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호치민 인근 한국계 신발공장의 전형적인 노동집약적 생산라인 |
필자가 7년 전 베트남에 첫 발을 디딜 당시를 돌이켜 보자. 흔히 동남아는 물가가 무척 싸기 때문에 한국인들이 사업을 하거나 생활하기 수월한 곳이라는 고정관념을 갖고 있는 게 사실이다. 베트남 부임 당시 필자는 인사,경리업무를 담당했었다. 사무실 여직원들이 한 달을 꼬박 함께 일을 하고도 받아가는 돈은 150~200달러에 불과 했다.(참고로 베트남은 주 6일 근무에 법정근로시간은 주48시간이다) 부하 직원들에게 과연 그 월급으로 한 달을 살 수 있는지 물어 보고 싶었으나 자존심 강한 민족성을 고려해서 선뜻 묻기도 어려웠다. 표현은 안 하지만 같은 봉급쟁이로서 얼굴 맞대고 일하면서 나는 한국인이란 이유로 그들 급여의 20~30배를 더 받고 있으니 그들 눈에는 이 세상이 얼마나 불공평하게 비쳤겠는가?
한국에 계신 분들은 이렇게 물을 것이다.“월급이 적은 대신 생활물가가 싸니까 별문제 없는 것 아니냐?” 하지만 이런 질문은 이국적인 삶의 풍경을 멀리서 바라본 느낌에 불과한 것이다. 그들의 급여가 우리에 비해 터무니 없이 적더라도 현지물가가 우리보다 20~30배 싸다면 전혀 문제가 될 것이 없다. 하지만 현지에 살면서 느끼는 물가는 한국보다 겨우 2~3배 싼 정도에 불과하다. 역으로 환산하면 현지인 봉급생활자의 경우 한국인보다 10배 정도 더 어렵게 살고있다는 계산이 나온다.
실제로 그게 현실이기도 하다. 예를 들면 쌀이나 돼지고기등 식료품은 한국에 비해 1/3정도의 가격이며 일반 공산품은 10~30%정도 저렴하나 품질은 다소 떨어진다. 호치민과 하노이 같은 대도심지 중,고급 음식점들은 한국과 비슷하거나 약간 저렴한 수준이다. 택시비는 한국과 별반 차이가 없다. 대중교통은 여전히 취약해(현재 호치민 시내 지하철공사 중)오토바이에 목숨을 걸고 사는 형편이다. (전국에서 1년에 오토바이 사고 사망자가 9천명에 이르고 있다). 이렇게 추론해 보면 우리가 흔히 후진국이라 부르는 나라의 국민들은 그들이 받는 급여에 비해 생활물가가 터무니없이 높다는 공통 분모를 가지고 있는 듯하다. 삶의 질을 꾸준히 개선 중에 있지만 여전히 궁핍한 상태다.
이제 베트남 근로자들의 임금을 살펴보자. 베트남은 다른 동남아 인근 국가와 마찬가지로 지난 수년간 임금이 가파르게 인상돼 왔다. 매년 통상 15%~20%씩 인상을 해오고 있으며 올해 2014년 기준 최저임금은 289만동(138달러)이다. 대개 수당을 포함하면 일반 공장근로자의 경우 200~300달러 수준에 머무른다. 중국을 기준으로 놓고 보면 베트남과 인도네시아는 중국의 3분의 1, 캄보디아는 4분의 1, 미얀마는 7분의 1 수준이다. 물론 단순 노동이 아닌 고급 사무업무(인사,회계,수출입,통역)를 담당하는 직원들의 경우 개인별 능력과 경력에 따라 300~1천달러선으로 다양한 편이나 전체적으로 보면 큰 비중을 차지하지는 않는다.
알려진 대로 중국은 최근 몇 년간 지나친 임금상승에 따라 베트남을 비롯한 주변국가로 생산기지를 옮기는 기업이 계속 늘고 있는 추세이다.하지만 태국의 임금은 베트남의 2~3배에 이르고, 캄보디아나 라오스는 베트남에 비해 임금은 낮지만 인프라가 열악하고 숙련공이 드물다는 취약점을 갖고 있다. 이 때문에 중국은 베트남으로 생산기지를 옮기고는 있으나 베트남 역시 부품소재산업이 뒤져있어 많은 해외기업들이 선뜻 이전을 꺼리고 있다. 즉 수입의존도가 높다 보니 생산비 증가라는 부담을 안고 있는 것이다.
전년도 기준으로 베트남은 근로자수가 5천300만명에 이르러 남한 총 인구수를 웃도는 풍부한 인력을 갖고 있다. 동남아 등지에서 두루 공장을 운영해 본 한국 사장님들의 의견을 취합해 보면 베트남 근로자들은 노동의 질이 다소 떨어지긴 하지만 인근 나라에 비해 그나마 나은 편이라는 의견이 지배적이다. 무엇보다 오랜 기간 중국의 지배로 인한 유교적 전통이 강해서 우리와 정서적으로 통한다는 점도 쉽게 포기할 수 없는 큰 매력이다.
다음 호에서는 베트남의 가정과 그들의 언어생활을 살펴 볼 예정이다.
※박동중 : 영남대영문과졸업/베트남교민잡지칼럼니스트/여행작가
출처: <매일신문> 2014.2.28