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楚汉志.37●
刺客 荆轲(자객 형가)
나라가 흥하려면 충신이 많아야 한다.
秦나라에는 名将들이 수없이 많았는데 그들은 모두가 충신이어서, 秦이 强大军国이 된 것도 그들의 덕택이었다.
그러나 그 중에 한 사람의 예외가 있었다.
그는 樊於期였다.
번어기는 성품이 대쪽같이 곧은 무장인지라, 평소에도
(아무리 大王의 명령이라도 무조건 복종할 수는 없는 일, 시시비비를 가릴 생각을 아니하고, 무조건 복종만 한다는 것은 나라를 위해서나 大王을 위해서도 결코 잘하는 일이 못 된다.)
하고, 자기의 소신을 결코 굽히려고 하지 않았다.
번어기는 평소에는 그처럼 신념이 강한 무장인 까닭에, 秦王이 趙나라를 점령하고 나서 죄 없는 백성들을 3만여 명이나 土坑속에 생매장 해버렸다는 소리를 듣고 크게 노하였다.
"나라만 평정해 버렸으면 그만이지, 백성들이 무슨 죄가 있다고 존귀한 생명을 3만명씩이나 생매장 해버렸단 말인가,
그것은 말도 안되는 소리다.
내 어찌 그처럼 잔학 무도한 王의 臣下가 될 수 있으리오."
번어기는 그렇게 분노하며, 燕나라로 망명을 해 버리고 말았다.
그 당시 秦나라와 燕나라는 사이가 몹시 나빴기 때문에, 번어기는 그리로 망명을 갔던 것이다.
진왕은 번어기가 자기를 배반하고 연나라로 망명을 갔다는 소식을 듣고 길길이 분노하였다.
한편, 연나라는 번어기가 망명해 온 사실을 놓고, 조정의 이론이 분분하였다.
燕나라의 太子 丹又가 번어기의 망명을 받아 들이려고 하자, 太傅 鞠武가 정면으로 반대하며 말한다.
"우리는 가뜩이나 秦나라와 사이가 좋지 않은데, 번어기의 망명까지 받아 들이면 두 나라의 관계가 더욱 험악해질 것이옵니다."
태자 단우가 대답한다.
"나도 그 점을 모르는 바는 아니지만, 그러나 우리를 믿고 도망온 사람을 쫓아낼 수는 없는 일이 아니오.
우리는 秦을 치고 싶어도 힘이 부족해서 참고 있는 형편이지만, 그렇다고 그들을 겁내서 망명객조차 받아 들이지 못하면 어떤 양객이 우리나라에 오겠소."
국무가 심사 숙고하다가 말한다.
"이 问题를 가지고 田光先生과 한번 상의를 해보시는 것이 어떠하신지요?"
전광 선생이란 연나라에서 가장 지혜롭다는 늙은 处士였다.
"그러면 우리 두 사람이 전광 선생을 직접 찾아뵙고 상의해 보도록 합시다."
태자 단우는 태부 국무를 대동하고, 깊은 산중으로 전광 선생을 찾아갔다.
전광 선생은 뼈와 가죽만 남아 있을 뿐인 80객 노인이었다.
그는 두 사람을 움막 같은 오막살이로 정중하게 맞아 들이며 묻는다.
"존귀하신 태자께서 어찌 이 陋屋을 몸소 찾아 드셨습니까?"
그렇게 물어 보는 전광 선생의 두 눈에서는 푸른 광채가 넘쳐 빛나고 있었다.
"번어기 장군을 어떻게 처리해야 좋을지 선생의 고견을 듣고 싶습니다."
라고 말했다.
전광 선생은 웃으며 대답한다.
"기력이 왕성할 때에는 하루에 2천리를 달리던 骏马도 기력이 쇠약해지면 하루에 5백리 밖에 못 달리는 驽马에게도 오히려 뒤진다는 말이 있사옵니다.
米寿(88세)를 눈앞에 바라보는 老躯에게 무슨 좋은 생각이 있으리라고 귀하신 걸음을 하셨사옵니까?"
"겸손하신 말씀이십니다.
부디 좋은 지혜를 가르쳐 주소서."
이에 전광 선생은 오랫동안 깊은 생각에 잠겨 있다가, 문득 고개를 들며 말한다.
"번어기 장군이 우리를 믿고 망명해 왔다면 우리로서는 응당 받아들여야 옳을 줄로 아옵니다.
그만한 신의도 없다면, 어찌 나라를 지탱해 나갈 수 있으오리까.
그러나 그것은 지극히 枝叶的인 문제에 불과한 일이오니, 태자께서는 좀더 근본적인 해결책을 강구하심이 옳을 줄로 아뢰옵니다."
"고마우신 말씀입니다.
근본적인 해결책이란 어떤 것을 말씀하시는 것이옵니까."
"지금 천하 대세를 보옵건대, 우리나라와 진나라는 도저히 共存할 수 없는 형편에 처해 있사옵니다.
天下를 统一 하려는 秦王의 야망은 누구도 꺾을 수 없는데다가, 그는 이미 韩과 趙까지 정벌했으니 이제는 우리 나라가 목전에 标的(표적)이 되어 있다는 사실을 아셔야 하옵니다."
태자 단우는 전광 선생의 말에 심각한 느낌이 절실하였다.
"선생의 말씀에는 전폭적으로 동감입니다.
그러니 이 문제를 어찌했으면 좋겠습니까?"
전광 선생은 조용히 입을 열어 다시 말한다.
"秦王 政은 워낙 야망이 크고도 포악한 인물인 까닭에 그를 살려 두었다가는, 우리도 언젠가는 그의 손에 망하게 될 것입니다.
그러므로 우리가 나라를 지켜 나가려면 우리 손으로 진왕 그를 없애 버려야 할 것입니다."
천리 앞을 내다보는 놀라운 경륜이었다.
"선생의 고견은 지당하신 말씀입니다.
저 역시 刺客을 보내 秦王을 죽여 없앴으면 싶습니다.
혹시 선생께서 아시는 분 중에 그런 임무를 맡아 줄 만한 사람이 있겠습니까?"
"내 친구에 荆轲라는 사람이 있습니다.
나이는 40 밖에 안되었지만, 학식도 풍부하려니와 剑术(검술)이 매우 능란한 사람입니다.
그 사람을 자객으로 쓰시면 능히 임무를 수행해 낼 수 있을 것이옵니다."
"제가 직접 만나서 부탁하기보다도, 선생께서 말씀해 주실 수 없겠습니다까?"
"좋습니다. 나라를 위하는 일에 어찌 노고를 아끼오리까."
이리하여 전광 선생은 자객 선정의 중책을 직접 맡고 나섰다.
태자 단우는 작별 인사를 나누고 집으로 돌아가다가 무슨 생각을 했는지, 전광 선생을 다시 찾아갔다.
전광 선생은 깜짝 놀라며 묻는다.
"태자께서는 무슨 일로 되돌아 오셨습니까?"
타자가 대답한다.
"제가 부탁드려야 할 말씀을 깜빡 잊어버리고 갔기 때문에 다시 돌아왔습니다."
"무슨 부탁이시온데?....."
"선생께서도 아시다시피, 이번 일은 국가의 중대 기밀입니다.
그러므로 그 비밀을 누구한테도 말씀하지 말아 주시기를 부탁드리옵니다."
그말에 전광 선생은 약간 불쾌한 기색을 보였다.
그러나 그는 이내 태연한 안색으로,
"그 점은 염려 마시옵소서. 철없는 늙은이가 아닌 바에야 그런 비밀을 어찌 함부로 누설하겠읍니까."
단우가 다시 작별인사를 고하고 돌아가자, 전광선생은 사람을 보내 형가를 불러다가 말한다.
"태자께서 나를 찾아오셔서, 나라를 지켜 나가려면 진왕을 죽여 버려야 하겠는데 그 임무를 맡아 줄 사람이 없다고 하시기에 내가 자네를 천거했네. 자네가 나라를 위해 그 임무를 맡아 줄 수 없겠는가?"
형가가 즉석에서 대답한다.
"선생께서 저를 천거해 주셨다면, 저는 다시없는 영광으로 알고 자객의 임무를 맡기로 하겠습니다."
"고맙네.
그러면 근일 중에 자네가 태자를 직접 찾아가 만나 뵙도록 하게.
나는 오늘로서 중대한 임무를 다했기에 죽어 버릴 생각이니까, 자네는 태자를 만나 뵙거든 내가 죽었다는 소식도 아울러 전해 주게나."
형가는 그 말을 듣고 깜짝 놀라며,
"선생께서 오늘로 돌아가시다니, 그게 무슨 말씀이시옵니까?"
전광 선생은 조용히 대답한다.
"태자께서는 나와 작별하고 돌아가시다가 다시 나를 찾아오셔서 비밀을 누설하지 말아 달라는 당부를 하셨네.
그것은 태자께서 나를 의심하고 계시는 증거가 아니고 무엇이겠는가.
사람이 남에게 의심을 받을 정도라면 숫제 죽어 버리는 것이 낫겠기에 오늘로 죽어버릴 생각이네."
"그것은 태자가 나쁘지, 선생이 나쁘신 것은 아니옵니다.
절대로 자결을 하지 말아 주시옵소서."
"내 일은 내가 알아서 처리할 테니, 자네는 중책이나 충실히 완수해 주게."
그날 밤 전광 선생은 기어코 자결을 하고야 말았다
.
형가가 장사를 치르고 나서, 태자를 찾아가 그 사실을 고하니 단우는 회한의 눈물을 흘리며 탄식한다.
"내가 불민하여 선생을 돌아가시게 했으니, 이 죄를 무엇으로 씻어야 좋을지 모르겠구려."
형가가 말한다.
"이미 돌아가신 어른은 어쩔 수 없으니, 이제는 선생의 유지를 받들어 진왕을 살해할 계획이나 도모하기로 하십시다."
진실로 그 선생에 그 제자였다.
태자 단우는 형가를 극진히 대하며 말한다.
"秦王은 머지않아 우리나라를 송두리째 정벌하여 멸망시키려 합니다.
그러므로 우리가 살아 남으려면 어떤 일이 있어도 진왕을 죽여 없애야 하겠습니다.
선생께서는 수고스럽지만, 나라를 위해 그 임무를 꼭 좀 맡아 주시옵소서."
형가는 오랫동안 생각에 잠겨 있다가 대답한다.
"진나라에서는 대궐의 경계가 물샐틈 없이 삼엄하다고 들었습니다. 그런 경계망을 뚫고 들어가서 진왕을 죽이기란, 거의 불가능한 일이라고 생각합니다.
저로서는 어려울 것 같으니, 다른 사람한테 부탁해 보시면 어떠하신지요."
"무슨 말씀을!
전광 선생께서 천거해 주신 분이 바로 선생이었는데, 선생이 못 해 주신다면 누가 할 수 있겠습니까.
선생께서 이 일을 꼭 맡아 주셔야 하겠습니다."
그러자 형가는 고개를 힘있게 들면서,
"그러면 좋습니다.
제가 맡기로 하겠습니다.
그러나 당분간 생각할 멀미를 주시옵소서."
태자는 형가를 그날로 上卿으로 봉하여, 태자궁에서 같이 기거하면서 더 할 나위 없이 융숭하게 대접하였다.
그런데 형가는 웬일인지 열흘이 지나고 스무날이 가까워도 움직일 기색을 보이지 않았다.
그런데 정보에 의하면, 秦나라에서는 머지않아 燕나라를 치려고 王翦 장군이 30만 대군을 맹훈련을 시키고 있다는 것이 아닌가.
태자는 초조하여 마침내 형가에게 이렇게 말했다.
"진은 우리나라를 쳐들어 오려고 30만 대군이 출동을 준비중이라고 합니다.
만약 그들이 易水를 건너서 진격해 오면,
그때에는 진왕을 살해할 기회를 영원히 상실하게 될 것입니다."
형가가 대답한다.
"저 역시 그런 사정을 모르는 바는 아니옵니다.
그러나 진왕을 살해하려면 그를 직접 만나는 것이 필수 조건이온데,
그를 직접 만나려면 그가 저를 믿어 줄 만한 무슨 物证을 제시해야 할 것이 아니겠습니까?"
"그런 물증이 어디 있겠소?"
"그런 물증이 전혀 없는 것은 아니옵니다.
다만 말씀드리기가 어려워서 주저하고 있을 뿐이옵니다."
"아무리 어려운 일이라도 소원대로 들어 드릴테니, 어서 말씀해보세요."
이에 형가는 무척 주저하는 빛을 보이다가, 마침내 입을 열어 말한다.
"진왕은 지금 자기를 배반하고 우리 나라에 망명해 와 있는 樊於期 장군의 首级에 천만금의 현상금을 걸고 있사옵니다.
그러므로 번장군의 수급과, 우리 나라의 榖仓(곡창)인 督亢의 상세한 지도만 가지고 가면 진왕은 저를 기꺼이 만나 줄 것이옵니다.
그런 수단이라도 쓰면 모를까, 그렇지 않고서는 진왕을 직접 만나기는 거의 불가능합니다."
번어기의 목을 베어 달라고 하니, 진실로 난감하기 그지없는 제안이었다.
...♡계속 해서 38회로~~~
첫댓글 아유..전광 선생이
그렇게 자결할 줄이야!
그리고 번어기의 목을 칠까요? 궁금..
흥미진진합니다.
잘 보고 갑니다
잘 읽고 있습니다.
그런데 우리나라는 정통한문을 배우고 있습니다.
중국어를 배우는 사람들 외에는 간자체에 익숙하지 않은 걸로 알고 있습니다.
그냥 정통한자로 써 주시면 안 될까요?
역사는 흐른다
감사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