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행이 무척이나 그리울 때가 있다. 하늘이 유난히 파랗게 보일 때가 그렇고, 흘러간 노래에 옛 추억이 떠오를 때가 그렇다. 여행이 그리워지면 난 조용히 가방을 싼다. 중국 북경에서 산 짝퉁 백팩에 사진기며, 다이어리며, 혹시나 필요할지 모를 것만 빼고 전부 집어 넣는다. 그리고 떠난다. 떠나는 곳은 언제나 정해져있다. 바로 방콕 카오산, 흔히 배낭여행자 천국이라 불리는 곳이다.
여행이 그리울 때 카오산으로 떠나는 이유는 간단하다. 여행을 특별히 준비하지 않아도 되기 때문. 여행자를 위한 숙소, 여행자를 위한 식당, 여행자를 위한 여행, 그리고 여행자를 위한 말동무까지, 카오산에는 여행자를 위한 모든 것이 있다.
여행자 천국 카오산이란 명칭은 원래 일개 거리 이름에서 시작되었다. 과거 카오산로드라 불리는 거리에 여행자를 위한 숙소와 여행사가 들어서면서, 미국과 유럽의 배낭여행자에게 인기를 끌었던 것이 시초. 언제부턴가 태국 여행, 나아가 동남아 여행의 중심지로 거듭 태어나게 되었고, 지금은 매년 세계 곳곳에서 수많은 배낭여행자가 몰려들고 있다.
카오산, 동남아시아 여행의 시작!
태국 방콕은 동남아 여행의 출발지 같은 곳이다. 미얀마, 캄보디아, 라오스, 그리고 말레이시아 등과 국경을 접하고 있으며, 중국, 베트남, 인도네시아, 싱가폴 등과는 국가 하나를 사이에 두고 있다. 여러 국가와 인접해 있어 여러 국가로의 접근이 용이하다. 카오산에도 이렇게 인접 국가로 떠나는 여행자를 위해 다양한 상품을 갖추고 있다. 육로를 이용해 캄보디아 앙코르왓까지 이동하는 상품에서부터, 오리엔트특급을 이용한 말레이시아 여행까지 다양한 여행상품이 있다. 특별히 어디를 가야할지 모를 경우, 무조건 방콕 카오산에 가야만 하는 이유도 바로 여기에 있다.
카오산에서는 국외뿐만 아니라 국내 여러 지역으로의 이동도 편리하다. 원시삼림에서 소수민족과 함께 숙박하는 프로그램으로 유명한 태국 제2의 도시 치앙마이, 고대문명 유적이 그대로 남아 있는 아유타야와 쑤코타이, 그리고 꼬 사무이나 푸켓 등 리조트가 밀집한 남부지역으로의 이동 등도 편리하다. 여행자를 위한 투어버스나 버스와 페리가 결합된 조인트 티켓 하나면 태국 전지역으로 이동이 가능한 곳이 바로 카오산이다.
똠얌꿍에서 파스타까지, 세계 요리가 한자리에
카오산에서는 태국 음식뿐만 아니라 세계 각국 먹거리를 맛볼 수 있다. 태국식 김치찌게인 깽쏨으로 유명한 어퍼스트로피 에스(aphostrophy s), 조개껍데기 등으로 장식한 테이블이 독특한 조이럭 클럽, 그리고 카오산 윗길인 람부뜨리 일대의 노점식당 등이 내가 자주 가던 곳이다. 또한, 카레 볶음밥인 비리야니나 고기가 들어간 밀전병 부침인 로띠가 맛있는 인도요리 전문점 로띠 마타바(Roti Mataba), 면 위에 토핑을 올리고 특제 간장소스와 마요네즈를 뿌려 먹는 히야시추카가 맛있는 미스터 렉 라면, 화교가 운영하는 갈비국수 전문점, 그리고 이스라엘 요리 전문점 사라(Sarah Restaurant), 채식전문 식당인 베지테리언(Vegetarian Restaurant), 이탈리아 식당인 라 카사(La Casa) 등이 카오산에 있다.
물론, 카오산에서는 매 끼를 식당에서 먹을 필요는 없다. 카오산 곳곳에 있는 노점에서 다양한 음식을 저렴하게 맛볼 수 있기 때문. 양념이 진하게 벤 족발을 잘라 밥위에 올려 주는 족발덥밥 카우 카 무, 삶은 닭 가슴살을 밥 위에 올려 달콤한 소스를 뿌려 먹는 카우 만 까이, 그리고 쌀국수인 꿰이 띠오 남 등이 노점에서 맛볼 수 있는 음식이다. 또한, 길거리에서 파는 과일이나 태국식 볶음국수인 팟 타이 등도 저렴하게 맛볼 수 있다.
헤나, 레게머리, 그리고 일탈?
사진 다양한 배낭자가 모이는 곳 답게, 거리에서 만나는 이들도 모두 제각각이다. 히피풍으로 길게 머리를 꼰 70대 여행자를 만난 곳도 카오산이고, 터키인으로 영국에 살면서 태국으로 여행온 알리를 만난 곳도 카오산이다. 또한, 저글링을 가르쳐준 태국인 톳, 한국어 공부중인 대학생 얌, 사진 찍히는 것을 좋아하는 예비모델 써니를 만난 곳도 카오산이다.
카오산에서 만난 사람들의 공통점이라면? 여행을 사랑한다는 것, 그리고 일탈을 꿈꾼다는 것이 아닐까? 평상시 멋진 양복에 고급 구두를 신었던 직장인이, 이곳에만 오면 길거리에서 레게파마를 하거나, 노점 좌판에서 일회용 헤나를 구입해 붙인다. 그리고 저녁이면 전세계에서 몰려든 배낭여행자와 함께 시원한 맥주 한 잔 걸치며 인생과 여행에 대해 밤새 이야기 꽃을 피울 수 있는 곳. 히피 그리고 자유스러움 등으로 상징되는 배낭여행자 정신을 확인할 수 있는 곳이 바로 카오산이다.
카오산을 즐기는 몇가지 방법!
카오산에서는 아침을 즐기자. 이른 아침 카오산은 정적 그 자체. 하지만, 카오산 인근 시장에는 새벽을 여는 현지인들로 언제나 붐빈다. 아침을 먹기 위해 들른 학생, 황색 가사를 둘러쓰고 아침 보시에 나선 승려, 그리고 물건 팔기에 여념없는 상인들과 어울리다보면 해는 벌써 중천이다.
기념품을 사는 것도 카오산을 즐기는 방법중 하나다. 고운 색지로 둘러져있어 따사로운 느낌의 불빛을 내는 조명기구, 행운을 가져다준다는 흰 코기리가 새겨진 티셔츠, 그리고 마음을 진정시키는 효과가 있는 아로마용품 등 카오산에서 구입할 수 있는 제품은 다양하다.
낯선 사람에게 말걸기. 사실, 여행만큼 친구 만들기 쉬운 환경도 드물다. 특별한 인연이 아니더라도 투어에 함께 참여했다거나 옆자리에서 식사를 했다는 것 만으로도 충분히 친구가 될 수 있다. 특히, 카오산에서는 많은 배낭여행자가 방문하는 곳답게 세계 각국의 친구를 사귈 수 있는 곳이다. 필요한 것은 말걸기 위한 용기뿐.
자, 준비되셨나요!
여행TIP
한국에서 출발한 비행기가 도착하는 곳은 태국 방콕의 국제공항인 쑤완나품. 방콕 시내에서 동쪽으로 약 30km 떨어진 쑤완나품공항, 공항에서 카오산까지 이동하는 방법은 3가지다.
택시는 입국장(2층) 밖에 마련된 전용 승강장을 이용한다. 카오산까지의 요금은 공항택시 이용료(50밧), 고속도로 이용료(25밧+40밧) 등을 포함해 약400밧 정도 나온다.
공항버스를 이용할 경우 공항 1층 왼쪽 끝에서 A2번을 이용하자. 공항에서 출발한 버스는 전승 기념탑, 로얄프린스 호텔, 그리고 민주 기념탑을 지나 카오산 앞에 정차한다. 요금은 1인 150밧
일반버스를 이용할 경우 우선 공항 셔틀버스를 이용해 버스터미널로 이동한다. 여기서 556번 버스가 카오산 인근의 랏차담넌 거리까지 운행된다. 요금 35밧