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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처: 고천(敲天)의 우리들뫼 원문보기 글쓴이: 고천
♣ 일자 : 2010년 11월 11일(목) ♣ 구간 : 오두재~차일봉~국사봉~활성산~돈밧재 // 약 18Km ♣ 지역 : 전라남도 영암군, 장흥군 ♣ 날씨 : 구름이 끼고 오후 한때 빗방울이 국지적으로 약간 내린 날
여기저기 제법 따끔거리기는 했지만 전투 흔적도 보아줄 만 했다. 날씨가 조금은 차가운 느낌이 들어 아침을 아예 먹고 출발하기로 하고 지난 저녁 식당에서 사온 식사를 했다.
지리적으로 오늘 날머리(돈밧재 또는 불티재)는 아크로 CC보다 오히려 어제 묵은 숙소가 더 가깝다. 추위때문에 여유롭게 준비해온 옷가지와 산행에 당장 필요한 것이 아닌 준비물들을 방을 미리 예약한 후 놓고 나왔다. 어제 밤에 입었던 옷을 빨았는데 아직 채 마르지 않아 상당히 부담스러웠는데 다행이 베낭이 한층 가벼워졌다.
어제 이용했던 택시를 다시 부탁해서 아크로CC 입구로 갔다. 막 숙소를 출발하다가 다른 택시가 서 있는 것을 보시더니 그분의 명함을 받아 나에게 주시면서 오늘 저녁과 내일은 그 택시(영암택시, 장만숙님 010-3612-6760)를이용하는 것이 시간 절약이 될것이라고 하셨다. (택시 대기장이 날머리에서 더 가깝고, 어제의 금정택시는 아크로쪽에서 가깝다)
어제 주셨던 홍시에 대한 감사인사도 드리고....
아직은 이른 시간인지라 일하는 사람 몇이서 주변을 정리하고 있을 뿐이었다.
경비실 건물 뒷편으로 난 산길을 따라 오르면 한참동안을 골프장 레인을 보면서 가게 되어있다. 아직은 공치는 사람들이 많지 않다.
레인과 가까운 곳의 숲속에는 오비가 된 공들이 많이 있다. 공의 위치를 보면 레인 가장자리에서 가까운 곳에 떨어진 것도 쉽게 찾기를 포기하고 간듯해서 요즘 사람들의 성향을 보는 듯 했다.
언제 보아도 반가운 준희님의 안내판이 매달려 있다.
오늘은 전국적으로 약간의 비가 온다고 했었다. 하늘은 까맣고 간혹 해가 고개를 들이내밀기도 했지만 전체적으로 구름이 끼고 안개가 있어 시야는 좋지 않다.
내일 월출산을 통과할 터인데 비가 내려 기온을 좀 낮춰주고 안개를 걷어가기를 바랬다.
오늘도 중간 중간 가시와 잡목들이 있지만 어제처럼은 아니다.
노룡재부근은 잘 포장된 임도를 이용하여 내려왔다. 영암이 대봉감의 주산지라 하더니 여기저기 감나무들이 많고 아직도 채 따지 않은 감들이 많다.
지나는 길 밭에 있는 감나무에서 감하나를 따서 우적거리면서 걸었다.
차일봉으로 오르는 길옆에는 표고재배단지가 있고 미쳐 수확이 되지 않은 조그만 표고들이 간혹 눈에 띄였다.
오르락 내리락.... 생각없이 부지런히 걸었다. 사실 주변이 아직 그럴싸한 것도 보이지 않고 그저 숲길일 뿐이다.
주당고개 부근은 호젓하지도 않고 그렇다고 잡목이 많지도 않은 어정쩡한 곳이다. 바닥에 떨어져 있는 안내판을 주워서 나무위에 얹어 놓았다.
주당고개를 지나면서 국사봉까지는 오르막길이 이어지는데 어느 순간 갑자기 시야가 바뀐다.
삭막하고 거칠고 어정쩡했던 길이 화려하고 온갖가지 색으로 채색된 곱디 고운 길로 변하면서 길을 어지간히 방해하던 잡목들도 말끔히 사라진 잘 정비된 길로 바뀐다.
또한 칙칙하게만 보이던 안내판도 붉은색과 노란색이 가미된 그래도 제법 그럴싸한 이정표로 자리바꿈했다.
간사한게 사람이라 했던가... 그토록 가라앚아 있던 기분이 언제 그랬냐는 듯이 꺠어났다. 주변이 더 싱그럽고 이쁘고 낙엽하나 풀한포기가 생생거리는 것이 느껴졌다.
국사봉 위에는 무덤이 하나 있고 비석이 나란히 세워져 있다. 이 높은곳까지 모시고 와서 자리를 잡은 것을 보니 후손들이 번창하기를 바라는 마음이 지극하게 느껴지면서도 한편으로는 씁쓸한 마음이 들었다.
국사봉 안내판과 정상석 옆에 연세가 지긋하신 두분이 앉아 계시다가 나를 보더니 손을 들어 어서오라고 반갑게 인사를 해주셨다. 맞인사를 드리고 국사봉 정상석을 사진에 담고 옆에 앉으니 이런 저런 이야기를 건네오셨다.
그러면서 술생각 나지 않느냐고 먼저 물으시더니 마치 기다렸다는 듯이 맥주한캔과 밀감하나를 내밀으셨다.
고려시대 국사 들 중 이곳에서 2분이 나셨다고 하던데 혹시 이 두분이 그분들의 환생하셔서 나를 기다린게 아닐까 착각할 정도로 친절하게 대해주시고 편안하게 해주시더니 먼저 내려가셨다.
그분들이 주신 맥주를 시원하게 들이키고 주변을 돌아보면서 한참동안의 풍광을 즐겼다.
혼자 셀카도 찍고..
국사봉에서 내려가는 길에서 만난 참나무 숲.. 어쩌면 단풍숲보다도 더 수수하지만 더 곱고 오히려 더 화려한 기운마저 들었다.
아직도 이렇게 들꽃이..
국사봉을 거의 다 내려오면 정자가 하나 있고 옆에는 철봉 등 운동기구가 설치되어 있다.
상당히 주변이 풍광이 좋다. 바람도 막아주는 곳도 있고 정자에 짐을 풀고 점심을 먹었다.
덤으로 철봉에 매달려 턱걸이도 하고...
더 내려가면 개사육장이 있으니 놀래지 말라고 어르신들이 일러주셨는데 다들 철장속에 힘없이 엎드려 있던 개들이 내가 다가가자 합창을 해댔다.
목소리가 뭔가 안타까움과 아픔이 가득하다는 느낌을 받았고 얼른 그 곳을 빠져나왔다.
23번 국도가 눈에 보이고 가음치에 도착했다. 여기서부터는 산길을 타도 되고 임도를 따라 활성산까지 가도 문제가 없는 길이다.
대부분의 종주자들처럼 임도를 택한다. 사실 이곳을 지나면서부터는 목장과 통신소가 길을 막아서 거의 길이 없다고 봐도 무방하다는 자료를 본적 있다.
저수지를 끼고 걸어가기고 하고..
450년이던가.... 수령이 제법 된 느티나무도 지나치고.
금호마을회관 앞을 지나...(잠시 옆으로 지나갔다가 다시 뒤돌아왔다.)
생각보다 컸었던 서광목장을 지났다. 길을 벗어나 초지로 가꿨던 밭에도 올라가 보고....
아름드리 단풍나무를 지나쳐..
불어오는 바람에 은행잎이 날리는 바닥까지 수북하게 노랗게 물든 곳도 지나쳤다.
통신탑 부근은 온통 억새밭이고 바람과 흔들리면서 햇빛에 반짝이는 모습들이 참 보기 좋아 또 한순간을 즐거움으로 들떴다.
활성산 정상부근에서 오른쪽으로 들어서면서부터는 다시 잡목밭으로 들어선다. 하지만 이때부터 월출산이 안개속에서 우뚝 솟아나오면서 내일 산행을 벌써부터 기대하게 만드는 순간을 접하게 되었다.
꾸준히 보아 스쳐온 수변구역 표지팻말을 들여다 본다. 지금까지와는 다르게 재질이 플라스틱으로 만들어져 있다.
돈밧재 부근에 있는 월곡저수지도 지척에 보이기 시작하고 이제는 월출산과 이어지는 도로를 만나는 곳까지 왔다.
시간을 보니 아직 해가 지려면 시간이 충분하지만 한참을 망설였다. 원래 둘째날 목적지는 돈밧재가 아니고 불티재였다. 돈밧재에서 멈추기로 하고 길을 거뒀다. 내일은 날씨가 화창하리라는 기대가 큰 작용을 했고 많이 찌뿌직한 하늘이 결정적으로 발길을 멈추게 하였다.
문득 길옆 아래쪽에 하얀게 보여서 내려다 보니 길이 구부러진 곳의 숲속에 온갖 생활쓰레기들이 가득했다.
세상에~~~~ 너무 하네.. 페가구 처리비용을 절감하려고 여기에다 가져다 버린 모양이다. 영암군에서는 이런 사실을 알고 있을까..모르고 있을까..
돈밧재 안내석을 담으면서 보니 제법 차량이동이 많은 도로라는 것이 느껴졌다. 이 길은 영암과 장흥을 연결하는 도로인지라 영암쪽으로 가는 차량은 대부분 영암으로 들어가거나 통과할 것이다.
택시를 안부르고 지나가는 차를 얻어타기로 하고 손을 들기 시작하니 얼마 안있어 늘 그렇듯이 트럭 한대가 멈춰준다. 원래 영암외곽을 타고 갈 계획이었는데 내 이야기를 듣고 시내를 통과하여 내가 묵을 숙소앞에 내려주었다.
.....
초반은 어제와 비슷한 형태였으나 국사봉을 오르면서부터는 제법 좋은 마루금의 면목을 보여주기 시작했고, 안개속으로 보이는 월출산은 내일을 기대하기에 충분한 유혹을 뿌려주었다.
어디에서든지 만나게 되는 친절함이 돋보이는 분들을 여럿 만났고 그 이유가 더하여 더 기분좋은 하루 마감을 할 수 있었다.
다시 한번 내가 살아있음에 감사하고 이 길을 갈 수 있고 좋은 사람들을 만날 수 있음에 감사드렸다.
하늘을 두드리는 마음으로 ... 고천(敲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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