기 위하여학부모들은 초등학교 때부터 자녀의 수학, 영어교과의 성적 향상과 각종 인증시험이나 경시대회 준비를 위하여 엄청난 사교육비를 지출한다. 설상가상으로 특목고에 진학하였어도 학생이 선택한 학과의 공부보다는 소위 명문대 진학을 위한 대학입시 준비에 몰두하게 되면서 사교육비 지출은 더욱 증가하게 된다.
교원단체나 학부모단체는 이러한 특목고의 문제점을 지적하면서 돈이 많아야다닐 수 있는 특권층학교라는 의미로 귀족학교라는 용어를 사용하면서 끊임없는비판을 제기하고 문제 해결을 요구하였다.
정부는 평준화체제의 획일적이고 규격화된 일반계 고등학교의 학교경영을 개선하고, 설립 취지와는 달리 편법으로 운영되는 특수목적고등학교에 대한 문제점을근본적으로 해결하기 위하여 학교 다양화 및 특성화 정책을 강화하고, 학생과 학부모에게 학교 선택의 길을 열어주는 전형제도를 적극 도입하고 있다.
정부의 학교 다양화 정책으로 전국적으로 자율형 사립고, 자율형 공립고, 마이스터교, 기숙형 공립고, 전문계 특성화고와 사교육없는학교, 수학과학중점학교, 전원학교 등의 자율학교가 다양하게 지정·운영되고 있다. 정부의 고교다양화 300프로젝트에는 당초 자율형 공립학교는 없었다. 그러나 2002년부터 시범 운영한 자립형 사립학고와 2009년부터 운영하는 자율형 사립학교만을 지원한다면 상대적으로
공립학교는 위축되고 사립학교와 공립학교의 교육격차도 심화될 수 있으므로,2009년에 지역을 안배하여 자율형 공립학교를 지정하게 되었다.
전국적으로 시범 운영하였던 개방형자율학교는 공립학교이므로 2010년에 자율형 공립학교로 자동 전환되었다.
나. 개방형 자율학교의 개념
개방형 자율학교란 혁신 의지가 강한 운영주체에게 학교운영권을 위탁하고 대폭적인 자율권과 책무성을 부여함으로써 교육과정 운영 및 교수․학습 방법 등을 혁신적으로 운영하는 학교라 정의할 수 있다.개방형 자율학교는 일반계 고등학교와 달리 학교운영 측면에서 크게 2가지 특징을 갖고 있다. 하나는 운영 주체가 일반학교와 다르다. 일반학교는 설립자와 운영권자가 국가,교육청, 사학법인으로 동일한데, 개방형 자율학교는 설립자와 운영자를 분리하여 운영주체를 다양화하였고 공모교장 등에 의해 학교 운영을 위탁한다.
다른 하나는 자율성이 일반 학교에 비해서 많이 주어진다. 우선 학생모집에서는개방형 자율학교의 취지를 살리기 위해 평준화 지역에서는 평준화 원칙을 유지하지만, 교원인사에서 교원 자격제를 탄력적으로 적용하고 단위학교 인사권을 확대하여공모(초빙)에 의해 우수교원을 임용한다. 또한 교육과정 운영의 자율성도 확보되어국민공통기본교육과정 이외의 교육과정 운영에 학교의 자율성이 커지고 무학년제의운영도 가능하다. 그러나 자율성이 주어지는 만큼 책무성도 강조되어야 하므로 협약이행 여부를 중심으로 평가를 받게 된다. 아울러 지역사회와의 협조체제를 강화한것도 개방형 자율학교의 큰 특징이라 할 수 있다.
국․공립학교의 운영을 민간단체, 대학, 공모교장 등에게 개방하여 기존 학교교육의 문제를 극복할 수 있는 혁신의지와 경험을 갖춘 운영주체를 선정하고, 협약을 통해 일정 기간 동안 학교 운영을 위탁하는 개방형 자율학교는 미국의 차터스쿨(Charter School), 최근 영국의 학교교육 개혁 모델로 주목받고 있는 교과 특성화 학교(Specialist School), 학교경영 주체를 개방한 스웨덴 자율학교 등 주요 나라들의 중등교육 혁신의 방향과 학교 운영을 개방하고 다양화한다는 점에서 맥을같이 한다고 할 수 있다.
2007년 서울의 원묵고등학교, 충북 청원고등학교, 전북 정읍고등학교, 부산의 부산남고등학교 등 4개교가 개방형 자율학교 시범학교로 지정되었고, 2008년 서울 구현고등학교, 부산 경남여자고등학교, 전북 군산고등학교, 인천 신현고등학교 와부고등학교, 마산 창신고등학교 등 6개 학교가 추가로 지정되었다.
다. 개방형 자율학교의 교육과정 편성․운영
개방형 자율학교는 교육과정 편성․운영과 교수․학습 실제에 있어 일반 고등학교와 차별성을 보인다. 정부의 개방형 자율학교 시범운영 계획에 의하면, 개방형 자율학교는 첫째, 지식의 단순 암기, 주입식 교육을 벗어나 전인교육을 조화롭게 실현할 수있도록 교육방법과 교육과정 운영을 혁신하고, 둘째, 생생한 지식 생성의 경험을 체득 수 있는 문제해결학습, 탐구학습, 토론식 수업 등의 교육방법을 적극 도입하고, 셋째, 신체적․정서적․지적․봉사적 측면의 균형 있는 자기계발을 통하여 보다 성숙한인간으로 성장시키는 전인교육을 지향하고, 넷째, 리더십과 열정을 가진 학교장을 중심으로 학교 구성원, 학부모, 지역사회가 지역 내 교육력을 결집하는 지역사회 중심학교로 육성하고, 다섯째, 학교 구성원이 합심하여 교육력을 획기적으로 높인 개방형자율학교의 성공사례를 일반학교로 확산시켜 교육 혁신의 기제로 활용하여, 공교육내실화 및 국민의 학교교육에 대한 신뢰를 회복하는 것을 주요 목적으로 하였다.1)
학교 교육과정은 국민공통기본교육과정 이외는 자율적으로 편성·운영할 수 있다.즉 고교 1학년의 경우, 국민공통기본교과의 총 이수단위(54단위) 범위 내에서 교과별 이수 시간(단위)에 대한 자율권이 부여된다. 2, 3학년의 경우 학생의 선택권을 최대한 반영할 수 있는 맞춤식 교육과정의 편성·운영과 학교의 특성에 따라 필요한 경우에는 무학년제로 운영할 수 있다. 수업일수는 자율학교는 220일중 10% 감축 가능함으로 198일 이상이면 된다.
2009년 원묵고등학교의 경우 학생 설문조사 결과 96%가 4년제 대학이나 전문대에 진학하기를 희망해 인문과정의 경우 수학Ⅰ, 영어Ⅰ을 각각 2단위 증배하여 10단위로 편성하였고, 영어회화, 영어권 문화를 학교지정과목으로 하여 글로벌 시대에
대비하도록 하였다. 자연과정의 경우, 대학 진학과 관련 기초 학력 신장을 위해 도움이 필요한 교과에 대한 설문을 한 결과 수학교과에 대한 선호도가 높아 수학Ⅱ를4단위 증배하여 12단위로 편성, 미분과 적분, 확률과 통계를 각각 2단위 증배하여 6단위로 편성하고 과학은 물리․화학․생물․지구과학 Ⅰ, Ⅱ외 실험 중 2개 과목을선택 이수토록 하여 교육과정의 특성화를 도모하고 있다.
또한 창의적 재량활동의 경우에도 일반 고등학교와는 달리 전 학년에 걸쳐 편성․운영하고 있다. ‘1인 1기’의 경우 1학년에 편성하여 가야금을 통해 음악을 즐기면서 인성을 함양할 수 있도록 하고 있으며, 2학년과 3학년 과정에는 ‘주제 탐구’ 수업을 통해 학생들 스스로 연구 과제를 선정하고 그 성과물을 만들어 가는 수업을 통해 집중력과 성취감을 고취시키는 데 노력하고 있다.
라. 개방형 자율학교의 인사 및 학생 선발
개방형 자율학교의 교육환경 중 일반학교와 다른 점은 교원들의 인적 자원과전문성 신장 노력이라고 할 수 있다. 공모를 통해 선발된 교장을 비롯하여 개방형자율학교의 취지에 공감하는 교사들을 초빙하여 교직원을 구성하였기 때문이다.
교사들은 교과별로 연간 강의계획서를 작성해 학교 홈페이지에 올려 학생, 학부모에게 공개하고, 학교단위 수업방법개선팀 운영과 교육목표․내용․방법․평가의일관성 있는 교수․학습이 전개될 수 있도록 교과별 지도 계획을 공동으로 연구하고 실제 수업에 적용할 수 있도록 교과협의회를 운영하는 등 교과지도의 질을높이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
이와 더불어 교사의 전문성 신장을 위해 교원 희망을 고려한 맞춤식 연수와 명사 초청 특강을 개최하는 한편 1교사 1연구 활동을 지원하고, 미국과 유럽 등 해외 선진학교 탐방을 위한 해외연수를 실시하고 있다. 이처럼 개방형 자율학교는교원의 전문성 향상을 위해 체험이나 실무 위주 과정을 포함한 연수 프로그램을개발․운영하고, 교육환경 개선 노력 및 사교육비 부담을 줄일 수 있는 '저비용-고품질' 교육기회를 제공하고 있다.
개방형 자율학교는 고교 평준화 정책을 유지하면서도 지역사회의 '우수 학교'에대한 수요를 '교육적'으로 수용할 수 있도록 방침을 정하고 있다. 학생 모집 방법의 경우, 평준화 지역에서는 현행 학군 내에서의 '선 지원 후 배정'을 원칙으로 하였으며, 비평준화 지역은 모집 지역을 광역자치단체 내로 하고, 협약에 따라 내신,면접, 학교장 추천 등 필기고사를 제외한 다양한 방법에 의해 선발한다.
개방형 자율학교에 지원할 때 일반계 고교에도 동시 지원이 가능하여, 추첨에서탈락한 학생은 자동적으로 자신이 사는 학군의 다른 일반계 고교배정 대상자가된다. 결원발생 시 해당 지역 학생의 전학도 가능하다.
마. 개방형 자율학교의 학교 문화
개방형 자율학교는 학급당 학생수가 30명 정도로 교장을 비롯하여 교사들이 전교생을 파악하고 있으며, 명찰 패용을 상시화하여 교원들이 학생의 이름을 불러줌으로써 학생과 교사 간 거리감을 줄이고, 학생들의 학교에 대한 소속감을 강화하는 기능을 하고 있다. 또한 전인교육 실현을 위해 인성교육프로그램, 자체 교재개발 등 혁신적 프로그램을 지자체로부터 재정지원을 받아 운영하고 있다.
또한, 리더십․독서․무용단․과학기술 등 다양한 분야의 외부 강사의 교양 강좌를 통해 균형 있는 감각과 정서를 함양할 수 있는 기회를 갖고 있다. 그 밖에 학교구성원 모두가 참여하는 축제와 학생생활평가제를 통한 텃밭 가꾸기, 토요학교 운영을 통한 체험 학습 등 다양한 프로그램을 운영하고 있다.
이를 바탕으로 ‘인성교육이 성공하면 학력은 저절로 향상된다.’는 기치 아래 개방형 자율학교는 교원의 자발적인 참여를 유도하고 개별 학생의 특성에 맞는 다양화·특성화된 교육과정을 운영할 수 있도록 대폭적인 자율성을 갖고 교육활동에 임하고있다.
바. 지역 자치단체와의 관계
개방형 자율학교의 수업료는 공립학교 수준으로 유지하면서 학부모 부담을 제외한 운영비는 시·도교육청, 지자체 등이 지원한다. 그러므로 학비에 대한 부담은특목고나 자립형 사립고에 비해 훨씬 적다고 볼 수 있다. 개방형 자율학교에 대한교육과학기술부의 재정지원은 시범기간 동안 연간 1억원이며, 지자체의 지원은 개방형 자율학교마다 지원규모나 방법에 있어 다소 차이가 있다. 또한 농·어촌, 교
육복지투자우선지역 등 교육여건이 열악한 지역의 학교는 별도 지원을 받고 있다.개방형 자율학교의 경우 지역사회 학교라는 이미지가 강하기 때문에 지역주민이나 자치단체의 관심이 높다. 학교교육과정 운영에 있어서도 체험 위주의 프로그램이 일반학교에 비해 많기 때문에 지역사회의 청소년 수련관이나 지역인사들의도움을 받을 일이 많아 지역협의체나 학교발전위원회를 구성하여 운영하고 있다.
사. 자율형 공립고로의 전환자율형 공립학교는 국․공립학교 중에서 학교헌장 인가기관으로부터 협약을 통하여 자율적 학교운영을 보장받은 학교로 이해할 수 있다. 현재 공립학교들이 획일적인 규제와 통제에 묶여서 급격히 다양화되는 교육수요에 부응하지 못하고 있으며,
기존의 특수목적고, 자립형 사립고, 자율학교 등이 여전히 교육청의 관리․감독으로인해 자율성을 발휘하지 못하고 있음을 지적하면서, 정부의 일률적 규제를 완화하여학교운영의 자율성을 보장하는 새로운 형태의 자율형 공립학교 도입의 필요성이 제기되고 있다.
자율형 공립학교는 공공의 재원을 지원받아 독립적으로 운영하는 학교로서 교육과정, 교원임용, 학교운영 등에 대한 일률적 규제와 지도․감독을 대폭 혹은 포괄적으로 면제해 주는 한편, 학생과 학부모의 선택에 의하여 평가를 받고 아울러 4년 이하의 주기적 평가를 통하여 재정 지원의 지속 여부를 결정하는 학교라고 할 수 있- 다. 학교의 경영권은 다양한 법인이나 단체에 위탁할 수 있도록 하고, 경영인가권
또한 국가 행정기관의 장, 일반자치단체장 등으로 다양화할 것을 제안하고 있다. 학교를 운영하고자 하는 자가 지역 자치단체장이나 시․도교육감 또는 국가행정기관의 장으로부터 학교운영허가권과 재정지원을 받고, 학교헌장을 작성하여 학교운영위원회 등의 동의를 얻어 헌장인가기관과 협약을 체결하도록 하고 있다. 2)이와 같은 자율형 공립고의 특징은 개방형 자율학교와 크게 다르지 않기 때문에 기존의 개방형 자율학교는 2010년 2월 자율형 공립고로 자동 전환되었고, 당곡고, 도봉고, 등촌고, 성동고, 수락고 등의 일반계 고등학교가 새로 지정되어 확대실시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