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명탈핵 실트로드 방문기 38 - 이스탄불까지 기차 이동

[무심거사]

8/6 (화)

오늘은 앙카라에서 이스탄불까지 450km 거리를 기차로 이동하는 날이다.

<그림38가> 앙카라에서 이스탄불까지 기차 여행

우리는 오전 9시 40분에 앙카라역을 출발하는 기차를 타기 위해 지하철로 이동하였다. 역에 도착하여 우리는 터키 남부의 항구 도시 안탈리아에서 온 나이가 30세인 터키 청년(Mr. Berker Ekmekci)을 만났다. 이 청년은 로자씨가 인도에서 SNS를 통하여 알게 된 친구인데, 원래 고향은 트라브존이다. 트라브존은 터키의 북쪽 해안에 있는 항구도시로서 흑해에 면해 있다. 이 친구는 인도에서 디자이너로 일하고 있는데, 휴가를 내어 고향에 왔다가 우리를 만나기 위하여 앙카라로 왔다.

<그림38나> 체르노빌 원전 사고의 피해자 Mr. Berker Ekmekci

이 친구가 우리에게 특별한 것은 그가 1986년 체르노빌(당시는 소련 영토, 지금은 우크라이나 공화국에 속함)에서 발생한 원전 사고의 피해자이기 때문이다. 체르노빌에서 퍼져 나오는 방사능은 계속해서 주변의 공기와 물과 흙을 모두 오염시키고 있는데, 오염된 물은 강으로 흘러들고 강은 흑해로 흘러들어 흑해가 방사능으로 오염된 것이다. 그는 체르노빌 사고 이후 태어났는데, 그의 어머니와 그는 모두 암이 발생하여 평생 암과 투쟁을 하면서 살고 있다고 한다. 그가 자기의 이야기를 영어로 기록하여 병산에게 보낸 전자메일은 한글과 일본어로 번역하여 아래 주소에 실려 있다. 관심 있는 독자는 자세한 내용을 확인하기 바란다.

http://m.cafe.daum.net/earthlifesilkroad/hmob/162?svc=cafeapp

<그림38다> 원전 사고가 난 체르노빌의 위치 (붉은 점)

흑해의 방사능 오염에도 불구하고 터키 정부는 2010년에 러시아의 국영 원자력에너지사와 계약을 맺고 현재 원전 3기를 아큐유에 건설 중인데, 2023년에 가동할 예정이다. 일본과 한국은 터키의 시노프 제2 원전 건설 수주를 두고 경쟁하였는데, 일본이 2013년에 수주에 성공하였다. 그러나 후쿠시마 원전 사고 이후 원전 안전 대책이 강화되면서 건설 비용이 2배로 늘어나자 일본 정부와 미쓰비시 중공업은 2019년 초에 사업을 포기하였다. 터키는 오랫 동안 권위주의 정부가 계속되어 우리나라나 유럽처럼 환경 단체가 탈원전 목소리를 제대로 내지 못하는 것 같다. 탈원전을 위해서는 깨어있는 시민 단체가 어느 나라에서도 매우 중요한데, 안타까운 일이다.

우리가 탄 기차는 기차는 내부 시설이 좋고 쾌적한 고속열차이었다. 기차는 앙카라역을 9시 40분에 출발하여 계속해서 서쪽으로 달려갔다. 2시간쯤 달리니 주변 풍경이 변하였다. 들에 작물이 보이고 산에는 숲이 보이기 시작하였다. 3시간 쯤 달리니 밭과 숲에 둘러싸인 마을들이 자주 나타났다. 고도계를 살펴보니 해발 100m이다. 기차는 아나톨리아 고원을 지나 평야 지대를 지나가고 있다.

<그림38라> 이스탄불로 가는 차창 밖 풍경

기차 안에서 나는 줄곧 안사리의 책을 흥미있게 읽었다. 오랫 동안 이슬람 세계에 비해 낙후되었던 유럽이 세계사의 주역으로 발전한 가장 중요한 원인은 산업혁명이다. 유럽에서 산업혁명은 증기 기관부터 시작하여 1800년 전후에 부산하게 이어진 여러 가지 발명 덕분이다. 새로운 발명이 언제나 성공하여 사회를 변화시키는 것은 아니다. 발명을 받아들이는 사회적 맥락이 더 중요하게 작용한다. 안사리는 증기기관을 예로 들었다.

놀랍게도 증기기관은 서양에서 나타나기 300년 전에 이미 이슬람 세계에서 발명되었지만 이슬람 사회를 변화시키지 못하였다고 한다. 한 무명의 기술자가 발명한 증기기관은 쇠꼬챙이를 돌리는 동력으로 이용되어 부자의 잔치에서 양 한 마리를 통째로 더 효과적으로 구울 수 있게 해주었다. 이 장치에 대한 묘사가 1551년 튀르크 기술자가 쓴 책에 나온다. 하지만 쇠꼬챙이 이후로 그 장치의 응용법을 아무도 개발하지 않았고 증기 기관은 그냥 잊혀져버렸다.

왜 무슬림 발명가들은 증기 동력으로 물건을 대량 생산하는 장치를 만들 생각을 하지 않았을까? 안사리의 설명에 의하면 그 이유는 이슬람 세계에서는 수백만 명의 장인이 수공으로 만들어서 효율적인 교역망을 통해 유통되는 소비재가 넘치는 사회에 살고 있었기 때문이다. 무슬림 발명가들은 상류층을 위해 일했는데, 상류층 사람들은 필요한 모든 물건을 이미 소유했으며 대량 생산의 필요성을 느낄 수가 없었다. “필요는 발명의 어머니”라는 말이 있지만, 이슬람 사회에서는 발명을 대량생산 도구로 연결할 필요가 없는 그런 사회였다는 것이다. 마크 엘빈이라는 역사가의 표현에 의하면 이슬람 사회는 너무 잘 굴러가서 ‘높은 수준의 평형 상태라는 덫’에 빠져 있었다는 것이다. 요즘의 표현을 빌자면 이슬람 세계가 ‘성공의 저주’에 빠졌다는 뜻으로 해석된다. 아무튼 안사리의 견해는 매우 흥미로웠으며 보다 더 연구해 볼 가치가 있다고 본다.

기차는 4시간 반을 달려서 이스탄불 역에 오후 2시 15분에 도착하였다. 이번 여행의 최종 목적지인 이스탄불을 인터넷에서 검색해 보니 다음과 같은 설명이 나온다.

이스탄불은 인구 14,657,000명 (2015년 추계) 면적 1,538.8㎢ 로서 터키에서 제일로 큰 도시이다. 보스포루스 해협 양쪽으로 도시가 발달되어 있는데, 동쪽은 아시아 그리고 서쪽은 유럽으로 간주된다. 유럽 지구에 전체주민의 3/4 이상이 거주하며, 주요 상사·호텔·사무실 등이 집결되어 있다.

BC 8세기에 그리스인들이 비잔티움이라는 이름으로 이곳에 처음 도시를 건설했다. 그 후 서기 330년 로마 제국의 콘스탄티누스 1세가 이 도시를 수도로 채택하면서 콘스탄티노플이라고 개칭되었다. 395년 동서 로마가 분할되었고 476년 서로마 제국이 멸망한 이후에는 콘스탄틴노플을 수도로 하는 동로마 제국을 비잔틴 제국이라고도 부른다. 1203년 제4차 십자군에게 점령당해 로마 가톨릭 지배 하로 들어갔다가 1261년 다시 비잔틴 제국의 지배를 받게 되었다. 오스만 제국의 메흐메트 2세가 1453년에 이 도시를 점령하여 동로마 제국을 멸망시키고 도시의 이름을 이스탄불로 바꾸고 오스만 투르크 제국의 새 수도로 삼았다. 1923년 터키 공화국이 수립되면서 수도가 앙카라로 옮겨졌으나 이스탄불은 상공업의 중심지로서 중요한 역할을 담당하고 있다. 이스탄불은 역사적인 유적이 많고 동양과 서양의 문화가 어울려 있는 독특한 도시이다. 프랑스의 파리와 함께 여행자들이 뽑은 여행하기 좋은 도시로서 쌍벽을 이룬다. 어느 여행 작가는 이스탄불을 “40대 중반의 요염하고 가장 매력적인 여인과 같은 분위기를 풍기는 신비한 도시”리고 표현했다.

 <그림38마> 여행하기 좋은 도시 이스탄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