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든 삼진은 홈런으로 가는 길이다
최희 마리나 | 아나운서
서울주보 제2177호 2018년 6월 3일(나해)
야구(baseball), (출처 : 다음백과)
‘아이 러브 베이스볼’이라는 프로야구 하이라이트 프로그램을 처음 진행한 이후 어느덧 아홉 해가 흘렀습니다.
야구를 좋아하는 저에게 사람들은 야구의 매력이 뭐냐고 묻습니다. 37년의 역사를 자랑하는 국민 스포츠 야구는 저마다 사랑받는 이유가 다르겠지만 저는 야구에서 인생을 배울 수 있어서 야구를 더욱 좋아합니다.
야구는 성공보다 실 패가 더 많은 스포츠입니다. 통상 훌륭한 타자로 여겨지는 3할 타자는 10번의 기회 중 3번은 성공했고, 7번은 실패했다는 것인데 이것만 보아도 야구 선수들이 얼마나 많은 실패를 경험하는지 보여줍니다.
저 역시 매일 밤 생방송을 진행하면서 저만의 타석에 섭니다. 어떤 날은 만족스러운 방송을 하기도 하고 어떤 날은 욕심만큼 잘 되지 않아서 속상 하기도 합니다. 야구에서처럼 저도 만족스러운 날보다 그렇지 않은 날이 훨씬 더 많은 것 같습니다.
과거엔 크고 작은 실패 앞에서 쉽게 절망하고 저 자신을 미워하기도 했습니다. 지나고 나면 별거 아닐 수 있는 일이지만 저의 실수 앞에서 저는 스스로를 혹독하게 몰아세우곤 했습니다. 그래도 어찌하여 아홉 번째 해를 맞이하게 되었고 돌이켜보 니 마음에 느껴지는 것이 있습니다.
매일 반복되는 성공과 실패 속에 흔들리며 배우게 된 것은 ‘실패를 하지 않는 법’이 ‘실패할 수 있다는 것을 받아들이는 법’이라는 것입니다. ‘3할 타자만 돼도 잘한 거야’라는 생각을 하니 실수 없이 완벽해야 한다는 부담감에서 벗어날 수 있었고 실패에도 너무 깊이 상심하거나 저 스스로를 무너뜨리지 않을 수 있었습니다. ‘그동안 완벽하기를 바랐던 것이 어쩌면 나의 오만 이 아니었을까’하는 생각도 들었습니다. 인간은 하느님이 아니니까요.
완벽하지 않음을 인정하는 것, 실패할 수도 있다는 것을 받아들이는 것. 이러한 마음은 저를 자유롭게 했습니다. 완벽할 순 없지만 최선을 다할 수는 있고, 늘 성공할 순 없지만 그래도 성공적일 수는 있는 거니까요.
미국 메이저리그의 전설적인 타자 베이브루스는 선수 생활 동안 714개의 홈런을 치며 12번의 홈런왕이 되었습니 다. 어떻게 그가 그렇게 많은 홈런을 기록할 수 있었냐 묻자 그는 “내가 714개의 홈런을 칠 수 있었던 이유는 1330 개의 삼진아웃을 당했기 때문입니다”라고 대답했습니다. 실제로 그는 12번의 홈런왕이면서 5번의 삼진왕이기도 했습니다. ‘모든 삼진은 홈런으로 가는 길이다’라는 그의 말은 숱한 실패의 흔적입니다.
“여러분의 시련을 훈육으로 여겨 견디어 내십시오. 모든 훈육이 당장은 기쁨이 아니라 슬픔으로 여겨집니다. 그러나 나중에는 그것으로 훈련된 이들에게 평화와 의로움의 열매를 가져다줍니다.”(히브 12,7.11) 이러한 말처럼 우리가 맞는 시련은 하느님께서 주시는 훈육이자 결국은 축복일지도 모릅니다.
앞으로도 많은 실패를 경험하게 되겠지만, 그 안에 숨겨진 주님의 뜻을 기억한다면 우리는 더 큰 성공을 기쁨으로 맞이하게 될 것입 니다.
http://cc.catholic.or.kr/txt/02/seoul_jubo.asp