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방생주(老蚌生珠)란 말씀이 있습니다.
"늙은 조개가 진주를 품는다."란 말씀이지요.
즉 경험의 가치로움을 일깨워주는 글이랍니다.
같은 의미로 노마지지(老馬之智)라는 말씀도 있어요.
"늙은 말의 지혜"란 뜻인데 거기엔 다음과 같은 고사가 숨어 있지요.
춘추시대 제나라 환공이 고죽(孤竹)이라는 작은 마을을 정벌하러 갔을 때의 일입니다.
공격을 시작했을 때는 봄이었는데 돌아올 때는 겨울이 되어
악천후 속에 길을 잃게 되었습니다.
이 때 관포지교로 유명한 관중이 이렇게 말합니다.
"이럴 땐 늙은 말의 지혜가 필요하다."
그러고는 늙은 말 한 마리를 풀어놓고 뒤따라 갔지요.
과연 큰 길이 나타났다는 것입니다.
변화가 너무 빨라서 탈인 세상을 살면서
경험의 가치로움보다 변화에 대처하는 순발력이
더 인정받는 것 같아 때론 안타깝기도 합니다.
그런 이유로 연로한 사람들이 존경받지 못하는 세태가 되었습니다.
우리도 현재는 얼굴이 팽팽하고 천 년 만 년 살 것 같은 자신이 있지만
어찌되었던 인간은 영원한 삶을 약속받지 못한 시한부 인생이고
누구나 세월이 가면 늙음이라는 것이 예약되어 있다는 것은 피할 수 없는 진리입니다.
노인의 정의는 무엇일까요?
노인은 몇살이 되어야 노인이다 라는 규정이 없어 상당히 모호한 개념입니다.
이는 마치 '대머리는 공짜를 바란다'는 명제에서
이마로부터 몇 센티 이상 벗겨져야 대머리인지 규정이 없는 것과 같으며
'키 큰 사람은 싱겁다'라고 할 경우
몇 센티 이상이 되어야 큰 축에 속하는지 명쾌하게 답할 수 없는 것과 같습니다.
미국의 미네소타 주의학협회에서 내린 노인의 정의는 이렇습니다.
1. 늙었다고 느낀다.
2. 배울 만큼 배웠다고 확신한다.
3. 이 나이에 그깐 일을 왜 배워??
4. 내일을 기약할 수 없다.
5. ?은이의 활동에 관심이 없다.
6. 듣는 것보다 말하는 것을 좋아한다.
7. 좋았던 시절을 그리워한다.
위의 내용을 종합해 보면 늙음은 생물학적인 나이의 수치로 존재하는 것이 아니라
'더 이상 미래를 향해 나아가고자 하는 의지가 없을 때'라는 표현이 맞는 것 같습니다.
수학여행 가면서 아이들과 같이 줄서고, 같은 식탁에서 같은 반찬으로 함께 먹는 것이
떳떳하고 참 가치로운 일인줄 알았습니다.
한데 세월이 흐른 뒤에 아이들과 어깨를 나란히 할 수 있는 평등은 좋았으나
어느 순간에 자기들과 동일시하는 아이들의 눈높이 속에서
교사 이전에 어른으로서의 위엄을 상실하는 것 같아 슬펐습니다.
우리나라도 이제 초고령화사회에 접어든다 합니다.
내가 걸어간 곳이 뒤에오는 사람에겐 길이 됩니다.
왕위를 물려주고 여생을 지내는 왕을 상왕이라합니다.
또 그 위의 왕을 태상왕이라고 하지요.
그 단어 속에는 최고의 존경과 위엄이 들어 있지요.
이 땅에 존재하는 노인 또한 가장 존경받아야할 어른임에는 틀림이 없습니다.
<정운복의 메세지 중에서>
첫댓글 좋은글 잘 보았습니다....감사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