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충북 영동의 한 캠핑장에서 할아버지, 할머니와 5살 손자가 텐트 안에서 숨진 채 발견됐습니다. 앞서 여주 캠핑장에서도 50대 부부가 사망했는데, 텐트 안에는 숯불 등을 피운 흔적이 있었죠.
두 사건 모두 추워진 날씨에 텐트 안에서 불을 피우다가 일산화탄소에 중독된 걸로 추정됐습니다. 코로나19로 인해 야외 활동이 주목받으면서 야영장 수가 전국에 급증했고 캠핑 인구도 500만명을 넘어섰는데요.
하지만 캠핑족이 늘어나면서 안전사고도 빈번히 일어나고 있습니다. 특히 날씨가 추워지면 텐트 안에서 화로나 이동식 난로를 사용하는 경우가 많은데, 일산화탄소(CO) 중독 위험성이 크죠.
얼마나 위험한 걸까요? 한 실험에 따르면 밀폐된 1인용 텐트 안에 숯을 활용하는 화로를 넣어두자 불과 10초 만에 일산화탄소 주의 경보음이 울렸는데요.
이어 2분 만에 사람이 의식을 잃을 수 있는 농도까지 치솟았습니다. 또 캠핑 시 많이 사용하는 등유 난로를 텐트 안에서 켜자 50분 뒤엔 산소 농도가 14.7%까지 떨어졌죠.
일산화탄소는 불완전 연소 시 발생하는 기체로 '침묵의 살인자'로 불립니다. 과거 우리 사회에서 연탄을 난방용으로 땔 때 자주 사고가 났었죠.
색과 냄새, 맛이 없어 농도가 아무리 짙어져도 알아차리기 어렵습니다. 일산화탄소는 체내 저산소증을 유발하는데요. 계속 노출되면 구토, 호흡곤란, 전신 쇠약 등의 증상이 나타납니다.
특히 농도가 2천ppm에 달하면 한두 시간 만에 사망에 이를 수도 있죠. 손창환 서울아산병원 응급의학과 교수는 "일산화탄소에 노출되면 산소가 부족한 상태에서 뇌 또는 심장 조직이 죽어버리게 되고 심하면 사망에 이를 수 있다.
초기에 급성 일산화탄소 중독에서 회복돼도 보통 3주~4주 후 염증으로 인한 뇌 조직 손상으로 지연성 신경학적 후유증이 생길 수 있다"고 설명했습니다.
이어 "일산화탄소에 노출될 경우 밀폐된 공간을 벗어나 신선한 공기를 마시는 것만으로 정상화에 도움이 된다"며 "119를 불러 응급실로 가 적절한 1차 진료를 받고 고압산소 치료 필요 여부에 따라 후속 조치를 받아야 한다"고 덧붙였습니다.
겨울철 캠핑, 질식사고 예방하려면? 우선 텐트 안에서 가스나 석유, 숯, 목재 등을 태우는 화로는 절대 사용하지 말아야 합니다.
두꺼운 침낭을 준비하고 따뜻한 물을 담은 주머니 등을 사용하는 게 좋은데요. 또 난로보다는 전기요가 좀 더 안전합니다.
손창환 교수는 "숯이 불꽃은 없고 열기가 있는 상태에서 난방 목적으로 텐트 안으로 가져오거나 가스난로, 등유 난로를 사용하기도 하는데 일산화탄소가 많이 나온다.
절대 텐트 안에서 사용하면 안되고 '환기 잘하면 괜찮겠지' 이렇게 생각하는 것 자체가 굉장히 위험하다"고 강조했습니다. 이재홍 부산소방재난본부 방호조사과 주임은 "텐트 내부에 일산화탄소 경보기를 놓는 것도 좋은 방법"이다.
텐트 밖에서도 저녁에 피운 숯이 다음 날 아침까지 잔열이 남아 있는 경우가 많아 짐승이나 바람으로 인한 화재 발생 위험도 있어 물을 뿌려서 완전히 소화한 상태로 밖에 내놓아야 한다"고 말했습니다. 늦가을 낭만으로 꼽히는 캠핑, 악몽이 되지 않도록 안전사고에 유의해야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