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득 바다가 그리워질때가 있다.
동해와 서해도 좋지만 한반도에서 가장 먼 바다라고 하는 남해와 마주하고 싶어질 때.
익숙하지 않은 바다를 상상하면서
주저없이 짐을 챙기고 호텔을 예약하고 급히 떠날 준비를 한다.
목적지는 여수.
한번도 간 적 없는 도시의 모습을 상상하는 것만으로도 여행의 설렘이 충분해진다.
세종에서 여수까지는 약 3시간.
넉넉잡아 4시간 정도가 걸린다고 생각하면 된다.
충청도와 전라도의 많은 풍경을 지나쳐 도착한 시간은 2시.
예약해둔 호텔은 3시에 체크아웃이라 어딘가에서 좀 서성거리기로 마음 먹는다.
여수는 인구 280만의 중소도시다.
여수 세계박람회와 더불어 버스커버스커의 '여수 밤바다'라는 노래의 효과로
관광지로서의 유명세를 톡톡히 하고 있다.
남해안 중앙의 여수반도에 위치한 여수.
동쪽은 경남 남해군과 바다를 사이에 두고 접해있으며
서쪽은 순천만을 끼고 있고, 아래엔 고흥반도를 경계에 두고 있어 관광지로서의 지리적 위치도 완벽하다.
해안선 총 길이는 905.87km...
다양한 섬이 약 300개나 부속으로 속해있다.
먼저 여수에서 가장 유명하다 알려진 '여수 해양 케이블카'를 타러 갔다.
케이블카는 바다를 가르는 형태로 구성되어 있는데 매년 관광객이 찾는 명소로 자리매김했다.
그런데 아뿔싸, 이날은 4월 말인데도 불구하고 갑자기 강풍이 너무 불어
케이블카가 운행이 중지되기에 이르렀다.
이렇게 운이 나쁠 수가...
우리는 눈물을 머금고, 주린 배를 채우기 위해 근처 식당에 자리를 잡았다.
케이블카 타는 곳 아래에 위치한 '여수해상맛집'.
이 곳엔 카페와 더불어 식당이 몇군데 형성되어 있어 시내쪽으로 굳이 나가지 않아도 식사를 해결할 수 있어 좋다.
<갈치조림>
기대없이 시켰던 음식 메뉴는 갈치조림과 멍게 비빔밥.
바다에 왔으니 바다 냄새가 가득한 음식을 맛봐야지.
두툼한 갈치에 더 두툼한 무가 썰려져 함께 조려져 나온다.
맛은 일반 갈치조림보다는 카레가 조금 섞여진 맛이다.
멍게 비빔밥에도 신선한 멍게가 꽤 먹음직하게 올려져있다.
초장을 듬뿍 넣어 썩썩 - 비벼먹는다.
그리고 여수에서 음식만 시켰다고 하면 나온다는 '돌산 갓김치'
갓김치는 전라도 지방에서는 빼놓을 수 없는 밑반찬으로
매콤하면서도 쌉싸름한 맛과 향기가 식욕을 돋구는 별미 반찬이다.
특히 돌산 갓김치는 그 맛이 좋기로 유명하다.
돌산은 여수의 남쪽에 있는 섬으로 다리로 연결되어 있는데
이 곳은 여행 명소로도 유명하지만 갓김치 덕에 더 유명해졌다.
정말 기대하지 않았던 이 곳의 음식은 꽤 맛있었다.
주인분의 넉넉한 인심에, 돌게장이 서비스로 나왔는데
이 것 또한 전혀 비리지 않고 야들야들한 맛이 일품이었다.
밥을 먹고 계산을 하고 나오니 타이밍이 좋게도 강풍이 줄어들었다는 방송이 나오고.
우리는 신이나서 케이블카 탑승장으로 향한다.
케이블카는 왕복 대인 15천원. 소인 11천원이다.
그리고 아래가 투명한 유리는 대인 2만 2천원.
꽤 고가에 형성되어 있다.
우리는 짜릿한 맛을 느끼기 위해 조금 비싸더라도 아래가 뚫린 크리스탈을 선택한다!
유유히, 또 천천히 흐르는 케이블카.
여수해상케이블카는 바다 위를 지나 섬과 육지를 연결하는
국내 최초의 해상케이블카다.
이 곳 설명에 따르면, 아시아에서는 홍콩, 싱가폴, 베트남에 이어
네번째로 바다 위를 통과하는 해상 케이블카다.
크리스탈 15대, 일반 캐빈 35대, 총 50대의 케이블카가 운영중이다.
바다위를 통과하는 해상케이블카는
바람을 가르는 짜릿한 스릴감과 함께 아름다운 바다와 하늘을 온몸으로 느낄 수 있다.
직접 타본 크리스탈 케이블카는
여수 바다를 지날때
강풍이 불어 더 짜릿한 맛을 느낄 수 있었다.
곳곳에 여수의 아름다운 풍경이 펼쳐진다.
유유히 떠가는 배며, 색색으로 물들인 작은 집의 지붕들...
<돌산대교>
특히 1984년에 준공된 돌산대교는 그 위용이 굉장했다.
길이 450미터에 너비 11미터, 높이 62미터인 돌산대교는 여수와 돌산을 상징하는 마스코트로,
그 옆에는 왜군의 침략을 막기 위해 수중에 성을 쌓은 장군도가 존재한다.
사진에서는 오른쪽 아래에 돌로 성을 쌓은 모습이 보인다.
바다와 어우러진 색색의 와이어를 보고 있으니 여행왔다는 기쁨을 충분히 느끼게 만들어 준다.
이 날은 운 좋게도 미세먼지 하나 없이 청명해서
투명한 여수의 모습을 충분히 느낄 수 있었다.
여수 시내를 지나 이제 케이블카에 내린다.
편도 코스가 끝난 것.
하지만 내렸다고 해서 끝난게 끝난것이 아니다.
케이블카에 내리면 멀리 보이는 다양한 섬들과
휴양지에 놀러온 기분을 한껏 낼 수 있는 다양한 시설이 마련되어 있는 것.
길을 따라 계속 내려가다 보면
여수에 왔다갔음을 증명할 수 있는 비밀의 장소가 나온다.
바로 카페와 연결된 누각!
이 곳에는 여수의 아름다운 바다를 한눈에 내려다보고
차나 커피를 마시고 또 담소를 나눌 수 있게 되어있다.
또한 나무에 자신의 이름을 새겨
바다 가까이 매달 수 있도록 되어있는데, 이게 생각보다 운치있다.
나무는 근처 카페에서 5000원에 판매되고 있다.
나도 아이와 함께 하트 나무를 사서
아이의 이름과 여수의 풍경을 그려 넣는다.
아이가 이렇게 엄마 아빠와 함께하는 시간이 즐거운지
연신 방긋방긋 눈 웃음을 짓는다.
아이와 함께 완성한 나무를 이 곳 어딘가에 매단다.
이미 이 곳은 다른 사람들이 매달고 간 나무들로 장사진을 이루고 있어
어디에 매달지 고민하는 것도 일이다.
다행이 이 나무들은 서울 남산타워의 열쇠고리보다는 덜 무겁고
또 자연과 함께 썩거나 떨어져 자연친화적으로 이용가능하다는 장점이 있다.
다시 케이블카를 타고 돌아가는 길.
아름다운 여수의 바다와 풍경을 바라보며
첫 여수여행의 시작을 풍성하게 장식한다.
<2편이 이어집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