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차로를 지나갈 때면 이런 류의 현수막을 보게 되는 경우가 많다. 현수막
엔 "언제 사고가 났는데, 이를 본 사람은 연락주시면 후사하겠음. 급함"등
의 글이 담겨 있다. 그야말로 목격자를 찾는 내용이며, 달리 말하면 "증인
서 달라는 부탁"이다. 대개 이런 경우 목격자가 없거나, 설사 목격을 했다
고 해도 모른 척 하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그런데, 사회생활을 하다 보면 불가피하게 법원에 증인으로 출석해야 하는
경우가 생긴다. 이것에 대하여도 상식으로 알아놓을 필요가 있을 것 같아
칼럼으로 다룬다. 메일로 의견을 구한 이름을 밝힐 수 없는 클라이언트 한
분에게 감사를 드리며, 일이 잘 풀리시길 빈다.
증인을 서 달라는 부탁을 받으면, 먼저 생각해 보아야 하는 것이 "내가 증
인을 설 자격"을 갖추고 있느냐 하는 것이다. 증인이란 "객관적 사실에 대
한 목격자"여야 한다. 남에게 들은 사실을 증언하는 것을 "전문증언"이라
하는데, 법원은 통상 증명력에 있어서 "제로"에 가깝게 취급하는 편이다.
그리고, 일반적인 "증언"의 경우에도 객관적인 증거들과 부합하지 않을 때
이를 믿지 않고 배척한다. 거의 보충적 효력만 인정한다는 얘기다. 단순
히 "증인의 증언"만으로는 재판하기는 어렵다는 얘기다. 때로 법원에서 보
면 증인이 있다(유일한 증거)며 소송을 하는 경우가 있는데 거의 패소하게
된다.
사실 "객관적 사실에 대한 목격자"로서 증언한다는 것은 시일이 지난 사건
에 대하여 기억하였던 것을 현재 시점에서 그 기억을 풀어놓는 것이다. 여
기에서 "위증"의 문제가 생긴다. 사실 법원에 증언으로 출석하는 경우에는
항상 "위증"을 하지 않도록 하여야 한다. 형사적으로 위증은 범죄가 되고,
민사소송에 위증을 했다가 위증죄로 형사처벌받는 경우가 자주 발생하기 때
문이다.
우리나라 민사법정에서 위증은 거의 재판상 문제가 될 정도로 다반사로 이
루어지는데, 실제 처벌받는 경우가 드물다. 형사처벌의 조건은 엄격해야 한
다는 점도 좌우되겠지만, 재판의 신뢰를 추락시키는 일이라 법원은 더 철저
해야 하지 않을까 싶다.
위증이란 한마디로 말하면, "자신의 기억에 반하는 사실을 증언"하는 것이
다. 민사소송에서 증인으로 출석하면, 재판장이 선서를 하게 한다. 민사소
송법은 "재판장은 선서에 앞서 증인에게 선서의 취지를 밝히고, 위증의 벌
에 대하여 경고하여야 한다"(제320조)고 규정하고 있다. 즉, 선서한 증인
에 대하여 위증죄가 적용될 수 있는 것이다. 가족의 경우에는 선서를 하지
않고 증언을 할 수 있는데(어느 정도 위증을 하게 된다는 것을 참작하는
것이다), 이 경우에도 재판장이 물어 본다. 선서를 하고 하겠느냐고. 만약
선서를 하게 되면 이 경우에도 위증의 문제가 생긴다.
위증을 하게 되면 어떤 벌을 받게 될까. 우리 형법은 이렇게 규정한다.
제152조 (위증, 모해위증)
제1항 - 법률에 의하여 선서한 증인이 허위의 진술을 한 때에는 5년이하의
징역 또는 1천만원이하의 벌금에 처한다.
제2항 - 형사사건 또는 징계사건에 관하여 피고인, 피의자 또는 징계혐의자
를 모해할 목적으로 전항의 죄를 범한 때에는 10년이하의 징역에
처한다.
그러면, 도대체 기억에 반하는 진술이 어떤 것일까. 또는 증언의 의미가 불
분명하거나 해석이 여러 가지로 되는 경우에는 허위라는 사실을 어떻게 판
단하게 될까. 이 경우에는 판례를 살펴보는 게 좋을 것 같다.
"증인의 증언이 기억에 반하는 허위진술인지 여부는 그 증언의 단편적인 구
절에 구애될 것이 아니라 당해 신문절차에 있어서의 증언 전체를 일체로 파
악하여 판단하여야 할 것이고, 증언의 의미가 그 자체로 불분명하거나 다의
적으로 이해될 수 있는 경우에는 언어의 통상적인 의미와 용법, 문제된 증
언이 나오게 된 전후 문맥, 신문의 취지, 증언이 행하여진 경위 등을 종합
하여 당해 증언의 의미를 명확히 한 다음 허위성을 판단하여야 한다"(대법
원 2001.12.27. 선고, 2001도5252)
아이구, 이거 증인 서는 게 쉬운 것이 아니구나 느꼈을 것이다. 그래서 한
번 겪어본 사람은 좀체 잘 서려고 하지 않는다.
처음에 얘기했듯이 살다 보면 어쩔 수 없이 증인을 서지 않을 수 없는 경우
가 발생한다. 이 경우에는 "기억에 반하여 누구를 위하여 증언하는 일은 하
지 않는게 좋다"라는 말씀을 드리고 싶다. 또한 객관적 사실이 나와 있는
것을 무시하고 증언을 하는 경우나 자신이 스스로 증거를 남기고(서면으로
나 경찰의 조사자료 등)서 이에 반하는 증언을 하는 경우는 스스로 목에 밧
줄을 거는 행위가 됨을 명심해야 할 것이다.
오늘은 "증인 서는 일"에 대하여 알아보았다.
올 봄엔 유난히 비가 많이 온다.
덕분에 운동하는 시간규칙이 자꾸 깨진다.
모두들 건강에 유의하시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