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9. 등반할 때 의사소통은 어떻게 하나
등반이 시작되면 루트를 따라 한 사람씩 올라가게 된다. 등반이 진행됨에 따라 거리가 점점 멀어지고 대화하기 어렵다. 큰 소리로 이야기해도 잘 들리지 않는다. 서로 무엇을 어떻게 하고 있는지 정확히 알 수 없다.
선등자가 등반을 마치고 후등자가 출발할 때쯤이면 선등자는 위에서 후등자 확보 준비를 하고 출발을 기다리고 있다. 서로 보이지 않을 수도 있다. 소리가 들리지 않을 수도 있다. 그러면 확보자는 선등자가 등반을 끝냈는지, 언제 확보를 해제해야 하는지 알 수 없다. 후등자는 언제 출발해야 하는지 알 수 없다.
등반할 때 어떤 경우라도 의사소통이 원활하지 않으면 안 된다. 의사소통이 안 되면 각자 자신의 자리에서 역할을 제때 제대로 할 수 없다. 특히 우리 친구들은 꼭 필요한 설명이나 지시를 받을 수도 없다. 그러면 등반을 계속할 수 없다. 큰 위험에 빠질 수도 있다.
등반자들 사이에 명확한 의사소통을 위해 약속된 몇 가지 공통의 신호가 있다. 우리 친구들은 이 등반 신호를 잘 익히고 정확히 사용할 수 있어야 한다. 필요할 때 큰 소리로 분명하게 소리치고 서로 복창을 하여 확인하는 것이 습관이 되어야 한다. 그러면 등반할 때 자주 사용하는 몇 가지 신호를 알아보자. 또 어떤 상황에서 누가 신호를 보내는지 알아보자.
확보 준비 완료 !
확보자(빌레이어)가 등반자에게 확보 준비가 되었다는 것을 알리는 신호이다. 등반을 시작할 때 확보자가 선등자에게, 후등자 확보 준비를 마친 위의 확보자가 아래의 후등자에게 큰 소리로 외친다. ‘확보 준비 끝’, ‘빌레이 준비 완료’, ‘빌레이 준비 끝’이라고 하기도 한다.
출발 준비 완료 !
등반자가 자신의 확보자에게 등반을 시작할 준비가 되었음을 알리는 신호이다. 등반자가 확보자에게 언제든지 출발할 수 있다고 알리고 출발해도 좋은지 확인할 때 사용한다. ‘출발 준비 끝’이라고 하기도 한다.
대기 !
확보자가 등반자에게 아직 확보 준비가 되지 않았으니 출발해서는 안 된다고 알리거나, 등반자가 확보자에게 아직 출발 준비가 되지 않았다고 알리는 신호이다. 이런 경우 등반 준비가 완료되었더라도 출발하면 안 된다. 출발준비 완료 신호가 있을 때까지 기다려야 한다. 만약 이를 무시하고 등반을 하다가 추락하면 매우 위험하다. ‘기다려’라고 하기도 한다.
출발 !
확보자가 등반자에게 확보가 되었으니 출발해도 좋다고 알리는 신호이다. 등반자는 ‘출발’이라고 복창을 하여 확보자에게 등반을 시작한다는 것을 알리고 등반을 시작한다.
줄 당겨 !
등반 도중에 로프가 너무 늘어져 있으면 안 된다. 추락할 경우 추락거리는 로프가 늘어진 만큼 더 커지게 되므로 위험하다. 등반자는 되도록 로프가 늘어지지 않았는지 자주 확인하면서 등반한다. 로프가 너무 늘어질 때 확보자에게 이를 알리기 위한 신호이다. 확보자는 이 신호를 들으면 복창을 하여 알아들었음을 확인시키고 로프가 늘어지지 않도록 당겨 주어야 한다. 실제 등반에서 흔히 ‘자일 업’, ‘줄 먹어’ 라고 하기도 한다.
줄 늦춰 !
등반 도중 로프가 너무 팽팽히 당겨져 있으면 등반하기 매우 어렵고 위험하다. 로프가 너무 팽팽하면 좌우로 이동하거나 홀드를 잡기 어렵다. 또 확보물에서 로프를 빼기 어렵다. 몸이 끌려 균형을 잃을 수 있고 추락할 수도 있다. 이럴 경우 등반자가 확보자에게 로프를 느슨하게 늦추어 달라고 할 때 사용하는 신호이다. 확보자는 복창을 하여 알아들었음을 알리고 천천히 로프를 늦추어 주어야 한다. 팽팽한 로프를 갑자기 풀면 등반자가 균형을 잃을 수도 있다. 실제 등반에서 ‘줄 줘’ 라고 하기도 한다.
완료 !
등반자가 등반을 마치고 앵커 지점에서 확보를 마쳤다고 확보자에게 알리는 신호이다. 등반자는 반드시 확보를 마친 후 신호를 보내고 확보자는 복창 후 확보를 해제하여야 한다. 등반자가 자기 확보를 하지 않은 상태에서 완료 신호를 보내거나 확보자가 신호를 받기 전 등반을 마친 것만을 확인하고 확보를 해제하면 위험하다. ‘등반 완료’하기도 한다.
확보 해제 !
등반자가 등반을 마치고 자기확보를 끝내면 ‘완료’라고 신호를 보낸다. 등반 완료를 확인한 확보자가 등반자 확보를 해제한다는 것을 등반자에게 알리는 신호이다. 이때 등반자는 이미 자기확보를 하고 있을 것이다. 그러나 만약 자기확보가 되어 있지 않다면 확보를 해제하면 위험할 수 있으므로 이를 알려 확인할 수 있도록 한다. 먼저 확보 해제를 외치고 그 후에 확보를 해제한다. ‘빌레이 해제’라고 하기도 한다.
추락 !
등반자가 등반 도중 추락이 예상되거나 추락하게 될 때 확보자에게 안전한 확보를 긴급히 요구하는 신호이다. 확보자는 이 신호를 받는 즉시 복창을 하며 재빨리 몸을 움직이거나 확보기구에 걸린 로프를 꺾거나 당겨 조금이라도 추락거리를 줄일 수 있도록 하여야 한다.
낙석 !
위에서 돌이나 얼음, 장비, 소지품 등이 떨어질 때 주위에 급히 위험을 알리는 신호이다. 누구든지 낙하물을 발견하면 즉시 큰 소리로 외쳐 주위의 사람들이 빨리 피할 수 있도록 하여야 한다. 얼음, 장비 등이 떨어지는 경우 ‘낙빙’, ‘낙비 !’라고 하기도 한다. 낙하물이 무엇이든 신속히 위험을 알려 대비하도록 하는 것이 중요하므로 ‘낙석’으로 통일하여 발견 즉시 큰 소리로 소리치는 것이 좋을 것같다. 하강을 위해 하강 지점에 로프를 고정시킨 후 로프를 아래로 던질 때 아래의 사람들에게 줄이 떨어짐을 알리기 위해 ‘줄 내려갑니다’ 또는 ‘낙자 !’ 라고 외친다. 이것도 같은 맥락에서 생각할 수 있다.
무전기 사용
등반을 하다 보면 거리가 멀거나 꺾여 잘 보이지 않고 소리가 잘 들리지 않을 때가 있다. 그러면 약속된 신호가 소용이 없게 된다. 큰 소리로 외치는 것도 한계가 있다. 어느 정도 소리가 들리더라도 자세하게 설명하거나 지시하기 어려울 때가 있다. 이러한 경우를 대비하여 무전기를 사용할 수 있다.
무전기의 주파수와 출력 범위는 법적으로 제한되어 있다. 일정 범위를 넘으면 반드시 무선관리국에 신고하고 사용승인을 받아야 한다. 그러나 일반 등반에서는 신고와 승인이 필요없는 생활무전기를 사용하면 충분하다. 흔히 워키토키라고 하며 ‘생활무선국’이라는 표시가 있다. 다양한 채널을 가지고 있으며 제법 먼 거리까지 잘 들린다. 주파수를 미리 정하여 팀원들끼리 편리하게 소통할 수 있다.
지금까지 최소한의 등반신호를 소개하였다. 등반 팀별로 원활한 의사소통을 위해 서로 약속하여 신호를 정하기도 한다. 은어처럼 사용하는 신호도 있다. 무엇이든 등반에 필요한 구두 신호는 등반 전에 확인하고 꼭 알고 있어야 한다. 신호는 짧고 크게 외치고 서로 확인하기 위해 반드시 복창하여야 한다. 안전과 직결되기 때문이다. 신호 소리가 들리지 않을 경우를 대비해서 로프를 흔들거나 불빛 신호를 정하는 것도 필요하다. 원활한 의사소통을 위해 약속된 신호와 무전기를 함께 사용하는 것을 추천한다.
첫댓글 좋은글 잘읽고 있습니다 .
감사합니다.^^
초심으로 돌아가 잘 숙지하겠습니다 감사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