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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 당시(1994 말)에 했던 흑백으로의 산 풍경은 계속해서 큰 작품으로 이어졌고,(아래)
이어진 다음 해(1995)는 상당히 작업을 많이 했던 해 같다.
(기록이 많이 남아 있는 걸로 보면)
그런데 이 그림들을 보면, 바로 그 전해(1994)에 그렸던 아래 그림의(종이를 올려서 늘어뜨린) 연장선에 있다고 볼 수 있다.
위)'장마'. B4. 크레파스,수채. 1994
아래) '자화상'. A3. 연필 크레파스. 1995
그런데 이 해의 특징으로 보면, '흑백'으로 그린 것을 들 수 있겠다. 물론 완전히 흑백이 아니기도 했지만 색감이 주로 흑백으로 흐른 점을 간과할 수 없는데, (아래 예들)
위)'녹아버린 눈사람'. B4. 펜 수채. 1995
아래) '녹아버린 눈사람'. 30호 유화. 1995
4.
아래) '녹아버린 눈사람, 잃어버린 꿈, 그래도 눈은 내린다.'. 80호 유화. 1995
유화로의 색감만 흑백으로 한 게 아닌, 재료 자체도 캔바스 위에 동양화의 먹물을 이용했다는 특징도 발견된다.
위)'천사들의 장난'. 50호 캔버스. 먹물. 1995
아래) '저 편'. 60호 캔버스. 먹물,유화. 1995
자화상만을 봐도,
위)'자화상'. 8호 유화. 1995
아래) '자화상'. A2. 수채. 1995
아래) '자화상'. 10호 캔버스. 먹물. 1995
그러던 나에게 한 가지 일이 생기는데......
(아래 상자 안에 있는 글(남색)은 이 까페의 이 전의 글인데, 이 상황과 맞아떨어지는 이야기라 여기에 옮겨 싣기로 한다.)
(제 지난 얘기라, 이미 제가 그동안에 까페에 해왔던 이야기와 겹치기 때문에, 이런 식으로(전에는 다른 주제로, 그렇지만 이번엔 '자화상'이란 주제로 하고 있음에도 전체적으론 겹칠 수밖에 없음을 고백합니다. 이점, 참고 바랍니다.)
오늘 (까페에 올릴 다음 글에 대한)지난 자료를 찾다가, 생각지도 않은 몇 개의 드로잉을 발견하게 되었습니다. 그저 컴퓨터거나 '외장 하드' '자료'에 있는 이미지를 이용하고 있었는데, 어쩐지 그 시절(1995-6년) 스크랩을 찾아보고 싶어(그것도 작은 종이로만 돼 있는) 뒤적이다가 발견된 이 드로잉 한 장을 보면서, '팔려갈 자화상'.A4. 펜 잉크, 색연필. 1995.7 그랬던가? 하다가, 그랬었구나! 하고, 마치 새로 알게 된 일이나 된 것처럼, 잘못된(아니, 잊혀졌던) 제 인생의 기억 하나를 수정할 수 있었습니다. 그러니까 만약 이 드로잉이 없었다면, 이런 사실을 잊은 채(그저 가지고 있던 '잘못된 기억' 하나를 끝까지 그대로 믿고) 이 세상을 떠났을 수도 있었다는 거지요. 물론, 이 사실이 제 인생을 바꿀만 한 그리 중요하거나 대단한 건 아니지만, 그래도 정확하게 알고 넘어가서 나쁠 건 없을 것 아니겠습니까? 그래서 여기에 소개하기로 했습니다. 어차피 이것도 제 '그림 이야기'인데다, 하필이면 때마침 요즘 그런 얘기를 이 까페에 올리고 있던 참이니까요. (더구나 이 얘기는 그 타이밍도 참 절묘하게 이 시점하고 들어맞아서, 더더욱 소개하고 넘어가고 싶습니다.) *************************************************************************************
그러니까 이 드로잉은, '팔려갈 자화상' 이란 제목처럼, 그 당시에, 곧(1995년 7월) 팔려가기로 돼 있었던가 본데, 물론 이 앞글에도 나오듯, '독일인 사업가'가 이 '자화상'을 사가려고 했다는 말이다. 바로 그 얘기다. 그리고 바로 그 자화상이다.(아래) '자화상'.10호. 유화. 1993 (중간 생략) 스페인에서 돌아와(1994년) 그 해 늦가을 의욕적으로 '개인전을 열었다. 그 전시는 실패로 끝닜고, 그 전시 기간 중 그 독일인 사업가가 전시에 왔었다는 걸 나는 기억하지 못하고 있었다. (본인은 나에게 명함도 줬다고 했고, 지금도 가지고 있는데) 그리고 몇 달 뒤인 다음 해(1995년 여름), 그 독일인이 나에게 연락을 취해 왔고, 내 항동에 있던 '그린 빌라 작업실'로 찾아왔다. 그 분이 당시에 나에게 했던 말, 본인이 인사동을 둘러보는데 내 전시 포스터가 눈에 띄었고, 그 포스터의 그림이 자신의 눈에는 매우 독특해서, 그 호기심으로 전시에 가 보았는데, 작품 들 중 무엇보다도 '자화상' 한 점이 맘에 들었다며, 그 '자화상'을 사가고 싶다고. 하필이면 그 자화상을...... *********************************************************************************** 그런데 그 포스터는, 내가 바르셀로나에 살기 시작하면서 얼마 뒤(초창기)에 '바르셀로나' 시내의 '가우디'의 '구엘 공원'에 가서 엄청난 감동을 받고 돌아와서 그날 밤에 그렸던 드로잉 '가우디와의 만난'을 바탕으로, 나중에 유화로 옮긴 작품으로 제작된 것이었다. '가우디와의 만남'.A4. 수채, 펜. 1990.5.31 '가우디와의 만남'.20호. 유화. 1990.
************************************************************************************ 그런데 사실 나는 그 자화상을 팔고 싶지 않았다. 너무 아까워서(솔직히). 그렇지만 내 현실은, 스페인에서 돌아와 자리도 잡지 못한 상태에서 했던 전시에서 빚만 떠안게 된상황이라 어떻게든 돈을 마련은 해야 하는데, 그 어떤 방법도 없던 차라, 일단, 다른 그림은 몰라도 이 자화상만큼은 팔고 싶지 않다. 는 의사를 분명히 했었다. 그런데도, 돈이 궁하다 보니 속으론, 그렇게라도 해서 빚을 갚아야 하지 않을까? 하고 망설였던 것 같다. (오늘 발견된 드로잉으로 보니) 일단 그런 말이 있고 난 뒤 나는 갈등에 젖었고, 만약의 경우엔 그 자화상을 팔아야 할 거라는 짐작(각오?)은 했던 것 같다. 그런데 어쨌거나 두세 차례 그 독일인과 교류가 있었고, 그 와중에도 나는 내 뜻을 굽히지 않았던 것 같은데, 어쨌거나 그 부부는 내 그림을 심사숙고하게 관찰한 다음, 열 점 넘는 자기들 나름대로의 리스트를 작성해서 사가기로 했다. (지금 정확히 그 액수를 기억할 수는 없지만, 원래 내가 그림을 싸게 팔지 않는 사람이라 그 총액이 적지 않은 돈이었다.) 다만, 그 독일인도 화가의 속성을 잘 아는 듯, 그 그림의 작가(내)가 아끼는 그림을 극구 빼앗다시피 사갈 수는 없다며, 아쉽긴 하지만, 그 자화상 대신, 그 전시에 역시 출품했던 다른 자화상을 사가기로 했다는 것이었다. (아래) 그래서 나도 그러기로 했고, 그 분은 아래 자화상을 사갔다. '자화상'.20호. 안료 유화. 1995 그리고 내가 늘 그렇듯, 그 당시에도 위 자화상을 또 다른 기법으로의 '연작(시리즈)'도 그렸는데 참고로 올려본다. (아래) '자화상. 60호. 캔버스에 먹물, 유화. 1995 오늘 찾아낸 이 조그만 드로잉 하나로, 나는 여태까지(그 동안) 그 '자화상'을 끝내 팔지 않았다는 것만을 기억하고 있었을 뿐, 그 당시 '아끼는 그림마저 팔아야만 하는 고통'은 잊고 있었다는 사실에, 가슴이 뭉클했던 건 물론 감회가 새롭기만 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