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율론’ 삼장 통달한 최고 학승
〈15〉서유기 ‘삼장법사’의 본래 의미
중국의 전자상거래 사이트인 ‘알리바바’의 창업주 ‘마윈.’ 무엇보다 아시아 최고의 갑부로 세인들의 부러움을 한 몸에 받는 인물이다. 마윈을 다룬 평전엔 그의 경영철학이 소개돼 있는데, ‘삼장법사 리더십’이라는 개념이 눈에 띈다. 한국인의 오랜 고전인 <서유기>에 등장하는 삼장법사를 일컫는다.
손오공 저팔계 사오정 등 각기 다른 장점을 지닌 제자들의 도움으로, 삼장법사는 천신만고를 이겨내고 서역에 도착해 목표했던 불경을 손에 넣는다. 더불어 오공(悟空, 공을 깨닫다), 팔계(八戒, 여덟 가지 계율) 오정(悟淨, 올바름을 깨닫다)라는 주인공의 이름에는 불교적 색채가 묻어난다. 삼장법사는 얼핏 어벙하고 유약한 듯 보이지만, 실제로는 부하들을 효과적으로 다루면서 조직을 성공으로 이끄는 ‘허허실실’형 리더였던 셈이다.
<서유기>의 주인공인 삼장법사의 원래 법명은 현장(玄奘, 602?~664)이다. 부처님 말씀이 담긴 경전을 구하기 위해 히말라야를 넘었던 구법승(求法僧)의 대명사와도 같은 위상이다. 그리고 현장스님의 행보를 모티브로 명나라 시대의 작가 오승은이 집필한 책이 바로 <서유기(西遊記)>다.
미얀마 등 남방불교권은 8026쪽 분량
빨리어 삼장 틀리지 않고 외워야 가능
무려 17년간이나 인도 등지를 돌다가 고국인 당나라로 귀국한 스님의 손엔 부처님의 사리 150과, 불상 8체, 경전 520권 657부가 들려 있었다. 당나라의 수도였던 장안(지금의 서안)에 세워진 자은사에는 현장스님이 인도에서 수집한 경전과 불상을 봉안한 대안탑과 당신을 기리는 동상이 서 있다. 불교의 원형을 직접 체험하고자 고난의 행군을 자청한 구법승들의 활약은, 동아시아의 불교학과 불교문화 융성에 크게 기여했다.
우리나라의 대표적인 구법승은 <왕오천축국전(往五天竺國傳)>의 저자인 혜초스님(704~787)이다. ‘5개의 천축국을 가다’란 게 책 제목의 의미이며, 천축국은 인도의 옛 이름이다. 인도와 서역 각국의 종교와 풍속·문화 등에 관한 기록이 실려 있는 <왕오천축국전>엔 구법행의 혹독함을 헤아릴 수 있는 시 구절도 등장한다.
“차디찬 눈은 얼음과 엉기어 붙었고/찬바람은 땅을 가르도록 매섭다/넓은 바다 얼어서 단을 이루고/강은 낭떠러지를 깎아만 간다.” 그만큼 걸어서 가야 하는 길이었고 사막의 길이었으며 도적이 득실거리는 길이었다.
홍사성 본지 논설위원은 “히말라야를 넘고 타클라마칸을 건너간 구법승의 경우 열이 떠나면 여덟은 돌아오지 못한다는 죽음을 각오한 ‘순교의 길’이었다”며 “그들이 있어서 오늘의 불교가 있는 것”이라고 높이 평가했다.
한편 삼장(三藏)이란 호칭은 당사자인 스님이 불교 교리에 정통했음을 보여주는 증표와 같다. ‘세 개의 광주리란 뜻이며, 경율론(經律論)을 총칭하는 낱말이다. 범어로는 트리피타카(Tripitaka).’ 경율론이란 부처님의 친설을 담은 경전, 수행자가 지켜야 할 계율, 고승이 경전에 대해 주해한 논서를 가리키며, 말 그대로 불교학의 모든 것이다.
결국 삼장법사란 경율론을 모두 섭렵한 최고의 학승인 셈이다. 참고로 합천 해인사에 봉안된 유네스코 세계문화유산 팔만대장경의 국제적 명칭은 ‘트리피타카 코리아나.’
미얀마와 태국 등 남방불교에서 삼장법사는 뽑는 절차가 매우 까다롭다. 경율론에 대한 이해를 넘어 통째로 암기해야 한다. 총 8026페이지 분량의 빨리어 삼장을 한 글자로 틀리지 않고 줄줄 외워야만 가능한 영광이다. 시험에 통과하는 스님이 7~8년에 한 명 밖에 나오지 않을 정도로 대단히 어려운 과정이므로, 삼장법사가 되면 모든 국민들의 존경을 받는다.
[불교신문3100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