http://www.kbs.co.kr/1tv/sisa/book/vod/1562993_16507.html
TV, 책을 말하다 327회
2009년 신년특집 - 다윈 200주년 인류진화의 탄생!
■ 방송일시
2009년 1월 1일 (목) 밤 12시 10분 KBS 1
■ 출연패널
강수돌(고려대 교수), 진중권(중앙대 겸임 교수)
장대익(동덕여대 교수, <다윈의 식탁>
저자)
박성관(다윈 연구 학자, 수유+너머
연구원)
■ 담
당 PD 김은주 / 작가: 박정아, 최윤지
http://evopsy.egloos.com
에서 다음 두 편의 글을 보고 <TV, 책을 말하다
327회>를 뒤늦게 보게 되었다.
「"TV 책을 말하다: 다윈 특집" 유감」
「생물학을 모르는 다윈 전문가」
방송 시간은 50분에 가깝지만 실제로 패널들이 이야기하는 시간은 훨씬
적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그들은 그 적은 시간을 헛소리로 가득 채워 주었다. 장대익 씨를 제외하면 도대체 이
인간들이 왜 다윈 특집에 초대되었는지 모르겠다.
인용문은 인터넷에서 vod를 보면서 내가 받아 적은 것이다. 약간의 오차가 있겠지만 별 지장은 없을 것이다.
이제 그들의 무식을 하나하나 파헤쳐 보자.
박성관: 20세기에 들어와서 창조론하고 진화론이 사상적으로는
동일해져 버렸어요. 그러니까 자기네끼리는 굉장히 싸우는 것 같지만 사실 생명이 언제 탄생했느냐라고 굉장히
아득한 옛날로 거슬러올라가야 한다는 그러한 강박관념, 처음에 대한 강박관념 이점을 공유하고 있기 때문에
사실 싸우고 있는데.
박성관: 옛날에 한번 진화가 일어나고 지금 뭐 안 일어나는
게 아니라 지금도 계속 진화가 일어나고 있다는 것이 이 책의 마지막 페이지입니다. 앞으로도 진화가 더욱
많이 일어날 것이라고 하면서 책이 끝나거든요. 이런 측면을 창조론만이 아니라 현대 생물학에서도 그다지
주목을 하지 않고 계속 더 옛날로 옛날로 올라간다는 점에서 다윈은 다시 읽힐 필요가 있죠.
박성관 씨는 자칭 다윈 연구 학자다. 올해 『종의 기원, 생명의 다양성과 인간 소멸의 자연학』라는
두꺼운 책도 냈다. 이 책을 읽어보지는 않았지만 TV에서
박성관 씨가 하는 말로 판단해 볼 때 헛소리의 향연일 듯하다. 굳이 비판할 가치가 있을지 의문이 들긴 하지만 기분이 내키면 그 책의 일부를 파헤칠 생각이다.
그는 20세기 들어와서 창조론과 진화론이 사상적으로 동일해져 버렸다고
이야기한다. 그 이유는 무엇인가? 창조론과 진화론 모두 생명의
탄생에 집착하고 현재의 진화는 무시한다는 것이다. 생명의 기원이라는 문제에 대한 해답을 찾으려고 노력하면
사상적으로 똑 같다는 것은 정말 웃기는 얘기다. 어떤 해답을 어떤 식으로 찾으려고 하는지를 따져야 한다. 박성관 씨의 논리대로라면 나찌와
마르크스주의는 사상적으로 동일하다. 왜냐하면 둘 모두 “어떤 체제가 올바른
체제인가?”라는 문제에 집착하기 때문이다.
또한 20세기 진화 생물학자들이 생명의 기원에만 집중하고 이후에 일어난
진화는 무시하고 있다는 박성관 씨의 판단도 완전히 틀렸다. 물론 진화 생물학자들 중에 생명의 기원을 파헤치려는 사람들도 있다. 하지만
그들은 소수다. 전체 진화 생물학 문헌 중에 생명의 기원과 직접 관련된 것은 1%도 안 될 것 같다.
강수돌: 종의 기원은 다윈은 불가지론 입장인 것 같습니다.
강수돌 씨는 종의 기원 문제와 생명의 기원 문제를 짬뽕하고 있다. 다윈이
침묵하고 있는 문제는 생명의 기원의 문제다. 다윈은 생명이 이미 생겼다고 가정하고 어떻게 지금처럼 다양한
수 많은 종들이 생겼는지를 『종의 기원』에서 해명하려고 했다.
한국에서는 보통 “종의 기원”으로 번역하는데 “종들의
기원”이 더 적절한 번역어일지도 모르겠다. ‘species’는
단수로도 쓰이고 복수로도 쓰인다. 독일어판에서는 제목을 “Uber
die Entstehung der Arten durch naturliche Zuchtwahl”라고 번역했다. ‘Art’의 복수형인 ‘Arten’으로 번역한 것이다.
박성관: 사실은 창조론이 진화론보다 훨씬 더 합리적이었어요. 훨씬 더 과학적이었고.
박성관: 예컨대, 아니
그, 신이 이렇게 눈이라든가 사람의 눈이라든가 이런 아주 복잡하고 정교하고 있는 대로 보이잖아요. ... 이것을 누군가가 시계보다 훨씬 더 정교한 눈을 하물며 시계에도 설계자가 있는데 시계보다 몇 천만 배나
정교한 이 눈을 설계한 존재가 없다면 어떻게 우연과 우연이 계속 누적되면서 이런 게 만들어진다고 했을 때 진화론자들이 답을 잘 할 수 없었고. ... [진화론에 대한] 여러 가지 합리적인 반론들이 있었죠.
다윈 시절 또는 다윈 이전 시절에 창조론이 진화론보다 더 합리적이었다고? 다윈
이전 시절에는 생물의 정교함을 설명할 수 없었다. 다윈의 자연 선택 이론은 이런 빈 곳을 채웠다. 그렇다고 다윈의 이론에 심각한 문제가 없었던 것은 아니다.
무슨 이유 때문인지 다윈은 멘델의 유전 이론을 접하지 못했다. 멘델의
유전 이론의 핵심 중 하나는 디지털 방식으로 유전이 일어난다는 것이다. 다윈이 생각했듯이 부모의 형질이
섞여서 자식이 중간 형질이 된다면 세대가 지날수록 변이가 급격히 줄어든다. 변이가 없으면 자연 선택도
있을 수 없다.
다윈 시절에는 태양이 연소된다고 생각했다. 핵 융합이 알려지기 전이었기
때문이다. 핵 융합으로는 수십 억 년 이상 태양이 버틸 수 있지만 연소라면 태양처럼 크다 하더라도 지질학적
척도로 보면 금새 타버린다. 그래서 당시에는 태양의 나이를 아주 적게 계산했다. 그렇다면 자연 선택이 일어나서 인간처럼 복잡한 종이 태어나기에는 시간이 너무 부족하다는 반론이 제기될 수 있으며
실제로 제기되었다.
박성관 씨의 말대로 다윈 또는 다윈
이전의 진화론에 대한 합리적인 비판이 있었으며 많은 경우 20세기에나 제대로 응답할 수 있게 되었다. 즉 19세기 진화론에는 심각한 결함이 있었다. 하지만 그렇다고 창조론이 더 과학적이 되는 것은 아니다. 기본적으로
창조론은 과학으로 인정 받기 힘들 정도의 심각한 결함들을 내포하고 있다. 예컨대, 모든 설명을 신으로 돌리는 것은 설명이라고 보기 힘들다. 왜냐하면
신의 기원이 완전히 베일에 싸여 있기 때문이다.
강수돌: 좀 전에 땅다람쥐 설명하셨지만 그것을 유전자의 자기 증식을 위한 행위로 설명하지 말고 인간처럼 내가 남을 위해서
희생하면 숭고하게 기쁘다, 남을 도와줄 수 있는 게 얼마나 좋으냐라는 감정 이입을 왜 벌레들에게 할
수 없느냐 하는 거예요.
강수돌 씨는 근접 메커니즘과 궁극 원인을 구분해야 한다는 점을 모르고 있다. 엄마가
자식에게서 기쁨을 얻는다는 점을 리처드 도킨스가 부정한 적이 있나? 도킨스는 왜 엄마가 자식에게서 기쁨을
얻도록 인간이 설계되었는지를 따지려고 했을 뿐이다. 엄마의 욕망에 대한 설명은 근접 메커니즘에 대한
설명이다. 반면 왜 엄마가 그런 식의 욕망을 품게 되는지를 설명하는 것은 궁극 원인에 대한 설명이다.
강수돌: 반드시 살아남는 것 번식하는 것이 옳고 선하고 진실이라고 말할 수 없지 않느냐라는 반론을 하고 싶습니다.
강수돌 씨는 설명과 정당화의 차이를 모르고 있다. 누가 번식하는 것이
옳고 선하다고 했나? 진화 생물학자들은 동물의 행동과 생각을 설명하려고 이기적 유전자론을 끌어들이는
것이다. 과학 설명에 대한 반론으로 “그것은 선하다고 볼 수 없다”라고
답하는 강수돌 씨에게 이런 질문을 던지고 싶다. 생물학자는 기생 생물이 숙주를 이용하는 것은 자신이
생존하고 번식하기 위해서라고 설명한다. 그에 대해서도 숙주를 착취하는 것이 선하다고 볼 수 없으므로
그런 설명이 틀렸다고 주장할 것인가?
진중권: 진화론도 그걸 왜 갑자기 사회 설명을 하는데 마구마구 외삽을 해서, 하다
보니까 우생학이 나오고.
진중권 씨는 진화론이 오직 동물 또는 인간의 신체에만 적용되어야 한다고 생각하는 듯하다. 인간의 마음은 신이 창조한 영혼에서 나왔다고 우길 생각인가? 진화론을
사회 과학 또는 인간 과학에 적용하는 것 자체는 문제가 없다. 어떻게 적용하느냐가 문제다.
그리고 나는 머리 나쁜 사람이 번식하지 못하게 하면 인류의 머리가 점점 더 좋아질 것이라는 우생학자들의 주장에
동의한다. 내가 동의하지 않는 것은 인류의 지능을 높이기 위해 사람들의 출산의 권리를 제한해야 한다는
주장이다.
강수돌: 종교는 원래 말 그대로 마루 종자에다가 가르칠 교니까 으뜸 가르침이거든요. 가르침
중에 가장 최고의 가르침인데 이것을 다수가 망상에 시달린 것이라고 규정하는 게 잘못이라고 보고요.
정말 할 말이 없게 만드는 대사다. 종교(宗敎)의 한자어를 분석해보면 “으뜸 가르침”이니까
진짜로 종교가 으뜸 가르침이라는 주장이다. 아마 강수돌 씨는 대안 의술(alternative medicine, 대체 의학)이라는 용어를 분석한
다음에 대안 의술이 현대 의학을 대체해야 한다고 주장할 것 같다. 강수돌 씨가 전두환의 민주정의당이라는 용어를 분석한다면 전두환이
민주주의와 정의 사회를 추구했다는 결론을 내리지 말라는 보장은 어디 있는가?
진중권: 유럽에서는 도대체 창조설과 진화론이 대립한다고 생각하지 않거든요. … 종교는 과학이 대답할 수 없는 부분이 남아 있는 한 종교는 계속 남아 있는 겁니다.
특히 미국에서 기독교 근본주의가 날뛰고 있으며 학교에서 진화론을 가르치는 것에까지 시비를 걸고 있다. 그에 비하면 유럽 여러 나라는 덜한 편이다. 하지만 미국에 비해
덜할 뿐이다. 유럽에 있는 모든 기독교인들이 진화론과 창조론 사이에서 아무런 문제가 없다고 생각할까?
과학이 답할 수 없는 부분이 있다. 예컨대 도덕 철학의 근본 문제들은
과학에서 답할 수 없다. 하지만 왜 그 답을 찾기 위해 도덕 철학자가 아니라 성직자를 찾아야 하나?
박성관: 어떻게 진화되어야 하는가라고 물어야 될 때라고
생각합니다.
박성관 씨는 이 말이 무엇을 함의하고
있는지 알기나 하고 말한 것일까? 이것은 우생학자들이 던진 질문이다.
박성관 씨는 인류 미래의 진화 방향을 인도하기 위해 무언가
조치를 취해야 한다고 주장하는 우생학자들의 말에 동의하는 것일까? 아니면 그냥 아무 생각도 없이 되는
대로 내뱉는 것일까?
2010-08-17
첫댓글 배운 사람이 진화론을 왜곡해서 받아들이면 더 무섭?더군요. 자신의 전공을 바탕으로 특정한 당위나 가치를 베이스로 깔고, 보고 싶은 것만 보는 행위 말입니다. 이건 이해의 문제를 넘어서는 경우입니다.
와 진짜 답답할 따름이네요. 지식인으로 불리는 사람들의 과학지식이 겨우 이 정도였다니.
한 마디 한 마디의 무식함에 치가 떨립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