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방서예[2652]포은詩-군역에 끌려간 후 소식 없는 남편을 잊지 못한 아내의 노래
절구 2수(二絶)
정부원征婦怨
고려高麗 정몽주鄭夢周 (1337 ~ 1392)
<기일其一>
일별년다소식희一別年多消息稀하니
새원존몰유수지塞垣存沒有誰知인가
금조시기한의거今朝始寄寒衣去하니
읍송귀시재복아泣送歸時在腹兒라
수자리 사는 병사 아내의 원망
한 번 이별한 뒤로 여러 해 소식 없으니
변방에서의 삶과 죽음을 그 누가 알겠는가?
오늘 아침 처음으로 겨울옷 지어 보내나니
울며 보내고 돌아올 때 뱃속에 있던 아이 편이랍니다.
수戍자리 사는 병사를 기다리는 아내의 심정을 읊었다.
남편과 한 번 이별한 뒤 여러 해가 지났건만 단 한 장의 서신조차 없으니
남편의 생사조차 확인할 수 없다. 그래도 변방에 다가올 혹독한 날씨가
걱정이 되어 처음으로 겨울 솜옷을 지어 보내기로 한다.
아내는 아버지 옷을 챙겨 길 떠나는 아이를 보니 남편과 생이별하던 날이 떠올랐다.
그래서 시인은 결구結句에서 마치 남편에게 건네듯 직접화법으로
“당신과 헤어지던 날, 울며 보내고 돌아올 때 제 뱃속에 있던 아이 편에 보낸다.”라며
시상詩想을 마무리하고 있다.
그러면 이별이 얼마나 흘렀을까? 아이가 아버지 옷을 들고 간다고 하니
10년 이상 흘러갔지 않았을까? 그런데 전구轉句에서
처음 겨울옷을 지어 보낸다고 했다. 왜 그랬을까? 가난해서일까?
그 답은 시인의 시詩 기이其二에서 그 답을 찾을 수 있을 것 같다.
征婦: 출정出征간 병사 아내를 가리킨다.
塞垣: ‘변방 새, 담 원’자로 변방에 둘러친 울타리로 변방의 성채를 가리킨다.
만리장성萬里長城의 다른 이름으로도 쓰인다.
存沒: 생사生死 곧 삶과 죽음을 뜻한다.
在腹兒: 뱃속에 있던 아이 곧 남편이 떠났을 때 임신했던 아이를 가리킨다.
<기이其二>
직파회문금자신織罷回文錦字新인데
제봉기원한무인題封寄遠恨無因이라
중중공유요동객衆中恐有遼東客하여
매향진두문로인每向津頭問路人이라
비단 짠 뒤 편지글 쓰니 비단 위 글씨 새로운데
겉봉 적어 봉하여 멀리 부치려 해도 전할 길 없어 한스럽네.
뭇사람 가운데 요동 길손 있을까 염려되어
날마다 나루 어귀에서 길손에게 물어본다오.
回文: 여럿이 돌려보도록 쓴 글을 뜻한다.
문학에서는 한시체漢詩體의 한가지로 앞에서부터 바로 읽으나
뒤에서부터 거꾸로 읽으나 뜻이 통하게 한 것이다.
消息: 소식, 문안인사. 稀: 드물다. 塞: 변방, 국경지대.
垣: 담, 관청. 存歿: 소식이 없다. 有誰知: 누가 있어 알겠는가.
今朝: 오늘 아침. 始寄: 비로소 부치다. 寒衣去: 겨울옷을 가지고 가다.
泣送: 눈물로 보내다. 歸時: 떠나실 때. 在腹兒: 뱃속에 아이가 자라고 있었다.
[주1] 정부(征婦) : 변방에 수자리 살러 간 사람이나,
군역에 끌러간 후 소식 없이 홀로 사는 아내를 일컫는 말이다.
[주2] 회문(回文) : 한시체(漢詩體)의 하나인 회문시(回文詩)의 준말로,
남편을 그리워하는 아내의 편지 혹은 시편을 뜻한다.
전진(前秦) 때 두도(竇滔)가 진주 자사(秦州刺史)가 되었다가
멀리 유사(流沙)로 쫓겨나자, 아내 소씨(蘇氏)가 그를 그리워하여
〈회문선도시(廻文旋圖詩)〉를 비단으로 짜서 보냈다는 고사에서 유래한다.
직금시(織錦詩)라고도 하는 이 시체는 시구(詩句)를 바둑판의 눈금처럼
배열하여 끝에서부터 읽거나 또는 중앙에서 선회(旋回)하여 읽어도 문장이 되고
평측과 압운도 서로 맞는다.
저자 정몽주(鄭夢周)의 강남곡(江南曲)과 마찬가지로,
중국의 고악부(古樂府)를 모방한 의고악부(擬古樂府)로,
수자리 간 남편을 기다리는 아내의 간절한 소망을 편지형식으로 띄운 시이다.
수자리 간 남편은 한번 가더니 생사여부도 소식도 없다.
날씨가 추워지면 해마다 그러했듯이 남편에게 겨울옷을 부치는데
그 옷을 부치러 관청에 가는 사람은 다름이 아니라 남편과 울며
헤어질 때 뱃속에 있던 아이다. 그 유복자가 이렇게 자랐으니
남편과 헤어진 지 얼마나 오랜 시간이 지났는지 물어보지 않아도 알 수 있다.
원문=圃隱先生文集卷之一 [詩]
征婦怨 二絶
一別年多消息稀。
塞垣存歿有誰知。
今朝始寄寒衣去。
泣送歸時在腹兒。
織罷回文錦字新。
題封寄遠恨無因。
衆中恐有遼東客。
每向津頭問路人
정부의 원망 절구 2수〔征婦怨 二絶〕
한번 이별한 뒤로 여러 해 소식이 드무니 / 一別年多消息稀
변방에서의 생사 여부를 누굴 통해 알겠소 / 塞垣存歿有誰知
오늘 아침에야 비로소 겨울옷을 부치오니 / 今朝始寄寒衣去
울며 보내고 돌아올 때 배 속에 있던 아이라오 / 泣送歸時在腹兒
회문을 짜고 보니 비단 글자가 새로운데 / 織罷回文錦字新
봉함하여 부치려 하나 인편 없어 한스럽소 / 題封寄遠恨無因
사람들 중에 혹시 요동 나그네 있을까 하여 / 衆中恐有遼東客
매양 나루터 머리에서 행인들에게 묻는다오 / 每向津頭問路人
[주-D001] 정부(征婦) : 변방에 수자리 살러 간 사람의 아내이다
.[주-D002] 회문(回文) : 한시체(漢詩體)의 하나인 회문시(回文詩)의 준말로,
남편을 그리워하는 아내의 편지 혹은 시편을 뜻한다.
전진(前秦) 때 두도(竇滔)가 진주 자사(秦州刺史)가 되었다가
멀리 유사(流沙)로 쫓겨나자, 아내 소씨(蘇氏)가 그를 그리워하여
〈회문선도시(廻文旋圖詩)〉를 비단으로 짜서 보냈다는 고사에서 유래한다.
《晉書 卷96 列女傳 竇滔妻蘇氏》
직금시(織錦詩)라고도 하는 이 시체는 시구(詩句)를 바둑판의 눈금처럼
배열하여 끝에서부터 읽거나 또는 중앙에서 선회(旋回)하여 읽어도
문장이 되고 평측과 압운도 서로 맞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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