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렇게 아름다운 빛깔의 대리석이
진짜 존재하기나 할까?
하는 의문이 들게하는
피렌체의 '산타마리아 델 피오레 성당' (꽃의 성모마리아 성당)
흔히 피렌체두오모 라고 부른다.
오늘은 오전 오후로 나누어
이 성당의 종탑에도 오르고
두오모에도 오를 계획이다.
집 근처의 귀여운 '산타마리아 노벨라 성당' 앞의
노천카페에서 브런치를 하고 두오모 성당에 갈 생각이다.
어제 베니스에서 이곳까지 이동하고
미켈란젤로 언덕에서의 야경까지 보고 오느라 많이들 피곤했을 터
아침잠을 푹 자자고 약속했다.
섬머타임실시로 여름에 유럽의 야경을 보는 여행은
나같은 올빼미족한테나 어울리는 여행이다.
혹 본인이 아침형 인간이라서 저녁 9시면 잠자리에 들어야하는 스타일이라면
여름여행보다는 겨울여행을 권해드립니다.




취향껏 빵과 커피를 고르고
야외테이블에서 즐기는 브런치 맛이란!
유럽여행 중엔 이런 그림을 많이 상상했었지.
우리 테이블 옆으로 부지런히 출근하는 사람들도 보인다..
물론 여행객이 더 많지만.
딸들이 카운터에서 주문하고 기다리는 동안
출근길에 커피를 주문하고 그 자리에서 호로록 마시고
나가는 이탈리언들이 많다고 한다.

이른 아침이라서
아직 한삽도 퍼내지 않은 아이스크림이 담겨있는 통.
청결한 느낌이 들고 제일먼저 한삽 뜨고 싶은 충동이 인다.

빛이 쏟아지며 밝아지기 시작하는 성당 앞의 광장이
활기를 띤다.
3일간 머물며 이 광장을 통과해서 집을 나서고
이 광장을 지나 집으로 들어간다.

처음 이 두오모를 만났을 때
빛깔에 놀라고, 벽장식에 놀라고, 아름다운 지붕(두오모)에 놀랐다.
빛깔은 진한 녹색과 연한 핑크빛으로 마치 정교하게 색을 입힌 것 같이 느껴진다.
벽장식 중 조각품들도 아름답지만 더 놀라운 것은
꽈배기를 만들 때 처럼 대리석을 비비 꼬아서 만든 것 같은 벽장식이다.
"어머, 대리석을 엿가락처럼 늘렸다가 꽈배기처럼 꼬아서 붙였나봐"
이 벽장식을 보고 했던 나의 첫 마디 말이었다.


우리남편
이렇게 요상한 포즈로 이 아름다운 성당을 담느라 고생한다.
원래 멋진 사진을 남기는 유명 포토그래퍼들은
눕기도 하고, 뒹굴기도 하고,
고개를 거꾸로 한 다음 다리사이로 카메라를 들이밀면서 찍기도 하잖아.
이 정도의 포즈는 귀여운 정도로 봐주자구요.

이렇게 어려운 포즈로 이런 사진을 담을 수가 있었지요
성당의 파사드, 종탑, 두오모까지 모두 나오게 찍힌 것
상당히 난이도가 높은 사진이랍니다.

두 딸들 중 누가 찍은 거니?
엄마 아빠 발 돌려달라고.
발이 없어진 것도 모르고 환하게 웃고 있는 모습이
약간 바보같잖니.
두오모 오르기와 종탑오르기 통합권으로 예약 했는데
두오모는 오후 4시30으로 예약되어
정해진 시간에 정해진 인원만 들여보내니 안심이지만
종탑은 시간이 정해져 있지 않아 종탑먼저 오르기로 한다.
사람이 많이 몰리면 줄이 성당 끝까지 이어지고
심지어 성당을 몇바퀴 돌기까지 한다니
한국에서 출력해온 예약서의 바코드를 대면 '띠로롱' 소리를 내며
우릴 통과시켜준다.

자 이제 한걸음 한걸음, 한계단 한계단 올라볼까?
처음 기운은 씩씩 창대하지만
그 끝의 기운은 흐느적 미미하리라.
힘들다고 낑낑, 숨차다고 헉헉
천천히 오르니 그다지 힘들지 않게 오를 수 있는 정도의 높이다.
그래도 430여개의 계단이 좁다란 골목으로 연결되어
사람이 많이 몰리면 쉬지도 못하고 밀려올라가야 한단다.
우린 서두른 덕에 여유있게 오를 수 있었다.




종탑에 올라야 두오모가 보이고
두오모에 올라야 종탑이 보이는 아이러니.
종탑에 오르지 않고는 아름다운 두오모를 가까이 볼 수가 없다.
피렌체에선 무조건 종탑 등반을 추천!
"어이구 수고했쪄요."
왜 이런 포즈를 취했는지 ....
창을 내려오는 저 꽈배기 대리석을 만져보고 싶었는데.

중간 쯤 올라오면서 찍은 두오모 꼭대기에
사람들이 보인다.
오후엔 내가 저 곳에 서서 이 종탑을 바라보고 있겠지



종탑을 다 오르면 더 가까이 볼 수 있는 두오모
반세기 이상 완성을 못하고 지붕없이 떵 뚫려있던 이 지붕을
로마에서 고대건축을 공부하고 돌아온 부르넬리스키가
성공적으로 올려놓았을 때
피렌체는 건축문화의 꽃을 활짝 피워낸 주역이 되었겠지.
이 돔 안쪽에 또하나의 내부 돔을 만들어
무게를 줄일 수 있다는 계획안을 내놓은 부르넬리스키.
모두가 성공을 믿지 않았었다고 했다.
부르넬리스키가 혼자서 이걸 이루었겠는가
로마에서 고대의 신전인 '판테온'을 연구하고 공부한 덕택이라고 하니
판테온을 만든 더 옛사람들의 지혜는
그렇다면 신의 도움이라도 받은걸까.

외국인들이 가끔 사진을 찍어달라는 요청을 할 때가 있다
이 다름다운 돔을 넣어 멋지게 찍어주면 입이 벌어질 정도로 만족한다.
오랫만에 넷이서 찍을 기회다 여겨 우리사진을 요청하면
꼭 이런사진을 찍어주고 자랑스럽게 떠난다.
중요한 배경은 구석으로 밀어내고 인물만 가득 들여놓은 구도.
"하긴 우린 가족사진을 남기고 싶어했으니 누구한사람 빼놓지 않은것도 다행이지."








종탑 꼭대기엔 이렇게 아찔한 곳도 있다
남편도 페디큐어를 해 줄 걸 그랬나
발톱이 심심하군.


짠딸이랑 종탑을 빙빙돌며 감상하느라 두 사람을 놓쳤다.
찾다가 종탑 안으로 들어와보니
포토존이라며 벽에 대고 서로 사진을 찍고 서로 감탄하고 있다.
오래된 고성의 벽에 빛이 스며드는 환상적인 포토존
서로 자신의 사진에 반해 찍고 또 찍고
사진엔 빛이 참 오묘하게 반응하는 것이지.
세여인 한꺼번에 담아내는 포토그래퍼.

자 이제 종탑을 맘껏 즐겼으니 내려와 점심을 먹으러 가볼까?
점심은 재미있는 '피렌체 중앙마켓'으로 가자고 한다.
각종 식재료도 판매하고
윗층에선 요리를 먹을 수 있는 구조다.
바로셀로나의 '보케리아'를 연상케하는 시장이다,
런던의 버로우마켓도 비슷한가





뭘 먹을지 열심히 고르는 중이다
난 모처럼 각종 야채 튀김종류가 있기에 얼른 손가락으로 가리키고
딸들은 아빠 드실 만한 걸 찾다가 닭고기를 찾아낸다.
테이블에서 앉아 기다리시라고 하더니
즉석피자 한판을 들고 나타난다.


이태리에선 역시 피자지.
이태리피자치곤 도핑이 꽤 화려하다.
마치 한국에서 봐왔던 피자비주얼이다.
런던의 버로우마켓보다 테이블이 많아 좋다
음식을 사와 편안하게 앉아 먹을 수 있으니.
테이블에 앉아 배불리 먹고 이제 가죽시장 구경갈까요?
피렌체의 가죽은 이태리전역에서 알아주는 품목이라네요.

여기저기 한국말로 호객행위를 하는 상인들
'언니 진짜가죽 싸다"
"싸모님, 가죽 지갑 예뻐"
"아가씨, 가방 많아"
온갖 여자를 지칭하는 이름을 다 불러대던 한 총각
"할머니, 예쁜거 많아"
"너 혼날래?"
표독스런 나의 눈빛을 이해하지도 못하고
계속해서 언니, 싸모님, 아가씨, 할머니를 되뇌이는 저 총각.

남편은 지인들에게 줄 벨트를 고르고 싶어한다.
'6개의 벨트사기' 가 이 가죽시장의 미션이다.
여기서 우리 짠딸의 협상능력을 볼 수 있었다.
전통시장의 부풀려서 붙여놓은 가격표지만
반토막도 안되는 가격부터 시작해
말도 안되는 가격에 사는 능력
1개에 47 유로 붙은 가격을 6개에 35유로에 사겠다고 하니
주인 얼굴이 불그락푸르락
"가짜 가죽은 여기, 이거는 진짜가죽 "
하면서 이 가격은 가짜가격 살 수 있는 가격임을 강조한다.
그러면서 6개 120 유로를 부른다.
안 사겠다고 가게를 나서니 저만치 가고 있는 우릴 부른다.
짠딸 80 유로
주인 90 유로
그럼, 85 유로. 땅땅땅!
처음 47유로에서 6개 85유로면
1개 약 14 유로에 산거네. 흐흐흐.
그 주인 팔긴 팔았지만 약간 억울하다는 표정으로
우리보고 아주 좋은 가격에 산거라고 계속 강조한다.
6개의 튼튼한 가죽벨트를 만족스런 표정으로 들고 나오는 우리 남편
나중엔 줄사람이 자꾸 늘어난다며 더 사올걸 후회한다.
선물이라는 게 그렇다
자꾸 주고 싶은 사람이 생기는 게 문제다.


이번엔 딸들이 꼭 주고 싶은 사람에게 선물한다며
일명 고현정 수분크림을 사러 가잔다.
산타마리아 노벨라약국
여긴 화장품을 판매하는 곳이 주로 약국이다.
아주 고급스럽고 세련된 매장이 뭔가 고급스런 물건을 팔 것 같다.
"엄마도 하나 써보세요."
덕분에 나도 고현정크림 얻었다.
그럼 내 피부도 그녀처럼 되는 건가?
이제 오전 일정은 이렇게 끝내고
잠시 집에 가서 쉬기로 하자.
성당엔 짧은 반바지와 민소매의상은 출입이 제한될 수 있다는 정보가 있으니
옷을 갈아입고 가겠다는 딸들.
12년 전에 바티칸성당도 민소매 막 들어가던데?????
우리 범생이 딸들은 이 정보에 성실히 따를 생각인가보다
오후 4시 30분 두오모 오를 시간까지
오수를 즐겨볼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