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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붉은 바다거북으로 유명한 ‘달얀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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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누군가 좋다’고 추천하는 데에는 분명 이유가 있을 것이다. 터키 카이세리 공항에서 카파도키아로 가는 버스 안에서 만난 한 은행원 아가씨.
필자는 그녀 앞에 터키 지도를 펼쳐 보이며 좋은 곳을 추천해 달라고 했다. 그녀는 친절했다. 여행지를 더 잘 아는 사람에게 일부러 전화까지 해서
‘달얀(dalian)’이라는 곳을 소개해줬다. 달얀은 그렇게 다가왔다.
에게해 작은 마을 ‘달얀’의 거북이들 달얀은 페티예(Fethiye)라는 곳을 거쳐서 가게 된다. 페티예
또한 바닷가를 끼고 있는 유명 휴양도시다. 국내 여행객 대부분은 인근 울루데니즈(Oludeniz) 바닷가에서 세일링, 패러 글라이딩 등 해양
레포츠를 즐긴다.
페티예에서 1시간 정도 버스를 타고 오르타자(ortaca)에서 다시 돌무쉬(마을버스 역할을 하는 봉고차)로 갈아타고 20분 정도 가면
달얀이다. 물라주에 속하는 달얀은 터키 남서 해안의 마르마리스와 페티예 사이에 위치한다.
자그마한 강 마을, 달얀의 첫 느낌이 좋다. 초여름에도 눈부시게 맑은 지중해성 기후를 만끽하면서 휘어진 달얀강을 따라 걷는다. 강 너머의
야트막한 산 절벽에 새겨진 석관이 자꾸 눈길을 부여 잡는다.
우선, 달얀을 유용하게 여행하기 위해 ‘보트 1일 투어 티켓’을 구입한다. 보트는 강 너머의 고대 카우노스(Kaunos) 시대에 만들어진
석관 쪽으로 가까이 다가서준다. 높이 치솟은 암벽 사이에 만들어진 카우노스 석관들은 달얀을 대표한다.
리키아 석관과 카우노스 석관은 육안으로는 구분하기 어렵지만 리키아는 ‘집’을, 카우노스는 ‘신전’을 모방한 차이가 있다. 무덤이 높으면
높을수록 신에게 가까이 다가갈 수 있다는 생각으로 만들어졌을 것이다. 하지만 어떻게 만들었는지는 현재도 밝혀지지 않아 세계 8대 불가사의로 남아
있다.
이어 보트는 20분 정도 달려 이즈투주(Iztuzu) 해변에서 멈춘다. 달얀강의 민물과 지중해의 바닷물이 만나는 지점. 5km 가량 길게
모래사장이 펼쳐지는 해변은 눈으로 보기에는 별 특징이 없다.
그러나 이 해변이 유명한 이유는 카레타(Caretta)라고 불리는 붉은 바다거북이다. 붉은 바다거북은 수명이 다하는 30살 무렵에는
고향으로 되돌아온다. 바다거북의 산란기는 매년 5월~9월 사이. 적게는 50개, 많게는 150개까지 알을 낳는다. 하지만 산란기 때라도 거북이를
보기란 여간 힘들다. 그래서 ‘블루 크랩’으로 거북이를 유인한다.
거북이들이 이 지역에서만 서식하는 ‘청게’를 잡아 먹는다는 점을 이용한다. ‘청게’를 낚시 줄에 미끼로 매달아 던지면 거북이는 아주 잠시
수면 위로 떠오른다. 거북이가 좋아하는 청게는 즉석 주문을 받고 바닷가에서 삶아진 채 먹을 수 있다. 청게는 삶아지면 홍게로 변해버린다. 단,
만만치 않은 가격이고 달얀 시내의 식당보다 맛이 덜하다.
고대의 번영도시, 카우노스 유적지 달얀의 또다른 명물은 진흙 목욕(Mud Bath)이다. 쿄이제이즈
호수 북쪽 끝에는 유황과 진흙 온천을 즐길 수 있는 노천온천이 있다. 호수와 강이 만나는 산 아래의 야외 천연 진흙 목욕탕. 제대로 시설을 갖춘
곳이 아니다. 수영복 위에 진흙을 바르고 깨끗한 물로 씻어내고 유황온천탕에 몸을 담그는 게 전부다. 지저분하고 초라하고 어설픈 노천욕장이지만
이곳의 역사는 깊다.
고대부터 치료와 미용에 사용되어 왔다고 전해온다. 특히 2000여년 전, 클레오파트라가 ‘터키 서남단 에게해 인근 물라주의 머드배스에서
자신의 미모를 가꿨다’는 기록이 남아 있다. 클레오파트라는 진흙 목욕이 피부미용에 탁월한 효과가 있다는 것을 알고 달얀의 머드를 직접 이집트로
가져갔다고도 전한다.
달얀을 더욱 빛나게 하는 것은 BC 9세기에 건설된 고대도시 카우노스 유적지다. 이곳 역시 보트투어로 접근하는 게 편하다. 카우노스 유적지
근처에 배를 정박한 선장은 1시간30분 정도 관광객들을 기다려준다. 10분 정도 시골 언덕길을 걸어 올라가면 매표소다. 유적지를 제어하는 건물은
따로 없다. 그저 표만 구입하고 들어가면 야외 박물관이 타르벨로스산 기슭에 넓게 펼쳐져 있다.
넓고 넓은 카우노스 폐허지에서 숨은 그림 찾듯 원형경기장, 아폴로 신전, 고대 극장들에 있음 직한 돌의자, 목욕탕, 신전의 기둥 등을 찾아
낸다. BC 5세기 경 산정 위에 조성된 성벽까지는 차마 오를 수 없어 눈길만 던질 뿐이다.
유적지의 돌 하나도 소중하게 다루는 한국인 여행객은 그저 방치되고 있는 듯한 터키의 유적지에 놀라고 또 놀랄 수밖에 없다. 도대체 이
나라의 흩어진 유적지는 몇 곳이나 될까? 앞이 확 트인 원형경기장 위에 앉아 눈길을 고정시킨다. 저멀리 호수 물빛이 반짝인다. 당시는 항구로
이용되지 않았을까? 그리스 로도스 방향이었을까? 그저 가늠할 뿐이다.
길고도 긴 세월이 흘러갔고 자료조차 마땅치 않은 유적지 아닌가? 그게 아쉬웠을까, 달얀을 떠나기 전 날, 유치한 멋을 잔뜩 낸 레스토랑들을
배회하다가 결국 취해 길을 잃어 버렸다.
■여행정보 ○ 항공편 : 이스탄불에서 터키 다라만 공항(Dalaman airport)으로 가면 된다.
공항에서 30분 정도 소요된다. ○ 현지교통 : 1일 보트 투어를 이용하는 게 가장 편하다. 달얀보트조합이 보트 투어로 소문난 업체다.
또 진흙목욕만 즐길 수 있는 데일리 달얀 머드배스투어(Daily Dalyan Mud Bath Tour)도 운영된다. 달얀 시내는 도보로 다니면
된다. ○ 음식정보 : 달얀은 레스토랑 마다 멋을 많이 냈다. 블루크랩은 가격이 저렴하지 않지만 맛있다. 그 외 스테이크 전문점, 중식당
등 다 맛이 좋다. ○ 숙박정보 : 달얀의 호텔 팔메덴(palmeden)은 떨어져 있지만 시설이 고급스럽고 조용하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