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주에 비와 거센 바람이 지나가서 그런지 집 아랫밭에 서있던 고목이 쓰러져 있다.
많이 놀랐다.
거센 바람의 힘에 저 두꺼운 나무가 넘어가다니.
역시 그 누구도 자연은 이길 수가 없다.
자연이 힘은 거대하다.
다행이다.
나무가 넘어질 때 여기 있지 않아서.
얼마나 놀라고 무서웠을까?
나무가 너무 커서 치우지도 못하고 바라보고만 있다.
언젠가 주위 분들에게 도움을 청해 나무를 자르고 치워야겠지.
안되면 말고.
쓰러진 나무도 운치가 있긴 하다.
일단은 바라볼 뿐 뭘 할 엄두가 나지 않는다.
이걸 어떻해야 하나... 고민 뿐이다.
한 주를 건너띄워서 그런지 변화가 여럿 보인다.
일단 가을꽃인 꽃무릇이 피었다.
새빨갛고 예쁘다.
봄에 구근을 얻어다 심었는데 이렇게 피다니 당연한데 신기하다.
아이들은 예쁘다고 그 앞에서 쭈그려 앉았다.
지난주에 잠깐 들렀을 땐 없었는데 한 주 만에 쑥쑥 자랐구나.
우리에게 와줘서 고맙다.
아이들과 숨은그림 찾기를 한다.
호박찾기.
넘어진 고목 밑에서 호박이 열었다.
호박 위로 떨어진 고목에 얼마나 놀랬을꼬.
무서워 쪼그라들진 않았을까?
그래서 주름이 든 걸까?
아이들은 자세히 본다.
처음 봤을 때는 보이지 않던 호박이 여기저기 보이기 시작한다.
자세히 보니 보인다.
작은 초록 덩이의 호박들이 여기저기 숨어있다.
제법 큰 녀석도 있다.
한 덩이는 아직 초록이고 한 덩이는 노랑이다.
초록 녀석은 넓고 푸른 잎 속에 꼭꼭 숨어있어서 한참 만에야 찾을 수 있었다.
거센 비와 바람 맞고 이렇게 잘 자랐구나.
작은 호박 모종에서 시작하여 여기까지 왔구나.
괜스레 대견하고 뿌듯하다.
아이들은 자기가 찾은 호박이라고 이름까지 지어준다.
나보다 더 잘 찾는 녀석들...
아이들은 관찰을 더 잘한다.
담벼락을 따라 지난번에 연 초록 수세미가 이번에는 노랗게 변했다.
노란 수세미를 따서 쪼개어 아이들에게 보여준다.
이 수세미가 그 수세미라고.
이게 뭔소리?
설거지할 때 쓰는 그 수세미가 이 수세미라고.
다 마른 수세미를 뽀개어 그 속을 보여주고 만져보게 한다.
손으로 만져지는 그 까실함을 느껴본다.
예전에 우리 조상들은 이 수세미를 써서 설거지를 했다며 나는 시범을 보여준다.
다 익은 수세미 열매는 질겨져서 먹기는 어렵지만, 대신 삶아서 껍질을 벗기면 안의 과육이 섬유질로 변해 스펀지처럼 변한다.
이것을 말리면 나름대로 튼튼해져서 예전에는 설거지용으로 많이 사용한다.
지금도 천연수세미로 쓰인다.
(출처: https://namu.wiki/w/%EC%88%98%EC%84%B8%EB%AF%B8)
여기서 매일 살았다면 보이지 않던 변화들이 두 주 만에 오니 많이 보인다.
마치 오랜만에 만난 아이들의 키가 쑥쑥 자라 있듯이.
옆에 두고 매일 보면 느끼지 못할 성장과 변화를 조금 떨어져서 보면 더 잘 볼 수 있다.
조금 떨어져서 보는 것도 필요한가보다.
사춘기 자녀들을 바라보는 나의 관점도 조금은 바뀌어야 하나보다.
소중함을 더 느낄지도 모를 일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