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가 온다. 파전에 막걸리가 생각난다. 비 오면 할 일이 없다. 삼삼오오 부침개를 만들어 탁배기를 마셨다. 아버지들의 풍습이다. 그것이 오늘날까지 전해져 비 오면 카톡을 날린다. 둘은 그렇고 세명만 되어도 수다는 끊이지 않는다. 한 잔이 두 잔이 되고 취기가 오르면 수다는 청산유수다. 국어사전에 없는 단어들이 더해질 때마다 웃음꽃이 만발, 옆 테이블을 집어삼킬 듯 언성이 높아진다. 그렇게 웃고 떠들다 보면 생기가 돈다. 모공을 뚫고 나온 머리카락이 숫자를 더하는 것도 수다의 힘이다. 수다와 알코올은 바늘과 실 같은 존재다.
시정소식지에 맛 집 코너가 있다. 그녀가 주어 왔다. "여기 한번 가보자" 중화요리집인데 특이했다. 보는 순간 침이 고인다. 비싸다. 4, 5천 원하는 짜장면이 만 원이다. 짬뽕 역시 마찬가지다. 백수가 먹기에는 부담스럽다. 관광지가 아니고 시내 한복판이다. 주차 문제도 있고 해서 시내 나가는 것을 꺼린다. 대중교통을 이용해보려 했지만 절차가 복잡하다. "뭐 그리 생각이 깊어. 겨우 만 원인데" 그녀는 말이 끝나기 무섭게 꽃단장을 시작했다.
30년을 넘게 경제활동을 하면서 근검절약을 가훈으로 지출을 줄였다. 겨우 보금자리 하나 장만하고 달구지는 운행을 줄였다. 배골치 않으면 성공한 것이라 말하는 엄마는 고봉밥을 내어주었다. 남길 것을 대비하여 어느샌가 물을 부었다. 그렇게 먹고 마시고 했지만 뒤돌아서면 배가 고팠다. 명절 빼고는 고기를 맛볼 수 없었다. 육성회비 내는 것도 버거웠다. 연체라도 하면 혼쭐 난다. 무서웠다. 선생님이 말이다. 힘들고 어려운 시절이었지만 고맙고 행복했다.
시내는 복잡했다. 주차장을 찾아야 했다. 공영주차장이 보인다. 주차비가 문제다. 짜장면 먹으로 왔다가 주차비가 더 들 것 같다. "아이참, 빨리 주차하지 않고 뭐 하는 거야" 그녀의 핀잔이 길게 늘어진다. 말이 끝나기 무섭게 주차를 했다. 어르신이 다가왔다. "후불입니다" 주차비는 그렇게 비싼 편은 아니었다. 괜한 걱정을 한 것이다.
나는 짬뽕, 그녀는 짜장면을 주문했다. 엊저녁 과음으로 속이 쓰렸다. 짬뽕 국물로 속을 풀어야 했다. 해장국집에 가면 으레 소주 한 병을 비운다. 모처럼 중국집에 왔는데 빼갈을 마시고 싶었다. 가격이 상당했다. 촌놈 또 망설여진다. 소주 세 병 값인데 어떻게 마실 수 있단 말인가. "자기야 술 안 시켜" 메뉴판을 뚫어져라 보고만 있는 내가 한심했는 가보다. "시켜야지, 연태주 한 병 마시고 싶은데 가격이 쎄네" 메뉴판을 낚아챈 그녀는 연태주 한 병을 주문했다.
얼마 전 불알친구 사망을 알리는 부고장이 날아왔다. 슬프다. '사치하시라' 그렇지 않으면 황천길 가는 길이 가시밭길이다. 모아둔 돈 염라대왕에 바쳐도 이승으로 다시 올 수 없다. 다시 한번 강조한다. 억울함이 없이 가시려면 '사치하시라'
마늘 두 쪽 갖고 상경하여 부엌도 없는 단칸방에서 연탄불 피워 밥해 먹느라 고생 많았다. 호랑이들의 피와 땀이 모여 대한민국을 선진국으로 만들었다. 먹을 것 줄이고 입는 것 물려받아 아끼고 절약하여 쌓인 돈이 기업이 성장하는데 밑거름이 된 것이다. 자가용을 끌고 다닐 줄 상상이나 했겠는가. 집 한 칸 마련하려면 얼마나 들까. 아무리 두들겨도 계산이 나오지 않았다. 용기를 잃지 않고 일했기 때문에 백수가 서럽지 않다는 것이다. 이제, 베풀자. 돈을 쓰는 것이 베푸는 것이다. 명품을 갖고 싶다. '비호'는 새 가슴이라 사치를 할 수 있는 용기가 나지 않는다. 바보!!!
첫댓글 시정 소식지가 짬짜 데이트도 시켜주고,
근디 그녀가 더 쎄네 ㅎ
소식지 돈만 내면 맛집으로 홍보 해준다네...
니미랄 드렇게 맛도 없는 것을 말이야..
그렇게라도 데이또 했으니 그 또한 즐겁지 않은가.
나도 이번 주말...에이 비소식 있네...
차를 놓고 경춘선 철마를 이용해 볼까나...
나이가 들수록 마음이 풍요로워져야 곱게 늙는다.
우리 친구들 모두가 그런것 같다.
좀비가 득실 거려 대중교통은 삼가하는 것이 좋을 것 같다.
좋은 차 오래 주차해 놓으면 썩는다.
기름값이 높다 하되 나가고 싶은 욕망을 잠재울 수 없다.
부지런히 댕겨라. 써라. 그리고 사치하라..
뽀식이 말들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