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변호사들] 11
S#1. 정호 집 침실.
정호, 들어서는 순간, 경악.
어둑한 실내. 비어 있는 침대.
정호 : 혜수야...
옷방으로 뛰어드는 정호.
S#2. 동 화장실.
없다.
정호 : (돌아서며) 혜수야,
S#3. 서재.
정호, 뛰어든다. 없다.
S#4. 문간방 안.
침대 옆에 혜수, 손발 묶이고 수건으로 재갈 물린 채 땀에 젖어 소리내려 애쓰는데, 문이 벌컥 열린다.
정호를 올려다보며 겁에 질려 우는 혜수의 눈.
정호, 정신없이 수건을 먼저 풀어주고, 혜수, 헉, 울음을 터뜨리는.
정호, 결박을 끄르며
정호 : (숨가쁜) 맞았니?
혜수 : (울며) 아, 아니,
정호 : 몇놈이야,
혜수 : 하,한놈, 한놈
정호 : 뭐라 그래,
혜수 : 다,당신, 매장 시키겠다구,
정호 : 괜찮아, 미친 놈이야, 괜찮아.
정호, 혜수를 안아 세운다.
S#5. 침실
정호가 혜수를 부축하여 문간방에서 나온다.
혜수 : (흐느끼며) 전화 했을 때, 그냥 들어오지,
정호 : 미안해, 자 눕자,
정호, 혜수를 부축 한 채 한 손으로 침대 위 이불을 걷으면,
시트 위, 배게위에 칼이 꽂혀져 있다. (보일 필요 없음)
정호, 휙 돌아서며 혜수가 보지 못하게 감싸 안는다.
혜수 : (공포) 뭐야?!
정호 : (꽉 안은 채) 나가자...자!...
혜수 : (더욱 질리는)
S#6. 문간방.
정호, 혜수를 부둥켜안고 들어선다. 손님방으로 쓰는 곳.
정호 : 당신 여기 가만 있어. 별 거 아냐. 그냥 좀 더러운 거야.
혜수 : (마구 끄덕일 뿐)
S#7. 침실.
배게위에 칼이 꽂혀져 있다. 그것을 들어 보는 정호
S#8. 정호 집 밖
기철, 불이 켜진 정호 집을 보고 돌아선다.
S#9. 문간방.
약을 넘기는 혜수. 정호, 보다가 물컵을 받아 든다.
정호, 혜수를 안아준다.
정호 : 이제 저 방으루 가...
혜수 : 무서워...여기서 자구, 내일 비행기루, 친정에 갈래...
정호 : (본다...작게 끄덕이는) 그러는 게 좋겠어...
혜수 : (새삼 눈물 핑)
정호 : (이를 악무는)
S#10. 석기 호텔 조깅 코스. 다음 날 이른 아침.
석기, 땀에 젖어 달린다.
S#11. 동 거실.
석기, 주전자에서 커피를 따라 책상으로 가 신문을 본다.
눈치 보는 타미.
타미 : (눈치보며) 어제 그거, 그 놈이 가지구 가던데.
석기 : (본다) 누구.
타미 : 나 양평 데리구 갔던 놈.
석기 : 신경 쓰지마...
타미 : ...저기,
타미 : 여기 프론트 아가씨가, 나더러, 바른 생활 하래......나두 그러구 싶어...
석기 : 뭐가 바른 생활이지?...
타미 : 거짓말 안하구, 남한테 나쁘게 안하구, 잘못했으면 곧바로 잘 못했다 그러구....
석기 : 그게 뭐가 재밌니...
타미 : ...재미 없어두 좋아...재미하구 사랑하구 바꾸기 싫어...
석기 : 너 지금 사랑이라고 했어?
타미 : 응...나 세희 사랑해...
석기 : 타미...
타미 : 왜!
석기 : 세희가 니 심장보다 더 좋아?...
타미 : ?
석기 : 니 가슴을 갈라서 심장을 꺼내구, 대신 세희를 집어 넣을 수 있어?
타미 : 이상한 소리 하지마. 나 지금 너한테 처음으루 진지한 얘기하구 있잖아.
석기 : 사람은, 저 자신 말구는 누구두 사랑할 수 없어...
타미 : (답답하다는 듯) 아, 나는, 나 말구, 세희를 사랑한다니까?...끝까지 사랑하구 싶어...
석기 : 분수껏 해...괜히 시험에 들지 말구...누구처럼.
타미 : 누구?
석기 : .........
타미 : 인제부턴, 니가 시키는 일이라두, 세희가 싫어하면 안할 거야.
타미, 방으로 들어가서 문을 쾅 닫는다...
S#12. 주희 거실.
주희 출근길. 현관에서 마른 걸레로 구두를 대강 닦는다. 세희 배웅.
주희 : 타미 오더라두 대강 밖에 세워 놓구 얘기해...
세희 : 그러께...
주희 : 그 앤 너한테 뭔가 다 좋은 뜻이겠지만, 우린 그거만 생각할 수 없잖아..저두 눈치가 있으면 알겠지.
세희 : 언닌 내 얘기 뭘 들은 거야, 걔가 딱 그게 없다니까?
주희 : (작게 한숨...구두 신는다) 갔다 올게.
세희 : 언니두 조심해...나는 어제 서변호사님 와주신 거 나쁘지 않았지만, 사람들은 워낙 말하기 좋아하잖아.
주희 : ...그래...
S#13. 정호 집 거실.
정호. 옆자리 혜수는 앞만 보며...
혜수 : (가라앉은) 술 취해서 잠든 게 불찰이었어.
정호 : (참담한)
혜수 : 당신 즉시 못 들어온다길래 얼른 잠들구 싶어서 좀 마셨거든?...
정호 : (시선 비끼는) 수습되는대로 들어온다고 생각하고 가서 마음 편히 지내고 있어
혜수 : 너무 미안해 하지마. 한때 대한민국에서 열심히 일한 검사랑 사는 값으로 칠께.
정말 무섭고 끔찍했지만 그냥 그만하길 다행이다 해야지.
정호 : 뭐라 할말이 없어.
혜수 : 당신 이러는거 처음봐. 이제껏 사는 동안 미안한건 늘 내쪽이었잖아. 모든 다 내탓이고 당신은 봐 주는 거였는데.
정호 : (자신에게 치미는 화. 꿀꺽 마른침 삼키는. 이런 혼란은 일찍이 없었다. 자신으로 인해 벌어진 상황 속에서)
혜수 : (냉소) 그런데 이건 무슨 심보인지 모르겠어. 기분이 그렇게 나쁘지 않아.
당신도 절대 완벽하지 않다는게 이렇게 드러나니까 좋구. 또 당신 탓으로 할 수 없어서 혼자서 약올랐던거 뒤집히니까 좋구
뭣보다 순전히 당신땜에 이런일 당한걸로 뭔가 빚이 좀 줄어드는 기분이야. 그빚 살아두 살아두 줄지 않을거라 생각했거든.
그러니 오히려 범인한테 고맙다고 해야할 판이지.
정호 : (얼핏 외면)
혜수 : 더 미안하겠지만 나 진심이야. 인생 길지도 않은데 진심 아닌 말, 진심을 따르지 않는 행동 낭비잖아.
물론 당신은 진작부터 그렇게 살아왔겠지만, 나 그래서 당신 이해해, 어제 그런 일 벌어지는 동안 당신은 진심을 말하구.
진심을 따라서 행동했을거야. 지금 나한테 미안해 하는 것도 진심일거구. 그런데 궁금은 하네 어제 그 시간에 뭐 했어?
곤란하면 말 안해두 돼
정호 : (망설이는) 저기
혜수 : (전화벨이 울리고) 네..네 지금 내려갈께요 네
일어서는 혜수와 정호
S#14. 정호 집. 밖.
택시 트렁크에 짐을 싣는 정호,
정호 : 혜수야 나 사실은 김주희 집에 갔었어
혜수 : (미묘한 감정이 교차하는)
정호 : 신경 쓸 일이 좀 생겨서 이것저것 챙겨주느라구
혜수 : (멈칫, 굳어지는)
정호 : 묻는 말엔 사실대로 대답을 해야 할 것 같아서.
혜수 : (외면한 채) 당신 너무 이기적이다. '나는 어떠한 경우에도 거짓말하지 않겠다' 그 원칙 꼭 그렇게 지켜야겠어.
그냥 적당히 돌려대 주면 안돼?
정호 : (미안하다)
혜수 : (자른다. 굳이 냉랭) 아니야, 주희네 챙기느라고 늦었다는 건 나로썬 더 더욱 다행이야. 빚이 좀 더 확 줄어드는 것 같애.
이왕이면 지금보다 열배 스무배 신경쓰고 잘해주면 좋겠어. 주희네 차 사고도 밝혀내고, 싫은 일 안당하게 보호도 해주고.
이것도 진심이야.
정호 : (막막)
혜수 : 전화없으면 나 무사히 도착한 줄 알아
정호 : (멈칫, 잡으려) 혜수야
혜수 : (돌아서며) 할 얘긴 많은데 정리 잘 해가지고 올게.
혜수, 급히 간다.
정호, 물끄러미 본다...
S#15. 송현. 이령방.
이령 : (전화, 침통. 호식과 통화 중) 신고하구, 협박편지 증거루 제출했대. 문제는 이게 단순 협박이 아닌 거 같다는 점이지...
요즘 서정호 하는 짓 절대 이쁘게 볼 수 없는 사람들이 있다는 거 생각하면 더 더욱 그렇구...
S#16. 석기방.
석기, 책상 앞에 등돌리고 앉아있다. 귀에는 이어폰. 무표정하게 듣는.
이령 소리 : 물론 나두 이쁘게 보는 건 아니지만..뭐? 박호식, 넌 그럼 서정호가 이쁘냐?
석기, 메모한다. 박호식.
이령 소리 : 그 시간에 김주희 집에는 왜 가겠냐구...혜수가 들어와 달래면 그냥 집으루 가지....방범 센서 달아 주러 갔대!
석기, 얼핏 웃음.
이령 소리 : 아. 몰라. 생각하기 싫다. 이 와중에 김주희한테 말하지 말라구 신신당부 하는 거 보면...또 다른 도덕성이지...
혜수는 충격받구 놀래서 친정 간대더라.
석기, 멈칫. 웃음기 가시는.
S#17. 한강 공원.
정호의 차가 서있고, 차안의 정호 길게 기대 앉아 진화 중.
정호 : (깊이 가라앉은 음성) 어... 좀 전에...기분 뭐, 한심하지...여기?...(고개 좀 들어 건성 살피는) 몰라.
그냥 아무데나 세워둔거야...야, 송이령...나 이만 전화 끊구 싶은데...
S#18. 이령 방.
이령 : (쩝) 그러자...
S#19. 한강 공원.
정호, 전화를 끊고, 다시 전활르 하다가, 그냥 끊는다...
S#20. 동 비서실 데스크.
일이 손에 안잡히는 주희
하영 : 그렇게 불안해? 서변이 출근 안한게.
주희 : (외면)
하영 : 아이구 답답해 죽겠다. 그냥 전화해봐
주희 : 그거 할 짓이 못 돼.
하영 : 그게 바루 불륜 콤플렉스라는 거야. 아무것도 아닌데 괜히 찔리는 거.
주희 : (정말로 가시에 짤려서 아픈 듯 미간을 좁히는)
하영 : 그걸 극복하는 방법은 딱 두가지가 있는데, 깨끗이 포기하느냐 아니면 뺏느냐.
주희 : 부탁인데, 제발 그렇게 말하지 마.
하영 : 물론 남녀 관계 중에는 뭐라구 딱이 이름을 붙일 수 없는 것두 종종 있지...
주희 : 그런 줄 알면서 왜 함부로 단정해... 너 지금 내 상황 몰라서 그래?
하영 : 미안해 미안해. 근데 이 언니 강의 좀 더 들어. (손바닥 들이대며) 이게 고성능 거울이라 치구, 니 마음을 비춰봐봐.
뭔가 분명히 있지? 있지? 그 거 정체가 뭐야?
주희 : 그만 해.
이령이 파일을 들고 방에서 나온다.
주희 : 저, 서변호사님 혹시..
이령 : (짐짓 웃으며) 기다려봐
내선 전화벨.
하영 : 네, 비서실입니다....네?...(주희를 한번 보고는) 네, 알겠습니다. (끊는다) 너야.
주희 : ?
하영 : 좀 보재. (석기 방 쪽을 가리키는)
주희 : (불안...)
하영 : 난해하다...
주희 : 뭐래? 그냥 나 찾어?
하영 : (끄덕여보이는)
주희 : (뭘까...)
하영 : 모르겠다. 나두 판독이 안된다.
S#21. 석기 방.
노크, 주희가 들어와 문 닫고, 석기는 창밖을 보며 앉아있다...
주희 : (적의보다는 긴장...) 무슨 일이야?...
석기 : 긴장할꺼 없어...
주희 : (시선 떨구는)
석기 : 어젠, 아무일 없었니?....
주희 : (본다...)
석기 : 어떡하지?...내가 봐두 타미가 세희를 정말 좋아하던데, 신경 쓰이지?...
주희 : ...솔직히 말해서 그래...그 애, 밉지 않은 데가 있기는 하지만 어쨌거나 지금 윤석기랑 같이 있으니까...
석기 : (빙긋) 그걸루 그 앨 판단하면 안되지...그 앤 내 고용인일 뿐인데...니 경우를 봐두 그렇잖아?
고대표같은 사람한테 생계를 붙이구 있다 해서 니가 그 사람 같지는 않잖니...
주희 : 왜 보자구 했어?...
석기 : 타미 녀석, 나같지 않으니까 걱정 하지마... 세희한테 잘 할거야... 세희를 위해서라면 뭐든 할 걸?...
그런 애들이 순정은 또 장난아니거든.
주희 : (본다...)
석기 : 그래두 불안하니?...
주희 : 경계할 수 밖에 없어. 그 애한텐 미안하지만.
석기 : 서정호 판단이야?
주희 : 내가 생각하구 내가 결정해야 되는 것들 중에, 여러 가지, 서변호사님께 의지하는거, 사실이야... 그리구 나 그거 고마워...
석기 : 나두 고맙군...아닌 게 아니라, 너 많이 편안해졌어. 나를 대하는 거부터...
주희 : (본다...) 데비라는 여자, 윤석기가 자길 사랑하지 않는 거 보다, 나쁜 사람인게 더 무섭대.
석기 : (웃음)
주희 : 무서운 사람하구 어떻게 같이 살겠냐구...그 말 듣는 순간에, 난 그냥 그 여자 안심시켜야겠다, 그 생각 뿐이었어...
윤석기 의심하지 말라구 해줬더니 정말 기뻐하더라...그렇게 순진한 여잘 만났으면, 인생두 좀 단순해져야 하지 않아?....
석기 : 이 이상 어떻게 더 단순하겠니...내 기준은, 쓸모가 있냐 없냐, 그 뿐이야.
주희 : ....그런 맘으루 어떻게 살지?...그런 맘으루 어떻게 약혼을 했어?
석기 : 그런 맘이면 뭐든지 할 수 있지.
주희 : 누군가, 윤석기, 보이는 게 다가 아니라구 말해주면 믿구 싶어. 그리구, 안심하구 잊어 주구 싶어.
석기 : 서정호 소식은 들었니?
주희 : (멈칫)
석기 : 간밤에 안 좋은 일이 있었나보던데...
주희 : ???
석기 : 서정호는 너한테 절대 말하지 않겠지만, 와이프가 그 충격으루 친정엘 갔다지, 아마?
주희 : (뭐?...)
S#22. 갱의실.
주희, 멍하니 앉아 있다...걱정, 자책감.
하영이 뛰어 들어온다. 손에는 주희 전화기.
하영 : 야,야,야..
주희 : (안쳐다 본다)
하영 : (전화기 들이댄다) 아우, 야...
주희, 뺏듯이 받아 문자를 확인하는. '바쁜 일 있어. 걱정 하지마. 서정호'
주희, 기가 막히는. 걱정하지 말라니...다시 들여다 본다...
하영 : 아휴, 전화기 속으루 들어가라 들어가!
하영이 나가고 나서도 한참을 더 들여다보는...이윽고, 조심스레 답장 친다.
S#23. 한강 공원.
정호 차 안.
문자 '안할게요. 김주희'
정호, 길게 기댄 채 전화기 액정 속 글자를 물끄러미 보며 엄지손가락으로 한글자씩 쓰다듬는...
마음이 너무 가는 것이 겁나 전화기를 닫는다. 전화기 쥔 손에 이마에 올리며 눈을 감는...
이령 소리 : 지금 서정호가 끌어안구 있는 모든 문제의 발단은 바로 그거지. 김주희와 윤석기의 과거사.
호식 소리 : 넌 지금 김주희라는 족쇄를 차구 마라톤 하겠다는 거잖아.
혜수 소리 : 이왕이면 지금보다 열배 스무배 더 신경쓰구, 더 잘해주면 좋겠어.
주희네 차사고두 밝혀내구, 싫은 일 당하지 않게 보호두 해주구...이것두 진심이야...
이윽고, 정호, 몸을 세운다...한참 생각에 잠겨 있다가, 시동을 건다.
빠져나가는 차.
S#24. 홍인기 거실.
석기 : 와이프를 친정으루 보냈답니다.
홍인기 : 민첩하구만...그 놈 혼자 짓이 아닌 걸 알았나?
석기 : (잠깐 멈칫했다가) 아니요... 그런 것 같지는 않습니다.
홍인기 : (슬몃 보고 곧 눈길 거두는)
석기 : 전직 검사 가족이 협박을 당하는 일이 아주 없지는 않으니까요.....
홍인기 : 서정호 고소껀은?
석기 : 검사 시절 동료들 라인 피해서, 그 위 선으로 직접 넣게 했습니다.
홍인기 : 형량은 변호사 자격 박탈할 정도만 나오면 돼. 시끄럽게 말나지 않는 선에서.
석기 : 그렇죠.
홍인기 : 수고하게.
석기 : (선다) 가보겠습니다.
홍인기 : 어, 그리구.
석기 : (보면)
홍인기 : 도청 내용 중에서, 서정호 김주희 관련 부분도 내게 전해 줘.
석기 : (잠깐 당황...) 그러겠습니다.
석기, 나가면, 홍인기, 힐끗 보고는 전화기 집는.
S#24. 철거 직전 아파트. 5층 짜리. 오후.
노래를 흥얼거리며 계단을 올라오다가 멈칫 서는 기철.
정호 : 기철이 오랜만이다.
기철, 놀라서 계단을 구른다.
정호 : 야, 임마. 다친다. 다쳐, 아이구 저...
S#25. 동 마당.
기철이 뛰어 나와 한켠의 헌 자전거 타고 가다 정호에게 던진다.
정호 : 야...야..임마...
기철 : 오지마 쫌.
기철 : (자전거를 던지다 넘어진다)
정호 : 덥다 더워, 야 임마 이리와라
기철 : (다시 도망치며) 오지마 쫌. (자신의 발에 걸려 넘어진다)
정호 : 기철아, 어허 참.. 야.. 야... 기철아..
기철, 정호를 피해 뛰어가고, 정호 기철을 뒤쫓는다.
기철, 공터의 버려진 장롱속으로 숨어 장롱에 난 구멍으로 정호를 본다.
뒤따라온 정호, 장롱문밖으로 나온 기철의 옷자락이 나와있다.
정호, 돌덩이를 집어 들어 장롱을 내리친다.
정호 : 기철아, 기철아....
놀란 기철, 장롱문을 열고 나오다 넘어진다.
기철 : (겁에 질린)
정호 : (아이스크림을 먹으며) 늙으신 모친이 불쌍해서 8년 부를 거 깎아줬더니, 그게 보답이냐?
기철 : (깔린 채 급히 둘러 본다) 죄송해요.
정호 : 야, 임마 너 나한테 그딴 짓 하면 안되잖아...
기철 : (끄덕이는)
정호 : 먹어, 먹어, 임마
기철 : (눈치만)
정호 : 협박편지 니가 쓴거 아니지.
기철 : (끄덕이는)
정호 : 누가 그렇게 멋진 소설을 써주대
기철 : (끄덕이는)
정호 : 너 돈받구 한거야?
기철 : (손가락 네게 펴보인다)
정호 : 사백?
기철 : (고개 흔드는)
정호 : 사천?
기철 : (고개 흔드는)
정호 : 사십.
기철 : (끄덕이는)
정호 : (기철의 머리를 쥐어박으며) 아흐..아흐..인간아, 야 임마. 하체가 그렇게 부실해서 여자들이 좋아하것냐?
기철 : (정호의 허벅지를 만져보고 고개를 끄덕이며 웃는다)
S#26. 비서실 데스크.
하영, 주희, 서서, 책상위 정리 하다가 멈칫. 정호가 온다. 굳은 표정.
하영 : 어머, 늦으셨네요..저흰 막 퇴근 할 참인데.
정호 : (웃음기 없어) 예,
주희 : (애써 미소)
하영 : (눈치 보다가) 나 먼저 내려가서 퇴근 준비 할게. 그럼..
하영, 사라지고,
정호 : 왜... 나 이상해?
주희 : 아니요, 너무 늦어서, 들어오실 줄 몰랐거든요.
정호 : 뭐 좀 처리 할 게 있어서...송변, 방에 있나?
주희 : 네,
정호 : (가려다가) 지금 그거, 걱정 안한 얼굴이야?
주희 : (억지 웃음) 어, 네, 저기.
정호 : 대답은 잘 해놓구 왜,
주희 : 저,
정호, 휙 간다.
주희, 정호의 뒷모습 물끄러미 보는...
S#27. 이령 방.
정호와 이령.
정호 : 혼자 한 짓이 아니더라구. 돈 받구 했대.
이령 : 그럴 줄 알았어...누구야?
S#28. 홍인기 서재.
이어폰을 낀 홍의 뒷모습.
정호 소리 : 전화번호 받았어. 확인 중이야.
이령 소리 : 저 쪽인가?
정호 소리 : 아직 모르지.
S#29. 이령 방.
이령 : 그렇다면 정말 막가는 거다...
정호 : (전화를 한다)
이령 : ?
정호 : (받기를 기다리는...) 어, 윤석기...나 서정혼데...
이령 : (본다...)
S#30. 거리. 석기 차 안.
석기 : 네, 선배님... 어쩐 일이세요?...
S#31. 이령 방.
정호 : (전화) 선배님이 사주는 술 한 잔 하지?...
이령 : (어쩔려구)
정호 : 어때, 괜찮지?...
S#32. 석기 차 안.
석기 : (전화) 그럼요...어디루 가면 되겠습니까?...
S#33. 이령 방.
정호 : (전화) 강남역 사거리에서 전화 해... (끊고 뭔가 생각하는)
이령 : (어이없어 본다....) 혜수가 가서 다행이다...
정호 : (힐끗)
이령 : 그냥 있었으면 너 혜수 앞에 범인 들이대구 대질, 확인, 그런 거 안했으까?
정호 : (외면) 그랬겠지.. (쩝) 나 같은 놈이랑 사느라구 고생 많이 했더라구...
이령 : 인제 알았어? 평범한 애두 아니구, 원래 기질적으루 그런 애가, 얼마나 힘들었겠니?
정호 : (후우...) 내가 실수해줘서 통쾌하다구 하는데, 미치겠더라. 미안해서...
이령 : 나두 통쾌하다..너, 늘 혜수한테 니가 더 많이 참는다는 식으루 하는 거 진짜 맘에 안들었어...
정호 : (씁쓸...) 꼭 그런 건 아니지만, 나란 놈이 어떤 인간인지, 그거 생각 못하구 산 거야...저 자신을 다 알믄 인간이 아니겠지만.
이령 : 그럼 이번 기회에 생각 좀 해봐, 너 자신에 대해서.
정호 : (쩝)
S#34. 갱의실.
하영 : 음..나 먼저 간다?
주희 : 어...
S#35. 동 복도.
하영이 나온다.
앞서 가는 재서.
하영 : 이 변호사님.
재서 : (본다) 어, 하영씨.
하영 : 어쩐 일루 혼자 가세요?
재서 : 아직두 오해해요?
하영 : 네?
재서 : 어, 엉덩이.
하영 : 아..(웃음) 무척 신경 쓰시네요. 농담이었는데.
재서 : 그런 농담 서운하지... 내 취향과 인격을 왜곡하는 건데...
하영 : 그게 그렇게 걸리면 뭔가를 보여주세요. 오해 풀어드릴께요.
재서 : 뭘 보여줘야되나...
하영 : 나가죠.
재서 : 콜
둘. 같이 나간다.
S#36. 동 1층 복도.
정호, 계단 내려오는데, 저만치 주희가 가방 가지고 앉아있다.
정호, 다가간다.
주희 : 저, 드릴 말씀이 있는데요, 시간 괜찮으세요?
정호 : (시선 피하는, 좀 생각하다가) 아니, 약속이 있어... 술.
주희 : ...네에..
정호 : (본다) 다시 말하는데, 걱정 하지 마.
주희 : ...
정호 : 대답해 봐 아까처럼.
주희 : (시선 떨구는) ...안하께요....
정호 : (얼핏 외면)
주희, 목례하고 돌아선다...
정호, 보다가, 불안하게 서성. 아나?...
1층 로비 정호가 가다가 이령을 본다.
정호 : 야, 송이령
이령 : 안나갔어?
정호 : (본다)
이령 : 왜?
정호 : 김주희, 그거 알아?
이령 : 난 보안 지켰지...왜?
정호 : 아냐,
이령 : 알아서가 아니라, 모르면 모르는대루 걱정되지 않겠어?
정호 : (돌아서는데)
이령 : 서정호.
정호 : (보면)
이령 : 잘 해라...
정호 : 뭘.
이령 : 여러가지 다. (간다)
정호, 간다.
S#37. 재즈 바.
하영, 술잔을 든 채 시큰둥하게 둘러보고,
재서, 하영의 눈치.
하영 : 아우. 감자탕 먹으러 갈 걸 그랬나봐요.
재서 : 그건 밤새 놀구 새벽에 가는거지...
하영 : (본다) 저랑 밤새 노시게요?
재서 : 아, 아니, 상황 봐서,
하영 : 궁금한게요, 이변호사님이 왜 저한테 관심을 보이시죠?
재서 : 질문 이상하네요... 아니, 하영씨가 먼저 나한테 관심있는 거 아니었었요? 적어두 알렉스가 나타나기 전까지?
하영 : (앙큼) 그랬나?
재서 : 기억 안나요?
하영 : 그랬다 치구, 그건 이미 한참 전이잖아요.
재서 : 그래서, 불만이예요?
하영 : 이상하다는 거죠....다 있는데, 뭐가 또 모자라? 비싼 안가같은 빌라에 사는 상시대기 예비군두 있구.
재서 : 네?
하영 : 뭐가요?
재서 : (손가락으로 딱 소리내는) 아 알겠다. 그날 그 밤에 하영씨를 혼자가게 한 나쁜사람이,
하영 : ???
재서 : 알렉스였네?
하영 : (벌컥) 그래요, 나 용도폐기 됐어요, 그래서 엄청 기분 나뻣어요. 필요하면 언제든지 쓰라고 열쇠랑 비밀번호랑 다 줘놓구는
말두 없이 바꿔버려서 나 정말 황당하구 불쾌했다구요!
재서 : (엉?... 뜻밖의 고백에 놀라) 정말예요? 거기가 안가예요? 열쇠두 갖구 있었어요? 하영씨가?
하영 : 대표가 나한테 직접, (하다가 멈칫, 본다...) 다 알구 한 얘기 아니예요?...
재서 : (엄청 미안) 아, 아니 난 그냥 한번 넘겨 짚어 본 건데.
하영 : (세상에...)
재서 : (손을 마구 내저으며) 아뇨 아뇨, 걱정하지 말아요, 아무한테두 말 안해요. 정말이예요, 나 입 진짜 무거워요.
게다가 우리는 직업상 남의 비밀을 누설 할 수 없잖아.
하영 : (일그러진) 나 돌아버려야 돼....
재서 : 말 안해요, 내가 실수했어요. 그런 거 떠보는 게 아닌데,
하영 : (선다) 알면 됐어요!
재서 : (같이 선다) 하영씨, 실은요,
하영 : 됐거든요. (가려)
재서 : (잡는다) 실은 내가 질투에 눈이 멀어가지구, 그런 비신사적인 얘기를,
하영 : 뭐에 눈이 멀어요?
재서 : 질투...
하영 : 누구를?
재서 : 알렉스.
하영 : (놀라는) 세상에, 귀여워라...
재서 : (웃음. 정말로 귀여워져 버리는)
하영 : 앉아봐요...그 얘기 더 듣구 싶어요. 질투에 눈 먼 얘기.
둘 앉는다.
하영 : 질투라는 건, 그냥 생기는 게 아니잖아요?
재서 : 그럼요.
하영 : 왜 생겼을까?
재서 : 처음부터 그랬던 건 아니구, 사실은 ...뭐..
하영 : (문득 저쪽을 본다) 잠깐 정지.
재서 : 네?
하영 : 저기,
한쪽테이블의 기순과 신지나를 본다.
하영 : 부르지 말아요.
재서 : (알았다고)
신지나 아랑곳없이 다정하게 굴고, 기순은 거의 얼이 쑥 빠진 듯.
신지나, 기순 옆에 바싹 다가앉으며 핸드폰으로 두 사람 사진을 찍는다.
S#38. 술집 밀실.
정호, 물수건으로 손을 닦고, 젊은 여주인이 양주 맥주 마른 안주 따위를 내려놓는다.
여주인 : 몇분이나 오세요?
정호 : 한 명.
여주인 : 그쪽 분은 아니시구요?
정호 : 기래면 기구 아니래면 아니구...(물수건 내려놓고 맥주를 따른다) 키 크구 허우대 멀쩡한 놈이 나 찾으면 들여보내.
여주인 : 그럴게요... 우리 애기들은요?
정호 : 아니. (벌컥벌컥 마신다)
여주인 : 실망하곘다... 서변호사님 오셨다구 좋아들 하던데...
정호 : 송변이 있어야 재밌지.
S#39. 정호 옆방.
여주인이 정호 방에서 나오고, 종업원 옆방으로 들어간다.
낯선 남자 두 명이 술잔 앞에 놓고 앉아 있다. 적당한 크기의 가방도.
종업원이 과일 접시 내려 놓으면,
도청남1 : 부르기 전에는 들어오지 마. 중요한 얘기 할 거니까.
종업원 : 네.
종업원 나가고 도청장치를 벽에 설치한다.
S#40. 동 홀.
석기가 들어선다.
여주인 : (본다. 감이 온다) 어서 오세요...찾으시는 분,
석기 : 서정호 변호사 와 계시죠?
여주인 : 네, 이쪽으루.
석기 : 아니 저, 잠깐 화장실 좀.
여주인 : 그러세요. (화장실 쪽 가리키는)
S#41. 화장실.
석기, 무표정하게 손을 씻는다. 한참동안...
종이타월로 손 딱고, 윗포켓의 만년필 꺼낸다. 뚜껑을 돌리자 삐 소리, 다시 닫아 포켓에 넣고,
거울 속을 보는 석기. 옷매무새 만진다. 거울을 한참 본다...정호 앞에서 무너지면 안된다는... 돌아서는.
S#42. 동 밀실.
석기가 들어온다.
팔짱 끼고 기대 앉아 생각에 잠겨있던 정호, 등을 세운다.
정호 : 어...금방 찾았지?
석기 : 네...
정호 : (일어서며) 잠깐 거기 그냥 서 있어봐.
석기 : ?
정호, 석기 앞에 다가선다.
정호 : (좀 느물거리는) 이거 진담인데, 총기 수색 좀 해야겠어...저번에 하두 쫄아서.
석기 : (조금 웃음. 팔을 든다)
정호 : (대강 더듬는) 신발에 뭐 안들었지?
석기 : (재밌다는 듯) 벗어볼까요?
정호 : 됐어, 앉자구.
석기 : 감사합니다.
두 남자, 마주 앉는다.
정호 : 난 우선 맥주루 시작했는데.
석기 : 전 뭐든 좋습니다.
정호 : (양주병 집는다) 폭탄주 알아?
석기 : 얘기만 들었어요.
정호 : (마개 봉인 뜯는다) 미국에서두 한국 사람들은 그거 한다며?
석기 : 한국 사람들 술자리에 갈 일이 없어서.
정호 : 그래두 그냥 이거 하지?
석기 : 네.
정호 : 이거 왜, (마개 봉인이 잘 안뜯어지는)
석기 : 제가 할까요?
정호, 건네준다.
석기, 포크를 집어 마개 뜨다만 봉인을 꼼꼼히 뜯어내고, 정호, 물끄러미 본다....이윽고, 마개 빼내는 석기.
석기 : 어떻게 하면되죠?
정호 : 작은 거 큰 거 각각 하나씩.
석기, 양주 잔을 채우면,
정호, 잔 집어 맥주잔에 붓는다. 그 위에 맥주를 채우는.
그렇게 말없이 두 잔을 만든 후, 말없이 마시는 둘...
잔을 비우면 이번에는 정호가 양주를 따르고 석기가 맥주를 채운다.
또 마신다.
S#43. 옆방.
도청남 1은 청진기형 도청기를 끼고 있고, 도청남 2는 부속 기기 조작.
도1 : 이것들이 필담을 하나, 왜 이렇게 조용해.
도2 : 너무 약하게 쏜 거 아냐?
도1 : 쎄면 잡히지...
S#44. 정호 밀실.
빈 잔 내려 놓는 둘. 이미 빈 양주병 두 개, 맥주병 잔뜩.
석기, 양주병 집어 따르는데,
정호 : 난 오르는데?
석기 : (자기 잔에만 붓는다) 술 잘 하실 거 같은데요,
정호 : 잘 하는 척 하느라 고생 좀 했지. 검사 시절에.
석기 : 한국 검사들은 중요한 술자리 앞두구 몸관리부터 한다죠?
정호 : 주량에서 밀리면 반은 내주는 거니까.
석기 : 변호사 되시구는 그런 거 없나요?
정호 : (석기 잔에 맥주 따른다) 사람마다 다르지 뭐.
석기 : (잔을 잡으며) 전 천천히 하겠습니다.
정호 : 넌 얼른 먹구 취해야지...
석기 : (본다. 빙긋 웃음)
정호 : (마주 읏음) 취해가지구 내 앞에서 토하구 울구 해야지...
석기 : (웃음기 머금은 채 술잔을 보는. 얼핏 그러소 깊은 마음)
정호 : 너 그런 거 한번두 안해봤지?...
석기 : (감상을 지우듯 정호를 본다) 왜 보자구 하셨죠?
정호 : (본다...)
석기 : (기다리는)
정호 : 너, 일부러 허술하게 구는거야?...
석기 : (멈칫 했다가 웃음) 무슨 말씀이세요?
정호 : 우리 집에 보낸 애 말야...
석기 : 떠보기 식 어법은 피해주시죠.
정호 : (계속 밀어붙이는) 근데 왜 하필 그런 앨 골랐지?...
내 손에 잡혀 살다 나온 애들 중엔, 그 놈이랑 비교두 안되게 똘똘한 애들이 많거든?
석기 : (술 마신다)
정호 : (보면서 양주병 집는다)
석기 : (빈 잔 내려놓으면)
정호 : (양주 콸콸 부어 채운다) 이거 마시구 취중진담 좀 해 봐...
석기 : (술잔을 본다...)
정호 : 난 니가 그 띨빵한 놈한테 돈 몇푼 쥐어주구, 그런 개 같은 짓을 시켰다는 게 이해가 안된다는 거지...
석기 : (문득 긴장)
정호 : ?
윗포켓에서 작게 삐 소리 울리고, 석기, 도청을 눈치챈다...만년필은 도총 감지기.
(도청 및 녹음 기능과 함께 일정 주파수 이상의 전파를 감지하면 저절로 작동하면서 외부 전파를 차단하는)
정호 : 뭐야?
석기 : 아니예요...
정호 : (잽싸게 손을 뻗어 석기의 만년필을 빼낸다)
석기 : (작게) 열지 마세요. 차단 기능이 정지돼요.
정호 : (엉?....)
석기 : (시선 피하는)
정호 : (알아듣고 얼른 탁자 위 리모콘 집어 반주기기 켠다)
석기 : (참담한 웃음. 홍인기의 의심을 확인하는 순간이다)
음악이 크게 울리고, 정호, 마이크를 잡는다.
정호 : (일부러 크게 맘이크 테스트 하는 척) 아, 아, 후, 후,
정호, 노래 시작...석기는 자조의 미소를 띤 채 술잔만 바라보고...
S#45. 옆방.
도청남 1 : (리시버 빼며 급히 전화)
도청남 2 : (조작기의 볼륨을 낮추는) 나, 참, 내내 찌직거리다가 인제는 노래야?...
도청남 1 : (전화) 강인복인데요...예, 저,
S#46. 홍인기 서재.
비서 : (전화) 뭐야?...철수 해.
홍인기 : (돌아본다)
비서 : (전화를 끊고는) 차단 장비를 쓴답니다...
홍 : (노기를 띠는...)
S#47. 옆방.
도청남들 급히 가방을 챙기는.
S#48. 밀실.
정호, 노래를 부르며 문을 조금만 열고 내다본다...
석기, 술잔에서 시선 떼지 않는다. 슬프다.
정호, 노래 멈추고 나간다.
S#49. 동 홀.
정호가 나온다. 도청남 1 계산 하는 중. (2는 이미 나갔고)
정호 : (짐짓) 여기 얼음물 좀 갖다 주지?
여주인 : 아, 네, 잠깐만요,
도청남 1, 급히 나간다.
여주인 : 여기 영수증,
정호, 다가온다.
정호 : (보다가) 아는 사람들이야?
여주인 : 아니요?
정호 : 계산 뭘루 했지?
여주인 : 현금.
정호 : (쌔끼들)
정호, 옆방으로 급히 간다.
S#50. 옆방
정호가 들어서고 그 뒤 여주인 어리둥절 따라 들어온다.
정호, 사방을 한번 휙 둘러보고, 소파 뒤에 손을 넣어 훑듯이 실피는.
여주인 : 무슨일이에요?
S#51. 밀실.
정호, 들어온다. 반주기 제멋대로 떠들고, 석기, 여전히 술잔만 바라보는.
정호, 석기를 한참 보다가 만년필 집어 살핀다. 시끄럽다.
리모콘 집어 반주기 끄고 계속 들여다본다...
석기, 냉소...
정호 : (짐짓 호기심인듯) 이거 도대체 뭐냐?...어디꺼냐?...
석기 : (술 마신다)
정호 : (만년필 내려놓고 앉는다.)
석기 : (마시고 빈잔 내려 놓는다) 일정 주파수 이상이 감지되면 차단 기능이 작동해요.
정호 : (석기 잔 채워 주며) 그러니까, 나랑 너랑 같이 당한 거지?...
석기 : (마신다)
정호 : 대상이 나 뿐이라면, 굳이 아저씨들이 뜰 거 없잖아. 니가 녹음하면 되지...
석기 : (잔 내려놓으면)
정호 : (또 부어준다) 도대체 누구야?...
석기 : ...(잔 집는다)
정호 : (본다....)
석기 : (마신다)
정호 : 너, 양다리 걸친거야?...나한테 적당히 흘려주면서?...
석기 : ...(잔 내려놓으면)
정호 : (또 붓는다) 말 안할거야?...
석기 : (냉소) 선배님 어떨 땐 보면 막무가내루 순진하세요...
정호 : (짐짓 정색) 어..나 순진해... 뭐 지독히 몰라. 남자 맹추야...그러니까 말해 봐. 알아듣게....
석기 : 그래가지구 검사 생활 어떻게 하셨어요?..
정호 : (시선 떼지 않고) 미련하게 했지. 지금두 마찬가지지만...
석기 : (본다) 주희, 사랑하세요?
정호 : (멈칫, 굳어지는...)
석기 : 사랑하시냐구 물었습니다...
정호 : (석기를 보면서) 그거 섣불리 말 못해..난 결혼해서 같이 살아온 와이프두 힘들게 한 놈이야...
여잘 사랑한다는 게 뭔지 몰라서..
석기 : (격한 감정 누르며 자르는) 선배님이 주희에 대해서 어떻게 생각하는지, 그거 저한텐 중요한 문젭니다.
분명해지면 말해 주세요. 그땐 모두 말할 수 있어요. 제가 해야 하는 일 주희,
그리구 선배님이 지금 어떤 상황에 처해 있는지에 대해서. (외면. 목에 걸린 울음이 꿀꺽 삼키는)
정호 : (쏘아보는) 계속 해 봐.
석기 : (선다)
정호 : (선다)
석기 : (안간힘으로 입 다물고 참는다. 눈에 눈물 번뜩)
정호 : (쏘아본다)
석기 : (간신히) 가봐야겠습니다.
석기, 간다. 정호, 재빨리 막아선다.
정호 : (본다...)
석기 : (입 꾹 다문 채 눈물 계속)
정호 : (쏘아보며 가라앉은 음성) 다 들켜놓구 어딜가냐..넌 절대루 김주흴 버리지 않았어. 도대체 뭐야? 널 어쩔수 없게 만드는게,
김주흴 떠나게 했고, 니 자신을 음폐하느라 그앨 괴롭힌게 뭐냐구? 주희네 부모 사고나고 그 앨 떠나기 전까지 한달동안
무슨일이 있었어? 주희더러 그랬대매 거절할 수 없는 제안을 받아서 떠난다구. 그게 뭐야? 어떤 놈이 무슨 제안을 했길래?
석기 : 그만하시죠. 술 취해서 실수했다고 생각하시고
정호 : 너 진짜 실수 잘했어. 근데 나 정말 김새고 황당해. 김주희가 너한텐 여전히 제일 귀한 존재라는걸 이렇게나 알지 못했다면,
난 그저 어떻게하면 김주흴 다치지 않구 너라는 놈 올가매나 그것만 연구하면 됐어? 근데 이게 뭐야.
이제 내가 어떻게 마음놓고 널 미워하니 이 나쁜 자식아.
석기 : (울음을 참으며) 제가 아마 선배님의 그런 점을 이용했나보죠.
정호 : (멱살 쥔다) 뭐야 임마
석기 : (울면서 웃느라 일그러진 얼굴...) 사랑을 너무 어렵게 생각하지 마세요...뭔가를 결정을 할 때, 그 여자가 젤 먼저 생각나면,
그게 사랑이예요...
정호 : 좋겠다 그런 사랑해봐서
석기 : 네 좋아요. 행복합니다. 그래서 알아요. 선배님이 그 못지 않다는 걸 단지 선배님의 도덕심으로 감추고 있다는거에요.
정호 : 이게 정말 (눈가에 눈물이) 딴 소리 집어 치우고 털어놔... 니들 이렇게 만든게 누구야, 엉?...
김주희 윤석기 이렇게 만든 새끼가 누구냐구?
석기 : (눈물 콧물 마구 흘리며 웃음)
정호 : (흔들며) 홍인기야? 너 홍인기한테 코 뀄어?
석기 : (울며 웃는다)
정호 : 왜 뭣땜에...
석기 : 선배님, 저 어지러워요. (소파에 쓰러지는 석기)
S#52. 화장실.
석기, 변기를 부여잡고 앉아 어깨 들먹이고, 정호, 문기둥에 기대서서 본다...(등을 쳐주거나 하지 않는다)
S#53. 달리는 택시 안.
정호, 앞자리에 앉아 눈앞을 쏘아보고, 뒷자리 석기, 탈진하여 뒷자리석에 누운.
S#54. 호텔 앞.
택시가 서고, 정호가 내려 뒷문을 열면, 석기가 기다시피 나온다. 정호 부축하지 않고 내릴때까지 기다린다.
석기가 내리면 그제서야 한쪽 팔을 잡고 택시문 닫는 정호.
창백한 얼굴의 석기, 웃는다.
정호, 팔 놓는다.
석기, 등을 펴지만 위태롭게 걷는다.
정호, 석기가 현관 들어설 때까지 서 있는...
S#55. 석기 호텔 방.
타미가 석기를 부축해 들어오고,
입은 채 침대에 널부러지는 석기. 선하고 곤고한 얼굴.
타미 : 알렉스, 술 먹었어?
S#56. 주희 거실. 밤.
주희, 문자 메시지를 본다.
정호 소리 : 술 먹느라구 전화 못했어. 잘 자...
S#57. 밤거리.
정호, 생각에 잠겨 걷는다...
S#58. 주희 집 거실. 다음 날 이른 아침.
사이렌 소리 요란.
S#59. 동 안방.
주희, 벌떡 일어난다. 동시에 눈뜨는 세희
S#60. 거실.
주희, 뛰어 나온다.
스위치를 끄고 급히 베란다 문을 여는.
S#61. 주희 거실.
타미와 세희가 밥을 먹고, 출근차림으로 젖은 빨래 너는 주희.
타미 : 정말 맛있어...이거는 뭘루 만든거야?
세희 : 배추.
타미 : 이거는?
세희 : 고등어.
타미 : 이거는?
세희 : 그냥 먹을래?
타미 : 어.
세희 : 그냥 가. 내가 널게. 일찍 나가봐야 한다며.
타미 : 나도 도와줄게.
주희 : (여전히 무표정) 널어놓구 가두 돼.
타미 : 어, 참 언니, 알렉스 어제 술 많이 먹구 뻗었어.
주희 : ?
세희 : 그런 것두 해?
주희 : (불안...)
정호 소리 : 술 먹느라구 전화 못했어.
S#62. 송현 입구 다음 날 아침.
주희가 카드키로 문을 열고 들어서려다가 돌아보면,
정호가 온다....
정호 : (지친 듯한 우슴) 왜 이렇게 일찍 나와.
주희 : (본다....) 미리 나와서 기다릴려구요...
정호 : (짐짓 농담처럼) 뭐 되게 중요한 얘긴가봐?
주희 : 네.
S#63. 송현 정호 방. 아침.
정호와 주희가 서 있다. 정호는 뒤돌아선.
주희 : 저희 집에 다녀가시는 동안 댁에 안 좋은 일이 있었다구 들었어요...
정호 : (멈칫)...어떻게 알았어...
주희 : 사모님 충격이 크셨다구요...
정호 : ...
주희 : 그 일 때문에 윤석기 만나셨나봐요...
정호 : ...그랬어...
주희 : ...많이 힘드셨나봐요, 친정에 가셨다면...
정호 : 니 탓이라구 생각하는 거니?...
주희 : ...
정호 : 그래서 하루 밤새 얼굴이 반쪽이야?...
주희 : ...저희 집에 오셔서 이것저것 살펴 주실 때, 내색은 못했지만 저 정말 많이 좋아했어요. 불안하면서두 좋아했어요.
그런데, 제가 그러구 있을 때, 사모님 혼자서,
정호 : (자른다) 내가 뭐라구 말해두 괴롭겠지만, 감수해야지...집사람이 안정을 찾구 강해지길 바라면서.
주희 : (본다...)
정호 : 내 말 냉정하게 들려두 이해해...
주희 : (간신히)...네...
정호 : ...
S#64. 동 앞.
주희가 나온다.
이령이 온다.
이령 : 어?...이렇게 일찍?
주희 : 네...
이령 : 서변두?
주희 : 네...(들어가보시라구)
이령, 노크한다.
주희 : 저 차 준비할까요?
이령 : 아니, 괜찮아. (들어간다)
주희, 보다가 돌아서고,
S#65. 정호 방
이령 : 난 아니라구 헀잖아.
정호 : 그럼 어떻게 안거야?
이령 : (본다...)
정호 : (뭔가 집히는. 전화기 든다) 어 김주희, 난데...다시 물을께... 누구한테 들은거야?..
S#66. 비서실 데스크.
주희 : (선 채 전화. 머뭇거리다가) 윤석기한테 들었어요....
S#67. 정호 방.
정호 : (전화기 든 채 갸웃)
이령 : 누구래?
정호 : (전화) 그래, 알았어. (끊고 둘러본다...)
이령 : ???
S#68. 갱의실.
주희가 소파에 기대 앉아 있고, 하영이 머리를 뒤로 넘기며
하영 : 급수가 다르더라...이재서 진짜 애긴 거 잇지? ...재미가 있을래다 말더라구.
주희 : ...
하영 : 근데, 어제의 힛트는, 장기순 선수였어. 글쎄 신지나랑 같이 나타났는데,
주희 : ...
하영 : 얘,
주희 : 들어.
하영 : 넌 정말 그런 일에 아무 관심이 없니?
주희 : (눈을 감는) 나 여기 좀 있다가 나갈게.
하영 : 어디 아퍼?
주희 : 잠을 좀 많이 못잤어.
은애와 민지가 들어온다.
둘 : 안녕하세요...
하영 : 어, 얘들아, 재밌는 얘기,
민지 : 알아요.
하영 : 뭘?
은애 : 신지나 염문설 솔솔....인터넷에 쫙...
하영 : 벌써?
S#69. 송현 안내데스크.
기순이 들어오면, 은애와 민지가 엄청 반긴다. 기순은 비현실감으로 여전히 굳어있는.
둘 : 어머, 안녕하세요...
기순 : 예, (들어가려)
둘 : 축하드립니다.
기순 : 저 말입니까?
S#70. 비서실 데스크.
기순이 뭐가 뭔지 모르겠다는 듯 고개 저으며 계단 올라온다.
하영 : 어머 장변호사님 일찍 나오시네요?
기순 : 예,
하영 : 너무 빠르신 거 아니예요?
기순 : (엉?)
하영 : (들어가 보시라고) 신지나 식성 참 특이하네...
S#71. 재서들 방.
기순이 들어온다. 재서와 유리, 인터넷 화면을 보고 있다가 오오, 야유소리...
기순 : 어어?...도대체 왜들 그래쌌는데...
기순, 유리 책상으로 다가간다. 모니터를 들여다보는 순간, 헉, 넘어가는.
화면 속, 다정한 신지나와 얼어붙은 기순의 사진. '여배우 신지나 밀회설 모락모락'
기순 : 이,이,이기 뭐꼬,
재서 : 염문이지.
유리 : 장선배 은근히 능력있어...
기순 : 하,하,하이고, 내 참, (다시 들여다 보는)
재서 : 기분 안 좋아요?
기순 : 좋을 수가 있나? 그 가스나가 사람 놀리는 기지, 이기 진심이란 말이가, 어이?
유리 : 그럴수두 있죠?
재서 : 그러게?
기순 : 당신들까지 그라모 안되지...
재서 : 잘해봐요 선배.
재서, 나간다.
S#72. 비서실 데스크.
재서 : 어제 장선배가 뜨는 바람에 마무리가 안됐는데,
하영 : 무슨?
재서 : 내가 질투의 화신이라는 거,
하영 : 아, 네, 명심 할게요.
재서, 흐뭇하게 웃어주고 돌아선다. 하영, 삐쭉.
하영 소리 : 애기.
석기가 온다.
하영 : (엄청 반가운) 하이 알렉스, 굿모닝?
석기 : 굿모닝
저만치 재서가 방으로 들어가려다 본다.
하영 : (재서 의식) 커피?
석기 : 아니, 됐어요.
석기, 그냥 방으로 가고,
머쓱한 하영, 저만치 재서와 눈 마주치자 웃는다.
S#73. 정호 방.
이령이 지켜보고, 정호, 정화기 콘센트를 벗겨낸다...
S#74. 석기 방.
석기, 서성이는데,
노크 소리.
석기 : 네...
정호, 들어온다.
석기 : (본다...)
정호 : 괜찮아...
석기 : 네...
정호 : (지그시 본다...) 저기 말이지...이거 어떡할까? 넌지 니 윈지 내부 정보 채집하는 거 같은데...
석기 : ...알아내셨군요...
정호 : 기술자 불러서 찾아내야 하는 건가?...아니면 자진철거를 기다릴까...
석기 : ....당분간 그냥 두세요...낌새 채이지 마시구, 역정보를 흘려주세요...
정호 : 뭐?...
석기 : 물론 전 선배님 계속 칠 겁니다...
정호 : 이중 생활을 하겠다?...
석기 : ...
정호 : 미쳤구나...나랑 한편을 먹겠다니...
석기 : ...
정호 : 죽을라구 작정했어?....자폭할거야?...
석기 :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