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문보기 : [팩트체크] 북한에서 3·1운동은 어떤 의미? | 연합뉴스 (yna.co.kr)
송고시간2018-07-05 11:26
국경일 아니고 달력에 표시 없지만 반외세 투쟁의 모범 2009년 90주년 때 보고회·기념우표…노동신문은 매년 사설 게재
독립문 앞 3·1운동 재현
(서울=연합뉴스) 박동주 기자 = 1일 서울 서대문형무소역사관에서 열린 '서대문, 1919 그날의 함성!' 행사에 참여한 시민들이 독립문 앞까지 행진한 후 3·1운동을 재현하고 있다. 2015.3.1
pdj6635@yna.co.kr
(서울=연합뉴스) 김수진 기자 = 문재인 대통령이 지난 3일 열린 '3.1운동 및 임시정부 수립 100주년 기념사업 추진위원회' 출범식에서 내년 3·1운동 100주년 기념사업을 북한과 공동으로 추진하겠다는 뜻을 밝히면서 그 성사 여부에 관심이 쏠린다.
문 대통령은 이 자리에서 4·27 남북 정상회담 당시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에게 이같은 계획을 제안했다는 사실도 처음으로 공개했다.
문 대통령의 이런 의지는 판문점 선언에 '남과 북에 다같이 의의가 있는 날들을 계기로 당국과 국회, 정당, 지방자치단체, 민간단체 등 각계각층이 참가하는 민족공동행사를 적극 추진하여 화해와 협력의 분위기를 고조시킨다'는 문구로 담겼다.
[남북정상회담] 한반도 평화를 위한 대화
(판문점=연합뉴스) 황광모 기자 = 문재인 대통령과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이 27일 오후 판문점에서 도보다리 친교산책과 단독회동을 마친 뒤 평화의집으로 향하며 대화하고 있다. 2018.4.27
hkmpooh@yna.co.kr
그러나 일각에서는 북한이 3·1운동에 한국만큼 큰 의미를 부여하지 않기 때문에 공동 행사 추진 과정이 순탄치만은 않을 것이라는 우려를 제기한다.
남북이 3·1운동 100주년 사업을 공동으로 추진한다는 소식이 알려지자 소셜미디어(SNS) 등에는 "북한에서 3·1절을 가르치기는 하느냐", "북한은 3·1운동을 부르주아 세력이 주도한 운동으로 보고 높게 사지 않는다"는 지적이 나왔다.
실제로 북한에서 3·1운동이 갖는 위상은 우리와 비교해 낮은 편이다.
우리는 헌법에 3·1운동을 명시하고, 이를 계기로 수립된 임시정부에서 건국의 뿌리를 찾는다. 또한 국경일로 지정해 대통령이 해마다 기념사를 발표하는 등 행사를 성대하게 치른다.
반면 북한에서 '3·1인민봉기'라 칭하는 3·1운동 기념일은 국경일이나 공휴일로 지정돼 있지 않다.
조선출판물수출입사가 발간한 올해 북한 달력을 보면 3월 1일에 음력 날짜만이 병기돼 있을 뿐 별도로 3·1운동이 일어난 날이라는 표시가 돼 있지 않다. 11월 16일 어머니날이나 같은 달 29일 항공절 같이 국경일이나 공휴일이 아니어도 별도 표기가 돼 있는 것과 대조적이다.
조선출팔물수출입사가 발간한 올해 북한 달력
3·1절에 별다른 표기가 없는 것을 확인할 수 있다
그렇다고 북한이 3·1운동에 아무런 의미를 부여하지 않는 것은 아니다.
북한은 주로 방송·신문 등 언론매체를 통해 3·1인민봉기 정신을 이어 반외세 투쟁을 이어가자고 강조하는 데 초점을 맞춘다.
특히 노동당 기관지 노동신문은 매년 3·1인민봉기 기념 사설을 게재한다. 올해와 작년에는 각각 '온 민족이 떨쳐나 외세의 침략책동을 단호히 짓부시자', '민족자주의 기치높이 거족적 통일운동의 전성기를 열어나가자'는 제목의 사설이 실렸다.
또한 북한은 3·1운동 90주년을 맞은 2009년 당시 '3·1인민봉기 90돌 기념 평양시 보고회'를 열었고, 독립만세를 외치며 궐기하는 모습을 담은 기념우표를 발행하기도 했다.
북한 역사교과서에도 3·1인민봉기가 기술돼 있고, 조선대백과사전 역시 "1919년 3·1인민봉기 때 일제에 반대해 용감하게 싸운 여학생"이라며 간략하게 나마 유관순 열사를 소개하고 있다.
KN. 북한 3.1운동 90돌 기념우표
(평양 조선중앙통신=연합뉴스) 북한에서 발행된 3.1운동 90돌 기념우표. 2009.2.26
김용현 동국대 북한학과 교수는 "북한이 체제의 시원(始原)을 항일무장투쟁에서 찾기 때문에 우리처럼 헌법 전문에 넣는 정도는 아닐지라도, 3·1운동을 적극적으로 평가한다"고 설명했다.
김 교수는 "학생들도 수업에서 이러한 내용을 많이 배운다"며 "유관순 열사에 대해서도 알고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다만, 북한이 3·1운동의 초점을 김일성 주석의 항일무장투쟁에 두고, 민족대표 33인의 행적을 비판적으로 바라보는 등 우리와 접근 방식에 차이가 있는 만큼 공동 행사를 추진할 때 유의해야 한다는 목소리도 있다.
안찬일 세계북한연구센터 소장은 "북한은 3.1운동을 제대로 된 지도를 받지 못한 하나의 민족운동 정도로 평가 절하하는 측면이 있기 때문에 사업 진행 과정에서 북한과 의견을 조율하는 데 애를 먹을 수 있다"고 지적했다.
미국 컬럼비아대 유니언신학교의 버크도서관이 보관 중인 3·1운동 및 일제의 잔혹한 진압 관련 사진 자료[연합뉴스 자료사진]
gogogo@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