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2년 5월 19일
오존 10시에 일산에서 자전거를 싣고서 70km를 달려,
포천 허브아일랜드에 도착하였다.
보도촬영을 마치고 자전거로 귀가를 시작하니 오후 2시가 훌쩍 지났다.
날씨는 벌써 여름의 열기가 스멀거리며 온몸을 감싼다.
photo by Kimkahns with samsung NX200
거리계를 살펴보니 3000km까지 30km밖에 남질 않았다. 그 거리는 참으로 내게 남다른 고통의 거리로 내 근육에 각인되고 있다. 그 어려움을 잘 넘기고, 그 숫자가 주는 포인트는 삶의 작은 성적표 같은 느낌이다. 오늘 70km를 달릴 예정이니 나의 여정은 마치 그 숫자를 향하여 달려가는 행로가 되었다.
포천지역은 산이 높아 언덕도 가파르다. 허브아일랜드에서 바로 1km나 되는 언덕을 만나 힘겹게 오르니 신북온천이 나타났다. 그 정상은 하늘에 500m나 가까왔다. 언덕 위에서 허공을 안아 보았다.구름이 된 기분으로 나는 새의 시각을 갖고 자유롭게 풍광을 조망하였다.이 곳은 몇 년동안 휴업 중이었다가 작년에 겨우 다시 재 개장된 온천이다. 수년전 나도 이곳을 찾은 적이 있었는데 물이 참 좋았다.
이곳의 특징은 온수 풀이 있어 수영도 가능하다. 그런데 흠이라면 가격이 좀 비싸다는 점,,,,
이곳의 풍경은 12개나 있다. 그 물의 구비가 12 개울이어서 각기 제 멋을 뽐내고 있다. 산이 깊으면 골이 깊다고 하지 않았는가? 그 말이 꼭 맞아 떨어지는 모습이 거친 숨결을 도닥여 준다.
큰 고개를 4개를 넘고서야 연천 입구에 다달았다. 구석기 시대의 유물이 가득한 이 지역은 서울보다 거의 두배나 되는 데, 군의 밀집지역으로 경제가 위축되어 해마다 주민이 줄어들어 인구가 지금은 채 5만도 되지 않는다.
한탄강다리를 건너다 한탄강역으로 넘어가는 붉은 철교를 보고 나는 자전거에서 내려섰다. 그 강인한 붉은색은 마치 사람의 동맥을 연상시키기에 충분하였다. 그 흐름이 철원에 가면 그쳐버리고 마는 현실이 안타깝고 슬프다.
다리를 건너 강변에 다다르니 연천의 관광 명물인 오토 캠핑장을 알려주는 게시판이 눈에 들어온다. 규성이가 이번 야유회 후보지역 중에 하나로 천거한 이곳을 살펴보기로 했다.
이곳은 캠핑족의 천국이다.
내가 2 년 전에 숙박하였던 캠핑카 이곳에서 1박을 하는 것도 또 다른 여행의 맛이 있다. 가격도 비싸지만, 그런데 예약이 어렵다는 점이 알아두어야 한다,
이곳에 사람이 몰리는 이유는 물이 맑고 확트인 전망 때문에 그렇다.
요런 느긋함은 도심에서는 도저히 볼 수 없는 모습들이 된다.
더위를 뚫고 파주 어유지리에 오니 세월에 녹난 풍경을 접하게 되었다. 이제는 그 기력이 소진하여 검 버섯이 돋아난 다리는 그저 행인들이 가끔 찾아오는 것으로 제다리의 힘겨움을 드러내고 있었다.
아마 어쩌면 나는 이 녹난 풍경을 찾아 나의 여정을 시작했는지도 모르겠다. 다리의 세월의 흔적 또한 나의 모습과 닮아있어서가 아닐까?
다리는 검게 노화된 뼈대를 내놓고 헐거워진 모습으로 자신의 생년월일을 드러내고 있다, 1967년 11월 30일생, 중력을 겨워하는 모습에서 세월을 받혀 온 그의 묵묵한 노고가
우리나라의 발전의 시발점이 아닐까하는 생각도 하게 된다.
파주 주월리쯤 왔을까 나는 주상절리가 있는 개천을 발견하였다. 그 지질학의 유적같은 흔적주변의 모습은 삶의 흔적들로 포위당하였다.
나는 2012년 5월 19일 오후 4시 39분에 임진강가에서 나의 3000km 여정의 한 꼭지점을 찍었다. 글쎄 그 숫자가 어디까지 올라갈지 나는 아무런 확신을 할 수가 없다. 다만 내 시간을 쪼개내어 나는 또 다른 숫자의 세우기 위해 달려갈 것이다.
혼자서 자전거를 탄다는 일은 무척이나 적적하며, 고단한 일이다. 그러나 자기 자신을 깊숙히 돌아 볼 수 있는 계기 이기도 하다.'반짝이는 것은 언제나 혼자'고 하는 어느 시인의 싯구가 나를 또 다시 멈추게 한다. 실개천이 반짝인다. "넓은 벌 동쪽 끝으로 ... 실개천이 휘돌아나고, 얼룩배기 황소가 게으른 울음을 우는 곳...' 나는 정지용의 향수를 임진강을 향하여 목 놓아 불러 보았다.
나는 정지용을 노래하는 동안 콘트리트 길위에서 한 송이 꽃이 되었다. 시들마른 길위에서의 외로움은 그런 것이리라. 그것이 이 세상을 살아가는 인간의 서글픈 현실이다. 그러나 나는 이통로의 끝에 분명 신기루를 닮은 이상향으로 달려 갈 것이다. 그것이 잡든지 않잡히 않던지...
길은 나의 흔적을 기억하지 않는다. 다만 내가 그를 회억할 뿐이다. 나는 37번 도로를 달리며 내자전거 여행의 또 다른 한 소절을 그려내었다.
일년전 부터 여행의 말미에 찾는 나만의 카페 이 곳에서는 고단함을 내려 놓고 임진강의 풍경을 찬찬히 읽을 수 있는 공간이다.
인기척이 없는 곳에서 물은 오고 또 온다. 같은 강물에 발을 두번 담글 수 없다, 오늘 내 망막에 지나간 풍경을 꼭 안고 놓지 말아야지. 오늘도 임진강은 말 없이 흐른다,
한사발 도로에 뿌려진 땀의 허기를 지우는데 한병의 맥주가 제격이다. 나는 자전거 기행의 끝자락에서 30분 동안 타들어가는 황금풍경에 헤어나질 못했다. 내일 또 다른 태양을 맞아야 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