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원작 알렉상드르 수메 및 루이 벨몬테의 운문 비극 <노르마>
대본 펠리체 로마니
초연 1831년 밀라노 라 스칼라 극장
배경 BC 50년경 갈리아 지방
<1974년 7월 20일 오랑주 고대야외극장 페스티벌 / 161분 / 영어자막>
토리노 레조 오케스트라 및 합창단 연주 / 주제페 파타네 지휘 / 산드로 세퀴 연출
노르마........드루이드교의 여제사장..........................몽세라 카바예(소프라노)
아달지사.....드루이드교의 젊은 여사제......................조세핀 비제이(메조소프라노)
오로베소.....드루이드교의 지도자. 노르마의 아버지.....아고스티노 페린(베이스)
폴리오네.....로마에서 온 갈리아 총독........................존 비커스(테너)
플라비오.....폴리오네의 친구인 로마 장군..................지노 시닌베르기(테너)
클로틸데.....노르마의 친구이자 시녀.........................마리자 조티(메조소프라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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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프로덕션 노트 === (내지 해설)
노르마의 최고 배역으로 알려져 있는 명 소프라노 몽세라 카바예가 부르는 1974년도 오랑주 야외공연 실황이다. 국내엔 준 앤더스, 존 서들랜드가 노래한 전곡판 두가지가 영상물로 나와있으나 단연 이 공연이 압도적이다. 야외에서 강한 바람에 어려움을 겪으면서도 열연하는 소프라노 몽세라 카바예는 ‘여사제’로서가 아닌 한 여인으로서 사랑의 아픔에 괴로워 하는 ‘노르마’를 잘 표현했다.
=== 작품 해설 === <불멸의 오페라 1, 박종호> 569 ~ 584쪽
<노르마>
사랑을 위해 조국을 버린 여신
벨칸토 오페라 중 최고 걸작인 <노르마>는 전 이탈리아 오페라를 통틀어서도 가장 위대한 작품으로 그 이름만으로도 가슴이 떨린다. 지금은 유로화가 통용되어 없어졌지만, 음악의 나라인 이탈리아의 지폐에까지 나와 있는 단 하나의 오페라가 <노르마>고, 단 한 명의 작곡가 얼굴이 벨리니다. 벨리니는 “만일 나의 배가 바다에 빠진다면, 모든 것을 다 잃어버린다 해도 <노르마> 하나만은 건지고 싶다”는 유명한 발언으로 이 명작에 대한 애착과 자긍심을 표현한 바 있다.
빈첸초 벨리니는 불과 34세의 짧은 생애를 살았으며, 단 10편의 오페라를 남겼을 뿐이다. 그러나 그의 오페라들은 위엄 있고 장대하며 감동적이며 무엇보다도 아름답기 그지없다. 특히 벨리니의 오페라가 가지고 있는 아름다움의 특징은 한마디로 단순함이라고 할 수 있다. 그의 오페라를 들으면 쉬운 멜로디만 기억에 남는다. 그렇다. 벨리니 오페라의 비결은 멜로디에 있다. 아마도 모든 작곡가를 통틀어 벨리니만큼 아름다운 멜로디를, 그것도 그렇게 쉽게(물론 쉽게 썼다는 말이 아니라 듣는 이의 귀에 쉽게 들린다는 것이다) 쓰는 사람도 흔지 않다. 별 기교도 없이 단순하고도 순수하며, 그러면서도 우리의 마음 한 구석을 파고든다. 그것이 벨리니의 음악이다. 그의 음악은 선율적일뿐 화성이나 관현악법이 너무나 단순하다고들 하지만, 그의 순수한 선율에는 사실 더 이상의 복잡한 기교나 기술이 필요치 않았던 것이다. 아무리 머리를 쥐어짜도 선율이 나오지 않는 범상한 작곡가들이야말로 기교로 악보를 채울 수밖에 없는 것이다.
벨리니는 짧은 생애 동안 많은 사람들을 사랑했던 열정적인 인물이다. 그는 말이 없고 섬세하며, 그의 오페라의 주역을 맡은 거의 모든 여가수들과 쉽게 사랑에 빠졌던 로맨틱한 인물이다. 그리고 그의 오페라들은 자신의 연애사건만큼이나 뜨거운 내용을 담고 있으며, 그 순간순간마다의 사랑과 열정이 작곡 중인 작품들 속에 항상 넘쳤다.
그는 생애 마지막 10년 동안 10편을 작곡했으니, 거의 1년에 한 편씩 만든 셈이다. 이런 점은 동시대의 라이벌이었던 도니체티가 무려 70여 편을 작곡하였으며, 때로는 2주에 한 편씩 발표했던 것에 비교하면 벨리니가 한 작품에 얼마나 자신의 모든 열정을 쏟았는지 짐작할 수 있다. 그러므로 벨리니의 음악이 아무리 쉽게 들려도, 그것들은 쉽게 쓰여 진 것이라기보다는 작품에 대한 그의 철저한 몰입과 음악에 대한 세심한 조탁의 결과라고 볼 수 있다.
벨리니의 작품들 중 비교적 습작이라고 볼 수 있는 초기의 두 작품을 제외한 나머지 여덟 작품들은 모두 벨칸토 오페라의 정상에 위치해 있다. 특히 <노르마>를 위시하여 <청교도>, <몽유병의 여인>의 인기는 대단하다. 그 외에도 <텐다의 베아트리체>, <카풀레티가와 몬테키가>는 상당한 명곡이며, <자이라>, <이국의 여인>, <해적>도 수준이 높다.
벨리니의 오페라들은 벨칸토의 정수인데, 그 이유 중 하나가 당시 세계 정상의 전설적인 가수들의 성부와 능력에 맞추어 작곡된 맞춤복과 같은 오페라들이라는 점이다. 특히 <노르마>의 노르마, <몽유병의 여인>의 아미나, <텐다의 베아트리체>의 베아트리체 등을 맡은 대소프라노 주디타 파스타와 <청교도>의 엘비라, <노르마>의 아달지사 등을 부른 조반니 바티스타 루비니 등이 그들이다. 그러므로 이 역들을 오늘날 가수들이 제대로 소화한다는 것은 결코 쉬운 일이 아니다. 그것들은 요즘의 가수들이 부를 수 있도록 재단된 기성복이 아니라, 벨리니가 염두에 두었던 당시 세계 정상급의 한 사람을 위한 맞춤복이었던 것이다.
이러한 어려움으로 점차 극장에서 사라져 거의 잊혀졌던 이 작품들이 20세기 후반에 들어와서 다시 복원되어 현대 오페라하우스에서 조금씩 레퍼토리화되었다. 이것은 각 작품마다 마리아 칼라스 같은 대가들의 역사적 소명의식에 의해서 이루어진 것이다.
<노르마>는 그런 벨리니의 오페라 중에서도 최정상에 있는 작품이다. 이것은 당당하고 장엄하고 아름답다. 그 장대한 선율은 오페라 전반에 걸쳐서 벨리니의 넘치는 자신감을 보여준다. 아름답고 완벽한 <노르마>에 대해서는 비제의 말이 모든 것을 대변한다. 프랑스의 한 출판업자가 비제에게 <노르마>의 편곡을 부탁한 적이 있었다. 이에 <노르마>의 악보를 연구한 비제는 이렇게 덧붙였다. “이 악보는 수정이나 가필이 불가능하며 불필요한 작품입니다.” 이탈리아 오페라에 대한 공격자로 유명했던 바그너도 <노르마>에 대해서만은 “심금을 울리는 위대한 작품”이라고 말했다.
<노르마>는 흔히 ‘프리마 돈나 오페라’라고 한다. 여주인공 노르마의 비중이 너무나 크며, 그녀에 의해 이 작품의 성공이 좌지우지된다. 이 작품은 성악적으로 아주 까다로워서 특히 노르마를 부르는 소프라노는 모든 벨칸토 창법의 기술을 마스터하고 있어야 할 뿐 아니라, 극과 다른 배역들을 압도하는 분위기와 풍격風格, 혼자서 전 오페라하우스를 제압하는 카리스마와 위풍당당한 외모, 그리고 큰 성량을 갖추어야 한다. 이렇게 노르마와 같이 콜로라투라 기술과 표현력, 그리고 힘과 카리스마를 모두 갖춘 소프라노를 ‘소프라노 아솔루타(절대적인 소프라노)’라고 부른다. 감상의 초점 역시 모두 성악가에게 맞추어져도 무방하다. 노르마 역의 소프라노는 이 오페라 공연의 절대적인 조건이다.
이런 가수를 찾는다는 것이 쉬운 일은 아니다. 즉, 마리아 칼라스와 같은 위대한 천재가 있어야만 그 진가를 알 수 있는 작품이다. 칼라스의 업적들 중에서도 <노르마>를 오늘날의 수준으로 끌어올린 것이 그녀의 가장 큰 공적이다. 칼라스는 노르마, 노르마는 역시 칼라스란 등식은 지금도 당연시되는 실정이다.
그리고 칼라스가 사라지고 두 사람의 소프라노가 그녀의 노르마를 계승하였는데, 조안 서덜랜드와 몽세라 카바예였다. 그리고 이 두 사람의 노르마 역시 은퇴한 지금은 그들만큼 제대로 부를 만한 여주인공을 찾기란 쉽지 않다. 이렇게 노르마 역의 세계적인 기근 때문에 근래에는 일류 가극장들에서도 <노르마>를 자주 올리지 못하는 실정이다. 그래도 요즘 가끔 볼 수 있는 이 공연에서 일류 노르마라고 할 수 있는 젊은 소프라노들로는 준 앤더슨, 제인 이글린, 마리아 굴레기나 등이 있다.
노르마의 라이벌이라고 할 수 있는 아달지사 역시 아주 매력적인 배역으로, 이 역을 맡은 메조소프라노 캐스팅도 중요하다. 특히 노르마와 짝을 이루어 부르는 2중창과 3중창이 무척 중요하다. 역대로 에베 스티냐니, 크리스타 루드비히, 줄리에타 시미오나토, 페도라 바르비에리, 매린린 혼, 셜리 버렛 등이 명 아달지사였다. 특히 버렛은 한 무대(메트로폴리탄)에서 노르마와 아달지사를 다 불렀던 위대한 여가수이며, 노르마로 유명한 카바예는 음반에서 서덜랜드를 위해 기꺼이 아달지사를 맡기도 했다.
초연에서 도메니코 돈첼리가 맡았던 폴리오네 역시 로마의 명장군다운 기백이 넘치는 영웅적인 테너를 연기해야 한다. 역대로 명 드라마틱 테너인 프랑코 코넬리와 마리오 델 모나코가 이 역의 양대 테너였으며, 그 이후로는 존 비커스, 주세페 자코미니, 니콜라 마르티누치 등이 명연을 남겼다.
한여름 프로방스 지방의 작열하는 태양을 뚫고 오랑주까지 갔다. 그것은 오직 <노르마>를 보겠다는 일념 때문이었다. 1980년대 이후로 <노르마>는 세계 어디서나 보기 힘들었다. 프리마 돈나를 찾기가 어려웠기 때문이다. 칼라스는 물론이고 카바예나 서덜랜드만한 소프라노들이 더 이상 나타나지 않았다. 그런데 정말 드물게 <노르마> 공연이 올려진 것이다. 그것도 카바예의 유명한 영상물을 찍었던 바로 오랑주의 고대 극장에서…….
마르세유에서 그곳까지 상당한 거리를 달려 겨우 도착했을 때, 닫힌 극장 문앞에는 종이가 하나 붙어 있었다. 왠지 불길했다. 달려가서 본 순간, 나쁜 예감은 적중했다. “미스 마리아 굴레기나는 오늘 무대에 서지 못합니다…….” 물론 대역이 섰고 무사히 공연을 마쳤다. 그러나 상처받은 나의 마음은 이미 치유될 수 없었다. 노르마 역은 아무나 부를 수 있는 것이 아니다. 겨우 부를 만한 사람이 굴레기나였다. 고대 극장의 스탠드에 앉아서 내내 생각했다. 칼라스는 더 이상 없다……. 그렇다면 <노르마>도 없는 것이나 다름이 아닌가?
역사적 배경 때는 B.C. 50년경으로 로마 공화정 말기다. 장소는 갈리아 지방인데, 갈리아 지방은 서쪽은 피레네 산맥에서 동쪽으로는 라인 강에 걸친 지역으로 지금의 프랑스, 벨기에, 스위스와 독일의 일부에 해당하는 지역이다. 스토리의 배경은 갈리아 지방의 켈트족이 당시에 믿던 고대 종교인 드루이드교의 신전을 중심으로 일어난다. 드루이드교의 여제사장이 자신들의 정복자인 로마 총독과 내연의 관계에 있다는 가정에서 이야기가 시작된다. 실제 당시 갈리아 총독이었던 줄리우스 시저가 로마로 돌아온 후에 <갈리아 전기>를 쓴 사실은 잘 알려져 있는데, 이 오페라는 <갈리아 전기>의 내용을 많이 참고하고 있다. 즉, 관객들은 마치 시저가 갈리아에 있는 동안 어떤 로맨스가 있었을 것이라는 상상력을 발휘하게 되고, 이 오페라의 리얼리티는 더욱 강화된다.
서곡 ★
벨리니의 오페라 중에서는 비교적 좋은 관현악곡에 속하는 서곡이다. 오페라의 내용을 예고하는 세 부분으로 되어 있는데, 곡 자체는 좋지만 빠르고 심지어 약간 경박하기까지 한 분위기는 오페라 본곡의 느낌과는 좀 다르다.
제1막
제1장 드루이드 교도들의 숲
카바티나(오로베소)와 합창 ★
드루이드 교도들이 숲 속에 모였다. 이들의 우두머리인 고승 오로베소는 그들을 향해 “이제 로마에 대항하여 싸워야 한다”고 질타하면서 카바티나 <오르라, 신성한 언덕 위로>를 부른다. 그들의 소원은 신의 계시를 얻어, 자신들을 압제하는 로마인들을 물리치는 것이다. 오로베소는 “달이 떠오를 때 신의 계시를 받게 될 것인데, 그것은 신성한 여사제 노르마의 권한으로서 그녀가 출정 시간을 알릴 것이다”라고 말한다. 이에 일동은 그들의 장엄한 진군가인 합창 <예언의 힘으로>를 부르며 숲 속으로 사라진다.
카바티나와 카발레타(폴리오네) ★★★
갈리아 지역의 로마 총독 폴리오네가 친구인 장군 플라비오와 함께 나타난다. 폴리오네는 플라비오에게 자신의 비밀을 털어놓는다. 즉, 그는 “여제사장 노르마와 사귀었으며, 노르마는 순결을 지켜야 하는 여사제의 계율을 어기고 나와의 사이에 두 아이까지 두었다”고 얘기한다. 하지만 그는 “지금은 노르마를 더 이상 사랑하지 않고, 대신 젊은 여사제 아달지사를 사랑하고 있다”고 말한다. 그는 “이제 노르마가 두렵고, 그녀와의 사랑을 후회한다. 그리고 곧 총독의 임기를 마치게 되면 아달지사와 함께 로마로 가서 살고 싶다”고 얘기한다. 그리고 그는 자신의 꿈 이야기를 하는데, 이것은 웅장하고 장대한 테너 카바티나 <비너스의 제단 아래서>가 된다. “내가 로마에서 아달지사와 행복한 시간을 보내고 있는데, 갑자기 어두운 그림자와 안개가 드리우더니 그녀가 사라졌다. 그러고는 노르마와 아이들의 신음소리가 들리면서, 신의를 저버린 사랑에 대해 복수하겠다고 하더라.” 그러나 폴리오네는 다시 마음을 바꾸어 자신의 새로운 사랑에 대한 결연하고 힘찬 행진곡풍의 카발레타 <새로운 사랑이 나를 지켜줄 것이다>를 부른다. 비평가 찰스 오스번은 이 카발레타를 가리켜 “이 어려운 오페라에 나오는 유일하게 평범한 노래”라고 평하였다. 사람들이 몰려오는 소리에 두 장군은 급히 퇴장한다.
카바티나와 카발레타(노르마) ★★★
여사제들을 거느린 노르마가 사람들에게 둘러싸여 나타난다. 그녀는 두 손을 들어 혈기로 흥분해 있는 군중들을 진정시킨다. 그녀는 사랑하는 폴리오네를 생각한다. 전쟁을 일으키자는 군중들을 향하여 노르마는 “전쟁보다는 평화를 지키고 더 기다리는 것이 신의 뜻이다”라고 말한다. 군중들은 노르마의 예상 밖의 말에 놀라지만, 그것이 신의 뜻이라고 우기는 그녀의 말을 하는 수 없이 듣는다. 달이 떠오른다. 노르마는 드디어 점술로 신탁을 부르는 기도의 카바티나 <정결한 여신이여>를 부른다. 이 장대한 아리아는 이탈리아 전 오페라들 중에서도 대표적인 명곡이다. 또한 어려운 장식적인 기교에 난해한 멜로디 라인을 잡아야 하고, 넓은 음역을 자유자재로 누벼야 하며, 복잡한 심정을 심리적인 표현으로 표출해야 하는 난곡으로도 유명하다. 초연 당시 이 노래의 난해함에 겁먹은 당시 최고의 소프라노 주디타 파스타는 원곡을 한 음 내려서 불러야 했을 정도다. 이 곡에서 노르마는 여제사장으로서 계율을 어긴 금지된 사랑을 하고 자기에게서 멀어져간 남자를 그리는 여인으로서 사랑 때문에, 조국의 부름을 어기고 민족을 배신하는 복잡하고 참담한 심정을 모두 담고 있다. 노래의 후반부는 카발레타 <그리운 사람이여, 돌아와 다오>로서, 다시 한 번 폴리오네의 품에 안길 수 있는 그날이 오기를 바라는 심정을 담는다.
아리아(아달지사) ★
모두 퇴장하고, 아달지사 혼자만이 무대에 남는다. 아달지사는 계율을 어기고 로마인과의 사랑에 빠진 번민에 괴로워하면서 아리아 <신이여, 지켜주소서>를 부른다.
2중창(아달지사, 폴리오네) ★★
그때 아달지사 앞에 폴리오네가 나타난다. 그는 아달지사에게 “나는 이제 로마로 돌아가야 하는데, 함께 가자”고 말한다. 이에 아달지사는 “저는 여사제의 몸이므로 신전을 떠날 수는 없다”고 거절한다. 두 사람의 노래는 극적인 2중창 <가라, 잔인한 자여>로 노래된다. 그러나 그와 헤어지기 싫은 아달지사는 폴리오네의 설득에 결국 그의 품에 안기게 되고 마침내 로마로 가기로 약속한다. 오페라에서 계율이 사랑을 이기기란 얼마나 힘들던가? 두 사람은 내일 이 자리에서 다시 만나 달아나기로 하고 헤어진다.
제2장 노르마의 방
2중창(노르마, 아달지사) ★★
금지된 사랑에 번민하던 아달지사는 자신이 믿고 따르는 노르마를 찾아온다. 아달지사는 노르마에게 사랑과 계율 사이에서 고민하는 자신의 심정을 고백한다. 이제 시작되는 두 사람의 대화는 장엄하고 아름다운 여성 2중창 <혼자 신전에 있었을 때>이다. “한 남자를 알게 되었고, 사제의 계율을 어기고 사랑에 빠지고 말았다. 지금 깊이 후회하지만 어쩔 수가 없다”라는 아달지사의 고백을 듣던 노르마는 그 내용이 너무나 과거의 자신의 처지와 흡사하여 놀란다. 그래서 노르마는 아달지사를 마음 깊이 동정하고 위로해주면서 그녀의 잘못을 용서해준다. 그리고 그녀에게 “기운을 내어 나를 안으라. 그리고 여자로서 지금의 사랑에 충실하라”고 격려한다. 용기를 얻은 아달지사는 노르마와 함께 기쁨에 넘쳐 보다 빠르고 활기에 찬 2중창의 후반부를 노래한다. 그리고 노르마가 “그런데 상대가 누구냐?”고 묻자 아달지사는 “로마인”이라고 말한다. 그때 마침 폴리오네가 나타나고, 노르마는 그 남자가 바로 폴리오네임을 알고 격분한다. 노르마는 폴리오네에게 “더러운 놈, 이 처녀까지도 너의 독이빨로 물었는가?”라고 격렬하게 그를 비난한다.
3중창(노르마, 아달지사, 폴리오네)과 피날레 ★★★
노르마는 아달지사를 폴리오네의 면전에 들이대면서 “오, 너는 얼마나 비참한 희생물이 되었는가? 너도 나처럼 언젠가는 그에게 버림을 받으리라”라며 폴리오네가 저지른 이중의 죄를 신랄하게 힐책한다. 이제 세 사람의 3중창 <부실한 남자여, 두려워 말라>가 시작된다. 폴리오네는 아달지사를 데려가려고 하나, 이제 사건의 전말을 알게 된 아달지사는 그를 따라가기를 거부한다. 노르마는 두 사람에게 자신과 아이들을 버리고 떠나라고 말하면서 폴리오네의 앞날을 저주한다. 각자 자신들의 비극적인 운명을 노래하는 세 사람의 노래는 3중창의 후반부로 장대하게 퍼져 나가면서, 박력 넘치는 스트레타로 극적인 피날레를 맞이한다.
제2막
제1장 노르마의 방
전주곡과 아리오소(노르마) ★
사랑을 위해서 신의 계율도 조국의 백성도 다 버렸지만, 연인에게 배신당하고 버려진 노르마의 운명을 짧고 슬픈 전주곡으로 연주한다. 폴리오네의 배신에 자살을 생각하던 노르마는 어린 자식들의 장래를 생각하다가, 결국 두 아이들을 자신의 손으로 죽이고 자신도 목숨을 끊으려고 한다. 그녀의 아리오소 <어린아이들>이 흐르고 그녀는 단도를 든 채 잠든 아이들을 바라보지만, 차마 죽이지 못한다. 대신 그녀는 시녀 클로틸데에게 아달지사를 데려오라고 이른다.
2중창(노르마, 아달지사) ★★★
아달지사가 들어온다. 노르마는 그녀에게 “나는 죽기로 결심했으니, 대신 아이들을 폴리오네에게 데려가서 네가 키워달라”고 부탁한다. 그 말을 들은 아달지사는 “저는 그를 따라가지 않고 그냥 신전에 남을 것입니다. 대신 제가 폴리오네에게 가서 그의 마음이 다시 아이들의 어머니인 노르마에게 돌아올 수 있도록 설득하겠습니다”고 말한다. 두 여사제는 서로 양보하려는 상대방의 진심에 감동하여 안단테로 시작되는 2중창 <들어보세요, 노르마>를 부른다. 비록 연적이지만 같은 여자로서 부르는 소프라노와 메조소프라노의 2중창은 길고 엄숙하며, 실로 서로의 깊은 신뢰와 사랑이 짙게 배어나는 명곡이다. 두 사람의 교감은 계속되어 카발레타풍의 2중창 후반부로 이어진다.
제2장 드루이드 교도들의 숲
카바티나(오로베소)와 합창 ★
다시 드루이드의 숲이다. 오로베소는 드루이드 교도 병사들에게 “총독 폴리오네가 곧 로마로 돌아갈 것이며, 더욱 잔혹한 후임 총독이 부임하게 되었다”고 말한다. 병사들은 “노르마는 아직 로마에 대항할 생각이 없는 것 같다”고 불만을 얘기한다. 그러자 오로베소는 “조용히 기다리고 있다가, 때가 되면 한 번에 일어나서 적을 쓰러뜨리자”며, 카바티나 <아, 티베르간의 명예여>를 부른다. 이어서 후반부에는 오로베소의 베이스를 중심으로 극적인 합창이 화답한다.
제3장 신전 앞의 광장
전쟁의 합창 ★
노르마가 아달지사를 기다리고 있다. 클로틸데가 등장하여 노르마에게 “아달지사가 폴리오네에게 간청하였으나 허사로 끝났다”고 전한다. 이에 격노한 노르마는 모든 것이 끝났다고 판단하고, 징을 세 번 울려서 드디어 전쟁의 시작을 선포한다. 행진곡풍의 힘찬 음악에 따라 병사들이 신속하게 모여들고, 모두들 무기를 들고는 “전쟁이다, 전쟁!”이라며 격렬하게 <전쟁의 합창>을 부른다.
2중창(노르마, 폴리오네) ★★★
전쟁의 분위기가 최고조로 달한 가운데, 신전에 한 로마인이 숨어 들어왔다가 병사들에게 잡혀서 앞으로 끌려나온다. 그것은 바로 폴리오네였다. 그는 나오지 않는 아달지사를 로마로 데려가기 위해 단신으로 신전에 들어갔던 것이다. 오로베소가 칼을 들고 “이 자를 죽여 이번 전쟁의 제물로 신께 바치자”며 그를 찌르려 한다. 그러자 노르마가 “내가 직접 그를 죽이겠다”면서 단도를 받아든다. 모두들 그를 죽이라고 외치지만, 노르마는 “배반자가 누구인지 알아내기 위해 그와 할 얘기가 있다”면서 일단 모두 퇴장시킨다. 한때는 조국과 계율을 저버릴 만큼 너무나 사랑했던 사이며, 두 아이의 부모이기도 한 두 사람은 비로소 처음으로 이 오페라에서 단 둘이 있게 된다. 참으로 비장미가 넘치는 명장면이다. 노르마는 칼로 폴리오네를 겨누면서 극적인 2중창 <마침내 그대는 내 수중에>를 부른다. 오페라의 절정에 해당하는 대목으로 긴장미는 심장을 녹여버릴 듯이 끓어오른다. 노르마는 “당신이 아달지사를 단념한다면 아이들을 위해서라도 살려주겠지만, 그렇지 않다면 이 손으로 죽이겠다”고 노래한다. 그러나 폴리오네는 당당하게 거절하면서 “그렇다고 사랑을 속일 순 없으니 차라리 나를 찔러라”고 말한다. 이에 노르마는 “그렇다면 당신의 눈앞에서 아달지사도 신 앞에 제물로 바치겠다”고 흥분하여 노래한다. 폴리오네는 이 말에 노르마에게 “그녀의 목숨만은 살려달라”고 애원한다.
처형의 선언
노르마는 다시 사람들을 불러 모은다. 그녀는 모두에게 “여기 계율을 어기고 순결을 어겨 신성神性을 범한 여사제가 한 명 있어 그녀를 처형하겠다”고 그리고 드디어 여사제의 이름을 밝히는데, 그것은 바로 “노르마!”라고 말한다. 모두 아연실색하는 가운데 노르마는 자신을 위한 화형을 준비시킨다.
최후의 아리아(노르마) ★★★
노르마는 최후의 아리아 <배신당한 마음>을 부른다. 이미 모든 것을 체념한 이 조용한 아리아 속에서 노르마는 최후의 변론처럼 자신의 심정을 모두 밝힌다. 그녀는 “폴리오네를 향한 나의 사랑은 아마 너희 두 사람의 사랑을 합친 것보다도 클 것이다”라고 말하고, 아버지 오로베소에게 “나는 이미 두 아이의 어머니며, 아이들은 클로틸데가 키우고 있다. 그리고 아이들은 죄가 없으니 희생시키지 말아 달라”고 당부한다. 그녀의 진심에 감동한 오로베소의 눈에는 눈물이 고이고, 사람들은 합창으로 화답한다. 이 최후의 고백 장면에 대해 비평가 테오필레 가우티에르는 “오페라 사상 가장 훌륭한 장면이며, 어떤 작곡가도 이보다도 더 절제되고 완벽한 음악은 쓰지 못했다”고 평했다. 그리고 노르마는 불길이 타오르는 화형대 속으로 몸을 던진다. 그녀를 쳐다보던 폴리오네는 그녀의 숭고한 사랑에 감동하여 그녀를 뒤따라 함께 불 속으로 뛰어든다.
=== 작품 해설 === <2010년 6월 1일 네이버캐스트 / 이용숙 글>
명곡 명연주
벨리니, 노르마
'노르마'는 세기의 소프라노 마리아 칼라스가 가장 사랑했던 배역
1831년 완성해 같은 해 밀라노 라 스칼라 극장에서 초연
이탈리아 작곡가 빈첸초 벨리니(Vincenzo Bellini, 1801-1835)는 같은 시대에 활동했던 로시니, 도니체티와 함께 ‘벨칸토 오페라의 거장’으로 불립니다. ‘벨(bel: 아름다운)'+’칸토(canto:노래)’라는 개념은 17세기에는 ‘선율을 중시하는 단순하고 서정적인 창법’을 뜻했지만, 19세기에 오면 ‘성악가의 역량을 과시하는 기교적인 가창’을 뜻하는 말로 의미가 달라집니다. 19세기 전반의 낭만주의 오페라는 이런 벨칸토가 대세였고, 벨리니는 1830년대에 [노르마] 외에도 [청교도], [몽유병자] 같은 벨칸토 오페라의 걸작들을 탄생시켰습니다.
칼라스에 의한 벨칸토 레퍼토리의 부활
그러나 19세기 후반 이후로 벨칸토 오페라 레퍼토리들은 오페라 극장에서 그다지 환영 받지 못합니다. 베르디와 바그너의 극적인 선율과 풍성한 관현악에 익숙해진 청중은 성악가의 기교에만 의존하고 관현악의 밀도가 떨어지는 벨칸토 오페라 작품들을 과소평가하게 된 것입니다. 성악가들 스스로도 벨칸토 레퍼토리를 달가워하지 않았습니다. 무대 위에서 고난도의 기교를 소화하느라 엄청난 고생을 해야 하는 것에 비해 관객의 반응이 대체로 미지근했기 때문입니다.
20세기에 거의 잊혀져가던 벨칸토 오페라 레퍼토리들을 다시 화려하게 부활시킨 가수는 소프라노 마리아 칼라스였습니다. 1951년, 밀라노 라 스칼라 극장에 입성한 칼라스는 벨리니의 [노르마] 주역으로 전 세계에 자신의 존재를 알리는 동시에, 벨칸토 오페라가 진정으로 드라마틱할 수 있음을 보여주었습니다. 칼라스는 ‘목소리를 악기처럼 최대한도로 활용하고 제어하는 기법’이라고 벨칸토를 설명합니다.
영화감독이자 오페라 연출가인 프랑코 제피렐리는 “노르마 역으로 칼라스는 오페라가 보여줄 수 있는 최고의 한계에 도달했다”고 말했고, 칼라스 자신도 토스카나 비올레타가 아닌 바로 이 노르마 역을 가장 사랑했다고 고백했습니다.
숭고한 희생 vs 통속적인 삼각관계
[노르마]의 배경은 기원전 50년경, 로마의 지배를 받고 있는 갈리아 지방입니다. 이곳에 사는 드루이드 인들은 정복자 로마인들을 이 땅에서 몰아내려 합니다. 갈리아에 파견된 로마 총독 폴리오네(Pollione. 테너)와 은밀한 사랑을 나누고 그의 두 아이를 낳은 드루이드의 여제사장 노르마(Norma. 소프라노)는 전쟁을 원하는 드루이드 사람들을 진정시키려 애쓰면서 아리아 ‘정결한 여신(Casta Diva)’을 노래합니다. 그러나 폴리오네는 젊은 여사제 아달지사(Adalgisa. 메조소프라노)와 새로운 사랑에 빠져, 그녀를 데리고 로마로 귀환할 계획을 추진합니다.
이 사실을 알게 된 노르마는 폴리오네를 맹렬히 비난한 뒤 어린 자식들까지 죽이려 하지만 차마 그러지 못하고, 아달지사를 불러 아이들을 데리고 폴리오네와 함께 로마로 가라고 허락합니다. 그러나 노르마와 폴리오네의 관계를 모르고 사랑에 빠졌던 아달지사는 노르마를 위로하며, 노르마에게 돌아가도록 폴리오네를 설득하겠다고 약속하지요. 여기서 아달지사와 노르마가 부르는 ‘아이들을 보세요, 노르마(Mira, o, Norma)’는 여성들간의 자매애를 보여주는 감동적인 이중창입니다. 하지만 하지만 아달지사의 간곡한 설득을 폴리오네가 거절하자, 비정한 폴리오네에게 분노한 노르마는 군사를 일으켜 로마와의 전쟁을 선언합니다.
아달지사를 강제로 데려가려고 신전에 잠입한 폴리오네가 드루이드인들에게 잡혀 노르마에게 끌려오자 노르마는 백성들을 불러 “정결서약을 어긴 여사제를 고발하겠다”고 알린 뒤, “그것은 바로 나”라고 고백합니다. 폴리오네는 노르마의 고귀한 희생에 감동해 노르마가 오르는 화형대에 자발적으로 함께 올라갑니다(노르마와 폴리오네의 이중창과 합창 ‘당신이 버린 내가 어떤 영혼을 지닌 사람인지(Qual cor tradisti)'. 노르마는 아버지 오로베소(Oroveso. 베이스)에게 아이들을 부탁합니다.
이 [노르마]를 연출하는 데는 크게 두 가지 방향이 있습니다. 하나는 등장인물들의 숭고한 희생에 초점을 맞추는 연출입니다. 인간적인 오류를 범했지만 결국은 다른 사람의 행복을 위해 자신을 희생하려는 두 여주인공, 그리고 그 고귀함에 감동 받아 죽음을 택하는 남자 주인공을 긍정적으로 묘사하는 것입니다.
다른 하나는 삼각관계에 초점을 맞춰 이 이야기를 TV 불륜극처럼 연적간의 대결구도로 만드는 현대적 연출입니다. 물론 벨리니의 유려한 음악에 어울리는 것은 전자입니다. 그러나 후자의 연출도 나름대로 설득력을 가질 수 있습니다. 이 극의 소재 자체가 상당히 통속적인 성격을 지니고 있기 때문입니다.
베르디 [아이다]에 영향 준 [노르마]의 합창
알렉상드르 수메 및 루이 벨몬테의 비극 [노르마Norma]를 원작으로 펠리체 로마니가 대본을 쓴 [노르마]는 1831년 밀라노 라 스칼라 극장에서 당대 최고의 가수였던 주디타 파스타(노르마)와 줄리아 그리시(아달지사) 주역으로 초연되었습니다. 그러나 벨리니의 조바심으로 지나치게 연습을 많이 한 가수들은 정작 공연일이 되자 너무 지쳐서 평소의 역량을 발휘하지 못한 데다, 벨리니의 라이벌이었던 파치니의 팬들이 몰려와 소란을 피우는 바람에 초연은 결코 성공적이라고 할 수 없었습니다. 하지만 두 번째 공연부터 노르마는 대성공을 거두기 시작해 빠른 속도로 온 유럽의 오페라 극장을 휩쓸었습니다.
[노르마]의 음악적 특성은 1) (로시니의 빠른 템포와는 달리) 길게 늘인 크레셴도 2) 천천히 절정을 향해 올라가는 나선형 멜로디 3) 싱코페이션 리듬 등입니다. 또 한 가지 눈에 띄는 특징은 멜리스마-콜로라투라 기교의 적용 방식입니다. 로시니는 주로 외적인 꾸밈이나 희극적 효과를 위해 이런 장식음 기교를 사용했지만, 벨리니는 [노르마]에서 등장인물의 내면 심리를 표현하는 방식으로 이런 기교를 사용했습니다. 예를 들면, 폴리오네와 아달지사의 관계가 드러나는 ‘분노의 3중창’(1막)에서 장식음 기교는 멜로디의 일부가 되어 노르마의 분노를 표출하는 데 적절하게 쓰입니다.
총 14개 장면 중 10개 장면에 합창이 쓰일 정도로 벨리니는 [노르마]에서 합창의 비중을 높였습니다. 특히 2막에서 드루이드 인들이 출정의 흥분에 싸여 부르는 ‘전투다, 전투(Guerra, guerra!)’는 벨칸토 오페라에서는 전례가 없을 정도로 격정적이고 박진감 넘치는 합창곡으로, 동시대 관객에게 충격을 주었고 베르디의 [아이다]의개선장면 합창곡을 위한 교과서가 되었습니다. 뿐만 아니라 [노르마]는 쇼팽과 바그너의 음악에도 상당히 큰 영향을 미쳤다고 합니다. 노르마 역의 전설적인 소프라노로는 마리아 말리브란, 릴리 레만, 로자 폰셀, 마리아 칼라스, 몽세라 카바예 등을 꼽을 수 있습니다.
추천 음반 및 영상물
노르마-폴리오네-아달지사 순
[음반] 마리아 칼라스, 프랑코 코렐리, 크리스타 루트비히 등, 툴리오 세라핀 지휘, 라 스칼라 극장 오케스트라와 합창단, 1960년 녹음(EMI)
[음반] 몽세라 카바예, 플라시도 도밍고, 피오렌차 코소토 등, 카를로 펠리체 칠라리오 지휘, 런던 필하모닉 오케스트라 및 암브로시안 오페라 합창단, 1972년 녹음(BMG)
[DVD] 하스믹 파피안, 휴 스미스, 이리니 치라키디스 등, 줄리안 레이놀즈 지휘, 네덜란드 체임버 오케스트라와 네덜란드 오페라 합창단, 기 요스텐 연출, 2005년 네덜란드 국립 오페라 실황(Opus Arte)
[DVD] 에디타 그루베로바, 조란 토도로비치, 소니아 가나시 등, 프리드리히 하이더 지휘, 뮌헨 바이에른 국립 오케스트라와 합창단, 위르겐 로제 연출, 2006년 바이에른 국립극장 실황(한글자막)(DG)
[DVD] 다니엘라 데시, 파비오 아르밀리아토, 케이트 올드리치 등, 에벨리노 피도 지휘, 볼로냐 시립극장 오케스트라 및 합창단, 페데리코 티에치 연출, 2008년 볼로냐 시립극장 실황(Hardy Classic)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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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작품 해설 === <2010년 6월 30일 네이버캐스트 / 고 안동림 교수 글>
내 마음의 아리아
정결한 여신이여
벨리니 <노르마>
수메(Alexandra Soumet)의 희곡을 로마니(Felice Romani)가 전2막으로 각색한 오페라이며 작곡자 자신도 “무엇을 희생해서라도 이 노르마만은 살리고 싶다” 했을 정도로 뛰어난 작품이다. 사실 이 오페라는 멜로디의 아름다움, 구성, 내용, 오케스트레이션, 기품, 풍격(風格) 등 어느 면으로 보더라도 그의 작품 중 걸출하다고 할 만하다. 지금까지는 아름다운 멜로디의 나열(羅列)에 지나지 않던 벨리니(Vincenzo Bellini, 1801-1835)가 드디어 이 작품으로 당당한 오페라 작곡가가 되었다고 할 수 있다. 그러나 불과 4년 후 갑자기 죽은 것이 애통하다. 조금 더 오래 살았더라면 오페라 역사에 거대한 발자취를 남겼으리라고 예상된다. 그는 불과 34세에 죽었다.
부족과 사랑 사이의 갈등을 그린 오페라
기원 전 50년 무렵의 갈리아(Gaul) 지방이다. 로마 지배 아래 있는 갈리아인들은 그 대사제인 오로베소의 통솔 하에 남 몰래 반역을 획책하고 있다. 그러나 수령의 딸이며 그들이 믿는 드뤼드교(Druidism, 드루이드교)의 성스러운 여사제(女司祭)인 노르마는 엄격한 계율을 어기고 로마 총독인 폴리오네와의 사이에 두 아이가 있는 처지이다. 한편으로는 폴리오네는 지금 노르마에게서 마음이 떠나 젊은 수녀 아달지자에게 이끌려 그녀와 이곳을 나가 로마에서 행복하게 살기를 꿈 꾸고 있다. 그런 두 사람 사이를 알고 몹시 분노하는 노르마는 지금까지는 사랑하는 폴리오네 때문에 갈리아인들의 반역심을 눌러 왔으나 드디어 그 신도들에게 로마에 대해 싸울 때가 왔다고 징을 두들긴다.
로마를 무찌르자고 의기양양(意氣揚揚)하게 외치는 갈리아 사람들. 그때 아달지자를 데리고 도망치려고 숲 속으로 들어갔다가 붙잡힌 폴리오네가 잡혀온다. 그에 대한 사랑을 버릴 수 없는 노르마는 이 싸움의 희생물로서 그를 죽이려고 덤벼드는 신도들을 제지하고 만약 아달지자를 잊고 자기에게 돌아오면 하고 설득하지만 그의 대답은 여전히 변함이 없다. 질투에 사로잡힌 그녀는 자기들 속에 그를 인도한 배반자를 처형할 준비를 하라고 명령한다. 그러나 그 입에서 나온 배반자의 이름은 뜻밖에도 그녀 자신의 이름이었다. 노르마는 폴리오네의 아달지자에 사랑이 순수함을 깨달았던 것이다. 일동에게 진짜 죄가 많은 여자는 지기라고 고백하고 스스로 죽을 결심을 한 노르마는 두 자식을 아버지에게 맡기고 화형대로 올라간다. 그때에야 그녀의 깊은 사랑을 깨달은 폴리오네도 신도들이 분노해서 소리치는 가운데 불로 뛰어든다.
'정결한 여신이여'
정결한 여신이여, 정결한 여신이여.
은빛 찬란한 빛은
이 거룩한, 거룩한 고목(古木)에서
이 거룩한 고목에서 뿜어 나온다,
오, 우리에게 눈부신 빛을 주는;
오 우리에게, 오 우리에게 눈부신 빛을 주는
가로 막는 먹구름 한 점 없는,
자비심 깊은 광채!
…(중간생략)…
오, 그대들
가슴과, 열렬한 불길을 가라앉히고,
오, 그대들 열망과, 반발을 삼가라!
그러면 지상의 평화는 다시 돌아오리라,
지상의 평화는, 지상의 평화는 다시 돌아오리라,
하늘에서 내리는 거룩한 빛은 빨라지리라.
…(중간생략)…
아, 사랑하는 이여, 나에게 돌아와요
처음 무렵의 진심어린 사랑이 있다면,
온 세상이 원수가 된다 해도
나는 당신의 방패가 되었으련만.
아! 사랑하는 이여, 나에게 돌아와요,
사랑의 고요한 열망을 간직하고 있다면;
내 가슴은 삶의 여명(黎明)을 찾을 테고
조국과 하늘은 모두 당신 안에, 당신 안에 있겠죠.
[노르마](제1막)중 가장 유명한 ‘정결한 여신이여’는 달에 바치는 기도이다. 기품 있는 심오(深奧)한 감정을 담은 복잡한 마음의 움직임이, 경건(敬虔)함 속의 화려한 장식적 선율에 깃들어 있다. 서정적이며 위엄(威嚴)으로 가득 찬 이 카바티나(cavatina=단순하여 가사의 되풀이가 없는 가곡풍의 서정적인 노래. 후반부에 카발레타를 붙이는 경우가 많음)의 선율선(旋律線)을 완벽하게 노래하기란 거의 불가능에 가깝다. 행진곡 풍의 짧은 관현악곡과 합창곡을 중간에 삽입하고 외향적 장식으로 가득 찬 경쾌한 카발레타(cabaletta=오페라 속의 짧은 노래 형식의 하나. 빠른 템포로 긴장감을 높이는 아리아의 종결 부분) ‘아, 사랑하는 이여, 나에 돌아와요’가 뒤를 잇는다. 결국 소프라노는 이 카바티나/카발레타 형식 속에 3종류의 노래 양식을 요구한다. 노르마 역이 얼마나 어려운가를 짐작할 수 있다. 칼라스의 드라마, 까발레(몽세라 카바예, Montserrate Caballe 1933-)의 서정(抒情), 서덜랜드(Joun Sutherland 1926-)의 콜로라툴라, 이 3가지를 한 가수의 목소리로 표현해야 한다.
들을 만한 CD와 DVD
[CD] 세라휜(세라핀, Tullio Serafin) 지휘, 스칼라 극장 과현악단/합창단(1954) 칼라스(S) EMI
[CD] 세라휜 지휘, 스칼라 극장 관현악단/합창단(1960) 카라스(S) EMI
칼라스는 생전에 [노르마]를 84회나 무대에서 노래했으나 공식적인 스투디오 녹음은 위의 2세트뿐이다. 두 녹음 사이에 7년이라는 세월이 가로 놓여 있지만, 그녀의 기본적인 역량에는 거의 차이가 없다. 그러나 굳이 차이를 따져 본다면 구녹음(모노럴, 1954년)은 노래의 아름다움과 기교의 완벽함, 신녹음(스테레오, 1960년)은 극적 표현의 깊이라고 할 수 있다. 즉 하나는 칼라스 전성기의 목소리, 다른 하나는 보다 깊은 음악적 표현이 특징이다. 배역진은 루트비히, 코렐리 등이 등장하는 신녹음반이 더 완벽하다. 세라휜의 지휘와 스칼라 극장 관현악단도 칼라스의 목소리 못지 않게 우렁찬 힘과 절박한 긴장감을 자아낸다. 벨리니의 음악이 지닌 부분적인 취약점까지도 충분히 보완한 풍성한 선율은 다시 없는 황홀한 미(美)의 세계를 이룩하고 있다.
[CD] 안토니오 보토 지휘, 스칼라 극장 관현악단/합창단(1955) 칼라스(S) Cetra Opera Live
칼라스뿐만 아니라 다른 배역진까지 포함해서 말할 때 잊을 수 없는 음반이 이 스칼라 극장 실황녹음이며 현대 최고의 가수진을 망라하고 있다. 당시 [노르마]의 가장 이상적인 트리오라는 평가를 받으면서도 음반회사의 전속관계 때문에 음반 녹음이 불가능했던 칼라스, 시미오나토, 델 모나코를 한자리에 모은 것은 기적이었다. 실제 공연장에서 직접 녹음하지 않으면 도저히 불가능한 일이었다. 음반사에 길이 남을 귀중한 유산이다. 이보다 6개월 전 로마에서 실황 녹음한, 놓칠 수 없는 또 하나의 음반이 있다. 악단, 지휘자 및 출연진이 칼라스, 델 모나코를 빼면 다 다르지만(그리고 아달지자 역을 시미오나토 대신 에베 스티냐니가 맡고 있지만), 20세기 최고의 두 명창과 지휘자가 혼연일체가 되어 불꽃을 튕기는 명연주이다 ([노르마] / Cetra CDAR 2018 / 툴리오 세라휜 지휘, 로마 이탈리아 방송 교향악단/합창단 - 1955년 6월 29일).
[Aria on DVD] [영원한 칼라스la callas...toujours] 죠르쥬 세바스띠앙 지휘/빠리 국립 오페라 극장 관현악단, 합창단(1958) 칼라스(S), 로져 베르나무 연출 EMI
1958년 12월 19일 칼라스의 갤러 콘서트 실황을 녹화한 영상 휠름(필름)이다. 벨리니 [노르마] 중 “카스타 디바”의 카바티나와 카발레타를 부른 실황을 볼 수 있는 유일한 DVD이다. 화려한 콜로라투라와 드라마틱한 표현을 동시에 요구하는, 어렵기 그지없는 드라마티코 다질리타 소프라노(drammatico d'agilita=극적이며 경쾌한 목소리로 세밀한 음표를 빠른 속도로 노래하는 기법)의 아리아이다. 칼라스가 그 어려운 역할을 어느 누구도 따를 수 없는 기교로 노래했을 뿐 아니라, 지금까지 어떤 프리마 돈나도 시도하지 못했던 엄청난 인간적 감동을 이 오페라에 불어 넣었다. “칼라스의 노르마냐, 노르마의 칼라스냐?”고 할 정도로 그녀의 자질과 재능이 최고로 발휘된 노래이다. ‘광란의 아리아’([람메르모르의 루치아])와 함께 이 아리아를 칼라스만큼 부를 가수는 달리 없다.
[DVD] 하이더(Friedrich Haider) 지휘, 바이에른 국립 오페라단 관현악단/합창단(2006) 그루베로바(S), 무대 감독 유르겐 로즈, 촬영 브라인 라아쥐 DG
잔재주나 연륜만으로 커버할 수 없는 어려운 역할인 만큼 칼라스, 까발레, 서덜랜드가 없는 오늘날 가장 촉망받는 노르마 역이 그루베로바(Edita Gruberova 1946-)이다. 그루베로바는 브라티슬라 근교의 독일계 아버지와 항거리계 어머니 사이에 태어나 1968년 고향의 가극장에서 [세빌리아의 이발사]의 로지나로 데뷔, 그후 반 국립 가극장의 오디션에 합격하고 1970년 [마술 피리]의 밤의 여왕으로 데뷔하여 온 유럽의 주목을 끌었다. 한동안 갖가지 주요 오페라의 역할을 겪으면서 경험을 쌓은 뒤, 이윽고 콜로라투라의 높은 음역을 무난히 소화해 냄으로써 빈의 관객을 열광시켰다. 벨 칸토로 레퍼토리를 확대하며 특히 벨리니, 도니제티의 여주인공 역으로 눈부신 성공을 거두었다. [람메르모르의 루치아](1978), [몽유병의 여인](1982), [카풀레티와 몬테키](1984), [청교도](1985), [마리아 스투아르다](1985), [안나 볼레나](1992) 등 레퍼토리 개척에는 현재 남펀이며 지휘자(이 DVD의 지휘자)의 협력이 적지 않은 것 같다. 칼라스의 극적인 표현에는 미치지 못하나 서정적인 맑은 콜로라투라는 관중을 압도하는 데가 있다. 연기력도 뛰어나 둘레의 무명 출연진을 북돋아 교묘한 앙상블을 이루고 있다. 원래 이런 콜로라투라 오페라에서는 주역이 절대적인 힘으로 극을 끌고 나가기 때문에 그루베로바의 역량이 절대적이다. 하이더(Friedrich Haider)의 지휘도 무리가 없는 반주로 가수들을 잘 뒷받침하고 있다.
[네이버 지식백과] 정결한 여신이여 - 벨라니, [노르마] (내 마음의 아리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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첫댓글 <노르마> 공연 역사에 있어 한 획을 그은 기념비적인 공연이긴 하나, 반 세기가 다 되어갈 만큼 오래된 공연이라 화질이나 음질면에서 요즈음의 최신 영상물에 비하면 열악하기 그지 없습니다...그러한 이유로 한글자막 버전은 시장성때문에 출시되기 힘들어 보입니다...<영문자막 버전>으로 또 한번 무리수를 둡니다...<노르마>를 경험하신 분들에게는 크게 어렵지않겠지만, 이 작품 감상이 처음이신 분들은 위의 자료를 꼼꼼히 정독하셔야 그럭저럭 따라올 수 있을 거 같습니다!!!
<불멸의 오페라 1권 / 박종호> ★★★
<노르마>의 영상물(모두 실황이다) 중에서 최고다. 오랑주의 고대 로마 유적의 극장에서 올려진 공연인데, 극장의 구조물들이 오페라의 배경과 맞아떨어져 리얼리티를 높여준다. 몽세라 카바예의 카리스마는 칼라스에 필적할 만한데 <정결한 여신이여> 한 곡만을 제외한다면 칼라스 못지 않을 정도로 절창이다. 영국의 젊은 메조소프라노 조세핀 비제이(아달지사 역)의 열정적인 노래도 뛰어나고, 존 비커스(폴리오네 역)는 위엄과 중량감이 넘치는 최고의 드라마틱 테너다. 전체적으로 화질이 많이 어두운 것이 단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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