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제강점기에 우리 선조들이 독립을 위해 헌신하며 고초를 겪은 역사는 기록과 증언으로 접할 뿐이다. 파릇한 젊음을 저항과 맞바꾼 채 이름은커녕 흔적조차 남기지 못하고 떠난 이들의 한을 어찌 온전히 이해할 수 있을까. 영화 <암살>은 그렇게 기억되지 못하고 역사의 저편으로 사라진 사람들의 이야기다. 자칫 화려한 캐스팅과 액션에 시선을 뺏기면 그들의 절절함을 놓칠지 모르겠다. 조국을 잃은 모욕의 시간에서 치열한 삶을 자처한 참다운 영웅들의 이야기 속으로 들어가 보자.
취재 김지민 리포터 sally0602@naeil.com 도움말 강방식 교사(서울 동북고등학교) 사진·자료 제공 (주)쇼박스 참고 자료 <청소년을 위한 한국 근현대사> <군사 용어 사전>·국가보훈처(www.mpva.go.kr)
편집부가 독자에게 ...
감사합니다, 잊지 않겠습니다 올해는 광복 70주년을 맞은 해입니다. 여느 때보다 성대한 기념식과 행사가 열렸습니다. 하지만 우리는 70년 전 조상들이 느낀 벅찬 감동과 나라를 되찾기 위해 헌신한 이름 없는 영웅을 잘 모릅니다.“대한민국!”을 자랑스럽게 외치는 아이들에게 나라 잃은 설움과 민족의 아픔은 어쩌면먼 이야기인지도 모르겠습니다. 이번 주 ‘영화 속 교육’ 에서는 지금의 대한민국이 있게한 영웅들의 이야기를 담았습니다. 강제적 애국심 고취나 가슴 터지는 절절함은 영화로감상하시고, 이번 기사에서는 그들을 매개로 한 역사의 실체를 자녀들과 이야기해보시죠.
_ 김지민 리포터 |
scene #1 “몰랐으니까. 해방될지 몰랐으니까, 알았으면 그랬겠나?”
이중 스파이로 임시정부를 배신한 염석진(이정재)은 해방된 대한민국에서 경찰로 잘 살아간다. 친일파를 처벌하기 위해 조직된 반민특위조차 무죄를 선고한다. 배신자를 처단하기 위해 그를 쫓던 안옥윤(전지현)이 배신한 이유를 묻자 이렇게 대답한다.
여기서 잠깐! 반민족행위특별조사위원회(이하 반민특위) 일제강점기 34년 11개월간 자행된 친일파의 반민족 행위를 처벌하기 위해 제헌국회에 설치던 특별 기구. 광복 직후 친일파를 척결함으로써 민족정기를 회복하는 일이 우선이었지만, 친일 세력과 이승만 대통령의 비협조와 방해로 반민특위 활동은 성과를 거두지 못했다. 오히려 친일 세력에게 면죄부를 주는 결과를 초래했고, 나아가 이들이 한국의 지배 세력으로 군림했다.
scene #2 “너무 많이 죽었습니다… 하지만 사람들에게서 잊히겠지요?”
김구(김홍파)와 만난 의열단 단장 김원봉(조승우)은 무장 독립운동으로 숨진 동지들의 이름을 하나씩 부르며 그들의 죽음을 애도한다.
여기서 잠깐! 의열단과 김원봉 의열단은 1919년 일본 고관 암살과 관공서 폭파를 위해 조직한 항일 무장 단체다. ‘정의(正義)의 사(事)를 맹렬(猛烈)히 실행한다’고 해서 의열단이라 이름 붙였다. 단원 13명으로 구성됐고, 단장은 김원봉이 맡았다.
scene #3 “신흥무관학교 나오셨죠, 졸업할 때 혈서도 남기셨던데…”
염석진은 암살 임무 요원으로 발탁된 속사포(조진웅)와 황덕삼(최덕문)을 찾기 위해 그들이 갇힌 감옥을 찾는다. 임무를 회피하려는 속사포에게 신흥무관학교 출신이라는 것을 상기시켜 임무에 참여하도록 한다.
여기서 잠깐! 신흥무관학교 독립을 쟁취하고 나라를 이끌어갈 인재를 양성하기 위해 서간도 지역에 설립된 독립군 양성 학교. 1911년 6월 10일, 이회영 이시영 이동녕 이상룡 등이 사재를 털어 만들었다. 1919년 3·1운동 이후 수많은 청년들이 찾아오면서 신흥중학교를거쳐 신흥무관학교로 자리 잡는다.
scene #4 “알려줘야지, 우리가 싸우고 있다는 걸”
청부 살인 업자 하와이 피스톨(하정우)은 피를 흘리면서도 임무에 집중하는 안옥윤을 보며, “두 명 죽인다고 독립이 되느냐?”고 묻는다. 그 질문에 대한 안옥윤의 답이다.
여기서 잠깐! 여성 항일 열사 우리는 여성 항일 열사라면 대부분 유관순을 떠올린다. 하지만 유관순 열사 외에도 남자현 이화림 안경신 박차정 등 여성 열사도 많다. 안옥윤은 가상의 인물이지만 독립군의 어머니로 불리던 남자현 열사가 떠오른다. 남자현 열사는 일본 총독과 만주 주재 일본 대사를 처단하려는 암살에 참여했지만 미수에 그쳤고, 투옥과 고문 끝에 순국했다.
엄마와 얘기해보는 영화 속 시사 이슈
Issue 1 친일파 척결 vs 친일은 나라를 살리려는 노력으로 이해
아이와 함께 사회진화론이 어떻게 약육강식과 적자 생존의 국제사회에서 제국주의 열강이 약소국을 지배하는 정당화된 논리로 이용되었는지 살펴보자.
“사회진화론은 19세기 다윈이 주장한 자연도태와 적자생존의 법칙이 주가 된 생물학적 진화론을, 스펜서가 사회 발전을 설명하려고 한 데서 시작됐어. 우월한 인종이 열등한 인종을 지배하는 것을 자연의 법칙으로 주장해서 제국주의의 정당화에 기여하기도 했지. 생물의 적자생존과 국가·사회의 적자생존을 같은 조건으로 생각할 수 있을까?”
Issue2 윤봉길은 애국자다 vs 테러리스트다
아이와 함께 윤봉길 의사의 폭탄 투척과 미국에서 일어난 9·11테러의 차이점은 무엇인지 각각의 사건에 대한 배경과 결과에 대해 알아보자.
“테러는 특정 목적이 있는 개인이나 단체가 살인 납치 유괴 저격 약탈 등 다양한 폭력을 이용해 사회적 공포 상태를 일으키는 행위를 말해. 사상이나 정치적인 목적 달성을 위한 테러와 뚜렷한 목적 없이 불특정 다수의 무고한 시민까지 공격하는 맹목적인 테러와는 분명히 구분해야지.”
Issue 3 독립운동가 vs 친일파
아이와 함께 친일로 전향한 사람들은 대부분 지식인이다. 그 이유를 사회적 상황과 함께 생각해 보자.
“춘원 이광수는 반민특위 최후 진술에서 ‘우리 국민은 문맹자가 많고, 경제적 자립도 어려워 일본과 싸워 이길 힘이 없습니다.(중략) 나는 민족을 위해 친일하였소. 내가 걸은 길이 정경대로는 아니오마는 그런 길을 걸어 민족을 위하는 일도 있다는 것을 알아주오’ 라고 말했다지? 이 말에서 모순은 무엇일까? 국가와 민족을 분리해 생각하는 애국이 진짜 애국일까?”
도움말 강방식 교사(서울 동북고등학교), 미즈내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