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엇을 쓴다는 것이 자신을 그대로 드러내는 일이라, 얕은 제 됨됨이가 들킬까봐 조심스럽지만! 많은 분들과 좋은 기억을 나누고 싶어 후기 몇 자 적습니다.
추적추적 비오는 저녁, 오늘은 온배움터가 아닌 부산한살림 구서매장으로 청년들이 모였습니다.
크지도 작지도 않은 매장안에는 먹거리부터 각종 생활용품까지 제자리에 잘 진열돼 있습니다.
뿌리내린나무는 한살림의 약과에 반해 조합원으로 가입하게 됐다고 합니다. 정말 맛있다는 말에 그자리에서 하나를 사서 같이 나눠먹는데 사무국장님이 도착하셨습니다. 약과를 먹고 있는 우리에게 반갑게 다가오셔서 우리 밀과 우리의 조청으로만 만든 좋은 약과라고, 우리는 이렇게 좋은 것을 알아차릴 수 있는 몸이 되어야 한다고 하십니다. 아 제대로 만든 약과는 이런 맛과 질감이구나.
함께 매장을 둘러보며 말씀을 듣는 시간이 이어졌습니다.
각종 면 제품을 먼저 봅니다. 면행주부터 수건, 면생리대의 소개와 함께 이미 화학성분들에 오염되어 있는 젊은이들의 몸에 대한 안타까움을 말하십니다. 우리의 몸, 특히 여성의 몸에 대한 완전성을 설명하셨습니다.
먹거리로 넘어오면서부터는 이야기가 한층 더 흥미진진해집니다. 사무국장님은 내가 먹는 것이 곧 내가 되는 일임을 알아야 한다고 하시며, 한살림에서 취급하는 제품들의 가치를 설명하셨습니다.
원래가 우리는 온전한 존재로, 온전한 것과 온전한 먹을것이 만나 화합해서 나의 몸이 됩니다. 사람이 인위적으로 어떤 물질만 뽑아내서 정제한 식품들은 완전하지 못해 그것들이 우리 몸 안에 들어갔을 때는 몸이 비상사태를 만듭니다. 그러므로 우리가 이 땅에서 나고 자란 좋은 먹거리를 먹어야 하는 것은 아주 자연스럽고도 당연한 일일 것입니다.
온전한 먹거리라는 것은 단지 유기농이냐 아니냐의 차원이 아닌 생명에너지의 문제입니다. 단순히 농약과 화학비료를 쓰지 않았느냐가 아니라 이 생명을 어떻게 길렀느냐, 이 생명이 얼마나 자기 원래의 생명에너지를 가지고 있느냐를 볼 줄 알아야 합니다. 바로 한살림의 생명살림입니다.
이런 얘기들을 전혀 지루하지 않게 막힘없이 술술 풀어내시는 정외숙 사무국장님을 보며 감탄합니다. 한살림의 정신이 그대로 체득화 되신 분이라는 생각이 듭니다. 또한 당신이 몸담고 있는 한살림이라는 조직에 얼마나 큰 애정이 있으신지도 보입니다. 향기가 있는 분입니다.
두구동 물류센터로 이동해서 자리를 이어갑니다.
물류팀장님께 부산한살림이 있기까지의 과정을 간략하게 듣고 물류 창고를 둘러보는 시간을 가졌습니다.
늦은시간임에도 불구하고 아직 많은 분들이 남아 일하고 계셨습니다.
5월 1일부터 연합물류 도입으로 인한 전산시스템 개편때문에 사무실 분위기가 좀 어수선하다며 양해말씀을 구하셨습니다.
부산한살림은 지금까지도 독자적인 물류시스템을 운영해왔습니다. 그 지역내에서 지역의 소농과 함께 하는 지역내에서의 순환이 한살림 본연의 정신이라는 생각에서입니다. 그렇지만 연합물류의 비중이 점차 커지고 그에 따라 결합할 수 있는 부분은 결합하자는 내부적인 필요성도 생겨나 연합물류 시스템을 도입하기로 결정하셨답니다.
이제 물류가 통합이 되고 나면 중앙집중적,통합적인 경향성을 가질 수도 있겠지만, 지역에서 생산자와 직접 관계를 맺고 지역내에서 경제적, 사회적, 문화적으로 자립하고 자치하는 부분들을 계속해 나갈 것이라는 의지와 각오를 다지고 있다고 말씀해 주셨습니다.
연합물류 도입으로, 물류창고도 물품이 많이 빠진 모습입니다.
모든 물품별로 재고를 두고 있던 기존과는 달리 연합물류는 통과형 물류로 주문량만큼 입고가 되어 바로 빠져나가는 형식이기 때문에 재고를 가질 필요가 없게 된 것입니다.
남아있는 제품들은 지역물품이라 불리는 지역 생산지가 생산한 1차산물과 가공품들이라고 합니다.
친절한 설명과 함께 냉장고와 냉동고까지 찬찬히 둘러보았습니다.
물류팀장님은 쌀 하나 가지고도 몇시간을 얘기할 수 있으시답니다.
단순히 눈에 보이는 제품으로만의 쌀이 아니라 그 뒤에 있는 생산자. 그 분이 어떻게 농사를 짓게 됐으며 어떻게 친환경을 하게 됐는지. 오랜 시간 동안 생산자와 한살림이 맺어온 관계들을 생각해 주셨으면 좋겠다고 말씀하십니다. 과연 한살림인답습니다.
감사하게도 한살림표 냉면을 대접 받았습니다.
깔끔하고 청량한 육수가 일품입니다. 사무국장님 따님은 여름이면 한살림 육수를 음료처럼 마신다고 합니다.
작년 1기분들은 라면을 드셨다고 합니다. 올해는 더 비싼 냉면을 먹었는데 그럼 내년에는 뭘 주시겠냐 하니 내년 쯤 통일이 되면 진짜 좋은 걸 주시겠다 합니다. 3기 분들 기대해 볼 만 합니다. ㅋㅋㅋ
한살림하면 무위당 장일순 선생님 얘기를 빼놓을 수 없겠습니다.
우리는 강의 대신 지식채널e 영상2편을 함께 봤습니다. 쌀 한 톨의 무게. 어떤 긴 설명보다도 큰 울림이 있습니다.
부조리한 세월을 온몸으로 관통하신 분입니다. 모든 스승의 스승입니다.
나락 한 알에서 우주를 보셨던 그 분의 사상과 삶 앞에서 그저 개인만을 생각한 편협했던 저를 반성합니다. 한없이 겸손해집니다.
부끄러운 얘기지만, 저는 청년대안활동가 과정을 통해 한살림을 처음 접했는데요. 이번 한살림 방문은 저의 식생활과 전반적인 소비생활을 다시 한번 되돌아 보는 계기가 되었습니다.
쌀 한 톨의 무게 1부
쌀 한 톨의 무게 2부
우리 청년들이 그날 같이 보았던 영상을 링크로 걸며 후기를 마무리 하려고 합니다.
이 영상을 몇번이고 볼 때마다 운다는 상뽕스는 그 날도 어김없이 눈물을 훔쳤습니다. 눈물을 흘릴 줄 아는 마음, 별을 노래하는 그 선한 마음, 농부의 마음을 닮고 싶습니다.
+ 이제보니까 그 날은 우리 단체사진을 안찍었어요!! 뭔가 아무도 생각을 못했던..
항상 사진 챙기던 뮬란, 단체사진 한번 찍을까요? 라고 해주는 누리가 없어서 였을까요 ㅠㅠㅠ
사실 사진 찍히는 걸 썩 좋아하지 않는데도.. 없으니까 못내 아쉽네 힝.
첫댓글 나락한알의 무게를 느낄수 있는 좋은 시간이었겠네요. 정외숙 국장님은 왠지 살이 빠지신것 같구요. 생생한 후기 감사합니다^^
와, 냉면을 대접해주시는 한살림의 센스!!! 넘 맛나겠네요~~~~ 특히나 부산한살림은 너무 멋져요! 후기 읽으며 배고파졌습니다~~ 잘읽었어요~ 감사해요~~ 이번 기수분들 모두 넘 글을 잘 쓰시네요~~~
우왕~~~ 후기를 보니 다시 고맙움과 반가움이 떠오르네요! 덕분에 복습할 때 이 글을 읽으면 되겠어요! 감사합니다~
+
"온전한 먹거리라는 것은 단지 유기농이냐 아니냐의 차원이 아닌 생명에너지의 문제입니다. 단순히 농약과 화학비료를 쓰지 않았느냐가 아니라 이 생명을 어떻게 길렀느냐, 이 생명이 얼마나 자기 원래의 생명에너지를 가지고 있느냐를 볼 줄 알아야 합니다. 바로 한살림의 생명살림입니다."
이 부분이 저도 참 좋더라구요! ㅎㅎ
역씨....!
오늘따라 더 고마운 후기네요~!!!^^
잘 읽었어요!!😃😃
모두모두 멋지신 분들~ 근원을 알아가는 시간들...
한살림 답다는 말! 공감가네요ㅎㅎㅎ 우리 모두 향기나는 사람들입니당..♥ 후기 잘 읽었어요 벼룩, 매번 함께 뛰어줘서 감사해요 호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