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해선(울진역-장사역-고래불역)
1. 동해선 역들을 답사하기 위해 강릉으로 내려갔다. 오랜만에 비가 흠뻑 내리고 있었다. 산불이 경북과 강원도 지역을 휩쓸 때 그토록 기다렸던 비이지만, 산불로 사라진 수림 때문에 이제 비는 커다란 위험요소로도 되고 있다. 기왕 내리는 봄비가 산불의 가능성과 물부족을 줄여지길 바랄 뿐이다. 내려간 날은 마침 동해선 점검 때문에 기차를 운행하지 않아 대신 강릉 터미널에서 다른 지역으로 이동하는 프로그램을 운영하기로 했다. 아직 가 보지 못한 양양의 시내답사를 하기로 했다. 동해선 답사는 내일로 미룬다.
2. 소박한 분위기의 소도시(양양 & 울진)
양양은 작은 도시이다. 터미널을 외곽으로 이동하여 새로 만들어 현대적이었지만, 그곳에서 약 5-10분정도 걸어서 들어선 시내 입구는 소박하고 단촐한 오래된 도시였다. 도심은 20분도 되지 않아 끝이 났다. 유행처럼 번지는 지방청사들의 어울리지 않은 거대한 건물도 여기에는 없었다. 오래 전 분위기를 유지하고 있는 건물들이 서있었을 뿐이다. 이런 분위기는 기차로 방문한 울진도 비슷했다. 도심의 거리는 짧았고 유흥시설은 없었으며 모든 것이 단순함으로 이해되었다. 울진은 터미널마저 낡고 초라했다. 만약 신축된 <울진역>이 없었다면 울진의 인상은 지나치게 낙후된 느낌이었을 것이다. 하지만 싫은 것은 아니었다. 지나치게 빠르게 원래의 모습을 잃어버리고 있는 도시를 방문했을 때의 인상이 마냥 좋았던 적은 없었기 때문이다. 그럼에도 정체되어 있는 모습은 어쩌면 그 곳의 위기를 말해주는 증상일지 모른다.
3. 동해해변의 역들(장사역 & 고래불역)
<장사역>과 <고래불역>은 새로 생긴 동해선의 베스트역들이다. <동해선>의 가장 큰 매력은 동해의 멋진 풍경을 즐기면서 여행 할 수 있다는 점이다. 특히 역에서 해변까지 가까운 역들은 언제든지 바다의 아름다움을 쉽게 체험하도록 유혹하는 곳이다. <장사역>과 <고래불역>이 그런 역들이다. <장사역>은 5분 정도 이동하면 장사해변이 나타난다. 해변의 아름다움과 함께 이곳은 한국전쟁과 관련하여 특별한 역사적 아픔을 담고 있다. 인천상륙작전을 속이기 위해 실행된 ‘장사’ 상륙작전으로 많은 학도병이 산화한 곳이기 때문이다. 죽음을 알고도 치열하게 싸웠던 채 어른이 되지 못한 젊은이들, 그곳은 한동안 사람들의 기억에서 잊혀지기도 하였다. 최근 사람들의 관심이 높아졌고 충혼탑과 전승기념관이 만들어졌다. 바다와 함께 '전쟁‘이 야기한 비극적인 사건의 의미를 되새길 수 있는 공간이다.
<고래불역>은 ‘고래불’이라는 독특한 이름과 함께 아름다운 길과 등대 그리고 주변 풍경이 어우러진 곳으로 영덕 지역의 ‘블루 로드’가 마무리되는 곳이다. 몇 년 전 이 곳을 걷고 나서 <걷고싶은 길>로 선정했듯이 매력적인 요소들이 곳곳에 숨겨져 있다. 오늘은 기차를 이용하여 왔다. 쉽게 방문하기 어려운 곳이지만 이제 충분히 하루 여행코스로 올 수 있게 되었다. 최근 진행되고 있는 ‘철도혁명’의 힘을 지각하게 된다. 고래불역에서 발견한 작은 즐거움은 맘에 드는 중국식당을 만났다는 점이다. 최근 어떤 곳을 가더라도 대부분 오후3시에서 5시까지 영업을 중단하는데 이곳은 항상 개방하고 있었고 준비된 메뉴들도 작은 식당에 어울리지 않게 다양하게 갖추고 있었다는 점이다. 차량을 이용하지 않고 여행할 때 역 주변에서 가볍게 술 한 잔 할 수 있는 장소의 여부는 그 곳의 매력을 결정짓는 중요한 요소일 수도 있다. 한 잔의 술이 여행의 피로를 씻어주는 것과 함께 장소에 대한 깊은 여운을 남겨주기 때문이다. 동해선 답사 때 동해 바다에 10분 이내에 쉽게 접근할 수 있는 역들은 <정동진역> <근덕역> <고래불역> <장사역> <월포역>이다. 남아있는 날들의 ‘여행지’로 선정해둔다.
첫댓글 -동해의 푸른 바다와 기차역, 발길따라 걷는 길....... 삶은 피어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