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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작권 미국기행 그 첫 번째 이야기 “LA 다저스 구장을 돌아보고”
거대한 스타디움, 구석구석을 모두 활용하는 지혜 Merchandising을 넘어 Value Marketing으로 팬들에게는 즐거움을, 구단에는 엄청난 수익을...
저작권길라잡이가 유럽에서 미국으로 옮겨왔다. 앞으로 두어 차례 미국을 배경으로 저작권 이야기를 실을 예정이다. 저작권을 화두로 다니다보면 보이는 게 온통 저작권 투성이다. 오늘은 독자들을 모시고 박찬호 덕에 우리에게 친숙한 LA 다저스 구장으로 들어가 보기로 한다.
LA 다운타운 외곽, 산이라고 하기에는 높지 않은 거대한 언덕을 오르니 눈앞에 광활한 주차장과 스타디움이 나타난다. 걸어서는 접근하기 어려운 곳에 있으니 56,000명을 수용하는 구장의 주차장이 얼마나 넓을지 너끈히 상상할 수 있을 것이다.
주차장 초입부터 눈길을 끄는 것은 일반 주차장 10달러, 우선주차장(preferred) 35달러라는 차등이다. 우선주차장의 주차료가 비싼 것은 경기장에서 가까운 곳에 위치하고 있다는 것인데 철저한 자본의 논리다. 그런데 재미있는 것은 LEXUS 차량에 한해서는 20달러를 받는다고 쓰여 있다. 자세히 보니 대열이 쉽게 줄어드는 우선주차장 쪽 줄에는 유독 LEXUS 차량이 많이 보이는 게 심상치 않다.
본래 야구장이나 축구장과 같은 거대한 스타디움은 여러 층으로 되어 있는 경사진 관중석의 이면에 많은 공간이 있게 마련이다. 참고로 경기장을 가장 효율적으로 잘 사용하고 있다는 우리나라의 상암 월드컵경기장은 이런 공간을 대형할인매장, 예식장, 극장, 수영장 등으로 쓰고 있다.
필자는 경기 도중 다저스 구장은 이런 공간을 어떻게 사용하는지 돌아다녀 보았다. 먼저 눈에 띄는 것은 다저스 팀회원을 위한 STADIUM CLUB이었다. 그밖에도 LEXUS는 LEXUS DOGOUT CLUB을, 유나이티드 항공사는 UNITED CLUB SUITES을 운영하고 있었다. 필자는 어떤 회원도 아니어서 그 내부를 들여다볼 수 없었으나 멀찌감치에서 보니 식사나 음료를 하면서 경기를 즐기는 편안한 공간인 듯 했다.
우리나라에서는 비교적 최근 건립한 인천 연고지의 SK 문학구장이 스포츠산업을 구장에 잘 접목한 사례로 꼽히고 있는데, 이와 같이 기업에 일정한 공간을 유료로 빌려주는 비즈니스를 하고 있는지는 잘 모르겠다.
특정 차량 보유자나 일정한 항공사 마일리지를 갖춘 고객에 한해 추가 부담없이 편안한 공간에서 특별한 서비스를 받으면서 야구를 구경할 수 있게 한다면, 야구를 좋아하는 팬 입장에서는 같은 값이면 그런 차량을 구입하거나 그런 항공사를 이용할 수도 있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7회말이 끝나고 공수교대 시간에 구장 전체에는 갑자기 싸이의 노래 “강남스타일”이 흘러나왔다. 싸이가 구장에 온 것도 아닌데 귀가 번쩍 뜨이지 않을 수 없었다. 전광판 화면에는 구장 구석구석에서 ‘말춤’을 추는 사람들을 카메라가 비춰내고 있었다. 둘러보니 필자가 앉은 좌석 주변에도 춤을 추는 사람이 여럿 보인다.
10월 12일자 LA 타임즈 칼럼을 보니 요즘 이 노래를 모르면 ‘세계인’이 아니라는 내용이 있던데, 이젠 충격이라고 할 수도 없는 미국 구장의 일상이 된 듯, 기분 좋은 느낌이다.
그러고 보니 공수전환 때면 전광판 화면은 한 순간도 쉬지 않았다. 아마도 팀회원들일 것 같은 이름과 함께 “Happy Birthday” 문자가 쉴 새 없이 뜨는가 하면, 결혼기념일도 나오고, 단체관람을 하는 특정 그룹에 대한 환영인사도 나온다. 그때마다 구장 어디에선가 환호성이 나오는 것은 당연했다. 필자가 관람한 경기는 LA 다저스의 플레이오프 진출이 무산된 후의 경기였다.
우리나라 같고 보면 썰렁했어야 할 구장은 외야를 제외하고는 거의 꽉 들어찬 이유가 여기에 있었다. 팬들은 야구 자체를 좋아하고 성적에 관계없이 “LA 다저스”라는 팀을 사랑하고 있다는 것이 피부에 와 닿았다.
LA 다저스 구장
새 배트 보다 다섯 배 이상 비싼 “부러진 배트” 그 높은 가치는 누구의 몫인가? 선수, 선수노조, 구단, 협회, 팬들의 자기 몫 찾기에 저작권과 퍼블리시티권의 핵심적 논의가 자리하고 있어...
지인으로부터 야구장에 가면 꼭 핫도그를 먹어보라고 들었다. 그러고보니 오바마 대통령이 야구장과 농구장에서 핫도그 먹는 장면이 떠올랐다. 관중석 뒤편에 “DODGER DOGS”라는 핫도그점이 많이 있었다. 그런데 그중에 필자의 눈에는 “BROOKLYN DODGER’S PIZZA”라는 피자집이 박혀 들어왔다.
다저스는 1962년 LA로 연고지를 옮기기 전까지 뉴욕의 브루클린을 연고지로 하고 있었는데, 다저스구단은 구장에 이런 피자집을 허용하고 있었다. 필자의 머릿속에는 뜻밖에도 박민규의 “삼미 슈퍼스타즈의 마지막 팬클럽”이라는 소설이 떠올랐다.
우리나라 프로야구는 8개 구단으로 운영되고 있다. 그런데 초창기의 이름을 그대로 유지하고 있는 구단은 삼성라이온즈와 롯데자이언츠 뿐이다. 물론 두산베어즈가 있긴 하지만 출범 당시의 이름은 OB베어즈였다. 그밖에 기아타이거즈의 전신은 익히 아는 바와 같이 해태타이거즈였고, 한화이글즈는 빙그레이글즈였다.
물론 추적해 보면 LG트윈즈, SK와이번즈, 넥센히어로즈 같은 팀들도 이전 팀의 이름을 알아낼 수 있겠지만, 열성팬들이나 과거 유니폼을 입고 경기장에 나타나서 향수를 자극할 뿐, 구단이 나서서 과거의 역사를 드러내려고 하지 않는다는 점에서 다저스 구장에 있는 “브루클린 피자집”은 색다른 감동을 주었다.
물론 구단 자체가 하나의 독립적인 기업인 미국과 달리 우리의 경우는 주로 대기업을 모기업으로 하는 계열기업 형태로 되어 있고 모기업에 대한 홍보수단으로 출발하였다는 점에서 단순비교는 어렵다.
하지만 연인원 700만 관중을 돌파한 우리나라 프로야구를 비롯한 프로스포츠산업은 그 자체로도 수익을 낼 수 있는 구조로 급속도로 변화되고 있다는 점에서 발상의 전환이 필요하다. 과거 구단의 이미지가 현재 구단과 모기업 홍보에 차질을 주는 장애물로만 생각할 것이 아니다.
팬들의 관심이 어디에 있는지를 살핀다면 삼미슈퍼스타즈, MBC청룡, 청보핀토스, 태평양돌핀즈, 현대유니콘즈와 같이 적잖이 명멸했던, 그러나 팬들의 뇌리 속에 아련한 추억으로 자리하고 있는 기억들을 소설이 아닌 현실로 살려내는 지혜가 절실하다.
관중석의 시야를 확보하기 위한 건물 구조상 대형 구장에는 빈 공간이 많을 수밖에 없다. 우리의 경우 그런 공간은 기껏해야 간단한 음식을 파는 스낵코너와 화장실이 전부다. 그나마 오래전에 건립된 구장에는 여자화장실이 아예 없거나 턱없이 부족하여 어느 지방 구장의 경우 여자고객들은 인근 축구경기장의 화장실을 이용해야 한다는 뉴스를 접한 적이 있다.
지금은 사정이 달라졌겠지만 “하는 경기”에서 “보고 즐기는 경기”로 급속도로 변화되고 있는 프로스포츠에서 여자 관객이 늘어나는 것은 지극히 당연한 일이다. 관객을 고려하지 않는 구장운영은 아마추어일 뿐 프로라고 하기는 어렵다.
다저스 구장 구석구석을 다니다보니 가게(shop)를 도저히 낼 수 없는 공간에는 이 팀의 전설(Legend)이었던 여러 선수들과 감독의 대형 사진이 걸려 있었다. 혹시나 하는 마음에 “Chan Ho Park”을 찾았으나 아쉽게도 없었다. 박찬호를 아들처럼 아꼈다는 토미 라소다(Tommy Lasorda) 감독이나 박찬호와 손발을 맞췄던 포수 마이크 피아자(Mike Piazza)를 보는 것으로 만족해야 했다. 좁은 공간을 얼마나 잘 활용하는지 각종 기념품 가게의 이름이 “Around the Corner”인 것을 보니 웃음이 나왔다.
스포츠의 산업화 또는 상업화의 압권은 단연 “GAME USED MEMORABILIA”라는 이름의 중고기념품 가게였다. 다저스 이름을 붙인 각종 유니폼과 모자 등 야구용품 뿐만 아니라 여러 가지 생활용품을 파는 대형 공식기념품 가게(OFFICIAL DODGERS TEAM STORE)와 달리 포장마차 같은 작은 부스에서 중고기념품을 팔기에 기웃거려 보았다.
그곳에는 반창고보다는 폭이 넓은 흰 테이프로 칭칭 감은 부러진 배트가 있는가 하면, 땀에 쪄들었는지 꼬깃꼬깃하고 변색된 구식 유니폼이 걸려 있고, 흙이 묻고 까진 헌공이 판매되고 있었다.
구매할 의향이 없었지만 이왕지사 공부 차 야구장에 왔으니 궁금하여 가격을 물어보지 않을 수 없었다. 그런데 놀라운 것은 부러진 배트가 신제품보다 비싸다는 것이었다. 새 배트는 100달러 정도인데, 부러진 배트는 300달러에서부터 700달러까지 값이 다양했다. 이들은 물건을 파는 것(merchandising)이 아니라 가치를 팔고(value marketing) 있었던 것이다.
학교에서 저작권법을 가르칠 때, 그토록 강조했던 Merchandising과 Value Marketing의 차이를 눈앞에서 확인하였으니 가슴이 뛰어 점원에게 추가 질문을 하였다. “부러진 배트” 간에 가격 차이는 왜 나느냐고 했더니, 어떤 선수가 어떤 경기에서 사용했느냐에 따라 값이 다르다고 했다. 이쯤 되면 물건을 사지도 않을 거면서 집요하게 질문하는 사람에게 짜증이 날 수 있겠다는 것을 감수하고, 그러면 그것을 어떻게 믿을 수 있느냐고 재차 물었다.
점원은 친절하게도 배트에 붙어 있는 홀로그램(hologram)이 진품임을 증명하는데 그 홀로그램은 메이저리그 사무국에서 보증한다고 했다. 후에 메이저리그 홈페이지(www.mlb.com)에 들어가 보니 제3의 인증기관이 진품임을 확인하는 인증절차(authentication)가 마련되어 있고, 홀로그램에 적혀 있는 고유의 시리얼번호를 입력하면 그 “부러진 배트”가 실제 어떤 경기에서 어떤 선수에 의해 사용되었는지가 나타난다는 설명이 있었다.
그러고 보니 우리나라 야구장에서도 하루에 여러 자루의 “부러진 배트”가 생산되고(!) 있는데 이것들은 어디에 있을까 궁금해졌다. 그러나 길게 생각할 것도 없이 그것들은 야구장 배트걸들에 의해 치워진 후 쓰레기통으로 처박혀졌을 것이 분명하다.
지나친 상업주의가 아닐까 하는 우려가 있을 수 있다. 실제로 미국 프로야구를 둘러싼 수많은 저작권 사건 중에는 선수들의 사진과 간단한 프로필이 기재된 명함 크기의 야구카드(trading card)와 관련된 사건들이 많다.
프로야구가 워낙 온 국민의 사랑을 받고 있기 때문에 야구선수들의 사진과 경기기록을 담은 야구카드를 수집하는 것이 마치 “우표수집”처럼 미국인들의 오랜 취미다. 오래되고 희귀한 우표가 값이 나가듯 야구카드 역시 특정선수의 신인 때 카드(루키카드) 같은 것은 수만 달러를 호가하기도 한다. 그러다 보니 선수들은 자신들의 초상과 이름을 함부로 썼다는 이유로 야구카드 회사를 상대로 소송을 제기하는 일이 빈번했고, 이런 회사들은 그때마다 구단이나 야구협회(MLB)로부터 허락을 받았다고 항변하였다. 여기에서 선수들, 구단, 야구협회를 둘러싼 분쟁이 오랫동안 지속되기도 했다.
최근에는 야구카드를 넘어 컴퓨터에서 하는 야구 가상게임(시뮬레이션 게임)이 문제가 되기도 한다. 미국뿐 아니라 우리나라에서도 야구 가상게임에서 실제 선수의 초상이나 이름, 경기기록을 사용하는 것에 대해 법정 소송이 여러 건 발생했다.
이런 전례를 알고 있는 필자는 다저스 구장에서 “부러진 배트”를 보면서 그 안에 담겨 있는 수많은 법률문제를 생각하였다. 새 배트보다 다섯 배 이상 비싼 “부러진 배트”를 구입하려는 고객은 시장의 논리가 가동하는 한 앞으로도 끊이지 않을 것이다. 그렇다면 “사용가치”만으로 보면 영(zero)에 불과한 그 “부러진 배트”의 “교환가치”는 누가 가져가야 맞는가?
경기장에서 이를 회수한 배트걸이나 청소부는 아닐 테고, 구단이나 협회(MLB)의 것인가, 아니면 이를 사용한 선수의 것인가? 여기에 저작권에 유사한 법적 개념인 퍼블리시티권(Right of Publicity)이라는 개념이 등장하게 된다. 즉 유명인의 성명이나 초상을 상업적으로 이용할 권리로 정의되는 퍼블리시티권이 여기에 적용될 수 있다. 그 배트의 교환가치는 특정 선수의 이름이 연계됨으로 인해 형성된 것이기 때문이다.
따라서 일응 “사용가치”가 거의 없는 “부러진 배트”의 “교환가치”는 선수의 몫이라고 볼 수 있다. 그러나 그런가? 야구가 혼자 하는 경기인가? 그 배트를 부러뜨리게 한 강속구 투수와 그 경기를 하였던 양 팀 선수들과 구단, 그리고 이를 주관하는 협회도 이 “부러진 배트”의 교환가치 형성에 기여한 바가 적지 않다. 나아가 무엇보다 팬들이 존재하지 않는다면, 그 “부러진 배트”는 아무짝에 쓸데없는 성가신 물건이 될 수밖에 없을 것이다.
결국 “부러진 배트”의 높은 교환가치는 해당 선수, 선수노조, 구단, 협회 그리고 팬들이 각기 기여한 것으로 이루어졌다고 할 것이다. “부러진 배트”라는 파이(pie)를 놓고 각 역할자들의 기여분과 그에 따른 자기 몫 찾기는 비단 중고기념품 가게에 진열된 유니폼, 헌공 등에만 그치는 것이 아니라 눈길이 가는 구장 구석구석에 가득 차 있었던 것이다. 필자의 눈에는 그것이 보였다.
<남형두/연세대학교 법학전문대학원 교수/LA에서 안식년 휴가 중/ 출판문화협회 저작권자문위원>
Time And The River(세월과 강물) - 냇 킹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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첫댓글 부러진 베트의 교환가치의 몫을 어떻게 정할것인가?
매우 재미있게 읽었습니다.
1982년 한국프로야구 출범.
롯데 자이언트(부산, 경남),
삼미 슈퍼스타즈(인천, 경기, 강원),
삼성 라이온즈(대구, 경북),
MBC 청룡(서울),
OB 베어즈(충남,북),
해태 타이거즈(전남,북),
팀의 토착화를 위해 연고지 배정 위주로,
감독과 코칭스텝, 선수들을 소속 시킴.
30년전 사직야구장에 가서 살았지---
우산, 클럽들고---
우산,클럽은 왜냐구요?
클럽은 파울볼 잡으려고---
우산은 뒤쪽에서 날라오는 술병 막으려고---
롯대가 뒤져---
롯대가 앞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