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 첫 실습을 마친 희연이에게
서울장신대학교 강희연
희연아, 안녕 다른 사람에게 편지를 쓴 적은 있지만 너에게 편지를 쓴 적은 별로 없는 것 같아 어색하다. 어젯밤 어떻게 수료사를 써야 할지 새벽까지 쓰고 지우고 반복했지. 다른 사람 앞에서 자랑하고 싶은 마음, 대표한다는 무거운 책임감을 내려놓고 담백하고 솔직하게 한 달 동안 수고한 너에게 하고 싶은 말을 건넨다.
실습지를 정하는 과정은 그리 어렵지 않았지. 여러 활동을 하면서 선의관악종합사회복지관에서 실천하고 계신 선생님들의 이야기를 들을 기회가 있었지. 사회사업이 서울 같은 도심에서도 이루어질 수 있다는 이야기에 신선한 충격을 받았었어. 마치 시골처럼 동네 다니며 서로 인사하고, 이웃집에 놀러 가고, 정자에서 함께 음식 나눠 먹는 모습, 마음 맞는 사람끼리 주민 모임 하는 모습에 감동했어. 같은 서울을 사는 나와 전혀 다른 모습인 성현동. 선의복지관에서 실습하면 내가 사는 우리 동네도 정겨운 동네가 되는 실마리를 얻을 수 있겠다 기대했어. 그렇게 선의복지관에서 실습했던 올여름. 나의 마음에 단단한 받침이 되어주었어.
복지관에서 선의원두막학교라는 활동은 맞게 되었지. 어르신이 가지고 계신 강점을 아이들에게 가르쳐주는 활동. 기대하며 준비했어. 어르신과 함께하는 활동은 처음이기에 어떻게 다가가야 할지 걱정했었지. 말투 표정 억양을 신경 쓰며 예의 있고 존중하는 태도로 다가가려고 했어. 당사자 면접, 종이접기 회의 첫날 이런 나의 마음을 느끼셨는지 예의 바르고 싹싹하다며 칭찬해주셨어. 호칭 정리 할 땐 우리 사이가 딱딱하지 않도록 “어머님~”하며 친근하게 다가오길 바라셨지. 한 걸음 배려해주신 덕분에 성현동에 마음 나눌 수 있는 어머님 아버님 18분이 생겼어. 우리 할머니와도 하지 못한 이야기, 경험을 어머님들과 했기에, 앞으로 함께 사는 우리 할머니와 어떻게 시간을 보내야 할지 곰곰이 생각해보는 계기도 되었어.
어머님들과 활동하며 많은 것을 배웠어. 특히 인생을 살아가면서 중요하게 생각하시는 가치에 대해서 배웠지. 김정임 어머님께선 다양한 취미 활동을 즐기시는데, 혼자 만들고 즐기지 말고 뭐든지 사람들과 나누는 데서 행복이 온다고 하셨어. 집에서 혼자 있는 것을 좋아하는 나에게 밖에 나가 사람들 만나고, 함께 무언가 만들고 공유하는 취미 가지라고 조언해주셨지. 사람은 쓸모 있을 때 열심히 써야 한다. 다른 사람이 나에게 부탁하는 것도 내가 쓸모 있음이니 감사하자. 이번 여름 복지관에서 3가지 활동을 주관하신 어머님이 하시는 말씀 듣고, 사람들이 나에게 기대하고 부탁하는 일이 참 감사한 일임을 깨닫게 되었어.
장선의 어머님껜 아이들과 대화하는 법 배웠어. 어머님의 나긋나긋한 목소리가 떠오른다. 토끼 종이 인형 만들기 활동 할 때 선생님 조에 주로 저학년 친구들이 있었어. 도안을 이해하고 오리고 붙이는 것을 처음에 어려워해서 “선생님, 그냥 다 해주세요. 어려워요.”라며 이야기했지. 만약 내가 선생님이었다면, 아이에게 같이 해보자고 격려했지만 왜 같이하는 게 중요한지 이야기하진 못했을 거야. 스스로 해내는 성취감을 아이가 느끼게 돕고 싶어서, 어디까지 도와줘야 할지. 혹시 한 번 도와주면 다 도와주라고 하면 어떡하지 걱정했겠지.
장선의 어머님은 아이들의 눈높이를 맞추며 이야기 나누시는 분이었어. 종이접기 어려워하는 아이에게 우선, 할 수 있는 데까지 해보고 그래도 어려우면 어려워하지 말고 당당하게 부탁하라고 하셨어. 스스로 해보는 경험, 부탁하는 경험이 있어야 사회에 나가서 잘 도울 수 있는 사람이 된다고 이야기하셨어. 그러자 아이들이 우선 해보고, 그래도 어렵다면 선생님에게 부탁했어. 다그치거나 강압적이지 않고, 부드럽고 나긋하게 아이들에게 마음 전하시는 모습 보고 ‘아, 아이들에게도 진지하게 이야기하면 내 마음에 공감해주는구나. 아이들 눈높이에 맞추어 설명해야겠구나.’ 배웠어.
사실 힘든 일도 많았지. 한 달 동안 당사자와 참여자가 다른 사업 4개를 준비한다는 것은 부담이었고, 4년 동안 잘 이끌어 오신 활동이기에 내가 어떻게 준비해야 할지 감을 잡지 못했어. 합동 연수에 가서 김세진 선생님, 공유선 선생님, 박유진 선생님, 정우랑 선생님, 김미경 선생님과 사업에 관해 이야기 주고받으면서 힌트를 많이 얻었어. 여러 사업을 진행하는 부담감 공감 걱정해주시고, 좀 더 재밌는 활동이 되길 바라며 격려 응원해주셨어. 또 당사자와 어떻게 만나고 진행하면 좋을지 경험담도 들려주셔서 할 수 있다! 용기가 생겼어.
감사 평가회를 준비할 때 조금 욕심내서 진행했었어. 가르쳐주신 할머니께 감사 인사 전하고 싶다고 부모님들께 전화, 문자 드렸는데 생각보다 아이들 모집이 어려웠어. 다른 복지관 활동, 학원, 센터 등의 일정과 겹치는 아이들. 나보다 바쁜 방학 생활을 보내고 있었어. 감사하게 시간이 되는 두 유치원 친구를 만나게 되었어. 복지관 미술 교실에 매주 와서 공부하는 친구들. 실습 선생님들에게 거리낌 없이 다가와 함께 놀며 이야기 나누던 주연이, 서진이. 나의 마음에 공감에 해준 두 친구와 어머니가 참 감사했어. 주연이 어머님은 우리 아이가 배운 것을 다시 할머니께 전해드리는 경험. 참 의미 있는 활동이라며 응원해주셨어. 주연이가 글을 쓰지 못해서 편지는 못 쓸 것 같지만, 할머니께 그림 그려드리고 싶다고 했어.
아이들의 마음이 담긴 감사장을 건네받은 어머님들의 행복한 표정을 잊지 못하겠어. 함께했던 한 달, 그 어느 때보다 환한 미소로 “어머, 뭐 이런 걸 준비해왔어. 정말 고마워.” 기뻐하셨지. 처음에 예상했던 그림과는 사뭇 다른 모습이었지만 계획대로 되지 않아도 더 좋은 결과가 생길 수 있다는 것을 느꼈어. 사회사업하면서 많은 실습생이 나처럼 계획대로 되지 않았을 때 마음이 어렵고 불편했을 거야. 그래도 우리가 지나온 모습을 보면 오히려 계획대로 되지 않았기에 일어날 수 있었던 일들이 있어. 돌이켜보면 처음에 세웠던 계획은 ‘나’의 계획이었어. 당사자와 이야기하거나 조정하지 못한, 그저 내가 기대하며 세운 계획. 그렇기에 내 욕심, 고집을 내려놓고 어머님들이 아이들이 즐겁게 활동할 수 있도록 고민하고 행동했어. 계획을 믿기보다, 우리가 이 사업을 통해 이루고자 하는 방향을 믿었더니 잘 마무리되었어.
지금 생각해보면 기존에 복지관에서 했던 활동을 좀 더 사회사업답게 하도록 고민하고, 준비하고, 어머님들께 제안을 많이 드린 것 같아. 회의, 준비 모임 할 때 여태껏 어머님들이 진행하셨던 이야기 여쭈어서 듣고, 이번에는 이렇게 하면 어떨지 제안 드렸어. 처음엔 좋다 하고 어렵다 하신 것도 있고, 그것보단 이렇게 해도 좋을 것 같다며 나에게 제안해주시기도 했지. 아이들과 어머님 사이를 잘 잇고 싶었던 내 마음을 이해 공감해주시고, 바쁘신 와중에도 전화 문자 만남을 부탁하면 흔쾌히 오케이 하셨던 어머님들. 어머님들과 복지관 안팎에서 많은 이야기 나누니 내 마음마저 헤아려주셨어.
또 제안했는데 어려워하셨을 때 어머님들이 하실 수 있는 경계에 관해 이야기했었어. 다른 사람의 한계를 파악하고 그 안에서 잘하실 수 있도록 돕는 일은 생각보다 어려웠지만, 내 의견을 고집하기보다 어머님들 스스로 결정하시고 실천하시도록 돕는 게 더 좋은 과정이었어. 사회사업가와 당사자의 의견이 다를 때 어떻게 대처해야 할지 배울 수 있었던 좋은 경험이었어.
나보다 아이들의 입장 먼저 생각하고 만남을 기대한 어머님, 함께 감사한 마음 나누며 우리 동네 할머니와 인사하는 아이들이 있기에. 아이들에게 우리 동네 할머니와 잘 지내면 좋겠는 마음, 어르신을 존중하는 마음 가르쳐주신 부모님들이 있기에, 각각 아이들 살피며 돕고, 우리 동네 아는 동생들 많아져서 좋다 한 청소년들이 있기에. 2018 선의원두막학교 잘할 수 있었다. 그리고 어려운 마음 힘든 마음 티 내지 않고, 함께하는 순간에 집중한 희연아 정말 수고했다. 나는 네가 자랑스러워.
마지막으로 감사한 일이라면 우리 동료들을 빼놓을 수 없지.
아빠 같은 포근함으로 실습생 마음 헤아리며, 눈과 입을 즐겁게 해주었던 병찬 선생님.
탁구공같이 통통 튀는 매력과 이성적인 판단으로 흔들지 않게 도와주었던 인욱 선생님.
호기심 어린 눈으로 바라보며, ‘나’에 대해 깊이 생각할 수 있도록 도와주었던 재진 선생님.
마음이 힘들고 어려울 때 진심으로 공감해주고 조언해주었던 동현 선생님.
복지관에서 퇴근하는 길 말동무가 되어주며, 지치지 않도록 지지대가 되어준 지영 선생님.
생각지 못한 여러 인연으로 이어지며, 서로 웃음과 지혜를 나누었던 은아 선생님.
매일 아침 복지관 1등으로 출근하며, 사회사업 뜨거운 열정을 가지게 만들어준 미혜 선생님.
아이들을 이해하고 진심으로 다가가려고 노력했던, 생각하는 여자 수현 선생님.
항상 밝은 웃음과 특유의 몸짓으로 실습생들의 분위기를 주도한 분위기 메이커. 수진 선생님.
골목 야영 친구들을 진심으로 사랑하며, 아이와 함께하는 즐거움을 느끼게 해준 혜정 선생님.
뜨거웠던 여름 누구보다 열심히 동네 돌아다니고, 부딪히며 무럭무럭 성장했던 지윤 선생님.
동네에서 주민들과 함께 살아가는 사회사업이 어떤 것임을 알려주신 한미경 관장님, 이가영 과장님, 윤시온 선생님, 윤정아 선생님, 이주희 선생님, 김별 선생님, 강민지 선생님, 김승철 선생님.
사업 시작하고 마무리할 때까지 응원과 기도로 함께 해주신 한덕연 선생님, 김세진 선생님, 김동찬 선생님, 장혜림 교수님, 이시연 교수님, 차유림 교수님, 광환오빠, 순강 오빠, 은상 오빠, 도희언니, 정현 언니, 수용오빠, 다슬 언니, 경화, 신의오빠, 병창오빠, 지현이, 선향이, 신영이, 송희 선생님, 한울 선배, 지은 언니, 유진, 은별, 민지, 서울장신대학교 학생들. 모두 감사합니다. 끝까지 함께해주셨던 선생님들이 있었기에 이번 여름 누구보다 재미있게, 행복하게 활동할 수 있었어요.
매일 아침 맛있는 식사와 피곤할 때 차로 데리러 오시며, 마음이 힘들고 어려울 때마다 딸내미에게 사랑을 아끼지 않으셨던 엄마. 아빠. 할머니. 그리고 설희. 규원 오빠. 모두 고마워요.
나지막한 오르막길. 빼곡한 골목과 빌라. 그사이 숨어있는 빨간 벽돌집. 동네에서 복지관이 어디 있나 보물찾기하듯 찾아다녀야 발견할 수 있는 곳. 선의관악종합사회복지관은 성현동의 보물입니다. 이번 여름 선의관악종합사회복지관에서 인정과 사랑 주고받으며 활동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