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윤태근 님의 관련 기사 원문은 「한글 문화원이 보급한 세벌식 자판 - (8) 3-90 자판과 공병우 최종 자판을 둘러싼 줄다리기」(https://pat.im/1148)에 부록으로 더하여 올렸습니다.)
한글 윈도우 3.1가 개발된 때는 1993년입니다. 그리 떳떳한 방법은 아니었지만, 그 무렵에 한글 문화원이 세벌식 딱지를 나누어 주며 공세벌식 자판(주로 3-90 자판)을 보급한 성과가 쌓인 덕분에 마이크로소프트가 속아 넘어가 주는 상황이 연출될 수 있었다고 볼 수도 있습니다. 한글과컴퓨터 같은 기업들이 초기에 공병우 선생의 지원을 받기도 하는 끈끈한 관계도 있어서, 업계에서 활동하는 프로그램 개발자들이 공세벌식 자판을 전혀 모르기는 어려웠습니다. 그래서 한때나마 일반인들보다 프로그램 개발자들의 공세벌식 자판을 쓰는 비율이 훨씬 높아 보이기도 했습니다.
한글 윈도우 3.1에는 3-90 자판과 함께 '공자판'이라는 이름으로 3-91 자판이 함께 들어갔는데, 처음 들어간 3-91 자판의 배열은 기호 배열이 틀린 데가 있었습니다. 윈도우즈에서의 3-91 자판의 틀린 기호 배열은 2000년대에 이르러서야 고쳐질 수 있었습니다. '메모장'에서는 3-90 자판은 그렇지 않았지만 3-91 자판(공자판)은 한글 낱자가 편집 화면에 바로 들어가지 않고 낱내(음절) 조합이 끊긴 뒤에야 낱내 단위(문자 단위)로 들어가는 간접 입력 방식으로 쓸 수 있었습니다. 그런 점들을 미루어 보면, 이 무렵에 마이크로소프트에서 3-91 자판 드라이버를 실사용자의 입장에서 꼼꼼하게 살피지 않았고 3-91 자판에 대한 사용자 요구도 크지 않았음을 알 수 있습니다.
3-91 자판은 쓰는 사람이 드물던 매킨토시에서만 쓰이고 있어서, 3-90 자판을 쓰던 사람들은 자신이 쓰고 있는 것과 다른 공세벌식 자판이 함께 보급되고 있음을 알기 어려웠습니다. 한글 윈도우 3.1은 IBM PC 호환 기종에서 3-91 자판을 정식으로 지원한 첫 상업용 프로그램이었습니다. 한글 윈도우 3.1에 '공자판'이라는 이름으로 들어간 3-91 자판은 한동안 그다지 관심을 끌지 못했습니다. 그런 3-91 자판이 나중의 윈도우즈에서 '세벌식 최종' 자판으로 불리며 3-90 자판을 밀어내다시피 하게 될 줄은 그 때에는 아무도 몰랐습니다.
첫댓글 흥미로운 글 잘 봤습니다
널리 알려지지 않는 뒷 이야기와
그 이면의 모습들을 느낄수 있어서 좋았습니다!!
그리고 지금의 시각으로도
앞 날이 어떤 방향으로 가고 어떻게 기억될런지
그저 흥미롭죠
아무튼 보이지 않는 여러분이 계시겠지만
해당 개발자분의 선택은 정말 뜻 깊은 거 같네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