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3. 7.15 달날 날씨: 아침나절 비가 오다 낮때부터 비가 그치고 해가 나오다 구름만 낀다. 저녁에 다시 비가 조금 온다.
모두모여 아침열기-텃밭 토마토 고추 따기-책읽기-글쓰기-그림그리기-점심-청소-몸놀이-마침회-교사회의
[아 소처럼 달려드네요.]
승민이가 내일까지 지방에 내려가 있어 학교에 못 오는 날이다. 아침열기 때 아이들을 쳐다보는데 아이들이 모두 정말 까맣다. 건강해보여 좋다. 주문진과 하조대 바닷가 물놀이가 새삼 떠오른다. 파도와 웃는 아이들 얼굴 생각만 해도 웃음이 나온다. 아침열기 마치고 푸른샘은 우산 챙겨들고 열리는어린이집 텃밭에 가서 토마토와 고추를 땄다. 토마토가 물을 많이 먹어 터져버린 게 많고 맛도 역시 별로다. 장마철에는 열매나 과일이 맛없다는 게 맞다. 그래도 푸른샘 아이들답게 먹고 싶어서 손이 자꾸 간다. 어제 종민이와 종민아버지가 많이 따놓은 토마토와 푸른샘 아이들이 딴 토마토가 새참 먹기에 충분한 양이다.
비가 오니 밖에서 놀자 소리도 하지 않고 틈만 나면 서로 허리를 잡고 씨름을 한다. 맨바닥에서는 위험하다 말리고 읽고 싶은 책을 골라 와서 모두 읽고 글쓰기를 하는데 지난번 한 번 해서인지 모두 잘한다. 짧은 그림책이 많아서 다들 금세 하는데 정우가 골라온 책은 줄글이 아주 많아서 정우가 읽는데 한참 걸린다. 강산이 책 읽어주고 쓰는 거 도운 다음 정우에게 가서 책을 빠르게 읽어주는데 좀 지나서는 정우가 혼자 읽어보겠다 한다. 글쓰기까지 마친 아이들은 텃밭에서 따온 가지 그림을 그리는데 가지 윤곽 잡기가 쉬워서 그런지 색칠하는 것까지 순식간에 끝난다. 정우도 끝내 다 읽고 그림까지 금세 마친다. 본디 글쓰기나 그림 그리는 게 한참 걸리는 공부인데 한 시간 반 안에 모두 마치는 속도를 보니 아이들이 많이 자랐다 싶다. 워낙 날랜 아이들이라 더 천천히 하자란 말을 달고 살지만 오늘처럼 자기 기운껏 할 때도 그냥 좋다. 여름방학을 앞두고 그래서인지 아이들이 훌쩍 자란 느낌이 더 든다.
낮 공부로 모둠마다 몸놀이를 하는데 푸른샘 아이들은 아침에도 하더니 요즘 자꾸 하는 씨름을 하자고 한다. 푸른샘 교실에 푹신한 바닥깔개를 깔고 서로 하는데 정말 좋아한다. 모두 서로 돌아가며 한 판씩 하는데 마치 소처럼 한다고 아이들이 그런다. 정우는 마치 해설가처럼 씨름을 중계한다.
'아 한지빈 선수 발을 빼네요. 앗 남민주 선수 다리 거는 기술 들어갑니다."
덥고 습도는 높은데 아이들이 땀을 뻘뻘 흘리며 서로 허리춤을 잡고 씨름을 한다. 이런 날씨엔 아주 땀을 많이 흘리는 게 차라리 끈적거리는 거보다는 낫다. 그런데 지치지도 않고 줄곧 한다. 서로 모두 한 판씩 하고도 더 하잔다. 정우처럼 선생도 해설을 거들다가 아이들과 허리를 잡는다. 아이마다 허리 잡는 힘이 다르지만 모두 힘이 아주 세다. 번쩍 들어서 돌리다 내려놓는데 중심들을 잘 잡는다. 잡채기 기술로 조심스레 넘어뜨리는데 아이들이 아주 신이 났다. 이렇게 온 몸을 써서 서로 안고 넘어지고 어울리는 놀이는 서로를 더 정들게 한다. 다만 늘 다치지 않도록 챙길 일이다. 다시 아이들끼리 서로 자유롭게 하는데 서로 망설임이 없다. 조심조심 하면서도 힘껏 허리춤을 잡고 한참을 도는 지빈이, 거침없이 강산이와 정우에게 달려드는 민주, 머리를 낮추어 파고들어 아주 세게 밀며 다리 기술을 거는 정우, 아주 빠른 발과 몸놀림으로 안다리 기술을 쓰는 강산이, 아이들 얼굴에 웃음이 끊이지 않고 힘들다면서 줄곧 서로를 부르며 몸을 쓴다. 역시 아이들이 환하게 웃을 때가 참 좋다. 한 시간이 넘게 하는데 옹달샘 2학년 규태와 한주가 들어와 보더니 서로 하겠다 달려든다. 규태와 한주가 서로 망설이다 한두 판 하더니 1학년들과 하고 싶다고 한다. 끝내 강산이랑 정우랑도 하더니 아주 신이 나서 흥분한다. 2학년 옹달샘 아이들도 모두 구경을 와 아주 씨름판이 커졌다. 덩치가 크고 힘이 좋아 규태가 동생들을 가볍게 눕히는데 모두 즐겁다.
“아 소처럼 달려드네요. 코뿔소와 들소가 서로 힘자랑을 하는 것 같습니다. 앗 코뿔소가 다리 기술을 겁니다. 아 들소가 잘 피하네요.” 코불소와 들소 이야기로 해설을 곁들이니 아이들이 더 좋아한다. 강산이랑 한 판씩 주고받으며 두 번째 판에 한주가 넘어졌는데 아이고 머리가 아프다며 울려고 한다. 머리가 조금 부딪히기는 했는데 동생들 보기 부끄러워 그런지 더 슬피 우는데 머리 만져주고 진짜 씨름 잘한다 칭찬하니 좀 진정을 하는 모습이 멋있는 한주다.
마침회 시간, 방학을 앞두고 사물함 정리도 하고 이번 주는 날마다 글쓰기와 그리기 공부를 많이 한다고 하는데도 자기들 이야기 하느라 바쁜 푸른샘이지만 안 듣는 것 같은데 모두 다 알아듣는다. 우주인들 능력이 나날이 커져간다. 방학하는 주라 1학기 공부들도 모두 꺼내어 되돌아보고 학교 안팎으로 살필 것도 찾고 방학 계획도 세우고 할 게 많은 푸른샘이지만 노는 걸 놓칠 수는 없으니 이번 주도 날마다 재미있게 놀아야겠다. 방학 숙제로 뭐가 좋겠느냐 물으니 봄방학 때처럼 하자고 한다.
“ 잘 놀기요.”
“ 잘 먹기, 아프지 않기요.”
“ 잘 자기요.”
“ 동무집에 놀러가고 초대하기요.”
“ 푸른샘끼리 모여서 노는 거요.”
“와 방학 때 할 게 많네요. 방학 때 가장 중요한 계획이 거의 다 나왔어요. 여름방학이 조금 길어서 선생님이 조금 더 할 것을 주고 싶은데 어때요?”
“뭐요?”
“책 읽기랑 편지 쓰기랑 하루생활글 쓰기랑 식구들이랑 재미있게 할 것이에요."
“좋아요.”
“그럼 시작하는 뜻으로 내일 일기를 푸른샘 모두 다 쓰면 우리 맛있는 거 먹는 거 어때요?”
“와 좋아요. 야 꼭 써와. 너도. 너도.”
서로 주고받는 말을 들으면 내일 꼭 써오지 싶은데 그것도 모를 일이다.
내일 아이들도 설레고 선생도 기다리게 생겼다.
시골 병상에 계신 어머니 때문에 어제 밤늦게 올라온 탓인지 몸과 마음이 가라앉은 달날, 아이들과 몸을 쓰고 어울리다 보니 절로 웃게 된다. 아이들이 선생을 웃게 한다. 고마운 하루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