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년 전>
고환 위부분이 아파서 비뇨기과에 갔더니 탈장이니 외과로 가라고.
외과에 갔더니, 서혜부 탈장이며 수술 밖에는 치료법이 없다고.
복강경 시술을 통한 인공막 삽입이라 간단하다고.
그래도 그때는 수술하기 싫어서 그냥 돌아왔다.
한달 치료 해보고 안되면 수술할 작정이었다.
치료가 되었다.
횡경막 호흡, 거꾸로 매달리기, 냉찜질법 등을 동원했다.
약 보름 만에 탈장이 없어졌으며 3년을 그렇게 지냈다.
<재발>
그리고 2023년 벽두.
탈장이 재발했다.
내가 방심하고 오만했다.
스트레스, 과음, 과로 등에 노출되었지만 관리를 하지 않았다.
이미 지나간 탈장은 전혀 생각지도 못했다.
이번에는 한달이 지나도 자가 치료가 먹히질 않아, 수술을 결정했다.
<나의 추측>
돌이켜 보니 사정이 이러했다고 추측한다.
3년 전에는 복막에 구멍이 나지 않고 늘어져, 서혜부로 소장이 밀려나온 것이다.
그러니 물리 요법으로 복막의 탄력이 회복된 것이다.
이번에는 구멍이 뚫려서 다시 회복이 되지 않는 것이다.
이런 바보 멍충이...
<수술이 답인가?>
수술 밖에 방법이 없다는 것은 의료 편의주의라고 생각한다.
구멍이 뚫린 것과 아닌 것을 구분하면 좋겠다.
그때 그런 설명을 들었으면 계속 관리해서 수술하지 않아도 되었을 것을..
<수술 방법(부작용 측면)>
수술에는 세 가지 방법이 있었다.
1. 복강경 + 인공막
2. 절 개 + 인공막
3. 절 개 + 무인공막(실과 바늘로 꿰맴)
대세는 1번이다. 절개가 아니니 회복이 빠르고 흉터도 거의 없다.
첫번째 문제는 부작용. 이물질이 들어가니 평생 통증에 시달릴 확률이 있다.
정확한 수치는 모르겠고, 미국에서는 이미 그 부작용에 대해 집단 소송 중이라고 한다.
두번째 문제는, 문제가 있을 경우 인공막을 회수할 방법이 없다는 것(적어도 한국에서는)
세번째 문제는 1번은 전신 마취, 3번은 수면 국소마취.
<재발율은?>
재발율은 방식의 문제가 아니라, 집도 의사의 솜씨에 달려있으니 좋은 의사를 만나야 한다.
다만 그 의사가 전날 과음을 했거나 스트레스를 받지 않았기를 바랄 뿐.
<나의 선택>
3번이다.
원장이 탈장을 주로하는 전문 일반외과를 택했다.
수도 없이 해보았을 테니, 의사가 전날 과음을 했어도 잘 할 거라 믿으며..
그의 책 <강 리페어>를 읽어보니 대단히 신뢰가 갔다.(진료 때 공짜로 준다)
<수술 전날(화)>
일주일 동안 술을 못마실 생각하니 눈물이 절로 ㅠㅠ
그래서 수술 전날 막걸리 딱 반병만 마셨다. 미친 거 아녀?
12시 이후에는 물도 마시지 말라고 해서 그 전에 마셨다.
<수술날(수)>
4시간을 기다린 끝에 수술.
수술대에 눕혀놓고, 팔다리 묶고, 거시기 털 깎아놓고 30분을 방치한다.
귀가 가려워 환장하겠는데, 긁지도 못하고..
수치심은 또 어떻고? 푸주간의 돼지고기 같다.
오른쪽 아랫배에 매직으로 동그라미 표시까지 해두었으니... "검"
잠드는 것을 느끼지도 못했는데, 눈을 뜨니 수술이 끝났다 한다.
30분 걸린 것 같다.
지방종까지 떼어낸다고 하는데, 그럴 필요가 있는지 내가 알 길은 없다.
<수술 다음날(목)>
하루에 세번 진통제 복용
4일 동안 똥을 못싸 환장하겠다. 배에 힘을 줄 수 없으니
변비약을 두번이나 먹어도 안나온다.
물을 많이 먹으랬는데, 나름 많이 먹었는데..
수치로 알려주지. 약먹고 500ml 이상 억지로 마시라고 말해주지.
출근했다가 힘들어서 2시간 만에 귀가
<수술 후 2일째(금)>
드디어 아침에 똥이 나왔다. 5일 만이다.
변비 약을 잘못 먹은 탓에(물은 안마시고 약만) 저녁까지 설사
변지 지옥에서 설사 지옥으로...
그래도 하루종일 근무.
이래저래 개피곤. 다음날 12까지 잠.
<수술 후 3일째(토)>
이날부터 진통제를 안 먹었다. 견딜만한 통증이었다.
양말은 아파서 못 신겠다. 제일 어려운 동작이다.
양발 및 한발 스쿼트 가능. 양쪽 열번 한 세트씩.
나가고 싶은 마음 굴뚝 같았지만 그냥 쉬었다.
시리즈 겁나 많이 시청.
<수술 후 4일째(일)>
살살 걸어서 짧은 거리 산에 다녀옴.
뒤풀이 술 유혹 뿌리치고 요거트 슬러시, 맛있음.
<수술 후 5일째(월)>
양말 신을 수 있음.
기침하면 여전히 아픔. 제일 어려운 동작
밸런스 보드 타기 5분.
스트레칭 열심히 함
<수술 후 6일째(화)>
기침하면 여전히 아픔
처음으로 격한 운동. 누어서 링 당기기 10개씩 5세트.
무리한 거 같아 겁났는데, 다음날 말짱.
또 똥이 안나올까봐 채소와 유산균 잘 챙겨먹었더니 잘 나옴.
<수술 후 7일째(수)>
스트레칭, 횡경막 호흡, 거꾸로 하기에 열중
잘 먹고, 상태 좋음.
<수술 후 8일째(목)>
기침할 때 통증 40% 감소했음.
처음으로 클라이밍 홀드 백개 잡음
머리 대고 물구나무 서기도 했음.
발이 닫지 않는 턱걸이는 통증 있어서 안 함.
<수술 후 9일째(금)>
기침시에 통증 50% 감소.
내일은 가볍게 바위에서 실전 등반 할 생각임.
오늘은 스트레칭과 가벼운 운동으로 내일을 준비
<10일째(토)>
수락산 내원암장을 찾았다.
클라이밍은 50% 정도 가능하지만, 특히 하강시에 하네스가 수술 자국을 정확히 누른다.
한번 하고 오늘 그만~
열흘 만에 술을 좀 마셨다.
기분은 좋지만 걱정은 된다. 낼은 안 마신다.
<11일째(일)>
아침에 일어나보니 의외로 몸이 가뿐하다.
기침시 통증은 80% 정도 가신 듯.
영상 촬영을 위해 도봉산으로 향한다.
왕복 3시간의 힘든 트레킹이니 최대한 가볍게.
기본 장비는 모두 넣었지만 캠과 암벽화는 뺐다.
<2주째(수>
마지막 기록이다.
슬랩과 페이스 다섯 코스를 등반했다.
클라이밍 퍼포먼스는 80% 정도 회복된 듯하고
기침시에도 통증이 없다.
다만 수술 자국을 누를 때 조금 아플 뿐이다.
스트레칭과 근력운동을 7~80% 강도로 하고 있으니
다음 주에는 100% 회복이 될 것으로 전망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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첫댓글 김샘다운 투병 일지네요.ㅎ
누군가에게는 이 일지가 도움이 되겠죠.
재발되지 않도록 부단히 노력하세요
일반인들 보다는 회복이 빠른것 같아요.
고생 했습니다.
회복 잘하슈^^
고생 많으시네요ㅠㅠ
빠른 쾌유 기원합니다 ~^^
탈장 연구가 되셨습니다
얼릉 나으셧으면 좋겟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