돌봄과 죄책감
찬송: “주의 친절한 팔에 안기세”(405장)
말씀: 누가복음 22:28~30
“너희는 나의 모든 시험 중에 항상 나와 함께 한 자들인즉 내 아버지께서 나라를 내게 맡기신 것 같이 나도 너희에게 맡겨 내 나라에 있어 내 상에서 먹고 마시며 또는 보좌에 앉아 이스라엘 열두 지파를 다스리게 하려 하노라”
묵상
“나 죽은 다음에 어쩌려고 그래?” 몸을 움직이지 못하는 아버지를 돌보는 딸에게 아버지가 자주 한 말이라고 합니다. 딸이 정성을 다해 모셨겠지만, 아픈 사람 나름의 섭섭함이 있었을 것입니다. 얼마나 섭섭하고 답답했으면 그렇게 말했을까요? 돌봄을 주고받는 일은 사랑의 관계에서 이루어집니다. 그러나 모두가 몸과 마음의 한계 안에서 살아가는 사람들입니다. 오랜 돌봄 노동에 지친 이들은 육체적 피로와 정서적 고갈을 경험합니다. 잘 돌보겠다고 다짐하면서도 짜증을 부리고 자신도 모르게 모난 태도를 보이기도 합니다. 돌봄 받는 이들의 마음은 훨씬 취약하기에 더욱 날카롭게 반응합니다. 하루 종일 침대에 누워 있어야 하는 상황에서 내적으로 쌓이는 분노와 원망은 커져갑니다. 한편으로는 고맙지만, 섭섭한 마음도 어쩔 수 없습니다. “나 죽은 다음에 어쩌려고 그래?”라는 말은 그래서 나온 것입니다. 이렇게 말하는 아버지를 오래 참아내다 딸은 결국 “아빠는 꼭 그렇게 딸 가슴에 못을 박고 가야겠어?”라고 쏘아붙였다고 합니다. 아버지의 장례식에서 딸은 그렇게 말하던 자신의 모습이 계속 떠올랐고, 죄송한 마음에 고개를 들지 못했습니다. 그 잔상은 오랫동안 딸을 괴롭혔습니다.
예수님은 십자가를 앞두고 제자들이 당신과 함께하기를 바라셨습니다. 그러나 제자들은 기도하는 순간에 예수님과 함께하지 못했고, 십자가 앞에서는 모두 도망가 버렸습니다. 그러나 예수님은 놀랍게도 “너희는 나의 모든 시험 중에 항상 나와 함께 한 자들”(눅22:28)이라고 말씀해주십니다.
주님을 따른다면서도 가장 중요한 순간에 주님을 등진 제자들처럼 우리는 연약한 사람들입니다. 사랑으로 돌보고 섬긴다면서도 후회할 일을 많이 남기는 우리들입니다. 주님은 우리의 이런 연약함을 알고 품어주십니다. 그 품에 안길 때 우리는 평안을 누릴 수 있습니다. 돌보는 일이 힘들지 않도록, 가족 한두 명에게만 몰리지 않도록 사회가 노력해야 합니다. 그러나 아무리 환경이 개선되더라도 돌봄 상황에서 갈등과 후회는 피할 수 없습니다.
우리는 사순절을 시작하면서 ‘말의 훈련’을 시작했습니다. 아무리 훈련해도 못된 말이 내 입에서 나가는 것을 완벽히 통제할 수는 없습니다(약3:2). 그렇다면 예수님이 그러셨던 것처럼 축복과 격려, 인정해주는 말을 자주 하면 좋겠습니다. 고맙다고 느껴지는 순간을 그냥 지나치지 말고 진실된 감사를 표현하는 것입니다. 힘든 투병과 돌봄의 순간에도 가끔씩 감사와 기쁨의 순간이 찾아옵니다. 그때는 말로 표현하십시오. 그리고 기도하는 것입니다. 나에게 가장 소중한 사람에게 축복의 말을 하면서 살 수 있게 해달라고 말입니다.
기도
사랑의 하나님, 사랑으로 행하겠다고 마음먹고도 미움의 표현을 더 많이 하는 것 같습니다. 나의 입술을 지키시고 마음을 주님의 평화로 채워주소서. 예수님의 이름으로 기도합니다. 아멘.
첫댓글
사랑의 하나님,
나의 입술을 지키시고 주님의 평화로 내 마음을 채워주소서.
예수님의 이름으로 기도합니다.
아멘~!
아멘~!
아멘
아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