군사분야 진출을 꿈꾸는 개인용 비행기(PAV)
작성일: 2020-11-11 10:47:18
미국 PAV 시장을 지원하려는 미 공군의 어질리티 프라임
군사분야 진출을 꿈꾸는 개인용 비행기(PAV)
최현호 군사커뮤니티 밀리돔 운영자/국방칼럼니스트
현대의 도시는 점점 거대해지고, 도로 위주의 교통망은 포화상태에 이르렀다. 이를 해결하려면 비어 있는 하늘을 사용해야 한다. 하지만, 비행기와 헬리콥터는 활주로가 필요하고, 소음이 크기 때문에 도심에서 사용하기 어렵다. 이런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전기 모터로 움직이는 저소음의 수직이착륙이 가능한 PAV가 주목받고 있다. 단순히 도심과 외부를 이어주는 교통수단의 역할 외에, 침투, 정찰, 환자수송 등 군사적 용도도 주목받으면서 미 공군이 도입에 주도적으로 나서고 있다. 개발 경쟁이 일고 있는 PAV, 그리고 미 공군의 어질리티 프라임 프로그램을 소개한다.
[그림 1] 한화시스템이 개발을 선언한 버터플라이 PAV
• 개인용 비행기, PAV
개인용 비행기(Personal Air Vehicle, 이하 PAV) 개발 붐이 일고 있다. PAV란 무인기(UAV) 기술을 발전 시켜 비행기를 개인 교통수단으로 발전시킨 개인용 비행체를 말한다.
지상의 도로는 자동차가 늘어나면서 혼잡해졌고, 3차원 공간인 하늘을 나는 비행기는 공항이 필요한 관계로 누구나 어디서나 탈 수 있는 교통수단이 아니다. 하지만, 비행기가 자동차처럼 작아지고 어디서나 뜨고 내릴 수 있다면, 언제 어디서나 이용할 수 있을 것이라는 아이디어가 생겨났다.
자동차와 비행기를 합치려는 생각은 20세기 초반부터 있었다. 평상시에는 도로를 달리다가 필요할 때 비행하기 때문에 플라잉 카Flying Car로 불렸다. 자동차와 비행기 모두 다룰 줄 알아야만 이용할 수 있었고, 자동차에 비행을 위한 날개 등을 붙이는 등의 개조가 필요했다. 무엇보다 이륙에 긴 활주로가 필요했다.
[그림 2] 자동차로 쓰다가 비행용 구조물을 붙이는 방식의 1950년대 플라잉 카
PAV는 플라잉 카와 달리 하늘만 난다. PAV라는 용어는 2003년 항공 차량 시스템 프로그램Aeronautics Vehicle Systems Program의 일부로 개인용 항공기 부문 프로젝트Personal Air Vehicle Sector Project를 만든 미항공우주국(NASA)에서 사용하기 시작했다.
나사는 이 프로젝트를 통해 일반인이 운전면허만으로도 운전할 수 있도록 하는 개인용 비행기를 만들려 했다. PAV는 일부에서 승객이 탑승하는 드론이라 하여 ‘승객용 드론Passenger Drone’으로 불리기도 한다.
PAV와 연관되는 것으로 전기 동력 수직 이착륙기(eVTOL)와 도심 항공 모빌리티(Urban Air Mobility, 이하 UAM)가 있다. eVTOL은 배터리, 하이브리드, 수소연료 전지 등 다양한 전기 동력원을 사용하여 수직 이착륙하는 항공기를 일컫는다. 로터를 돌리는데 전기 모터를 사용하기 때문에 엔진 소음이 없다는 장점이 있으며, 환경보호를 위해 이산화탄소 배출을 최소화 할 수 있어 현재 개발중인 PAV는 대부분 eVTOL로 개발되고 있다.
[그림 3] 다양한 종류의 eVTOL들
eVTOL의 형태도 다양한데, 크게 멀티콥터Multicopter형, 틸트 윙Tilt Wing형, 틸트 로터Tilt Rotor형, 틸트 팬 Tilt Fan형, 그리고 복합Hybrid형으로 구분된다. 멀티콥터Multicopter형은 멀티로터Multi Rotor형으로도 불리는데, 동체 또는 동체에 연결된 구조물에 2개 이상의 로터가 달려 있어 이를 이용하여 이착륙과 이동을 하는 형태다. 주익이 없는 형태로, 비행속도가 느려 도심 내 단거리 이동에 적합하다.
틸트 윙형은 추진 로터가 붙어 있는 날개가 이착륙 시에는 위로 향하고, 비행시에는 앞으로 향하도록 움직이는 방식이다. 틸트 로터와 틸트 팬은 날개는 고정 되고 추진에 사용하는 로터와 팬(덕티드팬)만 움직이는 방식이다. 복합형은 이착륙할 때는 수직 방향 로터를 사용하고, 전진할 때는 전방 프로펠러 또는 후방 푸셔 프로펠러를 사용하는 방식이다. 이 방식은 비행 속도가 빨라 장거리 비행에 적합하다.
UAM은 운용될 도심에서 승객과 화물을 수송하는 항공 교통 산업 전반을 말하는 것으로 PAV를 포함하는 더 넓은 개념이다. UAM에서 중요한 것으로 PAV가 뜨고 내릴 수 있는 장소가 있는데, 일반적으로 수직이착륙이 가능한 소규모 공항이라는 뜻에서 버티포트Vertiport라고 부르며, 허브Hub로 불리기도 한다.
[그림 4] PAV를 포함한 항공 교통 산업 전반을 뜻하는 UAM
PAV 개발과 UAM 구축에 대한 관심이 커지는 것은 현재의 도로와 차량 위주의 도심 교통 체계로는 늘어나는 교통량을 감당할 수 없기 때문이다. 그러나 기존의 교통수단을 대체하는 것도 아니다. 자동차와 지하철 등 지상 교통 체계와 PAV를 연결하여 UAM을 구축함으로써 교통 체증과 환경오염을 줄일 수 있다는 점이 부각되고 있다.
[그림 5] eVTOL의 구동 형태별 구분
PAV를 기반으로 하는 UAM 시장도 폭발적 성장세가 예상되고 있다. 포르쉐 컨설팅Porsche-Consulting은 eVTOL이 헬기에 비하여 4배 조용하며, 15배 신뢰성이 높고, 2배 안전하며, 10배 이상 가격이 저렴하다고 주장했다. 이런 경제성과 안전성 등을 기반으로 eVTOL 시장만 2035년까지 23,000대, 시장 규모는 320억 달러에 달할 것으로 전망했다.
[그림 6] 기존 도로망과 하늘을 이용한 이동 비교
모건스텐리는 2018년 분석에서 관련 시장이 2040년까지 최대 1조 5,000억 달러에 이를 것으로 전망했다. 여행 분야가 8,510억 달러로 가장 규모가 크고, 그 다음으로 화물 운송 분야가 4,130억 달러, 배터리 및 자율주행 제어 솔루션 시장에서 1,980억 달러, 그리고 군사 및 국방 분야도 120억 달러에 이를 것으로 전망했다.
• 치열한 개발 경쟁
PAV를 포함하는 UAM이 교통 문제를 해결할 대안으로 주목받고 있기 때문에 많은 업체가 개발에 뛰어들고 있다. PAV 개발은 항공, 자동차, 정보통신기술, 인공지능 등 다양한 기술이 융합되어야 하므로, 여러 업체가 연합하는 형태로 추진되거나 대기업이 주도하고 있다.
PAV에 대한 업계의 관심은 업체 자체 홍보 외에도 중국 드론 업체 이항이 2016년 1월 세계 가전 전시회 CES에 1인용 드론 택시 이항 184를 선보이고, 현대 자동차가 2020년 1월 CES에 SA-1이라는 컨셉을 선보이는 등 여러 움직임에서도 알 수 있다.
[그림 7] 중국 드론업체 이항이 선보인 PAV
2020년 5월까지 PAV 개발에 나섰다고 알려진 업체는 260개가 넘는 것으로 알려졌다. 여기에는 우버, 에어버스, 보잉, 아우디, 다임러, 도요타 등 글로벌 대기업들과 세계 각국의 스타트업이 포함된다.
PAV 시대를 준비하는 것은 외국 업체만이 아니다. 우리 업체와 정부 기관도 4차 산업혁명 시대의 핵심 화두가 될 PAV와 UAM을 준비하고 있다.
[그림 8] 보잉이 선보인 PAV 모델
우선 업체 차원에서는 한화시스템이 2019년 7월 PAV 사업 진출을 선언했고, 미국 오버에어사와 함께 버터플라이라는 PAV를 개발하고 있다. 또한 고효율 저소음 PAV 개발에 필요한 기술을 위해 미국 업체에 투자를 결정하기도 했다.
현대자동차도 2019년 9월 UAM 사업부를 출범시켰고, 세계적인 차량 공유 서비스 업체 우버와 협력하여 2020년 CES에 출품한 SA-1을 개발했다.
[그림 9] 현대자동차가 우버와 함께 선보일 SA-1
정부도 PAV와 UAM 개발에서 선도적인 역할을 하고 있다. 2019년 9월, 산업통상자원부와 국토교통 부는 ‘드론택시 등 신개념 항공교통수단으로 활용될 PAV 개발 및 교통산업 활성화 등을 위한 민관 합동 발전 전략 협의체’를 구축·운영한다고 발표했다.
발전 전략 협의체에는 자동차, 항공, 배터리, 전기· 전자, 교통서비스, 정비·인프라 및 부대 산업 등 다양한 분야의 산업계, 학계, 연구계가 참여한다. 그리고 두 정부 부처가 협력하여 기술개발과 안전·교통관리 등을 동시에 추진해 시행착오를 줄여 나감으로써 국내에 서비스 도입과 세계시장 진출 촉진을 유도할 것으로 기대된다.
두 부처는 2019년 4월부터 2023년 12월까지 480억 원을 투자하는 자율비행 개인항공기OPPAV Optionally Piloted PAV 개발사업도 공동 연구개발(R&D) 과제로 추진한다. 이 연구개발의 최종 목표는 분산전기추진시스템 및 자동·자율비행 기술검증을 위한 순항속도 200km/h 이상, 1인승급 수직이착륙 방식의 유·무인 겸용 개인용 항공기 시제기 및 지상 장비 개발로 잡고 있다.
[그림 10] 산업통상자원부와 국토교통부가 공동 개발할 OPPAV 시제품 이미지
개발될 비행체는 유상하중 100kg 이상, 순항속도 200km/h 이상, 비행거리 50km 이상, 소음 수준 72dBA 이하를 목표로 하고 있다. 개발에는 형상 설계 등을 담당할 한국항공우주산업, 분산 전기추진 장치를 담당할 현대자동차 외에 베셀, 한국항공기술 그리고 두타기술의 6개 업체가 참여한다.
• PAV 시장을 이끌려는 미 공군의 어질리티 프라임
군대는 오랫동안 전장에 신속하고 은밀하게 병력을 투입할 수 있는 장비를 찾고 있었다. 1950년대와 1960년대에 1~2명의 병력이 탑승할 수 있는 HZ-1 에어로사이클Aerocycle, VZ-1 포니Pawnee 그리고 와스프WASP 같은 개인용 비행체가 개발되어 미 육군 등의 관심을 끌었지만, 소음 등의 문제로 도입에는 실패했다. 그 이후 2003년에 EFV-4A라는 개인용 비행체도 관심을 끌었지만, 곧 사라지는 등 간헐적인 움직임이 있었다.
[그림 11] 1960년대 초반 미 육군의 관심을 끌었던 HZ-1
2010년 초반에는 미 국방부 고등방위연구계획국(DARPA)이 추진한 ‘날으는 험비Flying Humvee’라는 별칭을 가진 ‘공중 재구성 가능 임베디드 시스템ARES Aerial Reconfigurable Embedded System’이라는 지상 주행과 수직 이착륙 비행이 가능한 전술 비행체 개발 노력도 있었다. 그러나 ARES 프로그램도 2019년 비용 증가 등을 이유로 취소되었다.
[그림 12] 2010년대 초반 DARPA가 추진했던 ARES 일명 나는 험비
이런 장비들은 개발 당시부터 군을 주요 수요처로 삼았기에 민간 시장에서의 활용도는 크게 떨어질 수밖에 없었다. 하지만, PAV는 민간이 개발을 주도하고, UAM이라는 생태계까지 함께 개발되고 있어 군의 개발비 부담이 거의 없다는 장점이 있다.
군에 PAV를 제안하거나, 함께 연구를 진행하는 경우도 늘고 있다. 2018년 4월 세종시에서 열린 드롯봇 컨퍼런스에 1인승 PAV가 출품되어 눈길을 끌었었다. 하지만, 군의 어떤 임무에 사용할 수 있는지와 같은 정보는 알려지지 않았다. 2018년, 미 육군은 워크호스Workhorse 그룹과 연구개발 협력 합의를 통해 회사의 슈어플라이SureFly PAV의 군사용 이용 가능성에 대해서 조사를 하기로 했다.
[그림 13] 2018년 4월 열린 드론봇 컨퍼런스에 전시된 국내 기업의 PAV 모델
이렇게 아직 성숙되지 않은 PAV와 UAM 시장을 이끌기 위해 미 공군이 ‘어질리티 프라임 Agility Prime’이라는 프로그램을 시작했다. 어질리티 프라임 프로그램은 미국의 eVTOL을 포함한 PAV 시장의 발전을 장려하고, 시험, 인증 및 핵심 중점 분야를 보유한 기업을 지원하며, 정부를 위해 유망한 기술의 배치를 가속화하는 것을 목표로 하고 있다.
프로그램은 오하이오주 라이트-패터슨Wright-Patterson 공군 기지에 본부를 둔 공군 기동성Air Force Mobility 프로그램 집행 사무국(PEO)이 주도하는 통합 제품팀이 이끌고 있다. 미 공군은 시속 100마일(160km) 이상의 속도도 3~8명을 태우고, 1시간 이상 비행할 수 있는 PAV를 요구했다.
미 공군은 2020년 2월 25일, 혁신 능력 오프닝ICO Innovative Capabilities Opening을 발표하면서, ‘정부에게 가장 유망한 절감과 효용 기술의 현장화 그리고 잠재적 상업 시장의 성공을 가속화할 업계 및 투자자와의 협업 전략’이라는 핵심 목표를 제시했다.
[그림 14] 2020년 8월 미 공군 지휘부에 선보인 LIFT 에어크래프트의 헥사 PAV
어질리티 프라임 프로젝트는 2020년 12월 말까지 경쟁업체들의 비행 시험을 실시할 예정이다. 이어 2023년까지 비행 가능한 편대를 보유하는 것을 목표로 삼았다.
이상으로 도로 위주 교통망이 포화된 도심 교통을 위해 세계 많은 기업이 개발에 뛰어든 PAV에 대해서 알아보았다. PAV의 군사적 응용에 대한 발굴은 개발자에게는 어려운 문제다. 그 동안 군에 새롭게 채택된 새로운 장비들처럼 군이 가능한 임무를 선정하고, 이에 맞는 요구조건(ROC)를 도출하여 발표한다면, 우리나라도 미 공군의 어질리티 프라임과 같은 선도적인 프로그램을 시작할 수 있다. 드론봇 전투단과 같은 혁신적인 군사 현대화를 위한 행보에 PAV도 어떤 기여를 할 수 있을지 머리를 맞댈 필요가 있다.