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태교신기』의 태교덕목 및 태교실천
『태교신기』에서는 임신 중 태교를 중시하였다. 심신의 기본 틀이 형성되는 결정적 시기를 태아의 시기로 보고, 임신 중기에 태교의 내용이 <표17>의 내용에서 알 수 있듯이 4장에 주로 집중되어 있다. 이 장에서는 태교 주체를 기준으로 부성태교ㆍ모성태교ㆍ가족태교로 구분하여 고찰해 보기로 한다.
(1)부성 태교
『태교신기』에는 부성 태교에 대한 내용이 다양하게 나타난다. 첫째, 수태 당시 아비의 심신이 중요하다. 둘째, 합당한 장소에서 신체적으로 건강한 때에 꺼리는 마음이 들지 않을 조건에서 합방해야 한다. 셋째, 기운과 피가 엉켜 지각이 맑지 못함은 아비의 허물이다. 넷째, 임신 후 합방을 금해야 한다는 것이다.
이처럼 전통태교에서는 음양교합에 때와 장소를 중요한 요건으로 보고 있으며, 대자연과 관련된 기상의 변화, 장소 또는 조상과 관련된 곳, 특정한 날에 합방에 대한 금기를 제시하고 있다. 만약 금기를 어길 경우는 심각한 질병과 사망의 징벌이 따른다고 생각했다. 전통 사회에서는 자연현상에 대한 경계심, 자연숭배 혹은 신(神)의 개념이 있었기 때문에 금기를 위반할 경우 징벌이 따르기 때문에 이를 피하기 위해 세심한 주의를 기울였던 것으로 보인다.
바꾸어 말하면 심신이 건강할 때 합방해야 한다는 것이다. 이러한 기피사항은 과학적인 근거를 제시하지는 못하지만, 일기의 상태에 따라 또는 합방의 장소가 불안스럽고 편안하지 못할 경우, 심신의 불안감과 죄의식이 가중되어 호르몬 분비에 영향을 받을 가능성이 있을 수 있다고 본 것이다. 사주당도 임신이 부부 공동의 소관임을 인식하고, 남편의 심신관리 및 협조에 대하여 밝히면서 남편이 해야 할 태교 실천을 강조하고 있다.
(2)모성 태교
사주당은 제1장 1절에서와 같이 인간의 성품은 하늘에 근본하고 기질은 부모에게서 이루어졌기 때문에 부모의 기질의 편향으로 하늘의 성이 잘 발현되지 못하게 되므로 태교를 행하는 것이라고 말한다. 또한 10개월 동안 공들여 태교를 하는 것은 자식이 소인됨을 피하고 군자됨을 위해서이며, 이상적인 인물인 가장 높은 성인이 되는 것도 역시 태교에서 비롯되었다고 말한다. 또한 태교를 행하지 않았을 경우 자식의 재주가 없을 뿐만 아니라 그 형상이 온전하지 못하고 그 질병이 심히 많아지며, 또 그 때문에 낙태, 난산하게 되며, 비록 자식을 낳아도 일찍 죽는다라고 하여 태교를 하는 이유와 하지 않았을 때의 해로움을 언급하고 있다.
가.마음가짐과 관련된 태교
『태교신기』에서는 마음가짐과 관련된 태교법으로 보고ㆍ듣고ㆍ말하고ㆍ행동하는 것 모두를 살펴야 한다는 태교의 원리를 제시하고 있다. 이것은 앞서 살펴본 중국의 서한(西漢)의 유향이 『열녀전』에서 주장한 '신감론(愼感論)'으로서 임산부는 외계사물에 감응하기 때문에 모체가 느끼는 것이 태아에게 그대로 영향을 주게 된다는 원리이다. 시(視)ㆍ청(聽)ㆍ언(言)ㆍ행(行)을 통해 태아에게 영향을 끼칠 수 있는 모든 것을 살펴서 근본을 바르게 해야 함을 강조하고 있는 가의의 '신시론(愼始論)'의 원리와도 같은 것이다.
첫째, 보는 것(視)을 삼가는 것이다. 제4장 3절에는 임부의 마음을 바르게 하기 위해서 보아야 할 것과 보지 말아야 할 것을 열거하고 있다. 볼 것으로 언급한 물품들은 당시 사회에서 귀하여 인정되는 기품이 있는 것들로써 얼굴에 기운을 쏘이거나 가까이 두고 어루만지고 완상(玩賞)하면서 그런 물품이 지닌 고귀한 기품이 태아에게도 영향을 줄 것이라고 믿었다. 이러한 기원행위로 임산부는 태아에게 모성애를 키워갈 수 있게 되며, 이런 물품의 고귀한 기품을 완상하는 동안 심리적 정서관리도 이루어지는 효과를 갖는다.
둘째, 듣는 것(聽)을 삼가는 것이다. 제4장 4절에는 마음을 바르게 하기 위하여 귀로 들어야 할 것과 듣지 말아야 할 것을 열거하고 있다. 일상생활에서 언급한 부적절한 것은 피하며, 반면 들어야 할 것은 성현의 말이나 글, 예법에 맞는 음악, 아름다운 이야기 등이다. 전통사회의 임부들은 안정된 마음을 유지하기 위해서 듣는 것에도 마음을 쓰는 적극적인 태교실천을 실행한 것으로 보인다.
셋째, 말하는 것(言)을 삼가는 것이다. 제4장 5절에는 태아는 임부와 한 몸으로 임부의 마음가짐에 영향을 받기에 임부 자신이 마음가짐을 바로 잡고 조심하면 입에서는 망령된 말이 없고, 얼굴에서는 부끄러운 빛이 없을 것이므로 잠깐이라도 공경함을 잊지 않도록 당부한다. 좋은 약, 편히 쉬는 것보다도 먼저 임부가 마음을 바르게 유지하고 공경스럽게 간직해야 아기의 마음도 바르다는 것을 강조하고 있다. 또한 제4장 6절에는 사람의 마음속 생각은 말로 표현되는 것이므로 바른 언어생활을 통해 마음을 바르게 할 수 있다고 말한다.
넷째, 행동하는 것(行)을 삼가는 것이다. 행동에 관련된 것은 몇 가지로 나누어 살필 수 있는데, 몸가짐과 관련된 태교는 임신 중 신체를 건강하게 유지하여 모체나 태아에게 무리가 가지 않도록 하는 것과 출산에 관한 것이다.
제4장 7절에는 임부의 거처에 대한 것을 논하고 있다. 집에서 거처하면서 할 일과 삼가야 할 일에 대해 설명하고 있다. 임부는 먼 외출을 삼가고 집안에서 바른 의식주 생활에 힘써야 한다. 불결한 것을 보거나 냄새를 맡으면 나쁜 기운이 스며들지 않도록 주의하고, 높은 데 오르면 몸이 기우뚱거릴 수 있고, 깊은 우물은 어지럼증이 일어날 수 있으므로 조심해야 하며, 지나치게 힘쓰는 것을 삼가도록 한다. 이러한 행위는 과로와 유산의 원인이 될 수 있는 것들을 사전에 방지하는 덕목이다. 제4장 8절에는 임부가 할 만한 일에 대해 논하고 있다. 누에를 치거나 베틀에 오르고, 바느질을 하며 부엌에서 일하는 것은 여성들의 일상적인 일이지만 주의하라고 당부한다. 또 산 것을 칼로 베는 행동은 살생의 마음으로 태아에게 안 좋은 영향을 줄 수 있고, 자를 때 반듯하게 하면 그 반듯함이 태아에게 전달된다는 것이다.
제4장 9절에는 앉아서 움직임에 주의할 점을 논하고 있다. 가벼운 행동이라도 몸에 갑자기 무리가 오는 동작에 대해 상기시키고 있다. 제4장 10절은 임부가 다닐 때 주의점을 논하고 있다. 이것은 자칫 몸이 중심을 잃고 넘어질 경우가 생기면 태아의 생명이 위험하기 때문에 주의할 점을 여러 경우를 세세하게 주의를 주고 있다. 제4장 11절에서는 임부가 잠잘 때에도 몸가짐을 조심해야 함을 강조하고 있는데, 이것은 혈액순환에 장애가 생길 때 아기에게 산소 전달이 원활하게 되지 못하는 상황이 초래될 수 있기 때문이다.
제4장 13절에는 해산할 때 주의할 점을 논하고 있다. 출산의 순간까지 몸가짐에 정성을 다해야 함을 말하고 있으며, 출산을 용이하게 하는 자세를 설명하고 있는데, 이러한 '비스듬히 누워 상체를 세우는 자세'는 순산의 자세로서 현대의 해부학적 타당성을 지니고 있다.
나.섭생법과 관련된 태교
『태교신기』에서는 임신 중 먹어서는 안 될 음식과 그 부작용, 금기한 것과 먹으면 이로운 음식들을 나열하고 설명하고 있다.
가)금기 식품
제4장 12절에는 금기해야 할 음식에 대해 설명한다. 시대상황으로 볼 때 전염성 등 각종 위생 상태가 좋지 않아 임부와 태아 사망률이 높았을 것으로 파악되며, 사주당은 그 당시 의학과 민간요법의 상식으로 행하는 것들을 수용하여 정리한 것으로 보인다. 임부에게 비위생적인 식품으로 간주되는 것이나 음식 자체의 성질이 냉하여 태(胎)에 마땅하지 않는 것과 상하거나 제철이 아닌 때의 식품을 금하고 있다.
<표18>에서와 같이 금기식품과 권장식품에 대해 살펴보면, 술은 사람의 혈맥이 풀리게 하고, 당나귀 말고기 같은 것은 흔하지 않은 고기로 사람이 마음으로 꺼리는 생각이 들게 함으로 경계하였고, 비늘 없는 물고기(홍어ㆍ문어ㆍ낙지ㆍ오징어)는 물렁거리며 그 연골을 먹으면 아기의 뼈가 물러진다고 보았다. 엿기름이나 마늘은 소화작용을 왕성하게 하는 식품이므로 새 생명이 생기는 데에는 마땅하지 않고, 메밀은 소화가 잘되지 않는 점이 있다. 율무는 찬 성질의 기운이 유산시킨다고 보았다. 복숭아씨는 엉킨 피를 흐트러뜨림으로 역시 잉태에는 적합지 않는 식품으로 보고 있다. 개ㆍ토끼ㆍ게ㆍ양ㆍ참새 등은 음식물의 외형상, 혹은 어떤 특징들이 태아에게 영향을 준다는 생각에서 나온 금기이다.
음식ㆍ물건ㆍ행동 등에 의해 영향을 받는다고 생각하는 이와 같은 심리를 민속학에서는 '모방주술심리'라고 한다. 모방주술이란 특별한 때에 어떤 행위를 하면 그 행위는 그와 유사한 결과를 가져온다고 믿는 주술 심리로 유감(類感) 주술, 혹은 유사의 법칙이라고 한다. 임산부는 아이에게 영향을 주는 음식을 가리고 음식의 남용을 절제하며 아기가 신체적으로 건강하게 태어나기를 바라는 마음으로 이를 행한 것이다. 음식 중에서 몇 가지 함께 섭취했을 때 좋지 않은 약리효과에 의해 태아와 모체가 상할 수 있음을 설명하고 있다.
나)권장 식품
제4장 12절에는 또한 권하는 음식에 대한 것으로 잉어는 임산부를 위해 최상의 식품으로 여겼다. 태몽에 잉어를 보면 귀한 아들을 낳는다고 믿어졌고, 잉어를 용왕의 아들로 보는 전래 이야기도 있을 정도로 잉어는 태아 형성에 모방주술적인 효력이 있는 것으로 생각한 것이다. 이것은 그 시대에 임산부가 태어날 자식의 단정한 모습을 기원한 '음식태교'라 할 수 있다. 소의 콩밭과 보리, 해삼이나 새우, 미역은 단백질이나 칼슘이 많은 고영양가 식품으로 권장되었다. 태아는 임산부의 음식에서 모든 영양을 공급받기 때문에 골격을 이루는 시기에는 칼슘이 절대적으로 필요하며, 태반이 형성되는 시기에는 철분 섭취가 충분히 이루어져야 하며, 뇌신경 세포가 잘 발육하려면 충분한 단백질 공급이 필수적이다. "침이나 뜸을 함부로 사용하지 말며 탕약을 함부로 먹지 말 것이오 라고 하여 제4장 7절에서는 약물 남용에 대해 주의를 주고 있다. 실제로 『동의보감』ㆍ『규합총서』 기타 의서를 보면 임산부가 복용하지 말아야 하는 약물이 총 152종이 있고, 이것은 약물남용으로 인한 유산의 위험을 예방하기 위한 것이라 보고하고 있다.
(3)가족 태교
『태교신기』 제4장 1절에는 임부가 성내면 그 태아로 하여금 피가 병들게 되고, 두려워하면 자식으로 하여금 정신이 병들게 하고, 근심하면 자식으로 하여금 기에 병들게 하고, 놀래는 자식으로 하여금 지랄병이 들게 하기 때문에 집안 식구들 모두 행동에 주의해야 함을 강조한다. 이와 같은 생각은 임신 기간 중 장차 가정의 일원이 될 아이의 건강과 장수, 성격과 운명 등에 영향을 미치는 것으로 인식한 공동체 의식에서 나오는 것이다.
<인도전통의 태교사상과 실천방법 연구/ 조혜숙 원광대학교 대학원 불교학과 철학박사 학위논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