천륜을 저버린자들
인천에서 11세 여자아이가 2 년동안 제대로 먹지도 못하고 감금당한 체 지내다가 유리창을 넘어 탈출한 사건이 있었다. 발견 당시의 몸무게는 5세 정도 아이와 같은 16키로였다. 가해자는 여아의 아비였으며 컴퓨터 게임 중독자라고 한다. 경찰에 의하면 딸에 대한 학대이유는 귀찮아서라고 했다. 이 사건에 대한 충격이 가시기도 전에 참혹하고 끔찍한 사건이 부천에서 발생했다. 7세 된 아들을 살해한 것도 모자라서 사체를 토막 내서 유기했다고 한다. 이 아비 또한 무위도식하며 컴퓨터 게임에 중독된 자라고 한다. 이와 같이 컴퓨터 게임에 중독되어 인성이 파괴되면 사람의 목숨을 게임하듯이 파리 목숨보다 가볍게 여기게 되는 폐인이 된다. 이들은 사람이라기보다는 짐승에 더 가깝고 아버지라는 말을 쓰기가 아까워 아비라고 했다.
어디 그뿐인가. 자식을 미라로 만들어 보관하는 아비가 있는가 하면 논산에서는 자기가 낳은 자식을 몇 십 만원을 받고 팔아넘기는 어처구니없는 막장 부모까지 등장했다. 물론 죄를 지은 자들에 대해서는 아동학대 처벌에 관한 특례법과 아동복지법으로 단죄를 하고 있지만 이것이 어찌 법으로 바로 잡을 수 있는 문제인가. 가히 말세의 모습을 보고 있다.
삼강오륜에 보면 부자유친이라는 도리가 적혀있다. 부모와 자식 간에는 사랑이 있어야 한다는 말이다. 흔히들 천륜지정이라고 한다. 사랑이란 몹시 아끼고 귀중히 여기는 마음이다. 그중에서 부모가 자식에게 쏟는 사랑은 신이 인간에게 하는 것처럼 조건 없이 베푸는 아가페 사랑을 말한다. 자식 또한 부모에 대하여 섬기는 사랑을 보내야 도리이지만 부모의 내리 사랑에는 미칠 수가 없다.
그러나 세상이 각박하다보니 천륜지정조차 팽개치는 풍조가 만연해 간다. 사랑은커녕 부모는 부모대로 자식은 자식대로 분노를 조절하지 못하여 패륜 행태를 저지르는 사건이 끊이지를 않는다.
어릴 때부터 어려운 가정환경에서 자란 아이가 있었다. 아버지는 술만 먹으면 살림을 때려 부수고 엄마를 때리고, 엄마는 얻어맞으면서도 물러서지 않는다. 부모가 싸울 때는 처음에는 무서워서 울기만 했었는데 너무 자주 싸우다 보니까 장롱 속에 동생과 함께 들어가서 귀를 틀어막고 숨죽여 있으면서 무슨 생각을 했을까. 폭력에 대한 분노였다.
그런데 한번 쌓인 분노는 쉽게 풀 수 있는 것이 아니다. 여기서 두 가지 유형이 나온다. 하나는 풀지 못하고 가슴에 쌓아 두는 사람이다. 오랫동안 상처로 남는 유형이다. 다른 하나는 자기도 가해자가 되어 푸는 것이다.
이 아이는 그 분노를 풀지 못하고 성장해서 학교생활을 하게 되었으나 적응하지를 못했다. 아버지도 항상 분노에 차 있어서 아들과 아무런 대화도 하지 못했다. 어머니도 분노에 차 있어서 아들의 고민을 덜어주는 대화 상대가 되지를 못했다, 학교에서도 공부에 취미를 붙이지 못하여 선생님으로부터도 관심의 대상이 되지를 못했다. 친구 관계도 항상 화가 나 있는 듯한 성격 때문에 걸핏하면 다투기 일쑤여서 원만하지 못했다. 이 가족 모두가 거의 매일을 분노 속에서 사는 형국이다.
아이는 학교에서 끝나서 집에 들어가면 짜증부터 부렸다. 사실 누군가 받아 주기를 바라는 마음에서다. 그러나 어머니는 받아 주지를 않았다. 짜증부리는 아이를 보고
“ 저놈의 새끼 굶기지 않고 학교 보내주니까 배부른 짓 한다”고 한다.
그러면 아들은 애꿎은 문짝에다가 화풀이를 한다
“ 에이 , 씨팔” 하고 쌍소리를 하며 문을 쾅 닫고 들어간다. 그런 모습을 보면서 가만히 있을 어머니가 아니다. 쫒아 가면서
“ 이런 망종새끼 , 지 애비를 닮아서 하는 짓이 싹수가 노랗다”고 하면서 고래고래 소리를 지른다. 아들은 들은 체도 않고 집에 있는 컴퓨터를 켜고 인터넷 게임에 빠져든다. 어머니가 그냥 둘 리가 없다. “하라는 공부는 안하고 맨 날 컴퓨터 게임이나 하고 언제 사람 될래” 하고 소리를 지른다. 아이는 게임 속에서 칼을 휘두르고 총을 쏴대면서 마구 죽인다, 그곳에다가 분노를 푸는 것이다. 하기야 얼마전에는 초등학생이 폭력을 휘두르는 아버지를 칼로 찔러 죽이는 사태까지 일어나기도 했다. 케세라 세라다.
저녁이 되면 아버지가 들어오는데 어머니가 가만있을 리가 없다. 아버지한테 쌍소리 한 것 까지 고자질 한다. 아버지는 말 대신 주먹으로 팬다. 아이는 이러한 생활이 반복됨으로서 항상 분노와 불만으로 가득 차게 된다. 세상은 불공평하고 더럽게 재미없다고 느낀다. 이 아이는 게임만이 유일한 탈출구이고 그래서 게임에만 빠져 산다. 차츰 게임 속 세상과 현실을 혼동한다. 게임 속에서 마구 죽이던 습성으로 남에게 폭력을 행사하게 된다. 그렇게 함으로서 쾌감을 얻게 된다. 처음에는 나보다 약한 아이들을 괴롭힌다. 나보다 강한 사람은 혼자 상대하기가 벅차므로 게임 속에서처럼 작당을 하여 무리지어서 괴롭힌다.
괴롭히는 수법도 때리는 것부터 아템 사용하듯이 흉기도 사용하고 더 잔인한 방법도 쓴다. 계속적으로 욕설을 해대고 집단 따돌림, 성적희롱 심지어는 컴퓨터 게임 속까지 따라 들어가서 왕따를 시키기도 한다.
일전에 일진이라는 학교 폭력 서클 사건을 조사하면서 왜 그랬느냐고 물어 보면, 정말 어처구니가 없다. 얄미워서, 주는 것 없이 미워서, 너무 잘난 체해서, 너무 못나서, 눈이 찢어져서, 입이 너무 커서, 뚱뚱해서, 머리가 너무 커서. 다리가 굵어서, 옷을 너무 잘 입어서, 구질구질해서, 부자이기 때문에, 찌질이 같아서, 심지어는 심심해서 장난삼아 때리고 괴롭힌다.
이러한 성정을 고치지 않으면 예전에 도박 빚을 갚기 위해서 엄마와 형에게 수면제를 먹여 살해한 패륜아로 변질되어 버리고 또한 부모가 되어서는 꽃으로도 때리지 말라는 자식에게 조차 천륜을 저버리는 짐승이 되는 것이다. 그렇다면 가정교육으로부터 이러한 성정을 치유해야 하는데 실제로 많은 부모들이 그런 교육자체를 받아 본 일이 없기 때문에 어떻게 가르쳐야 하는지 방법을 모르는데 심각한 문제가 있는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