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향토 문학의 맥락 1) 문학의 이해 “선생님 시인이시군요”. 그 소녀는 말했다. 나는 얼굴을 찌푸렸다. “제가 말씀드린 것은 뜻이 달라요.” 하고 소녀는 이어서 “선생님이 소설이나 시를 쓰시는 탓으로 시인이 아니라 자연을 이해하고 사랑하시기 때문이랍니다. 나무가 속삭이고 골짜기에 햇빛이 내려 쬐는 것이 다른 분들에게는 무의미한 것이지만 선생님은 그 속에 생명 속에서 나무와 산과 함께 살고 계시지 않으세요.” 이 말은 독일의 시인이며 소설가인 헷세의 소설 「향수」에 나오는 말이다. 높은 참된 의미에 있어서 문학하는 것이란 <구경적인 삶의 형식이다>고 소설가 김동리씨는 말했던 것이다. 그러면서 구경적인 삶의 형식이란 무엇이냐? 우리가 산다는 것의 형태에는 크게 세 가지로 나눌 수 있다. 첫째가 생명현상으로서의 삶, 둘째가 직업적인 삶, 셋째가 구경적인 삶이다. 그러면 첫번째로 무엇이 생명현상으로서의 삶인가? 생명현상으로서의 삶이라 함은 금수나 축류(개, 돼지, 소… 등)가 사는 것과 같은 넓은 의미로 모든 생명현상을 통털어 사는 것이라고 할 수 있다. 즉 한 마리의 개나 멧돼지나 참새처럼 생명이 깃들어짐으로 살아있는 그들의 사는 것, 그것이 생명현상으로서의 삶이라고 할 수 있다. 두번째로 직업적인 삶이란 어떤 삶을 말하는 것일까? 직업적인 삶이라 함은 <그들은 나서 자라서 직업 혹은 실업(實業)과 가정 혹은 실연을 갖게 되고, 그 다음은 먹고 잠자고 직업적인 일을 하고, 그러다가 무슨 놀이(유흥, 위안)을 가끔 하기도 하고 못하기도 하고 그러다가 늙어서 그만인-이것은 인류라는, 동물의 영위라는 가장 일반적인 삶의 형태인 것이다. 그러면 마지막으로 구경적인 삶이란 어떤 삶을 말하는가? 구경적인 삶이라고 하면 <비교적 안일하게, 비교적 편리하게, 비교적 여유있게, 비교적 즐겁게 몇 10년을 사는 대로 살다 없어져 버리는 것> 그것에서 삶의 의욕이 끝나지 않는 사람들은 그 이상의 것을 바라게 될 것이다. 그들은 죽음으로써 끊어지지 않는 영원한 것에 삶이 이어지기를 희구하고 김동리씨의 말을 빌린다면<자아 속에서 천지의 분신을 발견하려고> 하게 될 것이다. 우리는 한 사람 한사람씩 천지 사이에 태어나 한 사람씩 한 사람씩 천지 사이에 사라지고 있다는 사실을 통하여 적어도 우리와 천지 사이엔 떠날래야 떠날 수 없는 <유기적 관련>이 있다는 것과, 그리고 이 유기적 관련에 관한 한 우리들에게는 공통된 운명이 부여되어 있다는 것을 발견하게 되는 것이다. 우리는 우리들에게 부여된 우리의 공통된 운명을 발견하고 이것의 전개에 지향하지 않으면 안된다. 우리가 이 사업을 수행하지 않는 한, 우리는 영원히 천지의 파편에 그칠 따름이요, 우리가 천지의 분신임을 체험할 수는 없는 것이며 이 체험을 갖지 않는 한, 우리의 삶은 천지에 동화될 수 없기 때문이다. 그리고 우리는 우리에게 부여된 우리의 이 공통된 운명을 발견하고 이것의 타개에 노력하는 것, 이것이 곧 구경적 삶이라 부르며 또 문학하는 것이라고 이르는 것이다. 인간은 항상 빵 이외의 욕망을 탐구하기에 불행하고도 행복한 것이 아닐까? 이 말은 시인 신석정의 말이다. 그는 <시를 쓴다는 것>이 무엇인가를 밝히는 글에서 위에서처럼 말한 것이다. 그리고 <시를 쓴다는 것은 삶에 대한 불타오르는 시인의 창조적 정신에서 결실하는 것이므로 대상하는 인생을 보다 더 아름답게 영위하려는 의욕과 그것을 추구 갈망하는 데서 제작된다면 그 시인의 한 분신이 아닐 수 없다>라는 것이다. 위의 말을 통하여 어름하게나마 <문학이 무엇이라> 함을 짐작할 수는 있을 것이다. <직업적인 삶> 이상의 것, 혹은 불행하고도 또한 행복한 <빵 이외의 욕망을 탐구> 하는 것, 즉 <구경적인 삶> 이거나 <인생을 보다 더 아름답게 영위하려고 의욕하고 그것을 추구 갈망하는 것>이나 간에 문학이란 보다 더 높고, 아름답고, 착하고, 선하고, 보람있는 삶에 대한 갈구요, 그 갈구하는 정신에서 우러나는 사실에는 다를 바가 없다. 그렇다. 이것이야말로 문학이라는 것의 가장 터전이 되고, 기본이 되고, 줄기가 되는 것이다. 이 높고 아름다운 삶에 대한 갈구로 말미암아 그것을 추구하는 강렬한 의욕으로써, 우리는 인생에 대한 한결같은 깊은 체험을 쌓고 밝게 살피며 참된 인생, 깊고 전체적인 인생의 뜻을 캐게 되리라. 이런 갈구로써 우리는 자기의 영혼과 문답을 하게 되고 우리의 삶이 넓혀지고 깊고 너른 인생과 동화되는 이 숭고하고 장엄한 작업이야말로 문학한다는 것이며, 그것에 종사하는 사람이야말로 참된 시인이며, 참된 소설가며, 참된 예술가일 것이다. 2) 현대시에 대하여 시에 대한 모든 정의는 애매한 것과 오류의 역사라고 지적한 <엘리엇>의 말을 그대로 시를 문학이라는 말로서 바꿀 수 있을 것이다. 다시 이야기를 되돌려 헷세가 그의 소설에 어느 소녀를 통해서 시나 소설을 쓴다고 시인이 아니라고 말한 것에 해답은 이미 위에서 밝혀진 것이다. 서두에서 나무가 속삭이고 골짜기에 햇빛이 내려 쬐는 것이 다른 분들에게는 무의미한 것이지만 선생은 그 속에 생명이 있으며 그 생명 속에서 나무와 산과 함께 살고 계시지 않으세요. 이 말이야말로 떠 흐르는 구름에 인생의 무상을 깨닫고 자연에 귀의하여 그 품안에서 법열을 느끼고 영혼의 의식과 안(內界)으로 깊이 침잠한 고독한 인생의 순례자로서 그가 그의 문학적인 소신을 가장 단적으로 밝힌 구절이다. 헷세가 「향수」라는 소설에 나오는 어느 소녀라 함은 이름이 <에리자베트>다. 그 <에리자베트>는 헷세의 영원한 소녀이며 영혼의 사모자이기도 하다. 그 에리자베트를 노래한 시는 다음과 같다. 높은 하늘에 떠가는높이 떠가는 구름을 우러러보며 아득한 사모를 보내는 이 자세, 이것은 <에리자베트>라는 여인을 사모하는 것이기보다 바로 헷세가 참 삶을 꿈꾸며 갈구하며, 그러나 인생 그 자체를 쓸쓸한 미소를 보내는 그의 영혼의 모습이며, 그의 작품 속에 담겨진 찬란한 세계의 상징적인 모습일 수도 있을 것이다. 그렇다 정말 시는 하늘을 나는 새의 날개를 느껴야 하며 아침에 벌어지는 작은 풀꽃의 수줍음까지 알아야 한다. 한 줌의 모래 속에서 자연을 발견하고 들에 피는 한 포기의 꽃속에서도 자연을 발견해야 하는 것이 시작의 태도이다. 우리는 어떤 사물에서 감동을 받게 된다. 그 감동에서 새로운 것, 신기한 것, 아름다운 것, 최선의 것이라는 공식같은 느낌을 갖게 된다. 다시 말하면 우리는 모든 사물을 감동이 깃든 눈으로 봄으로써 그것이 <처음 발견된 것> 처럼 싱싱하고 새로운 존재로서 우리에게 비치게 된다는 뜻이다. 이것은 시를 쓰는 일에 있어서 매우 중요한 것이다. 우리는 모든 사물이나 사실에 대하여 너무나 쉽사리 ‘아는 것'으로 처리하게 된다. 그러므로 “물은 불을 꺼주는 것이”며 “불은 물을 데워주는 것”의 놀라운 사실 - 물과 불의 관계를 우리는 평범하게 생각해 버리고 만다. 책상은 책을 두는 편리한 물건에 불과한 것일까? 집은 과연 사람이 거처하는 것에 불과한 것일까? 오랜 방황 끝에 부모 형제가 사는 집에 돌아와 발을 들여놓자 문득 발견한 자기 집에 대하여 형언할 수 없는 반가움과 다정함을 느끼게 되는 경우가 있다. 그때 집은 우리가 거처하는 단순한 집이라기보다 “아아! 그리운 나의 집” 하고 부르짖을 수 있다. 우리는 모든 사물에 대하여 너무나 굳어버린 지각의 두터운 막을 쳐두기 때문에, 그것의 참된 존재를 인식하지 못한다. 다만 우리가 사물에 어떤 감동을 느끼는 순간, 이 통속적인 시각의 막은 무너지고 우리는 전혀 <새로운 것>으로 집을 혹은 노란 꽃이 핀 들판에 날아드는 한 마리 나비를, 물과 불의 관계를 느끼게 된다. 새롭다는 것은 사물의 참된 존재를 발견하는 일이며, 사물과 사물 사이의 참된 관계를 감동을 통하여 우리에게 깨우치게 된 인식의 세계이다. 이것이야말로 우리가 누구나 다 인식하는 <집>이 아닌 참된 그 집을 발견하는 일이며 이 때 부르짖는 <찬탄의 소리>는 어떤 사물이나 사물과 사물의 관계에 대하여 누구나 다 느낄 수 있고, 아는 사실로서가 아닌 우리 생명의 가장 순수한 소리요, 마음의 진실한 소리이다. 그러므로 참된 시는 진실된 마음과 참되게 느낀 것이라야 하고 마음 속에서 우러나는 말이라야 하며 혀끝에서 지껄이는 말이어서는 안 된다. 여기서 지적한 <진실된 마음>이나 <참된 느낌> 이라는 것은 곧 감동이 깃든 작자의 마음이나 그 느낌을 의미하는 것이다. 그러므로 감동 속에 시가 배태되는 것이며 그것을 언어로 나타낸 것이 시(시작품)라 할 수 있다. 3) 향토문학의 맥락 한 고을이 한 나라의 지방이듯이 향토문학은 곧 우리 민족문학의 한 부분이라 할 수 있다. 이러한 의미에서 지역 문학의 맥락을 살펴본다는 것은 민족문학이라는 숲을 이루고 있는 지방이라는 나무들의 건전성을 살펴보는 것에 비유할 수 있을 것이다. 특히 우리 지역은 옛날부터 문풍(文風)이 풍부한 곳으로 알려져 있는 곳으로 유명한 곳이다. 고려말 이유헌 신득청(申得淸)의 「역대전리가(歷代轉理歌)」라든가 역동 우탁, 가정 이곡, 목은 이색, 근재 안축, 운곡 원천석 등의 문사들이 이 지역에 우거 혹은 유람하면서 지역의 문풍를 일으키는데 일조하였으며, 조선시대에 들어와서는 유교가 통치이념이 되면서, 유교의 기본경전인 「사서삼경」 등을 알고 시와 부(賦)를 지을 수 있는 소양을 가진 자라야 지배층으로 편입될 수 있는 풍토가 됨에 따라 지역마다 많은 학교와 사숙이 생겨 문풍을 진작시켜 나갔는데, 우리 지역도 이러한 흐름에 따라 많은 문학인이 배출되었다. 또한 중앙정계로부터 죄를 얻어 이곳으로 유배 온 이들에 의해서도 우리 지역의 문풍이 보다 풍부해지기도 하였는데, 그 대표적인 것이 가성(歌聖)으로 불리는 고산(孤山) 윤선도(尹善道)를 들 수 있다. 고산은 이곳에 귀양 와서 잠시 머무는 동안 20여 수에 이르는 주옥같은 시와 부를 남겼으며, 귀양기간 동안 지역의 인사들과 교류하면서 많은 영향을 끼치기도 하였다. 조선시대를 거쳐 일제시대에는 그 가혹한 탄압 속에서도 민족사상을 고취하기 위한 논설 위주의 동인지 <야봉(野峰)>이 1920년대 말부터 3집까지 발간되어 지역의 문풍을 날렸으며, 지품면 원전리 출신의 임영창(林泳暢)이 1933년도에 〈종교시보〉란 잡지에 시조 「일편단심」을 발표하면서 근대 시문학이 본격적으로 움트기 시작하였다. 그러나 일제시대에는 우리 말과 글의 사용조차 금지된 가혹한 압제와 지역문인들의 수가 많지 않은 관계로 뚜렸한 문학적인 성취를 이루지 못하였다고 할 수 있겠다. 1945년 광복이 되어 우리 글과 말로 우리의 사상과 감정을 표현할 수 있는 자유시대가 도래하면서부터 지역의 문학활동은 장족의 발전을 보게되었다. 특히 우리 지역에서는 광복 정국의 어수선함과 6.25한국전쟁이란 미증유의 불행한 기간을 거치면서 지역문학이 배태되기 시작하였는데, 이 시기에는 최해운이 〈문예〉지에 「유성(流星)」으로, 박윤환이 〈신문학〉지에 「매아미에게」가 각각 추천 등단함으로써 문단에 등단한 시인이 배출되기 시작하였으며, 나아가 6·25한국전쟁 휴전 직후인 1955년에는 최해운을 중심으로 지역의 문학애호인들이 모여 ‘토벽(土壁)'이라는 동인지를 내면서 활동을 하기 시작하면서부터 본격적인 지역문학 활동이 움트기 시작하였다. 이후 영해에서는 박윤환, 최복해, 남병규, 권경달, 남용진씨 등이 주축이 되어 젊은 의욕과 활기로 건전한 문학 풍토를 마련하겠다며 ‘향림'이라는 동인지를 만들어 문학활동을 하였는데 이 동인지는 제4집까지 발간되면서 지역의 문학동인들의 발표의 장이 되었다. 이후 1953년에 종합문예지 <문예>와 동아일보 신춘문예를 통해 등단한 이 고장 출신의 시인 최해운씨가 대구에서 <예술집단>이란 문예지를 3집까지 내어 주목을 받으면서 지역 문단의 역량을 드러내어 주었다. 이러한 영향으로 1957년께 최해운씨의 주도 아래 향토에서 최초의 시화전을 청운다방에서 일주일 동안 열어 지역인들에게 문학에 대한 열정을 심어주는 계기를 마련하였는데 이때에 참여한 이 들로는 최해운, 박윤환, 이장희, 이태희, 김대두, 장성화 등이었다. 또한 <신문학>지의 추천을 받은 박윤환 시인이 1953년도에 <전설>이란 시집을 펴내면서 지역에서 본격적인 문학인들이 배출되기 시작하였으며, 이장희가 〈서정의 여로〉라는 시집을 펴내면서 지역의 문학활동은 보다 성숙한 단계로 접어들 게 되었다. 이러한 향토문학의 배양토 속에서 1960년도 초에 <꽃조개>라는 문학 동인회가 탄생하였다. <꽃조개>는 순수한 창작모임이 아니고 문예연구회였지만, 이 고장에 뿌린 씨앗을 결코 헛되지가 않았다. <꽃조개>는 군내 학생들의 정서 교육을 기름지게 하고 동인들의 자기 연수를 위해 1960년 8월 2일에 영해 대진해수욕장에서 창립을 보았는데, <꽃조개>의 창립에 중요한 역할을 한 것은 이장희였으며, 대표적인 참여문인으로는 남권모(대구 월성국교장), 이용직(안동고교 교감) 등이며, 주로 초·중고등학교 국어 담당교사로 구성된 <꽃조개>는 참여문인들의 남다른 정열로 15집까지 발간되었으며, 향토 시화전, 아동시화전 등 다채로운 문화 활동을 했던 것이다. |
<꽃조개>의 전성기는 1960년대 중반기였다. 김녹촌씨가 이곳에 장학사로 부임해 오고 손춘익, 권용철, 권오삼씨 등이 교사로 부임해 오면서 아연 활기를 띠기 시작했던 것이다. 특히 <꽃조개> 동인에서 참여하였던 많은 동인들이 이후 문단에 등단하여 아직까지도 현역에서 맹활동을 하고 있는데, 지금도 중견작가로 무게있는 작품을 발표하고 있다. <꽃조개> 동인 출신으로 문단에 등단한 이들을 밝혀보면 권용철(경향신문), 손춘익(조선일보), 김녹촌(동아일보), 권오삼(월간문학)씨 등이 있으며, 영덕읍 남석리의 이장희가 〈아동문학〉지에, 강구면 강구리의 이태희가 〈현대문학〉지에 추천을 받아 문단에 등단하였으며, 1970년도에는 앞의 이장희가 서울신문 신춘문예에 당선되기도 하였다. 1960년대 후반에 이르러서는 지역의 문학활동은 「칠령문학회」가 담당하였는데, 1968년에 창립한 칠령문학회는 1972년부터 「칠령」이란 제호로 문학지를 창간하여 1983년까지 제11집을 발간하고는 다시 제12집부터 제25집까지는 「칠령문학」 제호로 발간하였으며, 제26집부터는 「영덕문학」이라는 제호로 꾸준히 문학지를 발간하여 오고 있다. 칠령문학 회원 가운데는 초대 회장인 박윤환씨가 3권의 시집을 냈고, 평생회원으로 가입한 <시문학>지 추천으로 등단한 김재진씨가 6권의 시집을 냈으며, 육수범 회원이 1989년에 시 전문지인 <시와 의식>지와 종교문예지인 <문학> 양지에 각각 당선됨으로 등단되어 금년 내로 첫시집 <일어나는 흙의 신화>를 발간하게 된다. 그리고 1990년에 김도현 회원이 월간 <농민문학>지와 1991년에 월간종합문예지인 <문학세계>지 양지에 각각 당선되었으며 1993년에는 시집 <그리운 물빛 판화>를 발간하였다. 한편 영덕읍 남석리 출신의 정라곤은 1984년 대구매일 신춘문예(시부문)와 현대문학을 통하여 등단하였으며, 1989년 <꽃의 이름으로>라는 시집을 발간하는 등 맹활약을 하고 있다. 또한 창수면 오촌리 출신의 권동기는 처녀시집 「천행시」로 문단에 나와 현재까지 제7시집을 출간하는 등 창작활동에 매진하고 있다. 4) 현대 문학의 순례 현대의 영덕문학의 흐름은 크게 시를 쓰는 시인과 수필을 쓰는 수필인으로 크게 나눌 수 있다. 시는 사물을 보고 느낀 바와 자기의 감성을 언어를 조율하여 나타내는 문학의 한 장르이며, 수필은 일상생활에서 느껴지는 여러 감상을 촌철살인의 표현으로 나타낸 것이다. 특히 우리 지역은 낙동정맥이 급경사를 이루며 그 뿌리를 동해에 수직으로 담그고 있어 해안선이 아름다운 지세를 가지고 있으며, 강하게 불어 치는 남태평양의 저기압, 소금기 머금은 해풍의 소용돌이 등의 자연환경이 만들어주는 영향으로 지역에 살고 있는 사람들의 심성들이 다정다감하게 변하여 이성적인 성찰이 필요한 소설가보다 감성이 풍부한 시인이 많이 배출되고 있다. 다음은 우리 지역에서 배출된 시인과 수필인들의 작품들이다. 문학이란 것은 어떤 의미에서 삶의 지표라 할 수 있으며, 또한 지역 출신으로 문학활동을 하고 있는 숫자가 군민 전체에 비하여 아주 적은 수이기 때문에 여타 제약 조건에도 불구하고 현재 생존하여 활동하는 인물까지 그 범위를 넓혀서 이번 군지에 싣기로 하였다. 또한 등재된 문인들 이외에도 많은 문인들이 경향 각지에서 활동하고 있을 것으로 사료되나, 과문한 탓으로 전부 싣지를 못하는 경우가 있을 것으로 생각된다. 양해가 있길 바란다. ◆ 임영창(林泳暢 1917∼2001) 호는 일묵(一默), 또는 한가람. 필명은 임삼(林三)이고 지품면 원전리 태생의 시조시인이다. 건국대학교 정치과를 졸업하고 해군사관학교, 효성여자대학교, 한국항공대학, 마산대학 등의 교수, 대구일보와 영남일보 논설위원, 마산일보, 한국경제일보 주필, 거사불교(居士佛敎) 주간, 불교문화 발행인, 전국문총함안지부장(51), 한국문협 마산지부장(65), 성남시지부장(81), 현대시조시인협회장(84) 등을 역임. 한국불교문인협회를 창립하여 16년간(1985∼2001) 회장을 맡아 이끌어 왔음. 시조 (일편단심<종교시보,1933>), (흰눈앞에서<1934>), (어머니<중앙일보,1934>) 등을 발표하며 등단했다. 성남예술상을 수상했으며 저서로는 시집 「연륜」, 「세월따라 인연따라」, 「오후의 시」, 「한 70 살다보니」, 「삼보송」, 「나」, 「벙어리」, 「뻐꾸기」 등이 있고, 불교 선집으로 「문장(文章)의 초원을 거닐며」(1986), 「룸비니의 꽃향기」(1986), 「사파여로(娑婆旅路」(1986) 등이 있음. 작품 경향은 동양정신 특히, 불교사상이 기조가 되어 심층의식의 내면적 형이상학에 입각하고 있으나, 이미져리에서 유머어와 시니크가 배합되어 있으며, 표현은 동양과 서양이 만나는데서 이루어지는 (실험적이 아닌) 모더니즘을 지향하고 있다. 사군자송(四君子頌) |
◆ 신진규(申鎭奎 1926∼1997) 호는 송담(松潭). 지품면 속곡리에서 태어났으며 영덕농업실수학교를 졸업하고 제3종 교원시험에 합격하여 초등학교 교사, 교감, 교장을 역임. 교육계에 재직하면서 면려표창, 우수공무원표창, 푸른기장, 국민훈장 동백장 등을 수상했으며, 사회봉사활동으로 칠령문학회장, 경북문협이사, 영덕문화원장 등을 지냈다. 저서로는 「송담산고(松潭散稿)」, 「송담산필(松潭散筆)」「송담산필(松潭散筆)」 등이 있다. |
이 농(離農)◆ 백의석(白義石 1920∼ ) 남정면 도천리 태생의 수필가이며 교육자이다. 일본동경 중앙대학 법과를 졸업하고 영덕중고교 교사, 안동고등학교·대구상업고등학교 교감, 강구중학교·영주여자고등학교·대구상업고등학교·대구고등학교 교장을 역임했다. 경북교육연구원장(1971), 경북교육청 학무국장(1972), 대구여자고등학교 교장(1972), 대구삼락회 회장을 맡기도 했다. <시문학(1977)>, <현대문학(1978)> 지에 수필을 발표하여 등단했다. 상훈경력은 <녹조근정훈장(1960)>, <금오대상(교육보문-1961)>,<한국일보교육대상(1985)>, <국민훈장동백장(1986)>, <대구교육감상(1994)> 등을 수상했으며, 저서로는 수필집 「퇴근길」, 「소리없는 목소리」, 「황혼의 오솔길」 등이 있다. 추 모(追慕)◆ 방태석(方泰錫 1926∼1985) 영덕읍 화개리 태생의 시인으로 호는 서하(曙霞)임. 동인지<토벽>, <꽃조개>, <칠령>, <동해남부시>, <경북문협> 회원으로 작품활동. 1947년 남호초등학교 교사로 출발 1985년 지품초등학교 교감으로 재직중 타계했다. 저서는 유고시집 「복사밭 내력」이 있고, <영덕군지>, <내고장 전통 가꾸기> 등 향토교육자료에 집필위원으로 활동하였다. 늦이매기 산마루◆ 박윤환(朴允換 1927∼ ) 호는 지산(芝山), 축산면 도곡리 출생의 시인. 청구대학 문학부를 졸업하고 동대학 대학원 행정연구과정을 수료했다. 초등학교, 고등학교 등에서 교편을 잡았고, 행정공무원, 회사간부, 기업경영대표 등으로 활동하였다. 1953년 『신문학』 추천으로 등단하였으며 칠령회 회장(초대), 한국문협·경북문협·국제펜클럽·동해남부시 회원, 한국문협영덕지부 고문 등을 역임했다. 그의 시는 인간과 자연친화를 나누는 순결한 신화적 공간의 깊은 사색의 흔적이 두드러져 자연에 대한 외경을 즐겨 읊고 있는 것으로 정평이 나 있다. 화랑무공훈장, 경북문학상(공로부문)을 수상했다. 저서는 시집 「전설」, 「고래산 그림자」, 「산이야 말하겠는가」, 「어린날의 꿈을 묻으리」, 「내 고향에 바치는 노래」 등이 있고, <영덕군지>, <내 고장 전통 가꾸기> 등의 집필위원으로 활동하였다. ◆ 이장희(李章熙 1929∼ ) 호는 운천(云泉). 청송군 진보에서 출생하여 영덕유치원에 입학하여 유소년기를 영덕에서 보냈고 국학대학 문학부 수료. 1963년 월간 『아동문학』 추천(조지훈)을 거쳐 1970년 서울신문 신춘문예에서 당선되어 등단했다. 경제일보기자, 교육계 등에서 활약하면서 1960년 “꽃조개” 문학동호회를 창립하여 동인지 <꽃조개>를 15집까지 발행하였고, 1972년에는 <영덕문학, 일명 칠령(七嶺)>을 창간하였으며, 현재 31집(2001)째 발간하고 있다. 그의 작품 경향은 절제된 언어와 섬세한 감성으로 평이하면서도 맑고 경쾌한 분위기로 자연과 화해의 공간을 소박한 구문(構文) 속에 다져 넣음으로써 동해의 물빛과도 같은 공해없는 시세계를 현상화하고 있다. 대한민국예술교육문화상(문예부문,1968), 5·16민족문학상(시부문,1972), 경상북도문화상(문학부문,1985), 금복문화예술상(문학부문,1990), 국민훈장동백장, 한맥문협상(시본상,1996), 한국불교문협상(시본상,2000) 등을 수상했으며, 한국참전시인협회영덕지부장 겸 중앙위원, 한국농민문학회 경북지회장·이사·자문위원, 포항MBC자문위원, 영덕청송신문논설위원 제17회 세계시인대회 고문, 문협·국제펜클럽시분과회원, 산문과 시학문인회 회장(대구), 대구문인협회이사, 경북문인협회이사, 한국문협영덕지부장(초대) 등을 역임했다. 저서로는 시집 「서정의 여로」, 「수채화 속의 라목(裸木)」, 「낮게 흐르는 악보」 등이 있다. 광 장◆ 박남훈(朴南薰 1932∼1993) 본명은 응춘(應椿)이고, 강구의 시인이다. 홍익대학을 중퇴하고, 동아산업(주), 삼성교통(주)사장, 우성산업(주) 대표이사 등을 역임했다. 1957년 동인지에 <야성(野城)>을 발표하면서 작품활동 <맥(脈)>, <전쟁문예> 동인이며 동인지 <월영(月永)> 주간, 계간 시전문지인 <시와 의식> 편집장, <서세루> 동인으로도 활동, 한국문협, 현대시인협회 회원. 1990년 종합문예지 <문학세계> 창간, 1991년 시전문지<시세계> 창간. 출판사 <시세계>를 경영하였다. 1993년 1월 5일 타계하였다. 저서로 시집 「동해바다」(1992), 「불면의 시」(1993)가 있다. 폐선(廢船)◆ 최해운(崔海雲 1934∼2000) 영덕읍 출신으로 1953년 <문예(현대문학 전신)> 추천을 거쳐 동아일보, 한국일보 신춘문예로 등단한 시인이다. 1954년 대구에서 최초의 종합문예지 <예술집단>을 3집까지 발간하여 문단의 주목을 받았다. 광주 조선대학교 교수로 재직한 바 있고 월간 <고시계(考試界)> 편집장, 도서출판 <현암사(玄岩社)> 편집장을 지내다가 1960년대에 도서출판 <예문관> 경영주로 출판계에 투신하여 두각을 나타냈다. 한국출판문화협회 이사로 활동하였다. ◆ 김대두(金大斗 1934∼ ) 강구면 출신의 시인으로 연세대학교 문과를 졸업했다. 1960년대초 국가공무원으로 자리를 잡게된 그는 사표를 내고 국비로 호주 유학을 다녀왔다. 그의 작품 경향은 사물이나 상황을 논리적 접근이 아닌 감성의 교류로 그 사물이 가지는 다양한 의미나 조건을 아주 단편화시키는 방법에 익숙해 있으며 따듯한 인간의 원형적인 삶의 세계를 형상화하고 있다. 저서는 시집 「불온의 李節」 등이 있다. |
서시◆ 강문종(姜文鍾 1935∼ ) 영덕읍 출신으로 충남대학교 문리과대학 국문과를 2년 중퇴하고 영덕군청, 태안건업주식회사에 다년간 간부로 근무했으며 현재는 성보레미콘주식회사(울진군 후포면) 사장을 맡고 있다. 1995년에 월간문예지 <한맥문학> 신인상 상으로 등단하여 한국문협 경북지회 회원, 한맥문협회원, 한국문협 영덕지부 수필분과위원장으로 활동했다. 저서로는 3인공저 시집 「그리움으로 영근 화음」이 있다. 1973년 보이스카우트 모범지도자 표창(대통령)을 받았다. 겨울단상◆ 이태희(李太熙 1938∼ ) 호는 영강(盈江)이고 강구면 출신의 시인으로 연세대학교 국문과를 졸업했고 시사통신 사회부장, 보건신문사 편집국장 등을 역임했다. 시 <변신초-현대문학(1963)> 등의 추천으로 등단했다. 한국문인협회 회원이고, 문화공보부장관 표창(1988)을 받았으며, 저서는 「한국의 경제관료(공저,1977)」가 있다. 가을 그리고 고독한 잉태(孕胎)◆ 김재진(金在鎭 1938∼ ) 남정면 사암리 출신의 시인으로 성균관대학교 국문과를 수료했고 <시문학>, <해동문학> 추천으로 등단했다. 청탑(靑塔) 동인회장, 한국불교문협이사, 경북문협회원, 영덕문화원이사, 한글문학회 동해남부 지부장, 해동문인협회 영포지회 상임고문, 한국현대시인협회회원, 주간 우리군민신문 논설실장 등으로 활동하고 있다. 저서로는 시집 「보리고래를 넘는 바람아」, 「입동이후」, 「장작을 패면서」, 「울음의 왕국」, 「선도산 노을」, 「산촌일기(공저)」가 있다. 작품 경향은 단형적 서정이 짙게 깔려 있는 한편, 목가적이고 전원적인 향토색은 맑은 존재의 개념으로 함축성 있게 동화되어 종교에 바탕을 두고 있는 것이 특색이다. 백제행 |
가을 연가 |
◆ 육수범(1943∼ ) 영덕읍 출신의 시인으로 포항수산대학을 거쳐 한국방송통신대학을 졸업했다. 1989년 계간문예지 <시와 의식> 신인상 당선으로 등단하였으며, 한국문인협회회원, 경북문인협회감사, 경북공무원문학회 운영위원, 한국문협영덕지부 부지부장, 영덕라이온스클럽회원, 영덕문화원이사 등을 역임했다. 1970년 우수공무원표창(내무부장관), 1974년 내무행정발전유공(내무부장관), 1985년 농촌청소년 육성공로(농수산부장관)상 등을 수상했다. 그의 시의 경향은 외향적인 움직임 보다는 항상 내향적이고 안으로 감추는 정적인 향진성의 특징이 우선하면서 시의 색깔을 채색하고 있다. 저서로는 시집 「일어나는 흙의 신화」, 「그리움으로 영근 화음(공저)」등이 있다. 일어나는 꽃의 신화 |
◆ 김도현(金道顯 1943∼ ) 호는 하원(何園)이고 영덕읍 출신의 시인이다. 교육행정공무원으로 교육청, 중고등학교 서무과장·행정실장, 도립영덕군민도서관장과 1990년 <농민문학>, <문학세계> 신인상 당선으로 문단에 등단. 한국문인협회, 경북문인협회, 자유시인협회, 한맥문인협회 회원, 영덕문화예술협회장, 영덕·청송신문자문이사회의장 등을 지냈다. 그의 시의 경향은 서정의 문법을 중심으로 정적인 공간구축의 개성이 짙고, 바다와 강의 이미지를 배치한 풍경화적인 표출이 특색이다. 저서는 시집 「그리운 물빛 판화」, 「그리움으로 영근 화음(공저)」 등이 있다. 새 떼 떠는 갈대밭◆ 이재훈(李在薰 1949∼ ) 창수면 출신의 시인이다. 영남대학교 공과대학 섬유학과를 졸업하고, 럭키상사 대표이고, 시 <사과밭에서>, <보리>, <그길로 나아가면-시문학(76)> 등으로 등단해서 <형상(形象)> 동인으로 활동하였고, 한국문협 회원 및 한국문협대구지부 시분과위원장을 역임했다. 달성공원에서 |
◆ 유국진(劉國鎭) 강구면 출신의 시인. 경북대학교를 거쳐 건국대학교를 졸업했다. 1980년 남아메리카 볼리비아로 이민갔으며 1989년 문예지 <우리문학> 추천으로 등단했다. 한국문인협회, 재미시인협회 회원이며, <천단시> 동인으로 활동. 시의 경향은 고향과 조국에 대한 그리움과 추억, 이민생활의 특별한 체험으로 인간의 삶의 모습을 진지하게 형상화하고 있다. 저서는 시집 「민들레 고향」, 「초혼집」 등이 있다. 먼 나라에 와서 |
◆ 조종문(趙鍾文) 영덕읍 출신의 시인이다. <불교문학> 신인상, 매일신문 신춘문예에 당선되어 등단했으며 KBS TV “우리들의 새노래” 작사 작곡 2회 수상과 교원 실기대회 운문부 금상을 수상했고 초등학교에서 교편을 잡았다. 경상북도문인협회 회원, 영덕문학회 총무, 경북아동문학회원, 영덕문화예술협회 문학분과위원장, 한국문협 영덕지부 아동문학분과위원장, 우리군민신문 칼럼리스트 등을 지냈다. 설 화◆ 이명숙(李明淑 1949∼ ) 남정면 출신으로 1997년에 <월간문학>으로 등단한 시인이다. 한국문인협회, 대구문협, 대구여류문학회 회원, <은시> 동시회원으로 활동하였다. |
바지랑대◆ 박승렬(朴承烈 1955∼ ) 영해면 사진리에서 출생한 시인이다. 안동대학교 행정대학원을 졸업했다. 계간 <시세계(1994)> 시부문 신인상 수상, 월간<문학세계(1998)> 수필부문 신인상 수상으로 등단한 시인이며 수필가이다. 1987년 국민교육이념구현 표창(문교부장관), 1993년 모범공무원 표창(국무총리)을 수상했다. 한국문인협회, 경북문인협회, 전국공무원문학협회, 문학세계문인협회, 영덕문화예술협회 회원이며 한국문협영덕지부 사무국장을 맡았다. 영덕, 영해, 강구면사무소(1975∼1981) 포항, 울진, 후포중학교, 영해여중, 창수, 병곡중학교, 영덕교육청 관리과 등에 근무했다. 저서로는 논문「폐교재산의 효율적 활용방안」, 시집「살아가며 사랑하며」등이 있다. |
까치밥 추억◆ 이운락(李雲洛 1961∼ ) 달산면 대지리 출신 시인이다. 대구대학교 인문대학 영문과(1987)를 졸업하고 청송여자종합고등학교 영어교사로 재직하였고, 계간 <시세계(1992)> 신인상으로 등단, 한국문인협회, 경북문협, 문학영남회원, 한국문협청송지부사무국장을 역임했으며, 국제와이즈맨 청송클럽사무국장 등을 맡았다. 저서로는 시집 「연이 하나 걸려있는 풍경」, 동인문집 「호박닙」이 있다. 하나님 전상서◆ 김동원(金東圓 1962∼ ) 남정면 구계리에서 태어나서 대구에서 성장한 시인이다. 경산대학교 국문과를 졸업하고 월간문예지 <문학세계(1994)> 신인상 당선으로 등단했다. 한국문인협회, 대구문인협회, 민족작가회의 대구지회 회원으로 활동하였으며, 문학계간지 <시하늘> 편집위원을 지냈고 <글맥> 동인이기도 했다. 저서로는 시집 「시가 걸리는 저녁풍경」 등이 있다. |
구 멍 구멍은 어찌 보면 참 많은 것을 가졌다. -저 광활한 우주의 별들이 생겨나고 또 죽어서 스스로 돌아가는 몰락과 생성의 두 구멍이 있는가 하면, 우리같이 수컷들이 알이나 새끼로 자라서 흘러나오는 저 한정없는 암컷들이 한없이 깊고 넓고 편안한, 그 한길 구멍도 있다. 좁게 부끄러운 짓거리를 했거나 크게는 온 나라를 망쳐서 말아먹은 자들이 으레히 숨어서 들락거리는 쥐구멍 같은 것도 있고, 참 착한 것들이 두 귀를 쫑긋거리고 봄나들이 길을 나서는 그 아늑한 수풀가의 토끼 구멍도 있다. 구멍은 또, 여름 밤 도시 옆구릿길의 복개천 아래로 몰래 쏟아놓은 퀴퀴한 인간들이 썩는 오물냄새 나는 수챗구멍에도 있고, 꽝꽝 얼어붙은 겨울 연못가 도랑 밑에 흐르는, 졸졸졸 소리 나는 맑은 봄기운을 흡입하는 그 생기 도는 버들 뿌리의 작은 공기 구멍에도 있다. 구멍은 어찌 보면 참 많은 것을 가졌다. - 이따금 난 산이 몸부림치는 이상한 소리를 바람 부는 뒷산의 동굴 구멍 안쪽 벽에서 들었는데, 어찌 들으면 그 소리는 태초의 첫구멍 내는 소리 같기도 하고, 또또 어찌 들으면 많이 쓴 구멍들의 흥건한 절정의 끄트머리에서 흘러나오는 그 야릇한 소리로, 수만년 제대로 키워온 자연의 그 순리 구멍의 신음쯤으로 알아들었다. 어쩌면 좋은가. 이 하늘과 땅의 그 많은 구멍 중에서 우리는 어떤 구멍을 가져야 하는가. 오뉴월 개도 걸리지 않는 삐삐거리는 콧물소리 내는 콧구멍이 되던가, 아니면, 달빛이 걸어가는 대숲 속에서 은은히 흘러 소리되어 나오는 그 멋진 대금의 피리 구멍 가락이 되던가, 아니면 또, 저 동해 바다 한가운데를 마음껏 휘젓고 다니는 그 고래들의 마구마구 뿜어 올리는 무한 자유의 숨구멍이라도 되던가. 참으로 그 구멍이 하는 일은 아무도 모르는 일. - 그러나 우리는 살아가는 동안 그 무슨 질퍽거리는 운명의 진흙 구멍 속에라도 들어가야만 하고, 또 그 구멍 밖으로 안간힘을 다해 기어나와야만 한다. 마치, 저 백두산 천지 복판에서 날마다 힘차게 밀고 올라오는 그 생수 구멍의 당찬 힘처럼, 우리도 언젠가 한 번은 찬란한 기쁨의 인생을 위해, 온몸으로 어둠의 구멍을 뚫고 나가야만 한다. |
한국의 가을 사과 조롱조롱 새털구름이 매달려 있는 대추나무 곁이다. 허리 둘레엔 윤기 흐르는 마을 두르고, 여러 가락의 아주 멋진 생각을 두르고, 지방 과수원에는 사과가 첫 생리한다. 꼬옥 물들어 가는 것이 열여섯 계집아이 부끄럼 같다. …… 햇살에 풍겨드는 고운 몸의 향내는. 그렇다. 어쩜 우리도 착하고 소박하게, 담담하고 둥글게, 속 깊은 하늘이 쓰다듬는 대로 익어 가다 보면, 한 번은 물이 들어도 아주 이쁘게 든다. 마치 꽃밭 속 다투어 피는 꽃들처럼, 한결같이 몸 둘레가 고운 저 한국의 가을 사과처럼, 붉게붉게 물이 든다. 시가 걸리는 저녁 풍경 시간 걸리는 저녁 풍경 사이로 구름이 만지고 가는 내 고향 노을은 언제나 싸아하니 복사꽃 향내가 묻어 온다. 살금살금 개울을 밟고 오는 어스름 곁으로 산새들 다투어 밥짓는 연기 피어오르고, 풀벌레 모여 사는 뒷산 숲속엔 사운대는 초여름 솔바람 소리가 좋다. 이윽고 하나 둘 마을에 불이 켜지면 저만큼 동구밖 달님은 아이들을 모으고, 초록 가지 힘을 주는 느티나무 아래엔 밤도와 늦도록 개 짖는 소리 들리고, 키 낮은 사람들의 어깨 위로 도란도란 별들이 곱기만 하다. 두 줄도 아니고 세 줄도 아니고, 까맣게 몰려가는 시간 속으로 개구리도 제 울음 구령에 맞춰, 논두렁 나란히 한 줄로 섰다. ◆ 김현옥(金賢玉 1963∼ ) 영덕읍 남석리 태생이다. 경북대학교 영문과를 졸업(1985)했고, 경북대학교 대학원 영어영문학과 졸업, 대구상서여자중학교 영어교사를 지냈다. 영일문학상(1995) 수상과 매일신문 신춘문예 당선(1997)으로 문단에 데뷔하였으며 대구문인협회, 대구시인협회 회원, <시·열림> 동인으로 활동하였다. |
집 그리고 길◆ 박기현(朴起炫 1964∼ ) 울진군 후포항에서 태어나 병곡면 원황리에서 자란 시인이며 화가이다. 영남대학교 미술대학 회화과를 졸업하였으며 개인전 7회와 미술학원을 운영하기도 했다. 시집 <큰 바다에서 만나리(1995)>를 출간하여 등단하였다. 저서로는 「캔바스위에 사과 꽃 향기」, 「화가의 어머니」 등이 있다. |
사 랑◆ 유영갑(劉永甲 1965∼ ) 영덕읍 화수리 출생의 시인이다. 청주교육대학교와 대구교육대학교 대학원을 졸업하고 영덕초등학교, 야성초등학교 등에서 교편을 잡았다. 1995년 <문학세계> 신인상 당선으로 등단했다. 한국문협영덕지부 회원을 지냈으며, 교원예능실기대회 시부문 금상(1998)을 수상했다. 팽 이◆ 정라곤(鄭羅坤 1950∼ ) 영덕읍 남석3리 출생의 시인으로 영덕초중고를 거쳐 단국대학교 행정대학원 행정학과(행정학 석사)를 졸업했다. 1968년 제13회 학원문학상 입상, 1971년 제10회 신라문화제 일반부 시 차상을 계기로 대구지역 문인들과 동인활동을 한 바 있으며 1984년 대구매일 신춘문예(시부문)와 현대문학 발표를 통하여 문단에 데뷔하였다. 한국시인협회 회원이며, 동협회 사무국 총무간사, 섭외간사직을 4년간(89년∼93년) 역임한 중견시인으로 시집으로는 「꽃의 이름으로」(89)가 있다. 1969년도에 영덕군 창수면에서 공직을 시작한 이래 대구시, 경북도청을 거쳐 현재 행정자치부에서 서기관으로 재직하고 있으며 그간 우수공무원표창(내무부장관) 2회, 대통령표창 1회, 녹조근정훈장을 받은 바 있다. 정 시인의 시의 경향은 순수서정성을 바탕으로‘내재율'적 아름다움이 깃들어 있으며, 너무도 쉽게 분노하고 떠들어 대고 과시하려는 우리의 현실속에서 안으로 다스리는 삶의 아름다움을 깨닭게 한다. 특히 시‘공지천에서 띄우는 초대장'은 1993년 한국시인협회가 뽑은 「올해의 시」로 선정된 바 있으며, 현재 영덕신문사 칼럼니스트, 재경영덕읍민회 부회장직을 맡고 있다 사랑이 깊을수록◆ 권동기(權東基 1962∼ ) 필명은 람휘(擥輝)·초농(草農)이며, 창수면 오촌리 출생으로 서울에서 신문사, 잡지사, 출판사 등 편집생활을 다년간 한 뒤, 대구에 내려와 잡지사 및 출판사를 운영하였다. 그 후 처녀시집 「천행시」를 출간, 귀농하여 농업에 종사하면서 시문학 창작활동에 꾸준히 정진하고 있다. 시집으로는 「천행시」, 「명보시」, 「고성시」, 「추억시」, 「향수시」, 「귀농시」, 「전원시」 등 제7시집이 있다. 농민을 우습게 보지마라◆ 임충빈(任忠彬 1946~ ) 지품면 출신으로 시와 수필을 쓴다. 영덕농고, 한국방송통신대학, 단국대 경영대학원, 중앙대 산업경영대학원(식품제조)을 수료하여 경영학 석사를 취득하였다. 1972년에 전우 추천으로 등단하여 왕성한 작품발표를 하고 있으며, 현재 문인활동은 물론, 한국발전연구원, 한국콩연구회, 한국도덕성회복중앙본부 지도위원 등 사회참여를 하고 있다. ◆ 손숙희 지역 출신 문인으로 수필을 중심으로 문학활동에 전념하고 있는 여성문인이다. 오랜만에 감꽃을 주웠다. 까맣게 잊고 살아온 세월의 저쪽에서 아침 안개를 걷고 또렷이 나타나는 작은 꽃들. 이슬 내린 아침 마다에 아기자기한 무늬가 박힌 커텐처럼 펼쳐진 추억의 꽃들이 도심의 한 가운데에서 고향의 정취를 한 폭 그림으로 안겨 준다.◆ 김경숙(金敬淑 1955∼ ) 병곡면 원황리 출생의 수필가이다. 계명대학교 가정과를 졸업(1979)하고 경북 영주 동산여자상고에서 교편을 잡았고, 푸른방송 문화센터 <글쓰기 지도자 과정>의 강사를 지냈다. 1993년에 대구일보 작품공모에 수필 「도룡뇽을 키우는 아이들」이 당선되어 등단했다. 대구문인협회, 영남수필문학회, 대구여류문학회 회원을 지냈다. 퍼즐 풀기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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