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맵돈>
매운 돼지갈비, 신선하고 탱탱한 고기 식감이 아주 좋다. 맵고 달고 짠 맛은 어쩔 수 없는 모양이다. 고기 질이 진한 양념 맛을 넘어선다.
1. 식당얼개
상호 : 맵돈
주소 : 경기도 안산시 단원구 고잔동 540-5
전화 : 031) 482-9987
주메뉴 : 돼지갈비, 소갈비, 닭갈비
2. 주문
먹은 음식 : 돼지갈비찜(1인 11,000원)
먹은 날 : 2019.10.24.점심
가격 : 돼지갈비찜 11,000원 소갈비찜 16,000원, 치즈갈비찜 16,000원, 닭발 16,000원
3. 맛보기
음식맛도 좋지만 분위기가 흥미롭다. 음식은 죄다 맵고 자극적인 것, 거기다 음식점이라기보다 술집다운 분위기다. 선술집이라기는 그렇고 지나게 소주 한잔 기울이며 먹기 딱 맞는 분위기, 그래서인지 미성년자 술 주문 금지 문구를 재미있게 써 놓았다.
돼지갈비찜의 상차림은 매우 간단하다. 갈비찜에 반찬은 네 가지, 김치전, 파김치, 무초절이, 양배추샐러드가 전부다. 음식은 모두 거칠기 그지없다. 갈비찜은 양푼에 담겨 가스불 크게 펴서 지글지글 끓인다. 양푼은 얇아서 탄 자국이 가득하고 지금 끓이는 순간에도 가장자리 흘러내린 국물이 지글거리며 타고 있다. 훈장처럼 또 하나의 검은 자국이 자랑인 양 상흔으로 남는 중이다.
푸르게 날름거리며 타오르는 가스불에 진한 양념이 된 갈비가 바쁘게 익어간다. 갈비찜이 익을 때까지 기다리기 지루하여 식탁에 오른 찬으로 눈을 돌리면 먼저 김치전이 만만하게 손이 간다.
그러고 보니 맵기 그지없는 갈비에 매운 파김치에 매운 김치전이다. 온통 맵고 강한 음식, 이 밥상은 남자, 그것도 젊은 남자들에게 어울리는 밥상이다. 갈비에는 고추도 들어 있다. 지글지글 타오르는 가스불에다 갈비찜 담긴 거친 양은 양푼, 죄다 젊고 강한 남자와 잘 어울리는 이미지다.
술안주용, 젊은 남자용, 저녁식사용 밥상, 소주 한잔 하지 않을 수 없는 밥상이다. 아이들도 가짜 신분증으로까지 술을 시키고 남자다움 과시하는 호기를 부리고 싶을 만도 하다. 그렇다면 어른들은 이런 음식 먹으면 젊어지는 거 아닌가고 기대하지 않을까. 어이, 여기 소주 한 병, 나도 한번 호기롭게 시키고 싶으나 점심인 데다 가져온 차가 걱정이다.
식사인지, 안주인지 경계가 모호하지만, 아이들에게는 어른 흉내, 어른들에게는 젊은이 흉내 내고 싶어지는 음식이다. 담에는 차 없이 와서 소주 한잔 제대로 하며 식당 분위기에 제대로 젖어보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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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치전은 기름이 많고 식어버린 것이 아쉽지만 고소한 맛은 그대다. 김치도 많이 들어 있지 않아 어쩌다 씹히는 익은 배추김치 조각이 변별되며 맛있다. 양이 적은가, 살짝 아쉬워 더 달랄까, 하다가 갈비로 손을 옮긴다.
고기는 금방 익지만 갈비는 아직이다. 충분히 다 익을 때까지는 너무 멀어 어지간한 정도에서 불을 끄고 먹기 시작한다.


고맙게도 파김치는 생것이다. 고기를 싸먹기에 적격이다. 파채가 따로 나오지 않으니 파김치로 대신한다. 양념이 진하고 그 자체로만도 밥하고 먹기 좋다.

살코기를 잘라 담다 보니 떡볶이도 들어있다. 몇 점 안 되는 떡볶이가 보기도 맛도 좋다. 갈비국물맛이 배인 데다 쫄깃거리는 맛이 괜찮다.


밥은 금방 퍼내온 것이다. 밥알이 탱글거리고 살아 있고, 쫀쫀한 맛이 그만이다. 간단한 밥상에 밥이 안 좋으면 불만이 생기기 쉽다. 한톨 한톨 모양도 맛도 살아 있다. 갈비국물에 비벼도 그만이다.
아무리 그래도 아쉬운 것은 양념 맛이 너무 강한 것, 특히 단 맛은 좀 줄여도 될 거 같다. 갈비가 싱싱해서 찜으로도 생고기를 그대로 줘서 신뢰가 가지만 갈비를 익히는 데는 아무래도 시간이 필요하다. 그러는 새에 양념은 더 진해져서 짜고 맵고 달고만 남을 거 같아 걱정이 된다.




이 거리는 그야말로 이 음식점과 어울리는 거리다. 생활이, 그것도 정열이 담긴 생활이 그대로 담긴 거리다. 한국의 거리는 중국의 거리와 특히 대조적인데, 중국 거리는 크고 높게 덩치 큰 건물들의 배열로 거리가 이루어진다. 우리는 거리도 빌딩도 빼곡하게 상가다. 상가에 들어서면 차는 번거로워지고 걸어서 어디든 이동할 수 있다. 중국-미국-유럽-한국 순으로 건물과 거리가 상가로 생활로 한 점 공간없이 빽빽하게 들어찬다.
그렇게 들어찬 생활 냄새는 이곳과 유사한 곳이 여러곳 있다. 분당, 강남역, 홍대앞, 건대앞 등등, 그러나 이 모든 곳이 안산 이 '안산전골목'을 당해낼 거 같지 않다. 건물 안팎으로 빽빽한 간판과 상점, 그리고 그 미로 안을 요리조리 길을 잃지 않고 빠져나가는 손님들, 젊은이들, 와, 굉장한 거리다. 기네스북에 이런 항목은 없나.
추상이 아닌 생활, 생활고와 낭만과 젊음과 비전을 다 담은 거리, 그 속에서 술안주 삼는 돼지갈비찜에 진한 정담이 무르익어간다. 얼핏 단원 김홍도를 배출한 그 때 그거리도 이런 거리이지 않았을까 하는 생각도 해본다. 그때 그린 <균아아집도>도 이런 분위기에서 나오지 않았을까.
문인화가 표암 강세황에게 배웠지만 청출어람, 인간과 생활과 진경으로 누구나를 넘어선 단원 김홍도를 떠 올리며 이 거리의 맛을 다시 음미해 본다.






마침 지금 단원김홍도 진품전이 단원미술관에서 열리고 있다. 모두 성호기념관 소장본이라 아쉽지만 그래도 이곳 단원과 인연 있는 땅에서 진품을 만날 수 있다. 미술관까지는 1.3키로다. 서두르면 걸어가기도 할 만한 거리다.
첫댓글 장년층 일본사람들이 한국드라마를 볼 때 놀라는 것이 냄비뚜껑에 라면 덜어먹는 것과 찌그러진 양은냄비에 갈비나 음식먹는 것이라고 합니다. 양은냄비를 보고선 자기들이 모르는 신분제도가 있다고 생각까지 했다고 합니다. 냄비뚜껑라면은 시도해보니 맛은 있다고 인정하는 반면, 양은냄비음식은 도저히 못먹겠다고들~ 양은냄비 돼지갈비찜을 보면 정겨운 건 한국사람들만 느끼는 정서일수도 있겠다싶습니다.
뚝배기보다 장맛이라 해도 보기 좋은 떡이 먹기도 좋은 법이기도 합니다. 보기 좋은 떡은 꼭 화려하고 우아한 것만 말하는 것 같지는 않아요. 분위기 적절하게 내는 차림새, 식기류면 보기 좋은 떡이 되는 거 같아요. 저도 사실 오래 끓여야 되는 갈비에 양은양푼이라 좀 놀랐어요. 젊은이들의 문화와 추억 마케팅이 오히려 실용을 넘어서는 양푼갈비를 만들어낸 거 같아요. 이런 음식문화의 융통성은 한국 식문화의 특성이지요. 이 점에서 고정적인 것을 좋아하는 일본 식문화와는 차이가 있는 거 같아요. 일본 사람들이 일본 음식을 이렇게 즐기기는 쉽지 않겠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