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쓰기는 나를 가꾸는 일 / 박미숙
2년 전에 지인에게 목포대학교 평생교육원 이훈 교수님의 '일상의 글쓰기' 강좌가 아주 좋다는 얘기를 들었다. 강의를 듣고 싶어 작년 2학기에 신청하였으나 대기 2번이 되어 수강하지 못했다. 올해도 수강 신청일이 여행 갔다가 오는 날과 겹쳐 빨리 신청하지 못해 대기 4번이 되어 포기하고 있었다. 여행 가기 전에 평생교육원 사무실에 전화로 문의했을 때 하루 만에 마감되는 일은 없을 것이라고 했는데 그런 일이 일어나 버린 것이다. 그런데 나에게도 기회가 왔다. 기뻤다. 하지만 부담감도 있다. 거의다 기존 회원이고 새로 들어간 사람은 세 명뿐인데, 그분들은 계속 글쓰기를 해왔으니 아주 잘 쓰겠지만 나는 그렇지 못하기 때문이다.
부끄럽지만 난 글을 자주 쓰지 않는다. 글쓰기를 좋아하는 분들이 대부분 하는 일기조차 쓰지 않는다. 또 책도 많이 읽지 않는다. 그럼에도 내가 글쓰기 강좌를 신청하고 싶었던 이유는 어쩌다 글을 한 번 쓰고 나면 머릿속에 뱅뱅 맴돌던 생각들이 명료해지는 경험을 몇 번 했기 때문이다. 난 스스로 계획을 세워서 실천하는 힘이 부족하기에 강의를 신청하고 나면 과제해결을 위하여 억지로라도 글을 쓸지 모른다. 그리고 글을 쓰기 위해서는 책도 많이 읽고 생각도 더 많이 할 것이다.
글쓰기는 '내 일상을 명료하게 정리해 나가는 삶의 기록'이라는 단편적인 생각만 있던 나에게 교수님의 강의는 큰 울림이 되었다. 선생님께서 말씀하시는 글쓰기는 참으로 심오한 일이었다. -글쓰기는 말과 사랑을 나누는 일이다, 글쓰기는 '새로운 나'와 '더 깊은 나'를 만드는 것이다. 글쓰기는 사람이 가꾸는 것 가운데 최고의 영역이다, 사람답게 살려면 글을 써야 한다, 글쓰기는 끊임없는 수양이다, 글쓰기의 궁극적인 효과는 나와 이 세상을 객관적으로 바라볼 수 있는 주체적인 인간으로 키워주는 데 있다- 등 글쓰기를 함으로써 얻게 되는 효능은 무한했다.
'좋은 글을 쓰려면 끊임없이 나를 돌아보며 새로운 나, 더 깊은 나를 만들어 가는 기쁨을 느낄 수 있다'라는 말씀, 생각해 보면 나도 그런 경험을 해본 적이 있다. 하지만 이렇게 명쾌하게 정의해 볼 생각을 하지 못했다. 또, 글쓰기는 나를 남 보듯 하는 자기 객관화의 능력을 길러준다는 말씀을 듣자, 불교대학에서 듣던 법륜스님의 말씀이 떠올랐다. 화가 올라올 때 화를 참지 말고 ‘아, 내가 지금 화가 나는구나’라고, 생각하라시던 스님의 말씀과 일맥상통한다. 내가 닮고 싶었던, 나에게 필요한 모습이었다. 자기 객관화를 이루려면 끊임없는 수양이 필요하니 글쓰기는 마음을 닦는 일인 게다. 강의를 들으면서 '내가 글쓰기 강의가 계속 듣고 싶었던 이유가 바로 이것이었구나' 싶었다. 선생님은 세 시간 동안 나에게 앞으로 글쓰기를 열심히 해야겠다는 마음을 심어주셨다.
1주일에 한 편씩의 글을 써내려면 얼마나 주변을 주의 깊게 돌아봐야 할까. 다른 회원들에 비해 매우 부족하여 부끄러움을 느끼는 경우도 잦을 것이다. 그러나 2024년, 좋은 글을 쓰려고 많이 읽고 많이 경험하고 많이 생각하는 생활을 할 내가 기대된다. 그리하여 더 깊어지고 더 새로워질 나의 모습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