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직 대고첩’ 5만명보다 종북세력이 더 무서워
“RO 외에 다른 지하당 조직, 그러니까 예비 RO조직이 뒤에 있을 가능성이 커요. 보통 하나의 조직이 노출되면 그 조직은 버리고, 숨겨두었던 다른 조직을 활용하는 게 지하당 공작의 기본방침입니다. 숨겨두었던 예비조직이 정조직으로 재편, 활동하고 있을지 모릅니다”
⊙ “이석기의 RO 이면을 들여다봐야… 숨겨두었던 예비 RO조직이 활동할 수도”
⊙ 황장엽의 ‘고정간첩’ 5만명은 1950~70년대 남한 출신 간첩의 ‘가족토대공작’ 추정치
⊙ 무장간첩 김동식 체포 위해 逆用 간첩(봉화 1호) 활용하며 15년 기다려
⊙ “요즘 對共 요원들은 對共이 뭔지 모르는 것 같아 안타까워”
한국 사회에서 암약(暗躍)하는 고정간첩이 3만~5만명에 이른다’는 황장엽·정형근·박홍 등 우익인사의 주장에 대해서는 항상 논란이 있어 왔다. 그럴 것이라고 믿는 사람, 거짓이라고 공격하는 사람이 혼재해 있다. 그렇다고 또 누가 그렇지 않다고 할 수도 없다. 지금도 간첩은 분명 대한민국 어딘가에 있을 것이다. 그 간첩은 북에서 내려온 것일 수도 있고, 국내에서 만들어진 것일 수도 있다. 물론 인권 시비를 낳은 조작 간첩 사건도 기억에 남아 있다.
분명한 것은 숫자가 중요한 것이 아니다. 있다는 사실이다. 이들은 한국 사회 깊숙이 침투해 ‘보이지 않는 손’으로 수많은 지하당 조직을 만들어왔다. ‘통혁당, 구국전위, 민혁당 등은 지하당 조직의 종북(從北)세력이고, 통합진보당(이하 통진당)은 원내로 진입한 종북집단’이라는 것이 일반적 상식이다.
지난 1월 22일 대법원 전원합의체는 RO(혁명조직·Revolution Organization) 및 내란음모 사건의 주된 피의자인 이석기에 대해 내란 선동과 국가보안법 위반 혐의를 2심대로 인정, 징역 9년에 자격정지 7년을 확정했다. 작년 12월 헌법재판소의 결정으로 이석기가 속했던 통진당이 해산된 지 1개월 만이다. 이들 뒤에 암약해 온 간첩의 실체가 있다고 여겨지지만, 검찰수사에서 밝혀내지 못했다.
간첩은 왜 존재하는 걸까. 결론부터 말하자면 내란, 선동에 필요한 지하당을 만들기 위해서다. ‘결정적 시기’에 북한 정규군과 함께 봉기하는 비정규 게릴라 조직이 지하당이다. 종북집단을 의미한다.
기자는 전직 대공(對共) 담당 경찰관 김태욱(金兌昱·78)씨를 만났다. 그는 1963년 10월 경찰에 투신, 34년 8개월간의 복무 기간 동안 32년 8개월을 대공 업무에 매달렸다. 서울 시경 대공분실 부실장(경감)이 마지막 직함이다. 퇴직 후 경찰종합학교와 국가정보원 정보대학원에서 간첩 잡는 노하우를 전수했다. 보국훈장·옥조근정훈장과 내무부장관·안기부장·검찰총장·서울경찰청장 표창과 기장(記章)을 20차례나 받은 베테랑이다. 꿈도 간첩 잡는 꿈만 꾼다는 그다.
그는 “지하당은 당 조직과 달리 합법적인 활동을 할 수 없기 때문에 공산주의 정수(精髓)분자들을 질적으로 꾸리기 위해 필요한 조직”이라고 말했다.
“지하당 조직을 단선(單線)으로 연계하고 간결하게 꾸리는 것이 그들의 원칙이죠. 조직의 안전과 탄력성을 보장하고 조직의 비대(肥大)를 막으려 간결하게 단선으로 연계합니다.”
그러나 지하당 조직을 복선(複線)으로 만드는 경우도 있다. 복선 포식(包植)이란, 특정 지역 내에 서로 밀봉(密封)된 단선 연계조직을 2개 이상 만드는 것을 의미한다.
“복선 포식의 중요 목적은 어느 한 조직이 깨어져도 다른 조직이 남아 활동을 계속할 수 있게 해 조직의 지속성을 보장하는 데 있습니다. 지하당 조직을 자생(自生)조직으로 위장하는 것도 그들의 원칙입니다. 북한과 전혀 연계 없이 현지에서 스스로 조직했다고 위장하는 식이죠.”
김태욱씨에 따르면, 지하당 조직은 보통 3가지 형태가 있다. 첫째 형태는 ‘점조직’이다. 주로 군대·경찰·검찰·법원 등 권력기관에 포식하거나, 국회(지방의회 포함)를 비롯한 노동단체 등 선거를 통해 조직되는 기관에 뿌리내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