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3. 제로(ZERO)를 피하면 1등급이 보인다.
세상은 다이어트의 열풍이다. 비만과의 전쟁을 선포한 미국을 비롯하여 전 세계 다이어트 열풍은 식을 줄을 모른다. 참, 희한한 것이 목표를 성취한 이후에도 다이어트를 하고, 행복한 순간을 위해서도 다이어트를 한다. 입학 합격소식을 들은 다음날부터 대한민국의 수험생들은 일제히 다이어트를 시작하고 결혼식 날짜가 결정되면 결혼식 멋진 주인공이 되기 위해 또 다이어트를 한다. 과연 다이어트는 목적일까 수단일까 혼동되기도 하지만, 정확한 사실 중 하나는 날씬하고 가볍고 건강하면 누릴 수 있는 게 많기 때문이 아닐까? “도대체 어떻게 하면 그렇게 살이 찔 수 있는 거야?”라는 질문을 하는 사람이 있다면 질병으로 고통당하고 있는 마른 사람들을 제외하고는 거리에서 뺨을 맞을지도 모른다. 한국에 살고 있는 우리는 외모지상주의가 만연된 한국이 문제라고들 하지만, 인간관계를 맺고 사는 세상살이는 다 똑같다. 이젠 한 번으로 쌍꺼풀이 해결되고 한 번으로 코를 높이는 성형은 돈으로 살 수 있는 아름다움이지만, 다이어트는 다르다. 돈을 내고도 내 노력과 실천이 없다면 결코 1등급 몸을 완성시킬 수 없다. 돈으로 겉에 보이는 지방을 수술로 단지 몇 킬로 제거할 수는 있어도 드라마 주인공처럼 인생이 바뀌는 10kg을 흡입수술로 뺄 수는 없다. 더구나 2~3kg의 지방을 허벅지에서 뺀들 몸속의 나쁜 세포, 기능적으로 문제 있는 호르몬이나 신경전달물질까지 새로운 전선으로 바꾸듯 교체할 수는 있을까? 그런 이유를 모두 다 알고 경험했기에 전 세계 그 어느 곳을 가든지 어떤 이유로든 다이어트에 대한 관심은 대단하다. 그러기에 식품가공업체는 살 빼고 싶은 사람들의 심리를 이용하여 비교적 착해 보이는 제로음식들을 만들기에 바쁘다. 필자는 과거 칼로리 제로의 대표상품인 제로 콜라를 포함하여 특정 성분을 제로로 만드는 많은 가공식품들을 하나씩 조사하면서 명확한 공통점을 하나 발견하게 되었다. 제로로 만든 그 성분이 바로 최근 중독음식으로 규정된 밀가루, 설탕, 그리고 트랜스지방에 관한 것이라는 사실이다. 어떤 것을 제로로 했는가는 단순히 영문표기, 한글표기의 짜 맞춤일 뿐 모두 이 세 가지 성분에 대한 제로를 홍보하며 “우리 제품을 먹으면 살을 뺄 수 있어!” 요란한 설득 경쟁을 벌이고 있다. 그럼 제로에 대해 한번 살펴보기로 할까?
(1) 제로 음료
음료에는 대부분 단맛을 첨가한다. 사람들이 돈을 주고 단맛을 사기 때문이다. “내가 일상에 먹는 단맛은 잘 충족이 안 되니 너희들이 내 입맛에 맞는 단맛 음료들을 한 번 만들어 줘봐, 그러면 그 중에서 내가 고를게.” “그래? 알았어.” 소비자와 생산자. 물론 둘 사이에 이런 대화가 직접적으로 오가지는 않는다. 하지만, 소비패턴이 이런 암묵적인 대화를 충분히 말해주고 있지 않은가? 제로콜라와 같은 제로음료들은 바로 이런 소비자의 단맛욕구를 충족하면서 동시에 칼로리를 줄이고자 하는 다이어트 인구의 니즈를 충족하기 위해 만들어졌다. 설탕을 사용하면 칼로리는 당연히 상승된다. 설탕 대신 단가를 줄이기 위해 사용되는 액상과당 칼로리도 마찬가지이다. 그럼 어떤 성분을 사용하는가? 바로 아스파탐이다. 미국의 화학자가 가스트린이라는 호르몬은 연구 중에 우연히 발견하였으며 페닐알라닌과 아스파르트산을 인공적으로 합성하여 만든 아미노산계 인공감미료이다. 아스파탐의 열량은 설탕과 동일한 100g당 4kcal 이지만, 설탕과 동일한 양을 사용할 경우 약 200배의 단맛을 느낄 수 있다. 이 말은 곧, 설탕의 200배의 단맛이니 설탕의 200분의 1 정도, 즉 극소량의 아스파탐만 사용하여도 충분한 단맛을 느낄 수 있다는 의미이다. 따라서 제로 콜라, 제로 스프라이트는 식약처에서 허용한 100ml당 4kcal를 넘지 않으면 제로 칼로리로 표기할 수 있다는 허용 기준에 맞추어, 소량의 아스파탐으로 단맛과 제로 칼로리, 두 마리 토끼를 동시에 잡을 수 있는 전략상품이 된 것이다. 현재 전 세계적으로 아스파탐이 제로 칼로리 음료에 모두 사용되고는 있으나, 논란은 계속된다. 아스파탐의 안전성을 연구하던 중 아스파탐을 사용한 동식물 실험에서 뇌종양의 위험성이 불규칙하게 발생하였다. 일부에서는 식약처에서 정한 허용량을 준수하는 한, 아스파탐의 유해성을 걱정하지 않아도 된다고 주장하나, 장기적인 섭취 시의 유해성이 없다고 장담할 수는 없다.
(2) 제로 팻 (무지방, 저지방, non fat. low fat)
한글표기, 영문표기가 다를 뿐 의미는 무지방, 저지방으로 동일하다. 지방의 맛은 튀겨낸 바삭함, 우유로 만든 생크림과 버터의 부드러운 맛, 치즈와 같은 쫀득한 맛으로 구분할 수 있다. 현재 식약처 에서는 100g당 0.5g 미만의 지방이 함유되었을 경우 무지방으로 표기할 수 있도록 허용 기준을 정하였다. 따라서 제품 라벨에 무지방이라고 표기한 것들의 경우 100g당 0.5g 미만의 지방을 사용하고 지방을 줄인 대신 단맛을 과감하게 사용하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무지방에 더불어 무설탕까지 강조한 무지방‧무설탕 제품을 보면 지방은 0.5g 미만으로 맞추되, 설탕 대신 액상과당을 사용하는 경우도 허다하다. 다른 당을 사용했을 뿐 설탕을 사용하지 않기로 한 라벨 표기의 약속은 지킨 것이다. 여기서 또 한 가지 많은 착각, 일부 빵 과자에 표기되는 no butter 또는 버터 무첨가 가 무지방과 일치하지는 않는다는 점이다. 버터를 사용하지 않았을 뿐, 콩기름이나 옥배유, 카놀라유를 사용한 것이다. 무버터와 무지방은 다르다는 꼼꼼한 해석도 놓쳐서는 안 될 부분이다.
(3) 제로 슈거( 무설탕, 로슈거, 노슈거 )
과거엔 무가당이라는 표시 밑에 “no sugar added"라고 쓰여 있었다. 하지만, 무가당이라는 말은 상당히 표기에 신중을 가해야 한다. 순수하게 어떠한 당도 첨가하지 않을 때 사용할 수 있는 말이기 때문이다. 따라서 가공식품의 전쟁이 끊이지 않는 현대사회, 무가당보다는 무설탕이나 로슈거 등의 설탕 자체를 줄이거나 혼합하지 않음에 집중한다. 무설탕, 로슈거, 노슈거 모두 설탕을 줄이거나 넣지 않은 제품이 맞다. 하지만, 이 제품에는 두 가지의 오류가 있을 수 있음을 체크해야 한다. 첫째, 무설탕이지만, 앞서 언급했던 아스파탐이 사용되었거나 버젓이 질이 낮은 액상과당이 사용되었을 위험성. 액상과당은 때에 따라 좀 착해 보이는 고과당, 옥수수시럽 가끔 외래어로 HFCS(high fructose corn syrup)으로 표기된다. 설탕만 줄였을 뿐, 당은 충분히 들어간 제품일 수 있다. 둘째, 말 그대로 설탕을 줄이면서 당이 없다는 약속을 정직하게 지킨 제품이다. 이 경우 그 제품을 섭취했을 때 소비자의 만족도는 떨어질 수 있다. 너무 맛이 없으면 아무도 선택하지 않을 수 있는 제품 사장의 위험이 있기 때문이다. 그래서 무설탕 제품에 과감히 지방을 더한다. 생크림을 더하거나 제품단가를 줄이기 위해서는 식물성크림을 넣기도 한다.
(4) 제로 글루텐 (글루텐 프리, NO 밀가루)
한국에서는 아직 제로 글루텐의 열풍이 약하다. 하지만, 미국에서는 밀가루로 인한 셀리악병, 그리고 비만이 화두가 되면서 이미 글루텐 프리 제품은 마트의 중심 코너를 차지하고 있다. 하지만, 학계에서는 이러한 글루텐 프리 제품의 허점을 되짚을 것을 강조한다. 글루텐은 밀가루에 함유된 단백질이다. 이 글루텐 단백질을 빼면서 제품 전체의 3대 영양소의 비율을 맞추기 위해서 인공적인 아미노산을 첨가하여 오히려 2차적인 문제점을 발생시킬 수도 있다는 지적이다. 또 한 가지, 그 동안 패스트푸드의 많은 부분을 차지했던 밀가루를 사용하지 않으면서 영양적으로 그리 우수하지 않은 옥수수의 사용이 많아졌다는 지적이다.
우리는 무엇을 먹어야 할까? 참 난해한 부분이다. 하지만, 필자는 이렇게 단정 지어 말하고 싶다. ‘제로’에는 굳이 흔들리지 말라는 것. ‘제로’라는 표기 안에 숨겨진 현실, 그리고 그 현실을 따를 수밖에 없는 가공업체의 경쟁상황, 이해만 할 뿐, 우리의 몸은 ‘제로’가 아닌 식품으로 맡기는 지혜가 필요하다고 본다.
제로를 강조하기 위해 대체첨가물을 넣고, 제로 대신 맛을 내기 위해 당이나 지방을 저울질하며 넣는 현실을 우리는 정확히 볼 줄 알아야 한다. 내가 똑똑해져야 한다. 아는 만큼 보이고 아는 만큼 건강해질 수 있다. 1등급 다이어트에서는 누구나 떠드는 말은 하지 않는다. 그리고 무조건 먹지 말라는 말도 하지 않는다. 누구나 아는 말들은 굳이 내가 해 주지 않아도 알 것이고 누구나 떠드는 말들이 내 몸으로 실천이 안 될 때 행동할 수 있는 방법을, 또 먹지 말아야 하는 음식을 왜 먹지 않아야 하는지, 대체할 수 있는 음식이 무엇인지를 구체적으로 제시해 주는 비법서이다. 그래서 이 책을 끝까지 다 읽고 실천할 수 있는 그 몇 사람들만이 바로 상위 4%가 되는 것 아닌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