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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부시인의 엿장수마음 괴짜식당
우물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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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물 / 한 잔 / 목마름을 축이고 // 밥 / 한 술 / 배고픔을 채우고 // 술 한 잔 시름을 달래고 // 친구들과 우물가에서 / 시 한 수 / 읊으며 / 이 밤을 즐길까 하노라’
안동에서 만난 안동의 순종토박이 김윤한 시인이 ‘우물가’로 가자고 한다. 안동은 유난히 더운 고장이라고 하는데, 찌는 듯한 무더위 한여름 날의 해거름, 댐의 고장인 안동에서 시인이 물가로 안내하는 것으로 잘못 알아들었다. “얼쑤 좋구나!” 하고 따라간 곳이 안동문화원 바로 뒤편에 위치한 괴짜식당 ‘우물가(054-858-0553)’였다.
집 앞에는 분명하게 식당간판이 걸려 있었다. 그런데 집 안으로 들어서니 전혀 식당에 온 기분이 아니다. 마당에는 큰 감나무 한 그루를 둘러싸고 온갖 나무들과 꽃들이 춤을 추고 있다. 집 대문에서 15m나 될까. 식탁이 놓인 방으로 들어갔다. 주인인 듯한 여인이 보였는데 반기는 기색도 인사도 없다. 방안 벽면을 살펴보니 그 흔해 빠진 차림표 하나 보이지 않는다. ‘김연숙’이라는 이름으로 적힌 글들이 액자 속에 담겨 벽면 곳곳에 걸려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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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너는 맑아서 / 천 길 속을 보여줘도 부끄럼이 없고 / 나는 더러워 / 한 치의 가슴도 펼칠 수 없네 // 너는 지혜로워 / 돌아가고 넘어가고 막힘이 없고 / 나는 어리석어 가다가 웃고 춤도 추고 잔치도 열고 / 나는 옹졸해 / 조막손 펴 보려고 날마다 너에게 씻네’
김 시인에게 “주문을 하셔야지요” 했다. 그 말에 돌아온 답이 걸작이다. ‘우물가’에서 단골들은 주문을 하지 않는단다. 찾아오신 것은 손님 마음이지만 음식을 차려내는 것은 ‘엿장수’인 주인 마음이란다. 주방에 준비된 것이 없는 것을 손님이 아무리 주문해본들 소용이 없는 일이란다. 그래서 단골들은 알아서 기다려야 한다는 것이다. ‘장군멍군’으로 음식값도 손님들이 알아서 계산한다고 했다.
먹음직해 보이는 김치가 큰 쟁반에 담기고 부추전과 아구찜이 식탁으로 올라왔다. 김윤한 시인은 직접 나가서 검정색이 나는 동동주 한 됫박을 담아서 온다. 검정콩 동동주란다. 그제서야 집주인이라는 여인이 나타나서 맛있게 드시라고 한다. 참으로 별난 식당인데, 안동의 시인묵객들은 이 집을 식당이라기 보다는 자신들의 사랑방으로, 문화공간으로 이용하고 있다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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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우사육농가와 소비자 직접 만나는 마당
황소곳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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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우는 우리에게 어떤 존재인가. 한 때는 우리들의 일손을 도운 큰 일꾼으로, 논밭을 갈며 수레를 끌던 큰 머슴으로, 우리들과는 한 식구였다. 또 한 시절에는 농촌 젊은이들의 배움을 뒷받침했던 등록금이었고 살림의 밑천이기도 했다. 지금의 한우는 외국에서 밀려오는 수입소고기에 대항, 우리의 식탁을 굳건히 지키는 토속 먹거리로 자존심을 세우고 있다.
안동지방은 예로부터 소를 팔고 사는 집산지로 소시장 등 소와 밀접한 인연을 갖고 있는 고장이다. 깨끗한 물과 알맞은 기후 등 천혜의 자연조건에서 자란 안동한우는 특유의 맛과 향이 어우러진 질 좋은 소고기로 높이 평가되어 왔다. 이러한 소를 사육해 오던 안동의 풍산명품한우작목회가 영농법인을 설립하고 유통과정 없이 바로 소비자를 만날 수 있는 ‘황소곳간(054-843-2001)’이라는 직매장을 열었다.
황소곳간은 한우사육 13농가가 출자, 지난 2월22일 안동시 풍산읍 안교리 풍산장터 외각도로변에다 문을 연 것이다. 300석의 식당과 식육부를 함께 운영하는 이 곳에서는 회원농가에서 직접 사육한 순수 한우의 1등급 이상의 고급 육(肉)만으로 차려내는 등심, 갈비살, 모듬, 불고기, 육회 등을 먹을 수 있다. 도축과 육가공을 직접 하는데다 유통과정이 전혀 없는 터라 음식값이 다른 업소에 비해서 엄청나게 싼 것이야 당연하겠다. 식당 한 켠은 식육부로 고기 구매도 가능하고 전국 각지로 택배도 해 주고 있다.
황소곳간에서는 손님들이 한우를 맛있게 드시도록 도축된 고기를 4일에서 7일 정도의 숙성기간을 거친 다음 내놓는다. 금방 도축된 고기는 신선하지만 질기기 때문이란다. 그리고 고기를 구울 때는 센 불에서 짧은 시간에 익히고 한 번만 뒤집는다. 아무리 좋은 한우 고기라도 굽는 방법에 따라 그 맛이 달라진다. 센 불에 쇠고기를 익히면 가열시간이 짧아져 육즙의 유출을 줄일 수 있다.
또 한 가지 냉동된 고기는 서서히 녹이고 한번 녹인 고기는 다시 얼리지 않는다고 한다. 한번 녹인 냉동육은 녹였을 때 다 먹도록 하고, 다시 냉동할 경우 인체에 해가 될 미생물의 번식 등 위생 상의 세심한 배려까지 하고 있다는 것이다. 이러한 배경의 업소에 주차공간마저 충분하게 확보해 놓았기에 문을 열고 얼마 되지 않은 짧은 기간인데, 업소에서 6km 떨어진 하회마을과 병산서원 관광객들의 버스가 꼬리를 물고 있다. 찾아오는 관광객들이 전국 각지의 분들이라 금방 전국적인 업소로 발돋움하게 되었다는 것이 법인 설립을 주도하고 영업과 홍보를 맡고 있는 송재성(宋在成·52) 이사의 설명이자 자랑이었다.
등심(200g) 14,000원, 갈비살모듬(150g) 16,000원, 모듬(200g) 10,000원, 주물럭불고기(200g) 6,000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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민속주 안동소주 한국술의 자부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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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선(酒仙) 이태백(李太白)은 ‘만고(萬古)의 시름을 씻어 내리려 연거푸 삼백 항아리의 술을 마신다’고 읊었다. 인생의 유연함과 현실 속 좌절감을 달래기 위해 술을 마신다. 이태백은 오강(烏江)에서 뱃놀이를 하던 중 물속에 비친 달을 잡으려다 빠져 죽었다는 전설을 남겼다. 그러나 그의 생애나 그의 시를 아무리 훑어보아도 그가 술 때문에 정신을 잃었다는 흔적은 찾아볼 수 없다. 그는 술을 사랑했지 술의 노예가 되어본 적은 없었다는 것이다. 그래서 그는 주선이다.
어느 나라든 그 나라에는 고유의 전통주가 있기 마련이다. 우리나라에서는 막걸리와 약주, 그리고 소주가 고유의 전통민속주인데, 이 중에서도 소주를 대표적인 전통민속주로 내세운다. 소주는 곡물을 발효시킨 후 증류하여 만드는 증류주다. 아무리 오래 두어도 변하지 않는다. 이러한 전통민속주의 역사성과 문화재적 가치를 보존, 전승하고 있는 술이 민속주 안동소주다. 안동소주는 1987년 5월13일 도무형문화재 제12호로 지정되고 조옥화 (趙玉花) 여사가 그 기능 보유자로 인정받았다. 1990년 9월1일에는 안동소주 제조면허를 받아 생산, 판매를 시작했다.
국내 민속주 가운데 알코올 도수가 가장 높은 45도, 목젖을 타고 흐르면서 느껴지는 화끈함과 입안이 개운해지면서 엷게 번지는 취기, 맛에 반하고 흥에 겨워 과음을 하더라도 절대로 뒤탈이 없는 깔끔한 술. 그래서 안동소주는 안동 선비들의 풍류와 함께 안동의 자랑거리가 되었고, 이제는 국내뿐만 아니라 국제적으로도 널리 알려진 한국의 최상급 명주, 한국술의 자부심이 되어 있다.
무형문화재로 지정된 민속주 안동소주는 자손 만대까지 전승되어야 한다. 그래서 기능보유자 조옥화 여사의 며느리 배경화(裵京華)씨가 기능후보자로 지정되어 대를 잇게 되었다. 배경화씨는 안동소주 연구로 박사학위를 받아 대학에 출강하기도 한다.
안동소주 제조장 안에는 문화관광부 등록(제161호) 안동소주박물관(관장 김연박)이 문을 열어 놓았다. 일반인에게 공개하고 있는 이 박물관에서는 안동소주의 양조과정을 위시해 민속주에 관한 다양한 자료들과 전통음식들이 재현되어 있는데, 특히 1999년 4월21일 엘리자베스2세 영국여왕이 안동을 방문했을 때 조옥화 여사가 직접 차렸던 여왕 생일상이 눈길을 끈다.
안동소주박물관은 도산서원이나 하회마을 등 안동권을 찾는 관광객들의 견학코스로도 각광을 받고 있다. 이곳에는 소주를 직접 만들어 보는 체험장과 시음장까지 갖추어져 있다. 경북 안동시 수상동 280. www.andongsoju.com, 전화 054-858-4541.
/ 글·사진 박재곤 대구시산악연맹 고문 www.sanchonmirak.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