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8) 재물이 많은 사람 (막10:17~31, 마19:16~30, 눅18:18~30)
다음은 마가복음의 내용이다. 예수께서 길을 가실 때 한 사람이 예수께 달려와서 꿇어 앉아 묻기를, "선한 선생님이여 내가 무엇을 하여야 영생을 얻을 수 있습니까?" 하니, 예수께서 말하기를 "어찌하여 나를 선하다고 말하느냐? 하나님 한 분 외에는 선한 분이 없다. 네가 하나님의 계명들을 알지 않느냐?" 그가 대답하기를 "선생님이여 그 계명들은 내가 어려서부터 다 지켰습니다." 그러자 예수께서 그를 보시고 사랑하며 말하기를 "네게 아직도 한 가지 부족한 것이 있으니, 가서 네게 있는 것을 다 팔아 가난한 자들에게 주라. 그리하면 하늘에서 보화가 네게 있겠고, 그리고 와서 나를 따르라." 그러자 그 사람은 재물이 많았으므로 슬픈 기색을 하고 근심하며 돌아갔다. 이에 예수님이 제자들에게 말하기를 "재물이 있는 자는 하나님의 나라에 들어가기가 심히 어렵다." 그러자 제자들은 그 말씀에 놀랐다. 예수께서 이어서 말씀하시기를 "하나님의 나라에 들어가기가 얼마나 어려운지, 낙타가 바늘귀를 통과하는 것이 부자가 하나님의 나라에 들어가는 것보다 쉽다." 이에 제자들이 매우 놀라서 서로 말하기를, "그러면 과연 누가 구원을 얻을 수 있을까?"하니, 예수께서 대답하였다: "사람으로는 할 수 없으나 하나님은 다 하실 수 있다." 이번에는 베드로가 "우리는 모든 것을 버리고 주를 따랐습니다"라고 말하니, 예수께서 대답하였다: "내가 진실로 너희에게 이르노니 나와 복음을 위하여 집이나 가족이나 전토를 버린 자는 현세에서 보상을 백배나 받되 겸하여 박해도 받고, 내세에 영생을 받지 못할 자가 없다. 그러나 먼저 된 자가 나중 되고 나중 된 자가 먼저 될 자가 많으니라."
마태복음에서는 한 청년이 예수님께 와서 "선생님이여 내가 무슨 선한 일을 하여야 영생을 얻을 수 있습니까?"라고 물었다. 또한 베드로의 질문에 예수님은 "세상이 새롭게 되어 인자가 자기 영광의 보좌에 앉을 때에, 나를 따르는 너희도 열두 보좌에 앉아 이스라엘 열두 지파를 심판하리라. 또 내 이름을 위하여 집이나 가족이나 전토를 버린 자마다 여러 배를 보상받고, 영생을 상속하리라. 그러나 먼저 된 자가 나중 되고 나중 된 자가 먼저 될 자가 많으니라"고 답변하셨다.
누가복음에서는 예수님께 부자관리가 물었다는 점이 다르고, 베드로의 질문에 대한 예수님의 답변도 "현세에 여러 배를 받고 내세에 영생을 받지 못할 자가 없다"고 되어있으나, "먼저 된 자가 나중 되고 나중 된 자가 먼저 될 자가 많으니라"는 구절은 '좁은 문으로 들어가기를 힘쓰라'는 문장(눅13:22~30) 끝 절에 있다. 한편 요한복음에서는 부자와 영생에 관한 이야기가 없다.
교회가 재산을 축적하고, 성직자가 그 재산을 유용하여 사회문제를 일으키는 것은 고금이 동일하고, 앞으로도 계속될 것이다. 야고보서 2장1절 이하에서는 회당(→교회)에서 사람을 차별하는 문제를 지적하였다: "내 사랑하는 형제들아 들을지어다. 하나님이 세상에서 가난한 자를 택하여 믿음에 부요하게 하시고, 또 자기를 사랑하는 자들에게 약속하신 나라를 상속으로 받게 하지 아니하셨느냐? 너희는 도리어 가난한 자를 업신여겼도다. 부자는 너희를 억압하며 법정으로 끌고가지 아니하느냐? 그들은 예수의 이름을 비방하지 않느냐? 너희가 만일 성경에 기록된 대로 네 이웃 사랑하기를 네 몸과 같이 하라 하신 최고의 법을 지키면 잘하는 것이지만, 만일 너희가 사람을 차별하여 대하면 죄를 짓는 것이니, 율법이 너희를 범법자로 정죄하리라."
한편 어떤 설교자들은, 낙타가 바늘귀를 통과하는 것이 부자가 하나님의 나라에 들어가는 것보다 쉽다는 성경구절을 설명할 때, 이것을 문자 그대로 해석하면 안 되고, 예루살렘성에 '낙타 문'이라는 협소한 문이 있어서, 그리로 통과하는 것은 정문으로 통과하는 것보다 어렵다는 뜻이라고 잘도 둘러댄다. 하지만 예수님의 말씀은 명확하다. 부자는 자신의 재산을 의지하기 때문에 하늘나라를 소망하지 않는다는 뜻이다. 하지만 종교개혁 후에 개신교에서는 칼뱅의 직업소명설이 자본주의를 태동시키는 기반이 되었고, 감리교의 창시자 요한 웨슬리는 "열심히 벌어서 선한 일에 쓰라"고 가르쳤다. 이정도면 교회가 예수님의 재물에 대한 엄격한 말씀을 많이 완화시켜주었다고 생각한다.
끝으로, "먼저 된 자가 나중 되고 나중 된 자가 먼저 될 자가 많다"는 예수님의 말씀은, 사람이 영생을 얻는 이치가 그렇다는 것이지, 특별히 부자들과 관련되어 말씀하신 것은 아니다. 베드로처럼 모든 것을 버리고 주님을 따르더라도, 좁은 문을 선택하지 않고 넓은 길을 걸어가면 영생의 문을 통과할 수 없다는 말이다. 예수님은 천국의 비유에서, "길 가에 떨어진 씨앗은 새들이 와서 먹어버리고, 돌밭에 떨어진 씨앗은 흙이 깊지 않으므로 곧 싹이 나오나 해가 돋은 후에 타서 뿌리가 없으므로 말랐고, 가시떨기에 떨어진 씨앗은 가시가 자라 기운을 막으므로 씨앗이 결실하지 못하고, 옥토에 떨어진 씨앗은 무성하게 자라서 삼십 배 육십 배 백배의 결실을 맺는다(막4:1~9, 마13:1~9, 눅8:4~8)"고 설교했으나, 제자들도 그 의미를 이해하지 못하자, 다시 제자들에게 설명하기를(막4:10~20, 마13:10~23, 눅8:9~15) "씨를 뿌리는 자는 말씀을 뿌리는 것이다. 말씀이 길 가에 뿌려졌다는 것은 말씀을 들었을 때에 사탄이 즉시 와서 그들에게 뿌려진 말씀을 빼앗는 것이요, 돌밭에 뿌려졌다는 것은 말씀을 들을 때에 즉시 기쁨으로 받으나, 그 속에 뿌리가 없어 잠깐 견디다가 말씀으로 환난이나 박해가 생기면 곧 넘어지는 자요, 가시떨기에 뿌려진 자는 세상의 염려와 재물의 유혹과 기타 욕심이 들어와 말씀을 막아 결실하지 못하게 되는 자요, 좋은 땅에 뿌려졌다는 것은 말씀을 듣고 받아 삼십 배나 육십 배나 백배의 결실을 맺는 자니라." "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