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장 한국적인 것이 가장 세계적인 것’ 문화 강국 이끄는 K-콘텐츠의 힘
▶방탄소년단이 4월 9일 미국 라스베이거스 얼리전트 스타디움에서 공연을 펼치고 있다. | 하이브
세계에 활짝 핀 K-콘텐츠 “나는 우리나라가 세계에서 가장 아름다운 나라가 되기를 원한다. (중략) 우리의 부력(富力)은 생활을 풍족히 할 만하고 우리의 강력(强力)은 남의 침략을 막을 만하면 족하다. 오직 한없이 가지고 싶은 것은 ‘높은 문화의 힘’이다. 문화의 힘은 우리 자신을 행복하게 하고 나아가서 남에게 행복을 주기 때문이다.”(김구 선생의 <백범일지> ‘나의 소원’ 중) 김구 선생이 그토록 염원했던 ‘문화 강국’. 2022년 우리나라는 당당히 문화 선진국 대열에 서 있다. 그룹 방탄소년단(BTS) 팬들은 ‘아미’라는 이름으로 세계 각지에서 한류의 힘을 드러내고 있으며 봉준호 감독의 영화 <기생충>은 2020년 우리나라 최초로 아카데미 시상식 4관왕을 차지했고 넷플릭스 오리지널 시리즈 <오징어 게임>은 전 세계적 신드롬을 일으키고 있다. 여기에 K-게임, K-실감콘텐츠, K-푸드, K-패션, K-문학 등 우리나라의 모든 문화가 ‘K-콘텐츠’라는 이름으로 세계 각지에서 사랑받고 있다. 전 세계적으로 열풍을 일으키고 있는 K-콘텐츠의 위상과 전망을 살펴봤다.
▶넷플릭스 오리지널 시리즈 <오징어 게임>
미국 라스베이거스, 한류 체험장으로 변신 “가장 한국적인 것이 가장 세계적인 것이다”라는 말이 요즘처럼 잘 어울리는 때가 또 있을까? 최근 몇 년 사이 우리나라의 다양한 문화가 세계 각지에서 크게 화제가 되는 모습을 텔레비전, 신문 등을 통해 쉽게 볼 수 있다. 2021년 넷플릭스에서 방영된 오리지널 시리즈 <오징어 게임>은 세계를 강타하면서 우리 문화를 널리 알렸다. <오징어 게임>은 넷플릭스 역대 최대 시청 가구 수를 경신하고 있으며 <오징어 게임>에 나왔던 각종 옷은 사람들 사이에서 유니폼처럼 유행했고 ‘달고나 뽑기’, ‘무궁화꽃이 피었습니다’, ‘딱지치기’ 같은 우리 전통놀이는 해외에서 다양한 유행을 일으켰다. 2021년 연말을 결산하는 해외 주요 방송들은 한 해를 장식한 최고의 콘텐츠에 <오징어 게임>을 꼽기도 했다. 미국 NBC방송 <굿바이 2021>에서 참석자들은 <오징어 게임>에 대해 “우리가 번역된 드라마를 보고 빠질 줄을 몰랐다. 배우들의 연기도 대단하고 전에 본 적이 없는 이야기였다”며 “지금 우리가 살고 있는 기이한 시대를 그대로 반영한 것 같았다”고 칭찬했다. 넷플릭스에서 우리나라 드라마가 대단한 인기를 끌자 대형 실시간 재생(스트리밍) 서비스 회사들은 제2의 <오징어 게임>을 찾기 위해 한국 드라마를 물색하고 있다는 후문이다. K-팝의 대표 주자인 방탄소년단은 우리나라 최초로 빌보드 정상을 휩쓸면서 K-팝의 위상을 높이고 있다. 전 세계에 폭발적인 팬덤을 자랑하는 방탄소년단이 콘서트를 하면 세계 각지에서 모여드는 인파에 해당 도시 전체가 마비될 정도다. 4월 8~9일, 15~16일 미국 라스베이거스에서 열린 방탄소년단 콘서트는 26만 석이 순식간에 매진됐고 방탄소년단을 주제로 꾸민 호텔들 역시 일찌감치 예약이 끝나면서 현지에서는 ‘BTS 특수’에 함박웃음을 지었다. 또한 현지 식당들은 방탄소년단 멤버들이 좋아하는 비빔밥, 불고기 같은 한식 메뉴를 선보이는 등 라스베이거스는 ‘한류 문화 체험장’으로 변신해 호황을 누렸다. 영화계의 쾌거 또한 빼놓을 수 없다. 2020년 영화 <기생충>으로 제92회 아카데미 시상식에서 4관왕을 수상한 봉준호 감독은 “가장 개인적인 것이 가장 창의적인 것이다”라고 수상 소감을 밝히며 할리우드의 중심에서 우리나라 사람 최초로 트로피를 높이 들어 올렸다. 이후 봉 감독은 할리우드 유명 배우들이 “차기작에 출연하고 싶다”고 러브콜을 보낼 만큼 주목받고 있으며 현재 유명 할리우드 배우를 주연으로 작품을 준비 중이다. 2021년 상반기에는 영화 <미나리>의 배우 윤여정이 우리나라 최초로 아카데미 시상식에서 여우조연상을 받았다. <미나리>는 미국 제작사가 만든 미국 독립영화로 한국계 미국인 정이삭 감독과 우리나라 배우들이 호흡을 맞췄으며 미국으로 이민 온 한국 가정의 모습을 그리면서 영화계의 높은 평가를 받았다.
▶봉준호 감독의 영화 <기생충>(위), 정이삭 감독의 영화 <미나리>
콘텐츠산업 3대 혁신전략 효과 우리나라의 K-콘텐츠가 세계시장에서 승승장구하는 모습은 구체적인 수치로도 확인할 수 있다. 1월 24일 문화체육관광부가 발표한 자료에 따르면 2020년 콘텐츠산업 수출액이 총 14조 원이 넘는 것으로 나타났다. 수출액은 게임 분야가 가장 컸고 캐릭터, 방송, 지식정보, 음악이 그 뒤를 이었다. 우리나라가 문화 강국으로 자리 잡기까지 정부에서는 어떤 노력과 지원을 했을까? 정부는 2019년부터 ‘콘텐츠산업 3대 혁신전략’을 통해 우리 경제의 새로운 성장동력을 마련하고자 K-콘텐츠를 육성하는 데 집중했다. 콘텐츠산업 3대 혁신전략 첫 번째는 ‘정책적인 금융지원’을 통해 혁신기업들의 도약을 적극 지원하는 것이다. 이를 위해 2022년까지 투자와 융자를 통해 콘텐츠산업에 1조 원 이상 지원하며 콘텐츠 모험투자펀드, 콘텐츠 기업보증을 대폭 늘리고 있다. 3대 혁신전략 두 번째는 ‘선도형 실감콘텐츠’를 육성해 미래의 성장동력을 확보하는 데 주력하는 것이다. 이에 문화관광 실감체험공간 조성 등에 투자하고 5세대 핵심 콘텐츠에 집중 지원하며 가상·증강현실 기기의 핵심 기술 개발과 인재 양성 등에 투자했다. 특히 실감콘텐츠에 대한 정부의 투자는 눈에 띄는 성과를 거두고 있다. 2월 25일 정부는 상상을 현실로 만드는 실감콘텐츠 ‘광화시대’를 공개하면서 우리나라의 실감콘텐츠 기술을 전 세계에 알리는 계기를 만들었다. 광화시대는 역사와 관광의 중심지인 서울 광화문 일대에 증강현실, 인공지능, 3차원 매체예술 등으로 다양한 실감콘텐츠를 구현한 사업이며 국민과 관광객이 우리나라의 문화를 첨단기술로 체험할 수 있었다. 정부가 공개한 실감콘텐츠는 총 8종이었는데 그중 현장 방문형 콘텐츠 3종(광화원, 광화인, 광화전차)은 코로나19로 관람객 수를 제한했음에도 불구하고 공개한 지 한 달여 만에 1만 명 이상이 방문하는 등 높은 인기를 보여주고 있다. 3대 혁신전략 세 번째는 콘텐츠 수출을 종합적으로 지원하는 것이다. 이를 위해 콘텐츠 번역, 온라인마케팅 지원, 한류 연계 소비재 수출, 관광객 유치 강화, 해외 세종학당 한국어교원 파견 확대 등을 지원하고 있다.
디지털 대전환으로 새로운 성장동력 창출 정부는 코로나19 이후 디지털로 한류 열풍을 선도하기 위해 디지털 대전환을 준비하고 있다. 이에 2022년까지 23조 4000억 원, 2025년까지 58조 2000억 원을 투자해 2022년까지 39만 개, 2025년까지 90만 3000개의 일자리를 창출하며 디지털 대전환을 선도한다는 방침을 내놓았다. 이런 디지털 대전환은 데이터(D), 네트워크(N), 인공지능(A) 등 디지털 신기술을 바탕으로 산업 혁신을 견인하고 국가경쟁력을 높이기 위한 전략이며 D.N.A 생태계 강화, 교육 기반시설(인프라) 디지털전환, 비대면 산업 육성, 사회간접자본(SOC) 디지털화 등 4대 분야에서 12개 과제를 추진 중이다. 정부 관계자는 “코로나19 이후 우리나라가 4차 산업혁명과 디지털 대전환이라는 세계적인 흐름 속에서 선도해나갈 수 있도록 새로운 비즈니스 창출에 최선을 다할 방침”이라며 “현장의 목소리를 듣고 민관이 힘을 모아 디지털 뉴딜을 추진해 경제위기 극복과 미래사회 선도를 모두 이루도록 할 것”이라고 밝혔다. 정부의 디지털 대전환 가속화를 위해 과학기술정보통신부는 3월 8일 ‘디지털 혁신기술 확보전략’ 수립을 추진하고 인공지능, 5·6세대(5·6G) 이동통신, 양자산업, 사이버보안, 지능형 반도체, 우주, 첨단 로봇, 가상융합(XR), 고성능 컴퓨팅, 블록체인 기술 등 10대 디지털 분야를 집중 육성할 계획이다. 박윤규 과기정통부 정보통신정책실장은 “앞으로 우리나라의 경제회복과 성장, 국민 삶의 질 제고를 책임질 디지털 대전환을 가속화하기 위해서는 강력한 디지털 기술기반을 마련하는 것이 급선무”라며 “디지털 혁신기술 확보전략을 통해 압도적인 디지털 기술력을 구축해나갈 것”이라고 밝혔다. 한편 문체부는 2022년 업무 계획 보고를 통해 ‘세계를 선도하는 문화 강국과 국민이 체감하는 문화 일상’을 만들겠다는 목표를 제시하고 문화콘텐츠 분야에서 기술혁신을 통해 디지털 뉴딜의 성과를 확산할 방침이다. 이를 위해 문화·체육·관광 분야의 연구개발 투자를 2021년 1139억 원에서 2022년에는 1323억 원으로 늘린다. 황희 문체부 장관은 “문화의 힘으로 대한민국의 위상이 더욱 높아졌지만 문화·체육·관광업계 종사자와 국민의 일상은 아직 회복되지 못한 현실이 안타깝다”며 “국민의 문화 일상이 조속히 회복될 수 있도록 모든 역량을 다하겠다”고 강조했다.
김민주 기자
2020년 콘텐츠 수출액 16.3% 늘어 14조 원 돌파 문화체육관광부가 2022년 1월 24일 발표한 ‘2020년 콘텐츠산업조사’ 결과에 따르면 2020년 콘텐츠산업 수출액은 119억 2428만 달러(약 14조 2000억 원)로 집계됐다. 이는 2019년 102억 5388만 달러보다 16.3% 증가한 수치로 2020년 총수출액이 2019년보다 5.5% 감소한 것을 감안하면 상당한 성과다. 특히 글로벌 플랫폼을 통해 콘텐츠산업 수출액이 크게 증가했다. 분야별 수출 증가율을 살펴보면 출판이 61.1%로 가장 높았고, 영화 43.0%, 만화 36.3%, 방송 28.5%, 게임 23.1% 등이 뒤를 이었다. 수출액 규모는 게임산업이 81억 9356만 달러로 가장 컸으며 그다음으로 캐릭터(7억 1581만 달러), 방송(6억 9279만 달러), 지식정보(6억 9199만 달러), 음악(6억 7963만 달러) 순으로 조사됐다. 2020년 콘텐츠산업 매출액은 128조 2870억 원으로 2019년 126조 7123억 원 대비 1.2% 늘었다. 특히 2020년은 코로나19의 영향으로 비대면 온라인 문화콘텐츠 수요가 늘면서 디지털 유통 기반의 게임(21.3%)과 만화(14.7%) 분야에서 높은 증가율을 보였다. 반면 코로나19로 영화관, 공연장 등 대면 현장 영업이 제한되면서 영화, 애니메이션, 음악 분야 매출은 줄었다. 매출액 규모는 방송 분야가 21조 9647억 원으로 가장 컸으며 그다음으로 출판(21조 6488억 원), 지식정보(19조 3734억 원), 게임(18조 8855억 원), 광고(17조 4218억 원) 순으로 조사됐다. 2020 콘텐츠산업조사는 문체부가 출판, 만화, 음악, 애니메이션, 광고, 캐릭터, 지식정보, 콘텐츠솔루션 등 8개 산업 사업체를 대상으로 조사한 결과와 한국콘텐츠진흥원, 영화진흥위원회, 정보통신정책연구원 등 3개 기관이 각각 게임, 영화, 방송산업을 조사한 결과를 인용해 집계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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