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필독고전독서-시카고플랜] 소포클레스 <오이디푸스 왕>, <안티고네>
오이디푸스 콤플렉스
이 아이는 아버지를 죽이고, 자신의 어머니와 결혼을 하여 자식을 낳게 될 것이다.
테베의 왕 라이오스와 왕비 이오카스테 사이에서는 오랫동안 자식이 태어나지 않았다. 라이오스는 신탁소를 찾아가 그 이유를 물엇고, 저 비극적인 신탁을 듣게 된다. 이는 젊은 시절의 라이오스가 범한 치기 어린 악행에 대한 저주라는 설도 있다. 어찌 됐건 기구한 운명으로 태어난 아이는 태어나자마자 부모에게서 버림을 받는다. 인적 없는 산속에 내다 버려진 아이는 마침 그곳을 지나가던 이웃 나라 코린토스의 양치기에게 발견되고, 자식이 없어 고심하던 코리토스의 왕에게 아이를 데리고 간다.
태생의 비밀을 모른 채 양자로 자라나던 오이디푸스는, 우연히 저잣거리에서 자신이 친자식이 아니라는 소문을 듣게 된다. 부모에게 소문의 진상에 대해 물었지만, 속 시원한 대답을 들을 수 없엇다. 때문에 신탁소를 찾아가 진실을 물었고 되돌아온 대답은, 아주 오래전에 라이오스가 들었던 신탁과 같은 내용이었다. 그러나 자신이 양자라는 사실을 전혀 모르고 있었기에, 신탁의 대상이 자신을 길러 준 양부모(코린토스의 왕과 왕비)라 여겼던 오이디푸스는 신탁의 실현을 피하기 위해 그길로 코린토스로 떠난다.
한편 테베에는 괴이한 사건들이 발생하고 있었는데, 스핑크스가 그 범인이었다. 스핑크스는 길을 지나는 이에게 요상한 수수께끼를 내고 맞히지 못할 시엔 그를 잡아먹었다. 라이오스는 불안에 시달리는 민심을 신의 뜻으로 달래기 위해 델포이 신전으로 향해 거던 중 우연히 오이디푸스를 마주치게 된다. 그리고 길을 비키네 마네 하는 사소한 시비 끝에 오이디푸스는 라이오스를 죽이고 만다. 물론 그가 자신의 친아버지라는 사실을 모르는 상태에서 저지른 실수, 이때부터 신탁은 실현이 되고 있었던 것이다.
데베에 라이오스의 비보가 날아들었고, 가뜩이나 흉흉한 민심은 더욱 공포에 휩싸인다. 이오카스테 왕비는 민심을 안정시키기 위해 스핑크스의 수수께끼를 푼 이를 왕으로 삼고, 자신은 그 사람의 부인이 되겠노라고 공표한다. 아침 오이디푸스의 방랑 앞에 스핑크스가 나타났고, 오이디푸스는 스핑크스가 낸 수수께기를 모두 맞혔다. 스핑크스는 분을 참지 못하고 바위에 몸을 던져 스스로 목숨을 끊었고, 오이디푸스는 이오카스테를 아내로 맞는다.
평화로운 나날이 이어지던 테베에 갑자기 찾아온 흉년. 오이디푸스늬 처남 크레온은 선왕 라이오스를 죽인 범인을 찾아내 국외로 추방하면 흉년이 해결될 것이라는 신탁을 가져오고, 그에 따라 오이디푸스는 진실을 추적해 나가기 시작한다. 그러던 중 코린토스 사신으로부터 코린토스 왕의 부고를 들은 오이디푸스는 자신에게 내려진 신탁이 빗겨 갔음에 안도의 한숨을 내쉬지만, 코린토스의 왕이 자신의 친부가 아니란 사실까지도 전해 듣게 된다. 그 사신은 그 옛날 산속에 버려진 오이디푸스를 주워 온 목동이었다.
무언가 불길한 징조를 예감한 이오카스테는 진실을 규명하는 일은 이쯤에서 그만두라고 조언하지만 오이디푸스는 멈추지 않았고, 결국에는 모든 진실을 알아 버리게 된다. 제 자식과 결혼해 손자를 낳아 버렸다는 사실을 깨달은 이오카스테는 스스로 목숨을 끊었고, 오이디푸스는 자신의 눈을 찌른 후 장님이 되어 테베를 떠난다.
안티고네
신탁에 따르면 오이디푸스가 최후를 맞이할 운명의 땅은 아타카의 콜로노스였다. 오이디푸스의 딸 안티고네는 장님이 된 아버지를 보필하며 그 방랑의 여정을 함께한다. 오이디푸스가 테베를 떠난 이후, 그의 아들 에테오클레스와 폴리네이케스가 왕권을 놓고 반목을 일삼았다. 운명에 의해 싸질러진 오이디푸스의 절망은, 오이디푸스 저 자신이 싸질러 놓은 운명들의 욕심에 한층 더 깊어진다. 아들들은 그저 저 자신들의 목적을 위해 오이디푸스의 후원을 바랄 뿐이다. 오이디푸스의 죽음 앞에서도 사자(死者)에 대한 예의는 뒷전이다.
오이디푸스 사망 이후 그의 두 아들의 반목은 더욱 깊어졌다. 치열한 싸움의 끝에 폴리네이케스는 아르고스로 도망쳤고, 폴리테이케스는 아르고스의 동맹국들을 이끌고 테베를 공격한다. 결국 오이디푸스의 두 아들은 서로가 서로를 죽이게 된다. 섭정에 오른 오이디푸스의 처남, 그러니까 오이디푸스의 외삼촌이기도 했던 크레온은 테베를 지키다 전사한 에테오클레스를 위해 성대히 장사를 지내 주고, 외세의 힘을 빌려 테베를 위험에 빠뜨린 폴리네이케스의 시체는 들판에 방치한다. 그리고 누구도 그를 매장하거나 애도하는 자는 사형에 처하겠다며 엄포를 놓는다.
오이디푸스의 임종을 지킨 후, 다시 테베로 돌아온 안티고네는 전사한 오빠 폴리네이케스의 시신을 매장하다가 파수병에게 붙잡힌다. 그녀는 인륜의 정당성을 주장했으나, 크레온은 그녀를 동굴에 가두어 버린다. 크레온의 아들이자 안티고네의 약혼자였던 하이몬은 아버지의 냉정한 처사를 비난하지만, 크레온의 신념은 요지부동이다. 안티고네는 결국 자살하고, 이에 하이몬이 그녀의 뒤를 따른다. 아들의 죽음을 전해 들은 크레오느이 아내 에우리디케마저 자살을 하는 비극이 잇대어지자, 크레온은 그제서야 그 과잉의 신념을 자책으로 돌아본다.
한 국가의 지도자로서 실정법을 지키고자 했던 크레온은 자신의 신념을 조금도 의심하지 않았다. 그러나 안티고네는 인간이 만든 법이 신이 만든 법보다 위에 있지 않다고 생각했기에 크레온에게 불복했다. 이 장면을 두고, 안티고네를 주체적인 결단으로 나아간 운명으로 해석하며 운명에 발이 걸리고 만 오이디푸스와 비교하는 경우가 있지만, 아이러니는 안티고네의 명분 역시 ‘신’이었다는 점이다.
소포클레스의 작품들은 서양사에서 고대 그리스가 지니는 철학사적 의의와 함께 살필 주제이다. 당대 그리스인들은 합리의 담론에 취해 있었다. 삶을 대하는 인간의 태도가 제아무리 합리적이라고 한들, 인간의 삶 자체가 그렇게 합리적으로만 흘러가는 서사도 아니지 않던가. 소포클레스는 <오이디푸스 왕>을 이어 <안티고네>에서도 인간의 지나친 합리성을 비판한다. 인간의 이성으로 모든 문제를 해결할 수 있을 것이라는 지성 집단의 오만, 그 합리의 신념으로 추락하는 인간의 비극을 이야기하고 있다. 이 또한 신탁적 성격일 수 있을지 모르겠으나, 먼 훗날 철학사에서 이성의 지위를 끌어내린 프로이트의 가장 중요한 키워드가 ‘오이디푸스’이기도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