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머니투데이 ]..투자형 창업
재테크에 남다른 식견이 있다는 최고수 씨. 최씨는 IMF 이후 부동산 투자로 수익을 얻고 집값 안정을 최우선 정책을 펼친 노무현 정부가 들어선 후에는 주식으로 갈아타 이른바 ‘대박’을 터트렸다.
지난해 미국발 서브프라임 모기지론(비우량 주택담보대출) 부실문제로 인해 우리나라 주식시장도 침체에 빠지면서 손실을 줄이기 위해 털고 나왔다. 곧 좋아질 것으로 예상했던 주식시장이 끝없는 하락으로 잠시 은행권을 기웃거려봤지만 영 성에 차지 않는다.
그러던 최씨가 우연히 새로운 투자처를 찾았다. 한 대형 프랜차이즈업체를 통한 투자형 창업이다.
직접 경영을 하는 것이 아니어서 여타 창업처럼 경영에 대한 걱정을 할 필요가 없다.
특히 주식처럼 언제 매도할까 들여다보지 않아도 되고 부동산처럼 정책이 어떻게 변하든지 큰 관심을 보일 필요도 없다.
또 은행권 정기예금은 물론 웬만한 펀드보다 높은 수익률을 보이고 있다는 점도 매력적이어서 최씨는 매우 만족하고 있다.
◆투자형 창업, 주식시장과 역관계
주가가 급락하고 부동산 가격이 오를 기미를 보이지 않자 투자처를 잃은 투자자들이 투자형 창업에 높은 관심을 보이고 있다. 투자형 창업은 보통 330㎡(100평) 규모의 대형 매장을 오픈할 때 경영은 프랜차이즈 본사 또는 운영능력이 있는 제3자에게 맡기고 자신은 투자만 하는 것을 말한다.
투자형 창업은 크게 창업비용만 투자하고 경영은 전문 경영인이 담당하는 위탁관리형, 여러명이 공동으로 창업비용을 투자하고 공동 투자자 중 한명이 경영을 책임지는 공동창업형이 있다. 또 자신이 직접 매장 운영에 참여하는 직접 투자형도 있다.
투자형 창업이 주식시장의 침체로 인해 관심이 높아졌지만 사실상 프랜차이즈나 외식 산업의 시작과 함께 했다. 또한 창업시장에 선진 시스템이 도입되면서 위험이 줄어들고 수익 창출 기회가 늘어나면서 투자형 창업이 재테크 수단으로 각광을 받고 있는 것이다.
일반적인 창업시장은 주가가 하락하고 경기가 침체기에 빠지면 함께 침체에 빠지는 경향이 있지만 투자형 창업은 주식시장과 반비례하는 경향이 강하다. 이 때문에 지난해 말부터 주식시장이 나빠지면서 투자형 창업에 대한 관심이 더 높아지고 있다.
실제로 최근에 새로 생기는 프랜차이즈 매장 10개 중 하나는 투자형 창업이라는 것이 업계 관계자의 설명이다. 창업시장의 한 관계자는 “투자형 창업은 테이크 아웃과 배달전문점을 빼고 외식산업 전체가 가능하다”며 “투자형 창업이 과거에는 명맥을 유지하는 수준이었으나 최근에는 프랜차이즈 별로 약 10%를 차지하고 있다”고 말했다.
◆투자수익률 월 4% 안팎
투자형 창업을 가잘 잘 활용하고 있는 곳은 세계 맥주 전문점이 ‘와바(WA Bar)’. 현재 전국 총 220여개의 매장 중 약 8% 정도인 17개 매장이 투자형 창업으로 오픈했다. 보통 1개 매장에 4명 이상이 5000만~1억원 정도를 투자하고 있다.
대표적인 곳이 도곡점으로 6명이 총 5억원을 투자해 총 지분 60%를 보유하고 있다. 나머지 40%는 본사인 인토외식산업이 보유하고 있다. 이곳에 투자한 투자자의 수익률은 약 월 4% 안팎. 이곳의 월 평균 매출은 6000만~1억원 정도로 1억원을 투자한 투자자라면 매월 약 400만원 정도를 가져가고 있는 셈이다.
와바 외에도 젤라또 아이스크림 전문점 ‘띠아모’, 세계 맥주 전문점 ‘스파이스비’, 한정식점인 ‘봉우리’, ‘원할머니보쌈’, ‘좋구먼’, 퓨전분식전문점 ‘얌샘’, 멀티체형관리전문점 ‘요피웰리스’, 유기농 그린티 에스프레소 전문점 ‘티하임’ 등도 투자형 창업으로 관심을 모으는 프랜차이즈 업체다.
특히 띠아모의 경우에는 66㎡(20평) 전후의 생계형 창업만을 하다가 최근 투자형 창업 문의가 쇄도하면서 165㎡(50평) 이상 되는 매장도 오픈하고 있다. 아이스크림과 커피는 원재료 가격 부담이 적기 때문에 마진율이 70%로 높은 것도 장점이다.
티하임은 창업문의가 월 20건 정도에 불과했지만 주식시장이 침체에 빠지면서 지난해 12월 이후 월 30건 이상으로 크게 늘었으며 생맥주 전문점 치어스도 지난해 11월 이후 신규 상담 건수가 전년 동기에 비해 4배 이상 증가했다.
투자형 창업이 증가하면서 특히 공동창업형인 공동투자창업에 대한 관심도 커지고 있다. 공동투자창업은 5~10명의 투자자가 모여 5000만~1억원 정도씩을 공동으로 투자하는 것으로 와바가 처음 시작했다. 투자형 창업은 최소 2억원 이상의 자금으로 대형매장에 투자하는 것이며 공동투자 창업은 여럿이 자금을 모아서 대형매장을 여는 것이다. 즉 주인이 한명이냐 여럿이냐의 차이점을 갖고 있다.
와바는 지난해 공동투자 창업방식으로 최소 264㎡(80평) 이상의 신규 매장을 다수 오픈했다. 와바는 부동산 수익도 얻기 위해 아예 건물을 공동으로 구입한 후 건물 1층에 와바를 내고 다른 층은 임대해 주는 방식의 공동투자 창업도 곧 도입할 예정인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투자 전 입지 등 꼼꼼히 살펴야
그러나 투자형 창업을 쉽게 생각해서는 안 된다. 프랜차이즈 본사가 직접 운영을 한다고 해도 지나친 욕심을 부리거나 입지 선정이 잘못될 경우 피해를 입을 수 있기 때문이다.
실제로 몇 년 전 한 요거트 전문점이 투자형 창업으로 매장을 냈다가 운영을 잘못해 문을 닫은 사례가 있다. 이 프랜차이즈 업체는 결국 브랜드 하나를 매각해 투자자에게 배상을 하기도 했다.
업계 관계자는 “투자형 창업은 대형 매장으로 오픈되기 때문에 직원도 많아야 하고 임대료도 비싸기 때문에 웬만큼 장사가 잘 되지 않으면 손실이 발생할 수 있다”며 “따라서 무엇보다도 해당 매장이 있는 지역의 시장상황과 입지 등을 잘 살펴보고 결정해야 한다”고 조언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