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느덧 시리즈 20을 넘어 21번째 입니다.
귀뜸과 귀띔
‘상대편이 눈치로 알아차릴 수 있도록 미리 슬그머니 일깨워 주는 것’을 가리키는 말을 무엇이라고 할까요? 흔히 ‘귀뜸’이나 ‘귀뜀’이라고 알고 있는 사람들이 있지만 ‘귀띔’이라고 해야 합니다. ‘귀’에 ‘띔이 결합한 것으로 ‘띔’은 본래 ‘처음으로 청각을 느끼다’를 뜻하는 ‘뜨다’의 피동형 ‘뜨이다’의 명사형입니다. 참고로 표준어 규정 제2장 17항에 따르면, 비슷한 발음의 몇 형태가 쓰일 경우, 그 의미에 아무런 차이가 없고, 그중 하나가 더 널리 쓰이면, 그 한 형태만을 표준어로 삼도록 규정하고 있습니다. 이에 따라 ‘귀뜸’이나 ‘귀띔’ 가운데 ‘귀띔’만을 표준어로 삼습니다.
철렵과 천렵
이제는 점차 사라져가고 있지만, 무더운 날에 냇물이나 강에서 고기를 잡아 국을 끓여 먹으며 더위를 피하는 민간의 풍습이 있습니다. 이를 철렵(輟?)이라고도 하고, 천렵(川獵)이라고도 하는데 어떤 것이 올바른 걸까요? 전자는 ‘그칠 철’ 자에 ‘풍신 좋을 렵(엽)’ 자를 써서 “하던 일을 멈추고 즐기다”라는 뜻을, 후자는 ‘내 천’ 자에 ‘사냥할 렵(엽)’ 자를 써서 “냇물에서 고기를 잡다”라는 뜻을 가지고 있습니다. 그런데 국어사전에는 ‘천렵’이라는 말만 등재되어 있고, ‘천렵’에 ‘철렵’의 뜻이 함축되어 있으므로 ‘천렵’이라는 말을 사용하면 됩니다.
따논 당상과 떼논 당상
흔히 어떤 일을 하는데 자신만만할 때 ‘따논 당상’이라고 하지 않나요? 하지만 ‘떼논 당상’이라고 해야 합니다. 이 말의 유래를 살펴보면 조선시대 정삼품 이상의 ‘당상관’을 선발할 때 왕이 염두에 둔 인물의 서류를 다른 인물들과 따로 떼어 놓음으로써 이미 합격이 되었음을 뜻하는 말입니다. 따라서 “이미 떼어 놓았다.”라는 뜻으로 ‘떼어 놓은 당상’이라고 합니다. 아울러 “당상의 벼슬을 따 놓았다.”라는 뜻으로 ‘따 놓은 당상’이라고도 합니다.
득달같이와 득돌같이
매사에 일처리가 빠른 사람의 행동을 가리켜 ‘득달같다’고 합니다. 왜 그럴까요? 이 말의 뜻을 이해하기 위해 명사 ‘득달(得達)’을 사전에서 찾아보면 “목적한 곳에 도달함. 또는 목적을 이룸”이라고 풀이되어 있습니다. 즉 일처리가 빠른 것과 직접적인 관련은 없어 보입니다. 다만 형용사 ‘득달같다’는 “잠시도 늦추지 아니함”을 뜻하는 말이라고 풀이되어 있으므로 출발도 하기 전에 목적한 곳에 도달한 것과 같다면 일처리가 빨라야 함을 유추할 수 있으므로 그 유래를 짐작할 수 있을 뿐입니다. 참고로 ‘득돌같다’의 경우 ‘득달같다’와 비슷한 말로 사용할 수 있으며, “뜻에 꼭꼭 잘 맞음”이라는 뜻으로도 사용할 수 있습니다.
이번주와 지난주
‘이번주’와 ‘지난주’는 어떻게 띄어 써야 할까요? 두 말의 구성이 비슷할 것이라고 생각하는 사람들은 ‘이번’과 ‘지난’을 관형사로 생각하고 ‘주일’을 뜻하는 명사 ‘주’와 띄어 쓸 것입니다. 하지만 ‘이번’은 “곧 돌아오거나 이제 막 지나간 차례”를 뜻하는 명사이므로 ‘주’와 띄어 써야 하지만, ‘지난’은 동사 ‘지나다’의 활용형이며 ‘이번 주’와 달리 ‘지난주’는 한 단어이므로 붙여 써야 합니다. ‘이번 주’와 구성이 비슷한 것은 ‘저번 주’입니다. 따라서 “지난주보다 이번 주는 더 열심히 일을 해야 한다.”라고 써야 합니다.
들려서와 들러서
어디에 ‘들려서’가 올바른 표기일까요, ‘들러서’가 올바른 표기일까요? 혹시 ‘들러서’가 올바른 표기 같은데 ‘들려서’가 왜 올바르지 않은 표기인지 잘 모르겠다면 “지나는 길에 잠깐 들어가 머무르다.”라는 뜻을 가진 단어의 기본형이 ‘들리다’가 아니라 ‘들르다’임을 알면 됩니다. ‘들리다’에 ‘-어서’가 결합하면 ‘들려서’가 되고, ‘들르다’에 ‘-어서’가 결합하면 ‘들러서’가 되는데, ‘들리다’는 ‘들르다’의 잘못된 표기이므로 ‘들려서’가 아니라 ‘들러서’라고 써야 하는 것입니다.
참고와 참조
“사전을 (참고/참조)하여 답안을 작성하세요.”라는 문장에서 ‘참고’가 맞을까요, ‘참조’가 맞을까요? ‘참고’는 ‘살펴서 도움이 될 만한 재료로 삼음’을 뜻하고 ‘참조’는 ‘참고로 비교하고 대조하여 봄’을 의미합니다. 따라서 ‘참고 도서’나 ‘참고 자료’처럼 ‘어떤 내용에 대하여 살펴볼 때’는 ‘참고’를 쓰는 것이 적절하지만, ‘관계 기사 참조’나 ‘사진 참조’처럼 ‘어느 것을 다른 것과 비교하거나 대조할 때’는 ‘참조’를 쓰는 것이 적절합니다. 그러므로 위에 제시한 문장은 “사전을 참고하여 답안을 작성하세요.”라고 적는 것이 적절한 표현입니다.
전단지와 전단
선전이나 광고하는 글이 담긴 종이의 작은 조각을 가리키는 말을 무엇이라고 할까요? 흔히 ‘전단지’라고 알고 있는 사람들이 있습니다. 그런데 ‘전단지’는 ‘전단’의 잘못된 표현입니다. ‘전단지’의 경우 ‘-지’는 ‘모조지’나 ‘포장지’처럼 ‘종이’를 의미하기도 하고, ‘석간지, 일간지’처럼 ‘신문’을 뜻하는 접미사입니다. 따라서 ‘전단’에 이미 ‘낱장의 종이’라는 의미가 포함되어 있기 때문에 ‘전단지’가 아니라 ‘전단’이 맞는 표현이 되는 것입니다. 참고로 국립국어원에서는 ‘전단’을 ‘알림 쪽지’로 순화하여 사용하도록 권장하고 있습니다.
세수대야와 세숫대야
‘세숫물을 담는 둥글넓적한 그릇’을 가리킬 때 ‘세수대야’라고 할까요. ‘세숫대야’라고 할까요?
혹시 ‘세수대야’라고 알고 있지는 않나요? 하지만 ‘세숫대야’라고 적어야 합니다. 왜냐하면 ‘세숫대야’는 ‘손이나 얼굴을 씻음’을 뜻하는 한자어 ‘세수(洗手)’와 ‘물을 담아서 무엇을 씻을 때 쓰는 둥글넓적한 그릇’을 뜻하는 순우리말 ‘대야’의 합성어로서 ‘[세ː수때야/세ː숟때야]’로 소리 나므로 사이시옷을 받쳐 적는 것이 맞습니다. 참고로 한글맞춤법 제4장 제4절 30항에 따르면 한자어와 순 우리말로 된 합성어의 경우 뒷말의 첫소리가 된소리로 나면 앞말에 사이시옷을 받쳐 적도록 규정하고 있습니다.
그리고 나서와 그러고 나서
여러분 “밥을 먹었다. 그리고 나서 이를 닦았다.”라는 문장에서 어디가 잘못되었을까요? 앞말이 뜻하는 행동이 끝났음을 나타내는 보조 용언 ‘나다’는 본용언인 동사의 어간 뒤에서 ‘-고 나다’ 구성으로 쓰입니다. 따라서 '그리고'는 접속 부사이므로 '나서'를 결합하여 쓸 수 없습니다. '-고 나서' 앞에는 동사만이 오기 때문에 동사가 아닌 '그리고'와 결합하여 쓰는 것은 잘못입니다. 따라서 ‘밥을 먹었다. 그러고 나서 이를 닦았다.’라고 해야 올바른 문장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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